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를 추구하는 헤드폰 시장에서 플래그쉽의 가치를 인정 받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오디지는 평판형 다이어프램 계열에선 중국의 하이파이맨과 함께 상당한 팬 층을 보유한 것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오디지는 평판형 헤드폰의 장점을 극대화 하며 초기 부터 4세대 모델까지 상공가도를 달려 왔다. 헤드폰 뿐만 아니라 이어폰 시장에도 도전 했고 게이밍과 멀티미디어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모비우스 같은 제품이 크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런 오디지가 그들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선보여 온 플래그쉽 모델을 지난해 말 교체했다. 더 나은 기술을 적용하고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플래그쉽 헤드폰, LCD-5가 바로 그 제품이다.
오늘은 지난해 말 정식으로 소개되어 셰에라자드를 통해 국내 시장에도 공급되고 있는 플래그쉽 최신 모델, LCD-5를 지금부터 소개해 볼까 한다.
■ 헤드파이의 정점, 오디지 LCD-5
수백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헤드폰을 인정 받는 몇 안되는 브랜드가 오디지다. 오디지의 LCD 계열 중에서도 플래그쉽 라인업은 평판형 다이어프램의 장점은 뛰어난 해상력은 기본이고 파워풀한 타격감과 넓은 스테이징, 매우 투명한 사운드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 왔다.
그 만큼 비싼 가격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되었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소리라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없었다. 물론, 모델 성향이나 개인 취향에 따른 호불호는 어쩔 수 없기에 중고 장터에 가끔 매물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는데 워낙 인기 있는 브랜드라 금방 거래가 성사되곤 한다.
오늘 소개하는 오디지의 LCD-5는 이전 세대인 LCD-4의 후속 모델로, 전작의 단점을 개선하며 몇 가지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일단, LCD-5에 적용된 가장 큰 변화는 드라이버의 변경이다. 그 중에서도 크기 변화는 무게 감소로 이어지는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한데 기존까지 사용된 106mm 대신 90mm 드라이버가 사용됐다.
드라이버 구조도 기존까지 사용한 Uniforce 보이스 코일 대신 새롭게 개발한 Parallel Uniforce 보이스 코일을 적용했다. 이 구조는 0.5 마이크론 두께의 나노 스케일 다이어프램에 병렬 회로로 구성된 보이스 코일을 적용했다는 것인데 이 구조를 사용하면 전체 코일에 흐르는 전류 밀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균일한 힘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200옴이나 했던 임피던스가 14옴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어패드 구조도 변경됐다. 이전까지는 대다수 헤드폰 처럼 이어패드가 평평한 면을 가지게 설계 됐지만 LCD-5는 이어패드 안쪽을 사선으로 설계했다. 이 구조는 드라이버와 귀 사이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공명과 반사 현상을 억제하면서 최적의 청취 위치로 쉽게 착용할 수 있고 밀착이 더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
피부와 닿는 면적도 최소화 되기 때문에 땀이나 여타 트러블 발생도 피할 수 있다. 이어패드 두께는 이전 모델들 처럼 전면과 후면을 다르게 설계해 특정 부위의 압박 강도만 높아지는 문제도 없게 했다.
■ 다이어트 성공, 착용감은 더 좋아진 오디지 LCD-5
앞서 소개한 변화를 통해 오디지 LCD-5는 더 가벼운 플래그쉽 헤드폰으로 탄생하게 됐다. 이전 모델 무게인 690g에서 40% 가까이 다이어트 한 420g이 오디지 LCD-5의 헤드폰 본체 무게다.
일반 헤드폰들이 200~300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420g이 그렇게 가볍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전 모델 무게나 다른 플래그쉽 상당수가 500g 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벼워진 건 사실이다. 특히, 무게가 500g 대인 하이파이맨 HE6SE V2와 600g대인 AMT 헤드폰 GL850을 사용 중인 필자 입장에선 420g은 신이 내린 선물 같은 무게다.
이 정도만 해도 최소 반나절은 착용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됐는데 실제도 대여섯 시간을 착용하고 있었고 목에 큰 부담도 없었다. 워낙 무거운 헤드폰으로 단련된 상태라 일반 사용자와는 느낌 차이가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런 플래그쉽 헤드폰을 사용해 봤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무게라고 생각한다.
오디지 LCD-5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착용감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오디지 만의 헤드밴드 구조가 정수리 압박 없는 착용감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가벼운 무게 덕분에 착용감이 더 좋아진 느낌이다.
