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DSLR 카메라, 그리고 캠코더까지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던 장치들을 이미 빠르게 스마트폰 카메라에게 자리를 뺏기고 있다.
처음에는 화질은 부족해도 휴대성이 높았던 컴팩트 디카를 강력한 이미지 프로세싱 능력으로 잡아먹더니 이제는 인공지능 연산 능력한 고속 메모리 및 스토리지 성능까지 결합해 DSLR 카메라 수준의 후보정 및 배경흐림, 전문가급 동영상 포맷까지 지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직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영역이 있으니 바로 액션캠으로 불리는 아웃도어 활동 및 익스트림 스포츠에 최적화된 고프로(GoPro) 카메라 같은 존재다.
최신 스마트폰처럼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는 고프로는 올해 드디어 액션캠의 두뇌라 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업그레이드 한 히어로10 블랙(HERO10 Black)을 출시했다.
히어로9 블랙 디자인에 GP2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
고프로는 2017년 히어로6 블랙을 출시하면서 처음 자체 프로세서 GP1을 탑재하고 이후 히어로9 블랙까지 4년 동안 칩셋을 바꾸지 않았는데, 마침내 이번 히어로10 블랙에서 GP2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 했다.
외형 및 크기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히어로9 블랙과 렌즈 커버를 빼고는 거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히어로10 블랙은 전면 고프로 로고 및 측면 10 블랙 색상을 파란색으로 바꿔 멀리서도 두 제품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전몇 및 후면 스크린도 히어로9 블랙과 동일하게 구성된다. 전면 1.4인치 컬러 LCD는 실시간 미리보기 및 전후면 듀얼 화면 표시를 지원하고, 후면에는 정전식 터치 입력을 지원하는 2.27인치 터치스크린 LCD가 사용된다.
고프로에서는 전면 화면에서 빠른 프레임 속도 재생을 지원해 촬영 중인 콘텐츠를 훨씬 부드럽게 보여주며, 후면 터치스크린과 카메라 인터페이스까지 GP2 도입으로 전반적인 반응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한다.
히어로9 블랙부터 도입한 접이식 핑거 마운트 설계도 똑같이 적용됐다. 별도의 외장 마운트 케이스 없이 다양한 고프로 액세서리에 손쉽게 연결할 수 있으며 케이스 없이 단독으로 수심 10m에서 버틸 수 있는 방수 기능을 갖췄다.
측면 도어도 히어로9 블랙과 동일하게 기기 방수를 위해 하단의 래치를 당겨서 여는 방식으로 내부에는 배터리 수납부와 microSD 카드 슬롯, USB-C 포트가 달려있다. 배터리는 히어로9 블랙에 사용된 것과 같은 새로운 규격의 1,720mAh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들어가 기존 모델 보유자는 배터리를 공유하면서 쓸 수 있다.
히어로10 블랙에서 유일하게 바뀐 부분이 바로 렌즈 커버다. 고프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매번 물기를 닦아줄 필요가 없도록 커버 유리가 최대한 빨리 물을 배출하도록 발수성이 강화되고 긁힘 방지 성능도 개선됐으며, 고스팅 현상을 줄였다. 또한 이전보다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기본 커버 렌즈를 벗기고 ND 필터나 맥스 렌즈 모드(Max Lens Mod)와 같은 모듈 부품을 쓰기도 편해졌다.
다만 기존 히어로9 블랙용으로 출시된 다양한 모듈이 외형이 동일한 히어로10 블랙에서도 쓸 수 있는 것과 달리 렌즈 구조가 바뀌면서 전용 광각 렌즈인 맥스 렌즈 모드는 히어로9 블랙용 모듈이 호환되지 않아 히어로10 블랙 전용 모듈이 별도로 출시된다.
커버 렌즈 변경 탓인지 제품 무게가 좀더 가벼워졌다. 전작 히어로9 블랙은 본체 무게 126g,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포함한 무게는 126g으로 측정됐는데, 새로 출시된 히어로10 블랙은 본체 무게 120g,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가 들어갔을 때는 153g으로 5g 가량 무게가 줄었다.
