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헤드셋은 소리라는 본질을 추구하는 제품이 많지 않다. 디자인이나 기능성만 강조 했을 뿐 실제 소리가 게임에 최적화 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DTS나 돌비 같은 서라운드 기술만 적용되면 환상적인 게임을 즐길 것 처럼 홍보되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제품이 많다 보니 제대로 튜닝 된 제품이 나와 봤자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너무 저가 위주로 시장에 형성된 탓도 크지만 너무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그래도 몇 몇 제품만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데 오늘 또 하나의 게이밍 헤드셋을 소개할까 한다.
고성능 PC 콤포넌트와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커세어가 지난 달 출시 한 무선 게이밍 헤드셋, 버추오소 RGB 무선 XT가 바로 그 제품이다.
전형적인 게이밍 헤드셋, 무엇이 문제인가?
전형적인 게이밍 헤드셋의 소리는 답답하다. 하이파이를 추구하는 오디오 기기 메이커의 헤드폰과 비교하면 저음만 많고 공간감은 적은 부한 느낌이 대다수 게이밍 헤드셋의 소리들일 것이다.
여기에 화려한 RGB LED를 더해 멋스럽게 만든 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저렴한 게이밍 헤드셋이고 이 보다 좀더 비싼 제품에는 이름도 모를 서라운드 기술을 접목해 현장감을 극대화 했다는 문구들을 집어넣기도 한다.
그래도 이름 있는 제품들은 돌비나 DTS의 서라운드 기술 들을 적용하지만 기본적인 튜닝 조차 이뤄지지 않은 소리에 서라운드 효과를 조합하다 보니 그렇게 임팩트 있는 효과를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정 제품을 지목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MS가 내놓은 XBOX 무선 게이밍 헤드셋이 대표적인데 너무 베이스가 강한데다 총탄 소리나 대사 전달을 위해 고역만 부스팅한 세팅이다 보니 총탄이 날아가는 폭팔씬에선 좋지만 공간감을 살리지 못해 서라운드 효과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서 가성비로 보면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그래도 게임을 즐기려고 헤드셋을 선택한다면 그렇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아니었다.
커세어 버투오소 RGB 무선 XT는 무엇이 다른가?
커세어의 버투오소 무선 게이밍 헤드셋은 이번 제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버추오소 RGB와 버추오소 RGB SE 제품이 시장에 투입됐고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된 버전으로 버투오소 RGB 무선 XT가 지난 달 국내 시장에 새롭게 출시됐다.
디자인도 기존 모델들과 거의 비슷해서 단순히 블루투스 기능만 추가된 모델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버추오소 RGB 무선 XT다.
버추오소 RGB SE를 경험해 본 필자의 입장에서 버추오소 RGB 무선 XT를 사용했을때 가장 먼저 와 닿았던 변화는 소리 그 자체였다.
특히, 이전 모델에선 경험하지 못한 공간감과 현장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소리의 객체들이 저마다 구분되는 것은 기본이고 각각의 위치와 거리감까지 이전 모델에선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소리였다.
이런 소리는 주로 평판형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고가의 헤드폰과 DAC을 사용할때나 경험할 수 있는 소리들이라서 게이밍 헤드셋으로 이런 소리가 난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것도 돌비 애트모스 같은 서라운드 기술을 켜지 않은 기본 성향 자체가 그런 것이라니 커세어가 이번 제품 만큼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듯 싶다.
대신, USB 연결이나 AUX 입력 같은 유선 연결을 사용하면 이런 성향이 나타나지 않고 입체감이 없는 전형적인 다이나믹 드라이버 소리가 들리니 참고하기 바란다.
커세어 버추오소 RGB 무선 XT의 다른 특징들은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어 딱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몇 가지 특징들을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헤드셋의 착용감은 매우 좋은 편이다. 헤드 밴드와 패드 쿠션이 소프트한 편인데다 밴드 자체의 장력 자체도 강하지 않아 압박감도 덜하다. 사용자에 따라 압박감이 느껴지면 헤드 밴드 자체를 펴거나 구부리는 식으로 자신에 맞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신, 대두로 불리는 머리큰 사용자들에게는 길이가 조금 짧은 탓에 무리해서 착용하고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정수리 부분이 아플수도 있다. 길이만 약간 더 길게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쉬운 부분이다.
무게는 스펙 상 382g, 실측도 382g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분리형 마이크를 장착하게 되면 398g으로 증가하니 2~300g대 가벼운 헤드셋을 주로 사용했던 이들에겐 무게에 대한 압박감이 생길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지난 5월 리뷰 했던 AMT 헤드폰을 사용 중으로, 헤드폰 무게만 624g에 케이블 무게까지 더한 상태로 몇 달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400g은 매우 가벼운 헤드셋일 뿐이다.
3D 오디오가 적용된 PS5에 연결하면?
본격적으로 커세어 버추오소 RGB 무선 XT를 체험한 후기를 늘어 논다면 일단 PS5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가 알고 있듯이 PS5에는 자체적인 3D 오디오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헤드셋만 있으면 누구나 3D 오디오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외 기술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버추오소 RGB 무선 XT를 PS5에 연결하면 PC나 XBOX에선 선택이 가능한 돌비 애트모스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PS5의 최선 펌웨어가 3D 오디오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상당히 괜찮은 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것도 공간감이 뛰어난 버추오소 RGB 무선 XT의 뛰어난 기본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필자는 PS5에 커세어 슬립 스트림 USB 동글을 연결하고 3D 오디오를 활성화 한 상태에서 게임 몇 가지를 플레이 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베타 테스트가 진행된 배틀필드 2042의 현장감은 진짜 대박이라 말할 정도였는데 게임 자체에 3D 오디오와 관련된 자체 기능도 있었으나 그 기능 대신 오디오 출력 모드를 스피커와 서라운드 모드로 변경하면 넓게 펼쳐진 전장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투가 진행 중인 곳의 방향과 거리감은 기본이고 근처를 지나가는 다른 플레이어의 발자국도 아주 생생하게 전달 됐다. 폭팔이나 탄창 소리의 잔향감은 거의 없었지만 그런 특성 덕분에 방향성과 넓은 공간의 느낌이 더 잘 전달된 듯 했다.
