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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과 탐구와 장인 정신의 승리 Manger Audio P2

2022.01.05. 13: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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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레인지의 경계선에서

망거(Manger)라는 회사를 떠올리면 일단 풀레인지 드라이버가 떠오른다. 그런데 흔히 보는 진동판과는 좀 다르다. 별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반 멤브레인과도 다른 구조다. 그리고 완전한 풀레인지 타입이라고 하기엔 뭐 하다.

일단 풀레인지라고 하면, 전대역을 하나의 드라이버로 커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망거도 해당이 되기는 한다. 따라서 이 방식의 장점을 긍정적으로 흡수한 것도 사실이다.

만일 정말 투명하고, 베일을 몇 겹 벗긴 듯한 순수한 음을 추구한다고 하면, 약간 저역의 불만에 대한 부분을 감수하고 풀레인지 드라이버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네트워크가 일절 개재하지 않은 투명하고, 자연스런 음. 이런 해방감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덕분에 풀레인지엔 별명이 하나 붙는다. 라스트 스피커(Last Speaker). 산전 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한 다음에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인 것이다.

실제로 포스텍스, 데이톤, 비사톤 등은 꾸준히 판매되고 있고, 최근에 런칭된 큐브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나 또한 큐브를 무척 좋아한다. 따로 드라이버만 구해서 인클로저를 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와중에 등장한 망거 역시 비슷한 계열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위의 브랜드들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과 완성도를 갖고 있다. 풀레인지면서 풀레인지가 아니면서 결국 풀레인지인 망거. 대체 어떤 사연이 있단 말인가?


요셉 망거의 발명품

망거의 창업자 요셉 망거(Josef Manger)

여기서 망거라는 브랜드명은, 실은 창업자인 요셉 망거(Josef Manger)에서 따왔음을 일단 짚고 넘어가자. 다소 브랜드명이 생뚱맞은 이유는 여기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이 분은 1929년에 출생해서 2016년에 타계했다. 비교적 최근에 사망한 분으로, 우리 나이로 88세까지 살았던 것이다. 천수를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는 과학자이자 발명가로, 처음 드라이버에 관심을 가진 시기가 저 멀리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틀즈가 <화이트 앨범>을 낼 무렵이니 정말 오래전이다.

망거의 현 CEO 다니엘라 망거(Daniela Manger)

그때부터 죽을 때까지, 무려 50여 년 가까이 스피커 제조에 몰두했다. 심지어 현 CEO이자 엔지니어이며 또한 따님인 다니엘라 망거(Daniela Manger) 씨로 말하면,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한 만큼, 올해로 무려 30년의 근속을 자랑한다. 즉, 2대에 걸쳐 스피커 제조, 특히 망거 유닛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연구와 개량을 시행해왔으니, 이 부분에서 정말 높은 평가를 할 만하다.

사실 요셉으로 말하면, 호주로 이민을 가서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68년에 가업을 잇기 위해 독일로 돌아오면서, 망거의 역사가 시작한 것이다. 만일 가업 문제가 아니었으면, 망거 스피커 역시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독일의 가업을 잇는 태도라던가 지독한 장인 정신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다.


PA를 배경으로 삼아

사실 대부분의 풀레인지 드라이버들은 가정용이다. PA 쪽에 런칭되는 제품은 극히 드물다. 특히, 악기와 연결해서 증폭되는, 이른바 기타 앰프나 공연용 장비로 쓰이는 경우는 없다. 오로지 예외가 망거라 하겠다.

1968년에 요셉이 꿈꿨던 스피커는 가정용이 아니었다. 당시 록의 황금기였고, 공연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중이었다. 마샬, 펜더, 클립시 등에서 PA용 장비를 활발하게 생산할 무렵이었다. 바로 이 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쪽 분야에서 요셉이 일한 전력도 있다. 현장에서 직접 음을 듣고, 연구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악기 자체의 음이 장비용 스피커를 통하면 완전히 왜곡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면밀히 조사해 보니, 스피커 자체의 대역도 좁고, 시간 축의 불일치도 문제가 되었다.

결국 새로운 소재와 구조를 찾는 것이 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통상의 스피커는 피스톤 운동을 통해 움직이는 바, 여기서 댐핑이 문제가 된다. 특히, 저역은 한번 울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 만든 것은 우퍼였다. 그 퍼포먼스가 탁월했다.

W02 진동판

이후 W01, W02 등을 개발하면서 여러 특허를 취득하기에 이른다. 특히, W02는 세 개의 레이어로 샌드위치한 진동판이 선을 보였고, 고역이 무려 30KHz까지 뻗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 덕분에 요셉은 1982년에 독일 발명가 협회에서 주는 실버 메달을 받기도 했다. 참, 대단한 쾌거라 하겠다.

