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여,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인내를 주십시오. 그리고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라인홀드 니부어가 남긴 ‘평온을 비는 기도’다. 해당 기도문은 강점 강화와 약점 개선 중 어느 쪽이 중요한 지에 대한 힌트를 남긴다. 제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재화가 한정됐다면, 눈에 띄는 건 장점 강화다. 약점을 보완하면 평균에 가까워지지만, 장점을 강화하면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이미 남들과 차별화될 정도의 성능이 있다면, 약점을 보완하는 게 낫다.
기가바이트의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 어로스는 어떨까? 어로스는 사실 장점 강화가 한계치에 달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기에, 장점 강화보다는 약점 개선이 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기반 어로스 15의 단점은 뭐였을까? 성능? 좋다. 디자인? 멋있다. 사실 진정한 단점은 카메라 위치였다. 어로스 15는 디스플레이 베젤이 매우 얇았다. 이게 보기에는 좋은데, 카메라를 넣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줄였다. 결국 기가바이트는 카메라를 디스플레이 하단 힌지 부분으로 보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려면 화면을 내려다봐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가바이트가 이 점을 개선했다. 베젤이 얇은데, 카메라가 위에 있다. 이걸 어떻게 했지? 아무튼 단점이 없어진 기가바이트 게이밍 노트북은 강력하다. 그런데 단점만 없앤 게 아니라,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RTX 3070 Ti로 성능도 크게 끌어올렸다. 즉 약점도 개선하고 장점도 강화했다. 그렇기에 이번 인텔 12세대 기반 어로스 시리즈는 실질적으로 초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이라 볼 수 있다.
전량 대만에서 생산된 게이밍 노트북 어로스 15 XE4
메이드 인 타이완. 전자제품으로 두고 보자면 신뢰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대만제 전자제품은 저비용 저품질 방식으로 생산되는 방식과는 달리 고품질로 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마감 처리가 뛰어나며 불량률도 현저히 적다.
그렇기에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이 대만제라면 제품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인데 저품질이라 마감 상태가 좋지 않고 불량률도 높다면? 해당 브랜드는 사실상 하이엔드 브랜드로 취급할 수 없다.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에는 소비자의 신뢰도와 더불어 제조사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GIGABYTE AORUS 15 XE4(기가바이트 어로스 15 XE4, 이하 어로스 15 XE4)는 전량 대만에서 만들어진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이다. 12세대 인텔 코어 i7-12700H 프로세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Ti Laptop GPU 8GB GDDR6, DDR4 16GB 3200MHz, PCIe 4.0 1TB NVMe SSD를 탑재했다. 15.6인치 화면에 2560x1440 QHD 해상도 및 165Hz 주사율, 밝기 300nits 및 색재현율 sRGB 100%, 3mm 베젤, 슬림형 바디, Per Key RGB 키보드를 지원한다. 완성도 높은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이다.
인텔 코어 i7-12700H는 12세대 엘더레이크 제품군이다. P코어 6개(고성능 코어), E코어 8개(전력 효율 코어)로 총 14코어 20스레드에 스마트 캐시 24MB를 갖췄다.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 고성능이 필요할 때는 P코어, 저전력 프로세서로 배터리 시간을 연장하고 싶을 때는 E코어가 나서는 방식이다. 덕분에 전력 효율성이 높다. 성능도 지난 세대 기준으로 데스크톱 코어 프로세서마저 시원하게 넘어설 정도다.
지포스 RTX 3070 Ti 랩톱 GPU는 GDDR6 8GB 메모리를 갖췄다(기존 RTX 3070 랩톱 GPU와 동일). 단, 쿠다코어가 차이난다. RTX 3070 Ti 랩톱 GPU는 쿠다코어 5,888개다. RTX 3080 랩톱 GPU가 6,144개, RTX 3070 랩톱 GPU가 5,120개다. 즉 RTX 3080 랩톱 GPU > RTX 3070 Ti 랩톱 GPU > RTX 3070 랩톱 GPU 정도로 볼 수 있다. RTX 3070 Ti는 둘 중에서는 RTX 3080 랩톱 GPU에 가깝다.
