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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실을 완벽하게 장악하다 JBL 4349

2022.08.23. 16: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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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RAL 색상표는 장비 도장의 표준 가이드다. 앞자리가 1로 시작하면 노란색, 2로 시작하면 오렌지색,  3으로 시작하면 빨간색, 이런 식이고 각 색상은 다시 최대 50개의 다양한 색깔로 세분된다. 예를 들어 5로 시작하는 파란색 계열은 RAL 5000의 비올렛 블루부터 시작해 RAL 5026의 펄 나이트 블루까지 총 25개의  하위 색깔로 나뉜다. 

브릴리언트 블루(Brilliant Blue)라는 별칭이 붙은 RAL 5007

그런데 이 25가지 파란색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브릴리언트 블루(Brilliant Blue)라는 별칭이 붙은 RAL 5007이다. 눈썰미 있는 오디오 애호가라면, 아니 오디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도 금세 어느 한 브랜드가 떠오를 것이다. 맞다. JBL이다. JBL은 그 푸른 배플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오디오 팬들을 유혹해왔고, 지금도 누군가는 푸른 배플의 JBL로 음악을 듣고 있을 것이다.

JBL은 오랜 업력만큼이나 시그니처가 수없이 많다. 어쩌면 JBL 블루조차 그 수많은 시그니처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동심원 리브가 들어찬 대구경 퓨어 펄프 콘, 고역 음압 레벨을 줄일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 노브, 어느샌가 JBL 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HDI 웨이브 가이드 등등. 거슬러 올라가면 옛 43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음향렌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시청기 4349는 이러한 JBL 스피커의 현재다. 블루 배플과 2개의 어테뉴에이터는 기본이고, 여기에 HDI 웨이브 가이드와 컴프레션 드라이버, 12인치 퓨어 펄프 콘 우퍼가 가세했다. 배플 하단에 마련된 2개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역시 반가울 뿐이다. 소리? 시청실에 짱 박혀 JBL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음과 무대에 푹 빠지고 말았다. 


JBL과 43 시리즈

1946년에 설립된 JBL의 대표 스피커는 누가 뭐래도 43 시리즈다. 당초 프로 오디오 분야의 모니터 스피커로 출발한 43 시리즈는 1973년의 4350, 1976년의 4344, 1982년의 4312와 4344라는 스피커계의 월드 스타를 배출하며 전 세계 오디오 팬들을 환장케 했다. 4350은 영국 록밴드 후(The Who)가 자신들의 스튜디오에 무려 12개를 들여놓았을 정도로 애정했고, 4312는 올해 4312G 고스트 에디션이 나왔을 정도로 40년째 롱런하고 있다. 

왼쪽부터 JBL 4310, 4312G 스피커

43 시리즈의 스타트는 1968년에 나온 3웨이 3유닛의 4310이 끊었다. 현행 4312G의 직계 선조로 1.75인치 트위터(LE20)와 5인치 미드(LE5-2), 12인치 우퍼(123A)로 구성됐다. 사실 43 시리즈가 유명세를 치른 것은 이 펄프 콘 재질의 대구경 우퍼 덕분. 12인치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 큰 15인치도 있었고, 15인치 우퍼를 더블로 쓴 모델도 있었다. 43 시리즈에서 10인치나 8인치, 6.5인치 우퍼는 그야말로 애들 취급을 받는다. 

JBL 4350 스피커

1973년에 나온 4350은 15인치 우퍼(2230)를 더블로 쓴 4웨이 5유닛 스피커. 미드레인지 유닛(2202)도 직경 12인치를 자랑하며, 컴프레션 드라이버 설계의 트위터(2440) 앞에는 JBL의 강렬한 상징 쇼트 혼(2311)과 음향렌즈(2308)를 달았다. 슈퍼 트위터 역할을 하는 2405 슬롯 트위터 역시 미니 혼(diffraction horn) 형태를 취했다. 참고로 2405의 클리어 페이즈 플러그 버전이 프리즘 슬롯 트위터로 불리는 077 유닛이다.

JBL 4343 스피커

4343은 1976년에 등장한 슈퍼스타. 15인치 우퍼(2231A)와 10인치 미드(2121), 쇼트 혼과 음향렌즈를 단 트위터(2420+2307+2308), 슈퍼 트위터(2405) 구성에 예의 푸른 배플로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인기가 지금도 하늘을 찌른다. 앞으로 툭 튀어나온 음향렌즈와 그 밑에 줄지어 도열한 미드와 우퍼, 그리고 맨 하단 양 사이드에 자리 잡은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그 자체가 JBL 디자인 미학이다. 

왼쪽부터 JBL 4344, 4345 스피커

1982년에 나온 4344는 같은 4웨이에 15인치 우퍼를 써지만 유닛 배치가 4343과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10인치 미드(2122H)와 15인치 우퍼(2235H)가 오프셋 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2개와 어테뉴에이터 3개가 세로로 도열한 점도 눈에 띈다. 쇼트 혼과 음향렌즈는 2307과 2308로 변화가 없지만 트위터는 2425J, 슈퍼 트위터는 2405H로 바뀌었다. 어쨌든 이 4344를 지지하는 팬들 역시 4343만큼이나 많다. 