2010년에 제작한 마이크로폰(왼쪽)과 2011년에 발표한 액티브 스피커 MSMs1(오른쪽)

한편 다니엘라가 가입하면서 회사의 규모도 커지고, 다양한 기술적 성과도 확보하게 된다. 특히, 2010년대엔 마이크로폰도 제작하기에 이르고, 액티브 스피커도 만드는가 하면, 최근에는 P2라는 새로운 플래그십의 발매까지 이어졌다. 그 전 과정을 다 설명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터이니, 간단하게 P2를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스타 탄생(A Star Is Born)

망거 스피커의 별명은 스타 탄생이다. 이것은 헐리웃의 영화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무려 세 번이나 영화화된 바가 있다. 처음 만든 영화엔 자넷 게이너가 출연했고, 이후 바브라 스트라이잰드, 레이디 가가 등이 각각 주연을 맡았다. 그 여주인공의 리스트에 다이넬라 망거를 넣어도 무방할 것 같다.

한편 이런 별명이 붙은 이유는, 망거 유닛이 갖고 있는 독특한 모양 때문이다. 말 그대로 별 모양이다. 물론 5각형은 아니고, 그보다 더 많기는 하지만.

그럼 왜 이런 형상이 만들어졌을까? 기본적으로 피스톤 운동을 하는 콘지의 스피커를 대체하기 위해 소재는 특수한 물질을 샌드위치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셀룰로이즈 소재의 레이어가 중심이며, 그 앞뒤로 카본 파이버를 덮은 가운데, 특수한 물질로 만든 폼(foam)을 덧붙이는 방식인 것이다.

이 경우 이너 댐핑이 좋아진다. 분할 진동도 당연히 억제된다. 고역의 방사각과 주파수 대역도 넓어진다. 여러모로 이상적인 형태의 진동판을 완성한 것이다.

사실 망거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진동판은 특별한 습성을 갖고 있다. 고역은 대략 센터 쪽으로 모아지는 가운데, 저역은 외곽으로 빠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모색이 이뤄진 가운데 별 모양으로 마무리된 드라이버가 나온 것이다.

MST(Manger Sound Transducer)

이것을 동사는 MST(Manger Sound Transducer)라고 부른다. 스피커의 궁극적인 형태가 바르 트랜스듀서다. 일체 컬러링이나 왜곡이나 간섭이 없이, 오로지 소스에 담긴 음을 그대로 전송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 MST의 담당 주파수 대역은 80Hz~40KHz. 약간 저역이 모자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LS3/5a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음악은 커버하고 있다. 따라서 이 MST만 사용한 북셀프 스피커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저역을 보강하기 위해 별도의 우퍼를 더한 것이 바로 P2인 것이다. 풀레인지 형태로도 쓸 수 있고 또 우퍼를 더한 포름으로 만들기도 한 것이다.

아무튼 MST의 별 모양은 단순한 코스메틱이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연구와 집념의 산물인 것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면 보다 쉽게 P2의 컨셉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P2의 스펙에 대하여

사실 P1의 후속기인 P2는 플래그십 모델답지 않게 그리 크지 않다. 우리네 주거 환경에 어울릴 수 있는 톨보이 형태라 보면 된다. 그러나 투입된 기술력은 만만치 않다.

일단 상단에 MST가 위치한 가운데, 밑에 우퍼가 더해지고 있다. 우퍼는 알루미늄 재질로 진동판을 만들었고, 하모닉 디스토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빙 코일 메커니즘을 덧붙였다. 반응이 빠르고, 일체 분할 진동이 없으며, 음색 면에서도 MST와 위화감이 없다. 처음에 요셉이 개발한 것이 우퍼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오랜 기간에 걸쳐 개량되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한편 인클로저 역시 특별하다. 손으로 두드려보면 정말 단단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프론트의 경우 무려 38mm나 나갈 정도로 두꺼운 알루미늄이 투입되었다. 최신의 스피커 트렌드는 단연코 알루미늄 인클로저다. 매지코, YG 어쿠스틱스, 피에가, 골드문트 등이 그렇고, 바워스 앤 윌킨스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본 기는 완전히 솔리드 베이스 컨스트럭션으로 만들었다. 여러 개의 판을 접합한 게 아니라, 하나의 형태로 뽑아낸 것이다. 일체 이음새를 찾을 수 없는 데다가, 모서리 부분은 교묘하게 라운드 처리해서 음향적인 배려도 잘 했지만, 정말로 보는 맛이 각별하다. 독일의 장인 정신이 얼마나 특별한지 충분히 알게 해준다.

