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스마트워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필자는 스마트워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스마트워치를 써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민, 애플, 갤럭시, 샤오미 등 다양한 스마트워치는 운동할 때 매우 유용하다는데 운동을 하지 않으니 관련이 없고, 시계만으로 쓰기에는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이유도 없이 덜컥 스마트워치를 구매하는 건 내 통장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애플스토어 여의도점)
그런 와중에 감자나무님과 함께 애플스토어 여의도점을 향했다. 아이폰13 시리즈에 관심이 있어 애플tv를 구매하시는 감자나무님을 따라갔을 뿐이었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니 감자나무님의 쇼핑백에 애플tv 말고도 박스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애플워치7. 애플워치7의 재고가 있다는 말에 애플워치1에서 7으로 쿨하게 기기변경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지금 애플워치7은 내 손목에 있다. 애플워치를 다년간 사용한 감자나무님이 스마트워치의 진가를 모르는 나를 위해 대여해주신 덕이다. 사실 IT기자라면 누구나 스마트워치 한번쯤은 차봐야하지 않겠나란 생각도 했으니 이 참에 궁금증을 모두 해소해보았다.
아이폰 7년 인생 첫 스마트워치,애플워치7
나의 첫 스마트워치 45mm 그린 알루미늄 애플워치7를 언박싱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친환경 패키지였다. 예전과 달리 스티커 형식의 씰을 부착해서 출시되고 있는데, 무언가 낯설고 과연 봉인 씰이 역할을 다 할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제품 내 구성품을 확인하였을 때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스포츠 밴드가 크기 별로 2개, 그리고 케이블만 제공되다니...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어댑터도 안 주는 회사가 다 있나 싶다. 친환경 좋다. 지금도 빙하가 녹고 수면이 상승해 사라지는 나라가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했는데 어댑터가 없어 별도 구매해 충전해야 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도 프랑스나 브라질에서는 어댑터를 주지 않아 소송이 오고간다는데, 왜 애플은 소비자에게 친환경을 전가하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추가금액을 주고 추가구성품 패키지를 구성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
애플워치7, 지금껏 이렇게 귀찮게 하는 기기는 없었다
그래도 막상 애플워치7을 착용하니 설레는 마음이 컸다. 무엇이든 새로운 걸 다루는 건 설레는 일이다. 애플 워치를 아이폰 위에 올려두면 자동으로 연동이 되는 별 거 아닌 기능에도 괜히 애플에 감탄을 해보는 날 볼 수 있었다. 손목이 얇아 손목시계를 선호하지 않는데, 스포츠 밴드라 그런지 나름 잘 어울리는 듯한 기분도 느꼈다.
그렇게 애플워치7을 한달 가까이 착용해 본 소감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플워치7를 착용함과 동시에 나는 지치지 않는 사이버 트레이너를 얻게 되었다. 지속적으로 나의 건강기록을 체크해주는 덕분에 내 몸이 얼마나 안 좋은지를 알 수 있었고, 계속해 알람을 보내는 매우 귀찮은 트레이너를 만났다.
모두 애플워치7의 활동 앱 때문이었다. 활동은 크게 움직이기, 운동하기, 일어서기를 종용(?)하는 앱이다. 움직임은 칼로리, 운동은 시간, 일어서기는 시간 당 측정해 기록을 해주는데 이걸 싸이클화시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다.
만약 하루에 할당된 활동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계속해 환기하고, 어제는 못했으니 오늘은 할 수 있다 응원해준다. '움직이세요.', '일어나세요.', '오늘은 성공할 수 있어요.' 등의 알람을 보고있자니 내가 스마트워치를 산건지 일일퀘스트를 깨는건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사실 처음에는 열심히 애플워치7의 말을 따랐지만 한달여가 지난 지금은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그래도 애플워치7에게 알람이 오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돈을 들여서 건강관련 서브퀘스트를 해금한 셈이다.
운동 기록 섹션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자면 굉장히 다양한 운동이 눈에 띈다. 달리기는 기본이고 자전거, 로잉 운동, 인터벌 트레이닝, 요가, 댄스, 축구, 거기에 태극권 등 엄청나게 많은 운동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달리기를 할 때 자동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인식, 야외달리기로 자동 전환되어 측정해주는 기능은 편리했다. 특히 심박수와 혈중산소도 기록이 인상 깊었다. 혈중산소도는 호흡수와 함께 기록되는데, 이를 통해 얼마나 안정적으로 달리기를 수행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새삼 건강에 신경 쓰게 된 나를 볼 수 있었다. 매일 건강 어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보며 신체상태를 확인했다. 특히 혈중 산소나 심전도는 평상시에 쉽게 측정할 수 없는 지표이니만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심전도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신기한 기능이었기에 모두들 한번씩 심전도를 체크해보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술을 많이 먹으니 심전도가 체크되지 않았다. 심박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역시 술은 해롭다.)