전력은 어떨까? 어로스 15 XE4에 탑재된 RTX 3070 Ti는 베이스 클럭 1485MHz에 최대 130W로 동작한다. 130W면 기가바이트 제품군 중에서는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제원
CPU : 인텔 코어 i7-12700H
그래픽 :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Ti Laptop GPU GDDR6 8GB(130W 맥시멈 그래픽 파워)
디스플레이 : 15.6형 QHD (2560x1440) 디스플레이, 165Hz, IPS 타입 패널, 300Nits
메모리 : DDR4 3200MHz 16GB(8GB 2슬롯/최대 64GB 인식 가능)
저장장치 : NVMe PCIe 4.0 1TB SSD 1개 탑재(M.2)
웹캠 : 1.3메가픽셀, IR센서
키보드 : Per Key RGB 키보드 16.7M 컬러(안티 고스팅, N키 롤오버, 매크로 키 펑션)
오디오 : DTS:X 울트라 오디오 기술, 스테레오 스피커(2W x2), 듀얼 마이크
배터리 : 리튬 폴리머 99Wh
크기 : 360x244x24mm
무게 : 2.4kg
네트워크 : RTL8125-BG(2.5G) 이더넷, 인텔 Wi-Fi 6E AX210, 블루투스 5.2
포트 : HDMI 2.1, USB 3.2 Gen1(Type-C with DP), 오디오 잭, USB 3.2 Gen1(Type-A), DC input, 썬더볼트 4, RJ45
QHD 165Hz IPS 광시야각 디스플레이와 3mm 베젤과 정면으로 돌아간 카메라
‘게이밍 노트북’하면 굉장히 화려하면서 야외에서 사용하기 부끄러운 디자인을 쉽게 떠올린다. 그런데 어로스 15 XE4는 딱히 그렇진 않다. “저 게이밍 노트북입니다” 라고 주장하듯 엄청난 두께, 비행기가 떠오르는 듯한 소음, 두꺼운 베젤 이런 걸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두께 24mm에 베젤 3mm로 성능을 생각하면 얇고 미려하다. 그러면서도 경주용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라 심심하진 않다.
농담삼아 “해당 게이밍 노트북으로 카페 출입 가능?”이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어로스 15 XE4는 외형만 놓고 보면 무난하게 출입할 수 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엄청나게 화려한 RGB 키보드 정도가 걸리는데, 이것도 단색(화이트)로 만들거나 아예 꺼서 얌전하게 만들 수 있다. 완벽한 해결책이 준비된 셈이다.
노트북 외관은 무광이라 지문이 잘 묻지 않는다. 힌지는 당연히 튼튼하다. 가장 중요한 건 카메라 위치가 디스플레이 상단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상단으로 카메라가 있는데, 카메라가 아주 작다. 그렇기에 얇은 베젤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점은 어로스 15 XE4가 굉장히 잘 했다.
▲ 카메라가 있는데도 초슬림 베젤을 유지한다.
포트는 양 쪽 측면부에 있다. HDMI 2.1, USB 3.2 Gen1(Type-C with DP), 오디오 잭, USB 3.2 Gen1(Type-A), DC input, 썬더볼트 4, RJ45. USB Type-A 포트가 하나이긴 한데, 최근 대세가 Type-C 포트기에 실사용 시 크게 불편할 건 없다. 그리고 썬더볼트 4 포트가 있어 여차하면 허브 정도만 달아도 불편할 일이 아예 없다. 디스플레이 출력은 해당 포트를 사용해 최대 3개에 출력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15.6인치 QHD 165Hz에 IPS 패널이다. 시야각이 넓고 색재현율도 넓다. sRGB 100%로 물 빠진 색감 걱정 없이 색을 구현해냈다. 웹디자인 용도로는 부족함이 없다. 베젤 두께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3mm로 아주 얇은 편이다. 화면에 몰입하기 좋다. 밝기는 300nits다.
Per Key RGB 키보드와 25% 더 넓어진 터치패드 및 기가바이트 프리미엄 메인보드 디자인
키보드는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의 상징인 Per Key RGB 백라이트(1,677만)다. 각 키마다 RGB 설정이 가능해 굉장히 화려하다. 추가로 기가바이트는 키보드 광량이 아주 높은 편이다. 굳이 불을 끄지 않고도 밝은 곳에서도 RGB 효과를 감상할 수 있다. RGB가 키캡을 제대로 투과한다. 이외에도 매크로키 기능이 탑재됐다.
우측 시프트 크기는 약간 줄었고 방향키 크기는 정사이즈다. 키 트레블은 적당하다. 너무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다. 게이밍 키보드의 기본이라 볼 수 있는 안티고스팅, N키 롤오버는 당연히 지원한다. 터치패드는 25% 더 넓어졌다.
쿨링 솔루션은 어떨까? 어로스 15 XE4는 윈드포스 인피니티 쿨링 솔루션이 탑재됐다. 83개 블레이드가 달린 팬 2개와 커다란 히트파이프 5개가 시스템 온도를 제어한다. 기가바이트 컨트롤 센터에서 게이밍 모드 정도만 설정해 줘도 게임을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만약 모든 성능을 끌어내고 싶다면 터보 모드를 설정해 주자. 소음은 크게 올라가긴 하지만, 어로스 15 XE4의 모든 성능을 끌어낸다. 데스크톱 프로세서 기준으로 코어 i9-10900K도 압도하는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통풍구는 후면,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네트워크는 Wi-Fi 6E를 지원해 무선으로도 빠른 반응속도가 중요한 게임도 할 수 있다. 이외에 오디오는 DTS 사운드 언바운드가 탑재됐다. 카메라로는 윈도우 헬로 얼굴 인식 로그인이 가능하다. 배터리는 99Whr로 아주 크다. 어댑터 용량은 240W다. 유선랜은 2.5GHz가 지원된다. 메모리는 DDR4 3200MHz다. DDR5 시스템과 체감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 저장장치는 NVMe 1TB로 부족하지 않다.