본 기의 담당 주파수 대역은 30Hz~40KHz다. 정말 광대역이다. 여기서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340Hz. 원래 MST가 밑으로 80Hz까지도 가능하지만, 우퍼의 활동 범위를 넓혀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다.

감도는 8오옴에 89dB. 소출력과 대출력에 두루두루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게는 약 32Kg. 사이즈 대비 꽤 무겁다. 당연하지 않은가?


본격적인 시청

이번 시청에 투입한 앰프는 비투스의 RI 101 인티 앰프다. 8오옴에 300W를 내는 괴물이다. 사실 좀 과할 정도의 매칭이다. 그러나 본 기의 가능성을 풍부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또 가격적인 밸런스도 어느 정도 맞는다는 점에서 선정했다.

소스기는 브라이스턴의 BDA 3.14를 이용해서 타이달을 들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사라사테 ⟨치고이네르바이젠⟩ 안네 조피 무터(바이올린)
  • 오스카 피터슨 ⟨You Look Good to Me⟩
  • 에바 캐시디 ⟨Fields of Gold⟩
  • 에이미 와인하우스 ⟨Back to Black⟩

Anne-Sophie Mutter - Zigeunerweisen, Op.20 
Carmen-Fantasie

우선 사라사테부터.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라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그 뒤로 이어지는 마성의 바이올린. 약간 비올라 톤이 묻어있는, 무터 특유의 음색이 완전히 공간을 움켜쥐고 있다.

정말 다양한 기교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때로는 뜯고, 때로는 더블 스토핑 하며 종횡무진 공간을 가로지른다. 절로 탄성이 나온다. 그냥 예쁘게만 표현하지 않고, 악기가 가진 개성과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낸다.

Oscar Peterson Trio - You Look Good to Me
We Get Requests

오스카 피터슨은 초반에 오른 채널에서 더블 베이스의 현을 긁어서 내는 깊숙한 저역이 포인트다. 이 부분이 제대로 포착되고 있다. 이어서 손가락으로 튕기며 질주할 때 정말 라인이 분명하다.

영롱하고 명랑한 피아노 터치에 수려한 브러쉬 웍까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중간중간 가미되는 킥 드럼의 어택이 명료하고, 스틱으로 몰아치는 심벌즈 레카토는 가히 눈이 부신다. 음성 정보가 차고 넘친다. 음에 담긴 기백과 에너지도 전혀 훼손이 없다. 피가 통하는 재생음에 그만 아연실색하고 만다.

Eva Cassidy - Fields of Gold
Songbird

이어서 에바를 들으면, 어쿠스틱 기타 하나를 배경으로 표현되는 보컬의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묘사가 탁월하다. 정말 베일을 몇 겹 벗긴 듯한 음이다.

숨을 내쉬고, 침을 삼키는 등 다양한 부대음이 믹스되어 놀라운 사실주의를 펼쳐 보인다. 거기에 자연스런 잔향이 엮여서 녹음된 공간의 분위기까지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소름이 돋는 디테일 묘사는 정말 특필할 만하다.

Amy Winehouse - Back To Black
Back To Black

마지막으로 와인하우스. 정말로 좋아한 뮤지션인데, 아깝게도 요절했다. 그 간절함과 허망함이 노래에 담겨 있다. 무척 웅장한 반주를 배경으로 악마성이 짙은 톤으로 노래한다.

여기에서 저 멀리 50년대 골든 에이지의 노스탤지어도 보이고, 약간 펑키하고 기괴한, 모던한 감수성도 보인다. 보컬의 개성이 충분히 살아 있어서, 그녀를 잘 모르는 분이 들어도 바로 빠져들 수 있는 내용이다. 계속 다른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스피커임은 분명하다. 왜 라스트 스피커인지 여기서 충분히 확인이 된다.


결론

소스에 담긴 음원을 스피커를 통해 듣는다고 하면, 통상 여러 과정을 거친다. 소스에 담긴 정보를 읽어야 하고, 필요하면 아날로그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프리단을 거쳐 파워단에서 증폭이 이뤄진다. 그것이 긴 코일을 타고 흘러서 최종적으로 마그넷 시스템을 움직이면 진동판이 떨리면서 음이 나온다. 정말 길고 긴 여로다.

그런데 본 기를 들으면 그 여정 대부분이 생략되어, 거의 실시간으로 소스가 음으로 변화한 듯한 느낌을 준다. 중간에 뭔가 개재하는 것이 없는 듯 여겨지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풀레인지가 가진 강점이다. 여기에 적절하게 우퍼를 더해 빼어난 저역 리스폰스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정말 귀중한 존재라 하겠다.

무려 2대에 걸친 집념과 5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이룩한 완성도. 여기에 지독한 독일의 장인 정신까지 가미되었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꼭 시청하길 권한다.

이 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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