다만 수많은 지표에 소개글이 있지만 어떻게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 수 없어 이 점은 아쉬웠다. 애플워치7은 나에게 지표를 보여줄 뿐이지, 이게 문제인지 문제라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별도의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재미난 기능으로는 워키토키와 친구 연동 등의 소셜 기능이 있었는데, 워키토키는 말그대로 연결된 계정과 대화를 워키토키처럼 나눌 수 있는 기능으로 일상생활에서 은근히 유용하게 사용된다. 또한 운동량 공유와 뱃지 등의 기능은 알게 모르게 사용자의 경쟁심을 촉진시켜 운동에 도움을 줘 이 점 역시 게임과 닮았다.
50만원짜리에 교통카드 기능이 없어요...
아쉬운 부분도 꽤나 많았다. 가장 큰 건 교통카드 기능이다. 애플페이가 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애플워치는 굉장히 큰 도움을 주었을텐데 아쉽게도 국내에서 애플페이는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있더라도 애플워치를 통한 교통카드는 사용할 수 없으며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점은 QR체크인에는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또한 애플에서 광고하는 수많은 기능 중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은 몇 없다는 것도 아쉽다. 특히 애플은 애플워치7에서 더 커진 화면을 토대로 쿼티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쿼티 키보드에는 한글이 없어 유명무실한 기능으로 전락했다.
결국 문자를 답장하려면 음성으로 직접 말해서 받아써야 한다. 개인적으로 받아쓰기 기능을 선호하지 않아 애플워치로는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와 같은 간단한 메시지만 주고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받아쓰기 기능은 운전 등 두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유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강화되었다고 해도 내구성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애플워치 45mm 모델은 별도 커버 케이스를 착용하면 둔한 감이 있어 케이스가 없는 형태로 사용하기 쉬운데, 겨울이니 소매 안에 감춰져있어 다행이지만 여름에는 어쩔 수 없이 외부에 노출되다보니 스크래치가 걱정된다.
빨라진 충전기능은 합격, 추가적으로 IoT까지 활용 가능
기존작보다 개선되었다는 배터리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최대 18시간이라고 표기된 애플워치7 스펙과 달리 전날 충전하면 다음날 저녁까지도 작동하였으며, 기존작보다 33% 빠른 충전속도는 8분 충전으로 8시간의 수면 추적이 가능할 정도니 애플워치 충전을 위한 탈착시간이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아이폰 없이 제기능을 발휘하는 것도 인상 깊다. GPS가 내장되어 있어 아이폰을 휴대하고 있지 않아도 런닝 기록등이 남고, 아이폰과 가까워지면 다시 연동되어 데이터를 전송하는 점. 그리고 무선이어폰과 연동할 경우 스마트폰 없이도 저장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점은 편리하다.
필자가 스마트워치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IoT(사물인터넷)다. IoT는 애플워치7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기에 필자 역시 사용해보지는 못했지만 금전적 여유가 있었다면 애플워치7을 다양한 IoT 컨트롤러로 사용했을 것이다.
만약 본인이 애플TV를 사용한다면 애플워치7을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추가로 애플 홈킷과 연동한다면 조명 제어, 가전 제어 등 다양한 IoT를 제어할 수 있어 굉장히 편리하다. 예를 들어 외출할 때 자동으로 조명 제어, 집에 도착하기 10분 전 자동으로 온도 제어 기능이 있다.
애플워치7, 좋은 건 맞지만 이 돈 주고는 안 산다
애플워치7을 한달여간 써보니 있으니 좋은데 없어도 괜찮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인에게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 있다. 애플워치7은 부지런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스마트기기라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수면 패턴을 체크하고, 업무상 연락이 잦아 항시 스마트폰을 휴대해야하고, 퇴근 후 매일같이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애플워치7을 비롯한 스마트워치는 삶에 값어치 그 이상의 가치로 다가올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은 굳이 스마트워치가 필요할까란 생각이 든다. 심지어 필자는 휴대폰 스트랩을 2년 가까이 사용하는 중이다. 목에 거는 형태의 줄로 연결된 휴대폰 케이스를 이용하고 있다보니 스마트폰을 항시 휴대한다. 그렇기에 스마트워치의 효용성이 반감된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애플워치7을 사용해보니 삶의 볼륨이 늘어난 건 확실하다. 상기한 내용처럼 삶의 서브 퀘스트를 구매한 느낌이랄까. 마치 DLC를 구매해서 새롭게 플레이하는 기분이다. 게임 속 캐릭터가 퀘스트를 깨며 레벨업을 하듯, 애플워치7은 계속해 동기를 부여하며 건강한 삶을 권장하니 말이다. 주변 지인들 역시 애플워치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효용이 큰 지인은 역시나 운동을 즐겨하는 지인이다.
애플워치7을 사용해보니 결국에 스마트워치는 다른 스마트기기와 마찬가지로 우리 삶 일부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인간은 편리함을 원하고, 스마트워치는 우리에게 더욱 편리한 삶을 제공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50만원을 주며 사고 싶지는 않다. 하물며 갤럭시워치4는 20만원 대에도 구매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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