▲ 밝기 50에 배터리 절약 모드에서 남은 시간을 측정했다. 6시간 27분으로 확인된다.
기가바이트 컨트롤 센터
성능은 어떨까
어로스 15 XE4는 인텔 코어 i7-12700H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Ti 랩톱 GPU(최대 130W), DDR4 16GB 3200MHz(8GB x2) 메모리를 탑재했다. 해당 노트북의 테스트는 기가바이트 컨트롤 센터를 통해 터보 모드로 변경한 뒤 진행했다.
온도
블렌더 벤치마크 구동 시에는 CPU에 풀로드가 걸린다. 이때 CPU 패키지 온도는 최대 86도를 기록한 뒤 평균 61도에서 안정화된다. 올코어 클럭은 P코어 3.8GHz, E코어 3.1GHz로 시작해 P코어 3.2GHz, E코어 2.6GHz 정도로 유지된다.
이어 둠 이터널 구동 시 노트북 온도를 측정했다.
▲ 둠 이터널 구동 후 15분이 지난 상황이다. 키보드 상단부는 최대 43.2도, 노트북 후면부는 최대 49.1도로 확인된다. 팜레스트는 열이 올라오지 않아 게임 시 별 지장은 없다.
CPU-Z
▲ 코어 i7-12700H. 14코어 20스레드, L3 캐시 24MB, TDP 45W 프로세서다.
▲ 싱글 스레드는 749.1점, 멀티 스레드는 8019.6점이다. 코어 i9-10900K보다 한참 높다. 싱글 스레드는 동급 게이밍 노트북보다도 더 높다.
블렌더 벤치마크
블렌더 벤치마크가 3.0.1로 업그레이드돼 이전 제품군과 대조를 할 수 없게 됐다. 일단 주어진 결과로 확인해 보자.
▲ 블렌더 벤치마크 CPU 진행 결과.
▲ 블렌더 벤치마크 GPU 진행 결과. 분당 샘플 수가 CPU보다 크게 상승했다. GPU를 사용한 작업에도 적합하다.
3DMARK
▲ 3DMARK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 그래픽 스코어는 28,191점으로 측정된다. RTX 3080 랩톱 GPU(최대 155W 노트북)보다 조금 낮은 정도다.
▲ 3DMARK 타임 스파이 테스트. 그래픽 스코어는 10,853점이다. 이 또한 RTX 3080 랩톱 GPU(최대 155W 노트북)보다 조금 낮은 정도다.
게임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둠 이터널, 포르자 호라이즌 5를 통해 성능을 확인해 봤다. Fraps(DX11)와 엔비디아 Frameview 프로그램(DX12)을 통해 프레임을 측정했다.
오버워치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DLSS 성능)
▲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QHD 최상 옵션 평균 94프레임.
▲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QHD 최상 옵션에 ‘DLSS 울트라 퍼포먼스’ 활성화 평균 127프레임.
둠 이터널(DLSS 성능)
▲ DLSS 적용 시 성능이 극적으로 상승한다.
포르자 호라이즌 5
▲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통해 포르자 호라이즌 5 벤치마크를 진행했다. 최신 게임을 즐기거나 테스트할 때는 AAA 게임이 많은 게임패스를 사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참고로 어로스 15 XE4 정도면 게임패스에 등록된 게임은 편하게 즐길 수 있다.
▲ FHD 최상 옵션에서는 평균 207프레임으로 확인된다. 60프레임 정도는 가볍게 달성한다. 이는 QHD도 마찬가지다.
11세대 인텔 프로세서 탑재 게이밍 노트북과는 격이 다르다
어로스 15 XE4는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다운 성능을 보여줬다. 어지간한 데스크톱 게이밍 시스템 정도는 압도하는 성능을 갖췄고, 기가바이트답게 발열 처리도 잘 되는 편이었다. 굳이 터보 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게이밍 모드로도 게임 시 프레임을 뽑아내는 것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게임은 AAA 게임도 고사양 덕분에 쾌적하게 즐길 수 있고, 고해상도에서도 DLSS를 적용해 평균 프레임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추가로 카메라 위치를 수정한 것도 긍정적이다. 완성도 높은 게이밍 노트북이 필요하다면 어로스 15 XE4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김희철 기자/poodle@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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