물론, 처음 LCD-5를 착용하면 카본 밴드의 탄성 때문에 일정 시간 과한 압박감도 없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탄성이 줄고 압박감도 줄어든다. 대신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다시 압박감이 커질 수 있으니 헤드폰 스탠드는 좌우 유닛 사이 공간을 벌릴 수 있는 구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헤드 밴드의 길이 조절 구조 때문인지 LCD-5 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착용하면 좌우 유닛 방향이 살짝 틀어지는 문제가 있는데 착용 후 양손으로 좌우 유닛을 잡고 살짝 틀어주면 헤드밴드를 정위치에 놓을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영상이 오디지 유튜브 계정에도 올라왔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 오디지 LCD-5의 소리 특성
오디지 LCD-5의 소리는 한 마디로 정석이다.
모든 소리가 존재감을 잃지 않고 제 위치에 있으며 무엇 하나 튀는 소리 없이 높은 해상력을 경험할 수 있다. 보컬은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고 가장 편한 위치에서 거친 느낌 없이 윤기 있는 소리를 전달한다. 그 주위로 모든 악기가 착용자를 감싸듯이 배치되고 각각의 음은 정확한 레이어를 가진다. 거리감도 상당히 명확하다.
타격감이나 현의 울림도 상당히 좋다. 저음의 양감 자체가 많은 성향은 아니지만 빠르고 강한 타격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현의 울림도 공간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을 만큼 과하지 않다. 살짝 부족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이 부분은 취향 차이에 따라 평이 달라질 수 있다.
깊음 저음은 남 보컬의 장점이라 이 부분에 좀 아쉬움은 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소리와 장르를 만족하는 완벽한 헤드폰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 이 정도면 충분히 올라운더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넓은 무대감이나 스테이징에 특화된 사운드와는 차이가 있어 이런 성향을 추구하는 헤드파이 쪽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참고로, 사용한 음원은 유튜브와 타이달을 주로 사용했다.
■ DAC/AMP 매칭은 어떤 조합이 좋을까?
필자는 오디지 LCD-5를 BMC PureDAC MK2와 뮤지션 페가수스 R2R DAC + Sinxger SA-1 헤드폰 앰프, SMSL M500 DAC에 매칭해 봤다. 이 중에서 가장 좋았던 조합은 자체 헤드폰 앰프에 연결 했던 BMC PureDAC MK2 였고 뮤지션 페가수스 R2R DAC + Sinxger SA-1 조합은 살짝 성향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차이는 BMC PureDAC MK2과 뮤지션 페가수스 R2R의 기본적인 성향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BMC PureDAC MK2는 전통적인 델타시그마 DAC에 투명하고 스테이지가 넓은 쿨 톤이라 그 성향을 거의 그대로 가져가지만 오디지 LCD-5가 중립적이면서 살짝 따뜻한 톤이라 쿨 톤의 단점을 적절하게 커버한 것으로 판단된다.
덕분에 BMC PureDAC MK2 조합에선 쿨 톤에서만 경험하게 되는 거칠고 쏘는 느낌의 불편한 사운드가 재생되지 않고 가장 편하고 매끄러우면서 밸런스 있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R2R 구조인 뮤지션 페가수스 DAC과 사실 상 클래스 AB인 Sinxger SA-1 헤드폰 앰프의 조합에선 R2R 고유의 느낌이 좀 부담으로 다가왔다. 울림이나 긴 잔향을 느끼게 된 건 좋았지만 기존에 사용 하던 GL850 보다는 확실히 웜 톤으로 느껴졌다.
SMSL M500은 어차피 앰프 출력이나 볼륨 확보가 가능한지 확인 차 연결했던거라 큰 기대도 없었지만 결과도 BMC PureDAC MK2 과는 천지 차이였다. 어차피 자체 헤드폰 앰프 출력이 16옴 기준 1W 라서 권장 레벨인 500mW를 충족했고 실제 볼륨 레벨도 15 단계로 충분했지만 댐핑이나 스테이지, 레이어 구분이 BMC PureDAC MK2 와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물론, 소리 자체만 보면 SMSL M500도 편하게 즐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오디지 LCD-5를 완벽하게 구동시켰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오디지 LCD-5가 임피던스도 줄고 권장 앰프 출력도 낮은 편이지만 확실히 제대로 구동시키려면 최소 3W 급 헤드폰 앰프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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