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뜨거운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아직 6월 초인데도 일부 지방은 낮 기온이 30°C를 가볍게 뛰어넘어서 햇살이 비치는 모든 곳이 이글이글거린다.
사계절 가리지 않고 CPU와 GPU가 뜨겁게 타오르는 우리의 PC는 지금 같은 여름철에 특히 발열 대비를 잘 해야 안전하다. 에어컨을 틀어서 실내 기온을 낮출 수는 있지만 PC가 있는 장소가 에어컨 냉방 범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결국 PC 발열은 잘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그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기본은 발열을 빠르게 식히는 쿨러를 이용하는 것이다. GPU는 그래픽카드가 고급형 제품인 경우 쿨러 역시 성능이 우수한 편이므로 큰 걱정이 없지만 CPU는 PC 사용자가 따로 구매를 해야 하니 신경을 써야 한다.
기왕이면 발열 해소 성능이 우수하면서 소음이 적은 쿨러를 고르면 좋을 것이다. 그런 사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린씨앤아이는 듀얼 타워형 CPU 공랭 쿨러인 서멀라이트(Thermalright)의 ’피어레스 어쌔신 120 블랙'(Peerless Assassin 120 Black, 이하 PA120 블랙)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확실한 쿨링 성능
좋은 CPU 쿨러는 CPU가 최대 성능으로 장시간 작동하는 경우에도 원활하게 발열을 식힌다. 과연 PA120 블랙도 그런 제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를 해보았다.
발열이 심한 편인 AMD 라이젠 9 5900X(12코어 24스레드, TDP 105W)를 장착하여 테스트 시스템을 조립한 후, 라이젠 마스터(Ryzen Master) 유틸리티로 CPU 유휴 상태(IDLE)와 최대 부하 상태(Full Load)에서 온도를 측정했다. CPU 최대 부하 상태는 프라임95(Prime95)를 통해 CPU 이용률을 100%로 끌어올려서 만들었고, 그 상태를 30분 이상 유지한 다음 온도를 쟀다.
▲ AMD 레이스 스파이어(왼쪽), 딥쿨 GAMMAXX 400 XT(오른쪽)
또한 AMD 라이젠 프로세서용 기본 공랭 쿨러 중 하나인 ‘레이스 스파이어’와 싱글 타워형 CPU 공랭 쿨러인 ‘딥쿨(Deepcool) GAMMAXX 400 XT’를 사용해 동일한 테스트를 실시하여 쿨러 별 성능 비교도 했다.
테스트 결과 PA120 블랙 장착 시 CPU 유휴 상태 온도는 34°C 내외로 나왔고,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63°C 내외였다. 라이젠 9 5900X에 허용되는 온도는 최대 90°C이므로 충분한 쿨링 성능을 낸 것이다. CPU 최대 부하 상태에서 클럭은 3,720MHz 내외를 유지했다.
AMD 레이스 스파이어는 CPU 유휴 상태에서 37°C 내외, 최대 부하 상태에서 86°C 내외로 측정되어서 간신히 허용 범위를 충족했다. CPU 최대 부하 상태에서 클럭은 3,500MHz 내외였는데 PA120 블랙이 장착된 상태보다 220MHz 가량 낮아서 성능 면에서도 손해이다.
GAMMAXX 400 XT는 CPU 유휴 상태에서 32°C 내외, 최대 부하 상태에서 71°C 내외를 기록해 무난한 쿨링 성능을 보였다. 듀얼 타워형 CPU 쿨러인 PA120 블랙과 비교하면 히트싱크 크기가 작고 쿨링 팬 개수도 1개 적기 때문에 쿨링 성능 면에서 다소 불리하다.
다만 CPU 최대 부하 상태에서 클럭은 3,690MHz 내외여서 PA120 블랙이 장착된 상태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듀얼 타워 히트싱크와 AGHP 적용된 히트 파이프
PA120 블랙의 성능을 확인해보았으니 이제부터는 구조와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PA120 블랙은 히트싱크(방열판)가 두 방향으로 나뉘는 듀얼 타워형 구조이다. 제품명처럼 색상은 검은색이며 일정한 공간에서 공기 접촉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두께 0.4mm인 방열 핀이 한쪽에 53층씩 배열되어 있다.
히트 파이프는 총 6개이다. 열전도율이 우수한 구리 재질이고 두께는 6mm이다. 각 히트 파이프는 내부에 미세한 홈을 내서 냉매 순환을 촉진시키는 ‘AGHP’(Axial Grooved Heat Pipe) 기술이 적용되었다.
