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는 성능과 안전이다. 요즘 자동차는 갖춰야 할 기본기가 더 많아졌다. 수치로 평가했던 성능에 환경 평가가 더해졌고 철판이나 뼈대 강성, 에어백이 몇 개인지로 평가했던 안전도 첨단화한 디지털 안전 시스템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전기차는 몇 km를 달릴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본기다.
스웨덴 폴스타(Polestar)가 만든 100% 순수 전기차 폴스타 2가 상륙했다. 경쟁차로 국산 전기차 얘기를 많이 하지만 브랜드 분류상 테슬라 모델 3가 더 적절한 맞수로 보이는 프리미엄 고성능 전기차다. 눈 내리는 궂은 날씨에 시승 거리가 매우 짧고 시간도 제한적이어서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지만 모델 3는 적수가 되지 않을 듯하다.
반론이 있겠지만 완성도 차이가 우선은 크다. 황당한 품질 문제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모델 3와 다르게 폴스타 2는 외관과 실내 구성, 조립 품질이 월등했다. 폭스바겐 계열과 볼보 디자이너 출신 토마스 잉겐란트(Thomas Ingenlath)를 CEO로 영입하는 파격으로 출발한 효과로 보인다.
잉게란트 CEO는 폴스타 2를 자동차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폴스타는 그래서 튀지 못해 안달이 난 요즘 전기차와 다르게 모나지 않은 '미니멀'한 디자인을 강조한다. 누가 봐도 어디에 있어도 100년 넘게 우리 눈에 익숙해진 자동차로 들어온다. 그러면서도 특별한 것들을 감춰놨다. 외관에서는 각각 84개나 되는 LED가 사용된 픽셀 LED 헤드라이트가 대표적이다.
볼보 토르의 망치와 다르지 않게 슬림한 헤드라이트는 상시 하이빔을 적용하고도 대항 또는 선행 차량이 있으면 시야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해당 차량에만 피해가 가지 않게 빛을 조절한다. 코너링에서 자동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안개등, 프레임 리스 사이드미러, 측면 개방감을 극대화한 2열 도어, 내연기관차와 위치, 형태가 다르지 않은 충전 포트 플랩도 자동차다운 것들이다.
자동차에 익숙한 것들은 실내도 다르지 않다. 폴스타 앰블럼이 박힌 스티어링 휠, 볼보 크리스털 못지않게 독특한 기어 노브가 그렇고 오디오 컨트롤 다이얼과 비상등, 창문 습기를 제거하는 버튼만 자리 잡은 콘솔부는 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간결하다. 콘솔부에서 뒷좌석으로 연결되는 암레스트, 인스트루먼트 패널, 도어 안쪽 소재가 주는 감촉도 매우 독특하다.
환경을 유난스럽게 생각한 폴스타 2는 요새 차가 덕지덕지 사용하는 크롬을 배제하고 리사이클링 소재를 대거 사용했다. 앰블럼을 외장색에 맞추고 인스트루먼트를 마감한 소재 패턴이 낯설고 감촉이 다른 이유다.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11.5인치)와 디지털 클러스터에는 많은 정보가 담긴다. 속도와 배터리 정보 그리고 미러링 된 내비게이션이 담기는데 시인성이 꽤 뛰어나다.
폴스타 2 완성도를 강조했지만 이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 안드로이드 OS와 TMAP을 기반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익숙한 지도나 놀랄 정도로 말귀를 잘 알아듣고 명령을 수행하는 '아리아'도 인상적이다. 목적지를 정하면 필요한 배터리 잔량, 부족하다면 어디서 추가 충전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충전소 정보를 깨알같이 보여준다.
모바일 앱으로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디지털 키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페어링한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폴스타 2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도어 잠금이 해제되고 운전석 시트 센서에 앉으면 'ON'이 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OTA(Over-The Air)로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폴스타 2를 활성화하고 D 변속을 하면 잠겨있던 스티어링휠이 해제된다. 안전과 타협하지 않는 볼보 DNA다. 폴스타 2는 전체 부품 특히 전기 동력계와 안전 시스템 55%를 공유한다. 전기차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폴스타 2도 온 상태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 조명만 켜질 뿐, 감각으로 시동이 걸려있다는 것을 알아채기 힘들다.
스티어링 휠 조향력 그리고 회생 제동 강도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게 한 것이 이채롭다. 취향이나 주행 조건에 따라 조향력을 설정하면 박진감이 더해지고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회생 제동 강도를 조절하면 운전 피로나 주행 거리 연장 또는 승차감에 차이를 둘 수 있다. 이걸 세세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놨다.
폴스타 2 바닥에는 27개 모듈, 324개 파우치셀 78kWh 용량 배터리가 깔려있다. 시승차는 롱 레인지 듀얼 모터로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 417km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를 갖췄다. 폴스타는 효율적인 배터리 배치와 주변 강성 증대로 무게 중심을 낮추고 35% 이상 비틀림 강성 증가, 실내 소음 감소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했다.
단단한 허벅지 근육처럼 하체가 견고해지면서 움직임에 무게가 실린다. 경박하지 않게 적당한 중량감이 속도 상승에 맞춰 실리기 때문에 전기차 특유의 빠른 가속, 그리고 거칠게 다루는 코너링도 불안하지가 않다. 따라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즐거움이 고성능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다는 점, 폴스타 2가 가진 최대 강점이다.
<총평> 가격도 알맞다. 폴스타 코리아는 싱글 모터 기준 기본 가격으로 책정한 5490만 원이 폴스타가 진출한 전 세계 19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고 한다. 미국에서 더 저렴한 버전이 있기는 하지만 선택 품목으로 운영하는 외장컬러가 한국에서 모두 기본 제공된다는 점, 그리고 패키지 비용이 낮아 구동계와 트림에 따라 최대 250만 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폴스타 2 사전 계약 대수가 첫날 2시간 만에 2000대를 돌파한 것도 놀랍지 않다. 지금은 전기차를 트렌디한 제품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화려한 포장으로 쓴맛을 감춘 제품은 완성도와 기본기를 갖춘 전기차에 자연스럽게 밀려나게 될 전망이고 따라서 폴스타와 같이 자동차다운 것들은 더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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