패키지 구성은 히어로9 블랙에서 도입한 친환경 소재 활용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제품 패키지를 모든 부속품의 휴대 및 보관이 용이한 휴대용 케이스로 만들고 내부에 들어가는 제품 보호용 플라스틱 가드 역시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쓴다.
구성품은 카메라, 충전용 배터리, 곡면 부착 마운트, 장착 버클, USB-C 케이블, 고프로 마운트 나비 나사, 카메라 케이스, 그리고 다국어 안전 가이드와 빠른 설치 가이드, Quik 앱 사용 안내문으로 전작과 비슷하다.
새로운 GP2 프로세서 동영상 프레임 2배 향상
외형에서 드러나진 않지만 히어로 10 블랙의 가장 큰 변화는 전작 대비 2배 높은 프레임 속도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GP2 프로세서를 탑재한 점이다. 프레임 뿐만 아니라 고급 부분 톤 매핑과 3D 노이즈 감소를 통한 디테일 향상, 수평 조절 기능 향상, 최대 30% 빨라진 Wi-Fi 성능을 적용했다.
히어로10 블랙의 메뉴 구성은 전작과 동일하므로 고프로 사용자들은 신제품의 모든 기능을 바로 활용할 수 있으며 기존 제품과 함께 사용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동영상 메뉴에서 5K가 아닌 5.3K 해상도와 60프레임, 그리고 4K 해상도 120프레임 설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히어로 10 블랙에서 달라진 점이다.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렌즈 모드를 통해 초광각(SuperView)부터 광각(Wide), 리니어(Linear), 협각(Narrow)까지 다양한 화각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같은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서인지 SuperView 모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4K 촬영부터 지원하고 5.3K 해상도는 광각부터 시작된다.
GP2 프로세서 탑재로 히어로 10 블랙은 이전 모델의 2배에 해당하는 5.3K60 및 4K120 촬영이 가능해졌다. 4K120 모드는 후보정을 통해 슬로 모션으로 전환할 경우 30프레임 기준으로는 4배속, 24프레임으로는 5배속으로 느리게 재생할 수 있다.
8배속 슬로 모션의 경우 전작에선 FHD(1080p) 모드에서만 지원하던 것을 히어로 10 블랙에서는 2.7K 촬영 모드까지도 지원하게 됐다.
타임워프(TimeWarp)와 야간 랩스 촬영 기능은 기존 모델에서 특별히 바뀐 점은 없다. 전작과 동일한 타임워프 3.0을 지원하며 촬영 중간에 언제든지 실시간 모드로 전환하면 마이크 녹음으로 현장 사운드를 담을 수 있다.
야간 저조도 촬영은 고급 부분 톤 매핑(Local Tone Mapping)과 3D 노이즈 감소(3D Noise Reduction) 지원으로 전작보다 개선됐지만 경쟁 제품에 비해 크게 낫다고는 보기 힘들다.
물론 HDR 모드를 사용하거나, 30프레임으로 설정하거나 촬영 옵션 가운데 일부를 수동으로 조절할 경우 자동 모드로 찍을 때보다 화질이 좋아질 수 있다. (비교 대상 가운데 DJI 포켓2는 Cinelike D 컬러 옵션이 적용된 상태여서 색감이 약간 다르다)
히어로 10 블랙에서 촬영 프레임 향상과 함께 가장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동영상 안정화 기능 '하이퍼스무스(HyperSmooth) 4.0' 적용과 '수평 조절(Horizon Leveling)'의 조합이다.
전작 히어로 9 블랙에서도 이 기능으로 마치 기계식 짐벌을 사용한 것처럼 뛰어난 흔들림 보정 효과를 보여줬던 고프로는 신제품에는 5.3K 해상도 30프레임, 4K 해상도 60프레임, 2.7K 해상도 120프레임 등 각 해상도의 최대 프레임의 절반에서 하이퍼스무스 4.0을 지원하며, 렌즈 수평 조절 기능은 4K60, 2.7K120, 1080p120 모드까지 적용된다.
히어로 10 블랙의 동영상 안정화 성능을 다른 카메라와 정확히 비교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시간에 같은 흔들림을 줘야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하나의 프레임에 설치해서 같은 움직임을 주는 방식으로 테스트했다.