일반적으로 타워형 공랭 쿨러는 CPU와 수평으로 장착되는데 중력에 영향을 받아서 냉매 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 수 있다. AGHP가 적용된 PA120 블랙의 히트 파이프는 그런 제약 없이 냉매가 잘 순환된다.
또한 CPU와 맞닿는 금속판인 베이스도 구리 재질이며 부식을 막을 수 있도록 니켈 도금 처리가 되었다.
저소음으로 강한 바람 일으키는 쿨링 팬
PA120 블랙에는 서멀라이트의 ‘TL-C12-B’ 쿨링 팬이 2개 제공된다. 120mm 규격이고 날개 9개가 1500RPM(분당 회전수)으로 작동해 바람을 일으킨다. 풍량은 최대 66.17CFM(분당 큐빅피트)이고 풍압은 최대 1.53mm H2O(수주 밀리미터)이다.
소음은 최대치 기준으로 25.6dBA(A-가중치 부여한 데시벨) 이하이다. 20dBA에서 30dBA 사이이면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나 귓가에서 속삭이는 수준이다.
쿨링 팬 중심축 내부에는 밀폐 공간에서 윤활유가 베어링 역할을 하는 S-FDB 베어링이 적용되었다. 일반적인 슬리브 · 볼 베어링보다 소음과 마찰이 적어서 저소음으로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쿨링 팬에 사용된다.
▲ ‘서멀라이트 피어레스 어쌔신 120 화이트 ARGB’ (사진=서린씨앤아이)
혹시 화려한 RGB LED 조명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PA120 블랙 대신 ‘피어레스 어쌔신 120 화이트 ARGB'(Peerless Assassin 120 White ARGB)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쿨링 팬으로 ‘TL-C12W-S’가 장착되었는데 PA120 블랙의 TL-C12-B와 주요 사양은 동일하고 ARGB(Addressable RGB, 주소지정식 RGB) LED가 추가되었다.
에이수스(ASUS) 아우라 싱크(Aura Sync), 기가바이트(Gigabyte) RGB 퓨전(RGB Fusion), MSI 미스틱 라이트(Mystic Light), 애즈락(ASRock) 폴리크롬 싱크(Polychrome Sync) 등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들의 RGB LED 유틸리티로 조명 색상을 사용자가 원하는 것으로 변경할 수 있다.
실제 쿨링 팬 소음은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음측정기를 사용해 CPU 유휴 상태와 최대 부하 상태에서 확인해 보았다. 소음측정기는 PA120 블랙과 약 10cm 떨어진 거리에 설치했다.
참고로 소음을 측정한 장소인 맨즈랩 사무실은 근처에 상가와 도로가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소음이 심한 편이다. PC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도 32dBA 내외로 측정되므로 일반적인 주택가와 비교하면 소음 수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 CPU 유휴 상태(왼쪽)와 최대 부하 상태(오른쪽)에서 측정한 소음
측정 결과 PA120 블랙은 CPU 유휴 상태에서 38dBA 내외, 최대 부하 상태에서 43dBA 내외를 기록했다.
30-40dBA이면 도서관이나 주간 시간대 주택의 평균적인 소음이고 40-50dBA이면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이다.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즐기는 경우라면 거의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AMD와 인텔의 다양한 CPU와 함께 사용 가능
PA120 블랙을 사용자의 PC에서 쓰기 위해서는 우선 메인보드의 CPU 소켓 쪽에 쿨러 지지대를 설치해야만 한다. PA120 블랙 구성품 14종류 가운데 CPU 소켓 종류에 맞춰서 조립하면 된다.
▲ AMD CPU 소켓(AM4)용 지지대 구성품
▲ 인텔 CPU 소켓(LGA 115X · 1200 · 1700 · 20XX)용 지지대 구성품
쿨러 지지대는 AMD와 인텔의 CPU 소켓에 따라 구성품에 차이가 난다. AMD 쪽 구성품이 훨씬 종류가 적은데 5년 전부터 지금까지 데스크톱용 메인보드에 AM4 소켓 하나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 CPU 소켓은 같은 기간 동안 수차례 변경되었기 때문에 쿨러 지지대를 조립하기 위한 구성품이 여러 가지 필요하다. 따라서 조립하기 전에 설명서를 보며 분류해 놓고 차근차근 조립하는 것이 좋다.
