최근 미국 스팸 홈페이지에는 부대찌개 레시피가 올라왔다. 스팸사는 한국인이 즐겨먹는 음식 중에 하나임을 소개하며 재료와 만드는 법을 자세하게 기재했다. 부대찌개가 맛있는 건 분명하지만, 미국 본사 홈페이지에 게재될 수 있었던 건 국내 스팸 매출이 4500억에 이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생산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1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처럼 스팸을 넣고 끓인 부대찌개는 오랜 세월 우리의 사랑을 받았다. 부대찌개는 햄을 주 재료로 하는 국물 음식이며 재료의 가감이 쉬워 취향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미주지역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불안감에 사재기했던 통조림 캔을 활용한 부대찌개 레시피가 꽤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국물리에의 부대찌개 리뷰
어렸을 땐 맨밥에 반찬만 있어도 한 그릇 뚝딱 비우곤 했다. 그랬던 필자도 나이가 드니 국물 없이 밥 못 먹는다는 말이 실감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먹을 수야 있겠지만 국물이 없으면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켠이 헛헛해지고 만다.
필자는 다년간의 자취생활과 숙취 생활로 웬만한 HMR 국물 음식은 다 섭렵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중 부대찌개는 국물로 해장과 동시에 건더기가 안주가 되어 술이 쭉쭉 받는(?) 멋진 음식이기 때문에 즐겨 사 먹곤 한다. 하지만 제품마다 재료가 조금씩 다르고 무엇보다 육수에서 차이가 많이 나 입맛에 맞는 걸 찾는 게 비교적 어려운 편이다. 이를 위해 제조사가 다른 세 가지의 부대찌개를 비교해 보았다. 맛 평가는 물론이고 그에 어울리는 주류 궁합까지 소개한다.
첫 번째, 이마트 피코크 쟌슨빌 소시지 부대찌개
이마트 피코크에서 선보이는 쟌슨빌 소시지 부대찌개(현재 최저가 5,870원)는 쟌슨빌 소시지를 넣어 기름기가 적고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제품의 용량은 500g으로 1~2인이 먹을 양이다. 보관 기준은 냉장이며 냄비나 전자레인지에서 4분 정도 데우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쟌슨빌 소시지 부대찌개를 냄비에 부어보았다. 국물 위로 드문드문 통조림 햄이 눈에 띄는 모습이다. 이 제품의 메인인 쟌슨빌 소시지는 1945년부터 스테이어가의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정통 조리법을 지켜 만들어졌다. 엄선된 돈육, 적절한 향신료를 사용해 특유의 조화로운 맛을 살렸다.
쟌슨빌 소시지 부대찌개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에는 프레스햄(돼지고기-국산, 돈지방-국산), 닭고기(국산), 부대찌개 양념(다시멸치추출액, 다시마-국산), 양파(국산), 마늘, 폴리시소시지(미국산) 등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재료는 모두 국산이지만 폴리시 소시지는 미국산을 사용한다.
부대찌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더기의 양이니 하나하나 건져서 접시에 펼쳐 보았다. 일단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보이는 햄의 종류는 총 4가지였고 잘린 크기도 큼직한 편이라 씹는 맛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프레스 햄이었고 그다음으론 폴리시 소시지가 많았다. 드문드문 얇게 잘린 대파가 있긴 했지만 그 외 눈에 띄는 야채들은 없었다.
시식을 위해 가스레인지에서 4분간 푹 끓였다. 마음이 급해서 끓이기 전에 국물을 살짝 맛보았는데 칼칼한 토마토 맛이 느껴졌다. 어딘가 모르게 미묘한 맛이라 두 번, 세 번 더 먹어보았지만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또 햄 특유의 향신료 맛이 났는데 한국에서 즐겨 먹는 향이 아니라 어딘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다 끓인 뒤 다시 먹었을 때는 확실히 간이 더 세게 느껴져 밥을 비벼 먹기 좋았다. 4가지 햄 중에서 프레스햄(통조림)은 부드러운 편이었고 나머지는 씹는 식감이 좋았다. 그중 제일 얇은 햄은 풍미는 뛰어나나 너무 작아서 깊은 맛까지는 느낄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잘 섞인 맛이었는데 채소가 거의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국물은 탁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개운함이 느껴졌다. 쟌슨빌은 원래 소시지가 맛있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건더기의 맛이 매우 만족스러웠고, 시원한 탄산이나 맥주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두 번째, 비비고 스팸 부대찌개
스팸 수입 제조원답게 스팸을 듬뿍 때려 넣은 CJ 비비고 스팸 부대찌개(현재 최저가 3,240원)이다. 소시지와 함께 사골육수, 멸치, 다시마 육수를 이용해 감칠맛을 살렸다. 한 봉의 양은 460g이며 1~2명이 먹기 좋은 양이다. 봉지째 조리는 불가하며 냄비 또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4~5분간 조리해야 한다.
비비고 스팸 부대찌개를 냄비에 부어보았다. 전체적인 건더기의 양은 쟌슨빌과 비슷했는데 햄 말고도 부수적인 재료들이 많은듯했다. 이곳에 들어있는 채소와 김치는 베트남산인데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국산이 아니라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이 제품은 3무첨가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것은 D-소르톨액, 아스파탐, 글로코노델타락톤이다. 사실 소비자는 어차피 집밥이 아니니 첨가물은 감안하자는 마음이지만, 첨가물이 덜 들어갔다고 하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다. 제품 보관은 실온이며, 주재료에는 과채 가공품(베트남산-대파, 양배추, 베이크, 새송이버섯, 김치), 소시지 1(돼지고기-국산, 닭고기-국산, 전분, 당근, 대두단백), 스팸 클래식, 두부, 소시지 2(닭고기-국산) 등이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탈지 분유, 치즈분말이 들어가는데 그래서인지 육수 자체가 구수한 스타일인 것 같다.