카메라별 동영상 안정화 테스트 결과를 보면 기계식 3축 짐벌 모터가 기본 동작하는 DJI 포켓2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카메라는 이미지 흔들림 보정 옵션을 껐을 때는 모두 비슷한 화면 흔들림을 보인다.
그리고 고프로 발표 때는 하이퍼스무스 4.0 지원은 5.3K30, 수평 조절은 4K60까지만 지원하는 것처럼 나왔는데, 5.3K60 모드라고 흔들림 보정 기능이 완전히 꺼지는게 아니라 보정 효과가 적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흔들림 보정 옵션을 켰을 때는 다른 카메라보다 잔 떨림와 화면 흔들림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정하며, 특히 렌즈 수평 조절 모드를 결합하면 기존 히어로 9 블랙에서 수평 조절을 하지 못하는 각도까지 안정적으로 버티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바디 + GP2 조합, 카메라 발열과 전력 소비 늘어
GP2 프로세서 탑재로 좋아진 점이 있다면 반대로 나빠진 부분도 있다. 바로 발열과 소비전력이다. 히어로10 블랙이 이전 모델과 거의 같은 디자인에 동일한 1,720mAh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다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예전 보드나라 리뷰를 보면 히어로9 블랙은 최대 5K 30fps 촬영을 지원하지만 1시간 이상 촬영이 가능하고 남은 배터리가 35% 가량 됐었는데, 히어로10 블랙은 같은 환경에서 5.3K 60fps 촬영을 했을 때 15분 만에 남은 배터리 용량이 64%까지 떨어져 히어로9 블랙(80%)보다 전력 소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공정한 소비전력 측정을 위해 두 카메라에서 모두 지원하는 4K 60fps 모드에서 동영상 촬영에 따른 배터리 소모를 5분 단위로 살펴보았다. 디스플레이 밝기와 자동 절전 시간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촬영했으나 히어로10 블랙의 배터리 소모가 더 빨라서 25분 만에 남은 배터리 잔량이 10% 이상 벌어졌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발열이다. 전력 소모가 큰 것은 추가 배터리팩을 구입하거나 USB-C 포트에 연결하는 외부 배터리팩 또는 전원 어댑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발열로 촬영이 중단되면 카메라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히어로10 블랙은 배터리 테스트에서 5.3K 60fps 촬영이 약 15분 가량 지나자 발열 경고 표시가 뜨면서 촬영이 중단되고 카메라가 꺼졌다. 그나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4K 60fps 배터리 테스트가 25분 만에 중단된 이유도 히어로10 블랙에서 발열 경고가 떴기 때문이다.
FLIR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히어로9 블랙(좌)에 비해 전반적으로 카메라 발열이 더 높은 것으로 표시됐는데, 내부 설계와 이미지 센서가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역시 GP2의 발열을 충분히 식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히어로10 블랙으로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자주 찍는다면 모르지만 장시간 야외에서 촬영을 한다면 발열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니면 검증된 히어로9 블랙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GP2 탑재로 향상된 성능, 비싸진 가격과 발열이 단점
고프로 히어로10 블랙은 그 동안 고프로 사용자들이 가장 불만이었던 변화없는 프로세서를 업그레이드 해서 2배 향상된 동영상 촬영 성능을 제공하는 GP2를 탑재했다.
히어로 9 블랙과 비슷한 디자인, UI, 주변기기 및 모듈 확장성을 가졌으며, 여기에 한층 더 개선된 흔들림 보정 기능과 전작보다 향상된 저조도 촬영 성능으로 결과물의 품질도 올라간다.
다만 이전 모델에 비해 10만원 이상 올라간 출시 가격과 GP2 탑재로 높아진 발열 및 소비전력은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해 출시했던 히어로9 블랙은 국내 판매 가격이 59만 8천원, 고프로 1년 구독시 47만 8천원이었는데, 올해는 히어로10 블랙 가격으로 70만 3천원, 고프로 구독시 할인 가격은 53만 3천원을 책정했다.
고프로 구독시 할인 가격 기준으로는 6만 5천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무제한 클라우드 백업 및 자동 업로드, 기기 및 액세서리 할인, 제품 교체 등 여러 혜택을 고려했을 때 고프로 구독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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