▲ AMD AM4 소켓에 쿨러 지지대 설치한 모습
▲ 인텔 LGA 1200 소켓에 쿨러 지지대 설치한 모습
메인보드의 CPU 소켓 종류에 맞춰서 사용자 설명서에 있는 그림과 문구를 참고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진행하면 어렵지 않게 쿨러 지지대를 조립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베이스와 히트 파이프 근처에 있는 스크류볼트 2개를 드라이버로 조여서 쿨러 지지대에 고정하면 된다. AMD와 인텔 소켓 구분 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하면 된다.
한편 큼직한 듀얼 타워형 CPU 쿨러는 종종 히트싱크가 메모리와 닿아서 PC 조립에 지장이 생기기도 하는데 PA120 블랙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높이 60mm인 메모리까지 장착 가능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방열판이 부착된 메모리도 여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쿨링 팬은 가장자리 구멍 4개에 맞춰서 금속 클립을 끼운 후 히트싱크 방열 핀에 걸쳐서 장착하면 된다. 쿨링 팬 2개의 날개가 같은 방향을 향해야 공기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으니 그 점을 잘 기억해 둬야 한다.
유사품 주의
▲ '서멀라이트 피어레스 어쌔신 120'(왼쪽), '피어레스 어쌔신 120 화이트' (사진=서린씨앤아이)
서멀라이트의 PA120 시리즈는 이번 기사에서 살펴보는 블랙 모델 외에도 회색과 은색이 조화된 기본 모델과 전체가 하얀색인 화이트 모델이 있다. 물론 색상을 제외하면 성능과 외형이 동일한 제품들이다.
▲ 3RSYS Socoool RC1700 ARGB (사진=3RSYS)
그런데 재미있게도 가격 비교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면 PA120 시리즈와 정말 유사하게 생긴 제품을 볼 수 있다. 바로 3RSYS의 ‘Socoool RC1700 ARGB’(이하 RC1700)이다.
PA120 기본 모델과 비교해보면 히트싱크와 히트 파이프, 쿨링 팬 모습이 거의 동일하고 색상은 톤만 차이 나는 수준이다. 게다가 히트싱크 크기는 125 x 136 x 156mm(L x W x H)여서 125 x 135 x 157mm인 PA120 시리즈보다 높이만 1mm 짧다. 제품 로고만 아니면 PA120 시리즈와 분간하기 힘든 수준이다.
▲ PA120과 RC1700 쿨링 성능 비교 그래프 (자료 제공=퀘이사존)
하드웨어 커뮤니티인 퀘이사존이 실시한 테스트에 의하면 3RSYS의 RC1700은 쿨링 성능마저 PA120과 오차 범위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성능 차이를 보였다. 두 제품은 쿨링 팬 제원도 유사하기 때문에 당연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RC1700은 먼저 출시된 PA120의 모조품이 아니냐는 의견이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서 꾸준하게 제기되었는데 3RSYS는 6월 4일 RC1700이 중국의 쿨러 제조사 COOLLEO의 CPU 쿨러 ‘P60T’와 원형이 같은 제품이며, PA120과 컬러 테마가 동일하다는 점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다만 방열 핀 형태와 상단 히트 파이프 헤드 커버 모양, 쿨링 팬 베어링 종류가 다른 점 등을 근거로 RC1700과 PA120이 완전히 동일한 제품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3RSYS는 6월 4일 오후부터 RC1700 가격을 7만 원 후반대에서 55,000원으로 인하했으며, 재고가 소진되면 RC1700을 단종할 예정이다.
PA120 시리즈는 현재 가격이 6만 원 후반대이므로 RC1700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한데 A/S 기간은 1년(쿨링 팬은 6개월)에 불과하다. PA120 시리즈는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최대 6년 동안 A/S가 보장되므로 장기간 안심하고 사용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조용하게 CPU 발열을 제거하는 쿨러
지금까지 서멀라이트 PA120 블랙을 살펴보았다. 저소음으로 작동하면서도 준수한 쿨링 성능을 보여주므로 고성능 CPU를 사용하는 사람도 충분히 만족한 만한 제품이다.
기상청 일기예보에 의하면 올해 여름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하는데 미리 PA120 시리즈 같은 CPU 쿨러를 마련하여 대비한다면 뜨거운 PC도 안심하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방수호 기자/bsh2503@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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