자세히 보기 위해 건더기를 접시에 모아보았다. 햄과 채소의 비율이 1:1로 햄만 들어있는 게 아쉬운 이들에겐 비비고가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또한 두부도 한 조각 들어있어 영양적으론 우수해 보였다. 햄의 종류는 크게 3가지인데 스팸과 동그란 형태의 햄이 비중이 높았다.
비비고 스팸 부대찌개를 끓이기 전 육수부터 한 입 맛 보았다. 첫 맛은 콩나물국 특유의 향과 맛이 강해서 부대찌개 맛이 약한 편이었다.
완전히 끓인 뒤 먹었을 때는 쟌슨빌에 비해 덜 자극적이고 간이 비교적 순한 편이었다. 김치가 들어가 김치찌개의 느낌이 강하며 국물이 걸쭉하다. 햄은 한 입 크기이긴 하지만 큼직한 편이 아니라 여러 개를 먹으니 만족감 있었다. 김치, 파, 두부, 콩나물, 버섯이 들어 단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매운맛이 그리 센 편은 아니다. 스팸은 구수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고 맑은 술보다는 막걸리와 함께 먹고 싶은 맛이었다.
세 번째, 스테프 화끈한 부대찌개
부대찌개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뭐니 뭐니해도 소시지. 스테프 화끈한 부대찌개(현재 최저가 15,490원)는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덴마크 왕실 납품 업체의 제품을 사용한다. 스테프 소시지는 건강함을 내세워 無 항생제, 無 호르몬으로 돼지를 키우며 선진화된 덴마크 축산 기술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한다. 또한 95Kg 미만 동물복지로 스트레스 받지 않은 안전한 돼지를 사용한다.
스테프 부대찌개를 냄비에 부어보았다. 확실히 건더기가 많았으며, 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였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당면이다. 국물에 사리를 넣어 먹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많은 양은 아니지만 건져 먹는 재미가 있었다. 참고로 당면 사리가 들어갈 수 있는 건 멸균처리가 안된 즉석조리식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품의 용량은 600g이며 가열하여 조리하는 냉동식품이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보관 기준이 냉동이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제품에 사용된 재료에는 파티 소시지(돈육 76.09%) 11.67%, 당면(중국산) 4.25%, 쿠키드메디스터(덴마크), 부대찌개용햄, 김치(중국산), 소분쇄육, 양배추, 양파, 베이크드 빈스, 사골 맛 분말 등이 있다.
이제 건더기를 살펴보자. 채소와 당면은 일부에 해당하고 햄이 많았다. 햄은 길고 얇은 형태로 3가지 종류가 있지만 겉으로 보기엔 큰 차이가 없었다.
스테프 부대찌개의 첫 맛은 김치의 새콤한 맛이 강했는데, 냉동 보관 식품으로 배송 과정에서 김치가 익은 것으로 보인다. 멸균 제품보다 즉석식품이 맛에서는 우수할지 몰라도 보관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국물은 얼큰하면서 맑기 때문에 소주가 생각났으며 시중에 판매하는 아오모리 김치찌개 라면과 비슷한 맛이 났다. 돈육 소시지는 소시지 자체의 풍미는 조금 아쉬웠지만 탱글 한 식감이 인상 깊었다. 국물의 양은 넉넉한 편이라 당면을 먹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라면 사리를 추가해도 좋다.
국물리에의 선택은?
세 제품 중에서 용량이 가장 많은 것은 스테프 화끈한 부대찌개이다. 아무래도 국물이 넉넉하고 소시지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식재료는 피코크 잔슨빌 소시지 부대찌개가 국산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가격은 3천 원대부터 5천 원대까지 다양했는데 개인적으론 가장 높은 가격이지만 쟌슨빌 부대찌개가 맛있게 느껴졌고 재 구매 의사가 확고하다. 반면 야채와 함께 곁들여 먹는 걸 선호하거나 넉넉한 국물에 김치 맛을 좋아한다면 나머지 두 제품도 고려할 만하다.
건더기의 총량은 대부분 비슷했다. 단, 소시지의 비중에서는 스테프 > 쟌슨빌 > 비비고 순이다. 포만감은 채소가 넉넉한 비비고에 높은 점수를 주었고 대중적인 맛은 부대찌개 본연의 맛에 가까운 쟌슨빌을 택했다. 얼큰함은 비슷했는데 개인적으론 쟌슨빌이 제일 매콤하게 느껴졌다. 세 제품 다 입속이 얼얼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큰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얼큰한 국물엔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쟌슨빌은 소시지의 맛이 강해 톡 쏘면서 시원한 맥주가 잘 어울렸고, 두부김치가 떠오르는 비비고는 지평 생막걸리처럼 달달한 막걸리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맑은 김칫국의 맛이 강한 스테프는 소주 안주로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세 가지 부대찌개 비교가 끝나고 대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자기도 모르게 잔에 소주를 채우고야 말았다. 얼큰한 국물에 입안 가득 탱글 하게 씹히는 소시지. 부대찌개를 어찌 그냥 먹을 수 있으랴… 오늘도 그녀의 방에는 빈 병들이 늘어간다.
기획, 편집 / 다나와 김명신 kms92@danawa.com
글, 사진 / 문유진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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