배틀필드 2042 보다 일반적인 게임을 경험해 보기 위해 이번에는 피파22를 선택했다. 버추오소 RGB 무선 XT의 장점을 그렇게 잘 살리는 장르는 아니지만 일반 게임에서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해 선택했는데 예상 보다 소리가 너무 좋아 만족도가 상당했다.
기본적인 메뉴 조작 시 배경에 깔리는 음악과 조작음이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전혀 이질감 없는 소리로 전해졌고 실제 플레이 상황에서도 중계진의 멘트와 플레이 중인 효과임이 완벽하게 구분되면서 현장감이 매우 극대화 됐다.
그리고 그렇게 명확한 소리들이 하나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배치된 듯한 느낌인데 FPS 같이 입체감 있는 장르에서만 경험했던 소리를 스포츠 경기에서 듣게 되니 신기하기만 했다.
돌비 애트모스와 찰떡 궁합. 최적의 PC 조합
버추오소 RGB 무선 XT를 PC에 연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버추오소 RGB 무선 XT의 기본 조합인 슬립 스트림 USB 동글을 사용하거나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도 있다. 음질을 위해 유선 연결을 생각했다면 USB 타입-C 케이블이나 AUX 케이블을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돌비 애트모스는 오직 슬립 스트림 USB 동글을 연결할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 USB 타입-C 케이블을 사용하면 해상력이나 음질은 조금 더 좋아지지만 무선 연결에서 느껴졌던 그 공간감과 현장감은 사라지게 된다.
어차피 게임에서 음질 차이는 크지 않으니 돌비 애트모스 기능과 넓은 공간감을 위해 슬립 스트림 USB 동글로 연결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슬립 스트림 USB 동글을 사용하여 버추오소 RGB 무선 XT를 연결한 후 돌비 엑세스 앱을 설치하여 돌비 애트모스 기능을 활성화 했다. 그 상태로 몇가지 게임을 플레이 했으며 그 중에서도 최근 출시된 파크라이6의 경험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버추오소 RGB 무선 XT로 경험한 파크라이6는 PS5에서 경험한 배틀필드 2042 보다 한 수 위였다. 대규모 전투가 핵심인 배틀필드 2042와 달리 파크라이6는 플레어 중심으로 소규모 전투가 진행되는 방식이라 그런지 적막한 배경에서 작은 소리 하나 하나가 마치 현실 처럼 느껴지고 게임을 의식할 필요 없이 그 안에 플레이어가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였다.
누군가는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불 끄고 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다 보면 진짜 누가 저 멀리서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블루투스로 게임 플레이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버추오소 RGB 무선 XT는 블루투스 오디오를 지원한다. 블루투스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태블릿, TV, PC 등 거의 모든 기기에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거기다 aptX HD 같은 고음질 오디오 코덱도 지원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연결하면 게임이 아닌 음감 같은 다른 목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블루투스와 게임은 지연 시간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렇게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최근들이 지연 시간을 개선한 오디오 코덱이 등장하며 그런 한계를 깨고 있으나 여전히 지연시간에 문제가 많은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소리가 아무리 좋아봤자 지연 시간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면 있으나 마나 한 기능일 뿐이다.
다행히, 커세어 버추오소 RGB 무선 XT에선 그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슬립 스트림 만큼 즉각적이진 않았으나 마우스 클릭 후 총탄 소리가 들리기 까지 신경쓰이는 딜레이는 없었다. 진짜 민감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마 대다수가 지연 시간을 문제 삼긴 어려울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데스루프를 블루투스로 연결한 상태에서 플레이 했다.
커세어 버투오소 RGB 무선 XT, 장단점은?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커세어 버투오소 RGB 무선 XT의 장점은 너무 명확하다. 기존 모델과도 차별화 된 넓은 공간감과 현장감이다. 음질이나 음색의 차이는 딱히 모르겠으나 확실히 공간에 대한 특성 만큼은 커세어 버투오소 RGB 무선 XT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타사 제품까지 직접 비교해 보진 못했으나 헤드파이에 많이 투자해 논 필자의 경험상 이 정도 소리를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도 놀랄 뿐이다. 진짜, 게임에 필요한 튜닝을 했고 그 차이가 이전 게이밍 헤드셋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단점은 무게와 크기 정도.. 무게는 필자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가볍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마이크 포함 398g은 조금 버거울 수도 있다. 크기는 대다수가 관계 없는 부분이지만 큰 사이즈를 필요로 하는 게이머들도 있기에 헤드 밴드의 길이 조절에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격은 게이밍 헤드셋 치고 비싼 편이지만 이런 특성을 경험할 수 있는 헤드파이 쪽에서는 중급기도 아닌 수준이다. 어차피 이 제품을 구매하는 대다수가 게이머이기에 헤드파이 쪽 생각은 필요 없겠지만 이 정도 소리를 듣기 위한 비용 치고 저렴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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