JBL 4312 스피커

1982년에는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가 등장했으니 바로 4312다. 우퍼 사이즈가 15인치가 아니라 12인치, 전체 유닛 구성이 4웨이가 아니라 3웨이였고, 4343이나 4344 등과는 달리 쇼트 혼이나 음향렌즈를 달지도 않았다. 유닛 구성은 12인치 우퍼(2213H), 5인치 미드(LE5-12), 1.4인치 트위터(LE25-2). 4312 스피커만의 ‘3웨이 12인치 우퍼’ 구성은 이후 발매된 4312A, 4312XP, 4312B, 4312C, 4312 II, 4312B II, 4312D, 4312E, 4312SE, 4312G, 4312G Ghost Edition의 기준점이 되었다. 

필자가 파악한 JBL 43 시리즈 출시 연보는 다음과 같다. 

  • 1968년 4310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75인치 트위터
  • 1969년 4311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4인치 트위터
  • 1971년 4320 : 2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 1972년 4325 : 2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 1973년 4350 : 4웨이, 더블 15인치 우퍼, 12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바이앰핑
  • 1974년 4330 : 2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바이앰핑
  • 1974년 4331 : 2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4330의 네트워크 버전
  • 1974년 4332 : 3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바이앰핑
  • 1974년 4333 : 3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4332의 네트워크 버전
  • 1974년 4340 : 4웨이, 15인치 우퍼, 10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바이앰핑
  • 1974년 4341 : 4웨이, 15인치 우퍼, 10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4340의 네트워크 버전
  • 1975년 4315 : 4웨이, 12인치 우퍼, 8인치 미드, 5인치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75년 4350A : 4웨이, 더블 15인치 우퍼, 12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바이앰핑
  • 1975년 4355 : 4웨이, 더블 15인치 우퍼, 12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바이앰핑
  • 1976년 4311A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4인치 트위터
  • 1976년 4315A : 4웨이, 12인치 우퍼, 8인치 미드, 5인치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76년 4331A : 2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 1976년 4333A : 3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76년 4343 : 4웨이, 15인치 우퍼, 10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77년 4301 : 2웨이, 8인치 우퍼, 1.4인치 트위터
  • 1978년 4375 : 라인 어레이, 쿼드러플 5인치 미드
  • 1978년 4380 : 코리니어 어레이, 쿼드러플 8인치 우퍼, 더블 5인치 미드
  • 1979년 4301B : 2웨이, 8인치 우퍼, 1.4인치 트위터
  • 1979년 4311B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4인치 트위터
  • 1979년 4315B : 4웨이, 12인치 우퍼, 8인치 미드, 5인치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80년 4331B : 2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 1980년 4333B : 3웨이, 15인치 우퍼,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80년 4343B : 4웨이, 15인치 우퍼, 10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80년 4350B : 4웨이, 더블 15인치 우퍼, 12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81년 4345 : 4웨이, 18인치 우퍼, 10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82년 4312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4인치 트위터
  • 1982년 4344 : 4웨이, 15인치 우퍼, 10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86년 4312A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1990년 4312XP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1996년 4312B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1996년 4344 II : 4웨이, 15인치 우퍼, 10인치 미드, 혼 트위터, 슈퍼트위터
  • 1997년 4312C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1997년 4312 II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1999년 4312B II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2000년 4312M : 3웨이, 5.25인치 우퍼, 2인치 미드, 0.75인치 트위터
  • 2001년 4302 : 2웨이, 8인치 우퍼, 1인치 트위터
  • 2003년 4348 : 4웨이, 15인치 우퍼, 10인치 미드, 바이래디얼 혼 트위터, 바이래디얼 혼 슈퍼트위터
  • 2005년 4312D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2010년 4365 : 3웨이, 15인치 우퍼, 바이래디얼 혼 트위터, 바이래디얼 혼 슈퍼트위터
  • 2011년 4312E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2011년 4319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2012년 4312M II : 3웨이, 5.25인치 우퍼, 2인치 미드, 0.75인치 트위터
  • 2012년 4338 : 3웨이, 15인치 우퍼, 바이래디얼 혼 트위터, 바이래디얼 혼 슈퍼트위터
  • 2013년 4307 : 3웨이, 10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5인치 트위터
  • 2015년 4306 : 2웨이, 8인치 우퍼, 바이래디얼 혼 트위터
  • 2015년 4367 : 2웨이, 15인치 우퍼, HDI 혼 트위터
  • 2017년 4312SE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2019년 4312G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 2020년 4349 : 2웨이, 12인치 우퍼, HDI 혼 트위터
  • 2021년 4309 : 2웨이, 6.5인치 우퍼, HDI 혼 트위터
  • 2022년 4305P : 2웨이, 5.25인치 우퍼, HDI 혼 트위터, 스트리밍 액티브 스피커
  • 2022년 4312G Ghost Edition : 3웨이, 12인치 우퍼, 5인치 미드, 1인치 트위터

4349 본격 탐구

4349는 12인치 우퍼를 단 2웨이, 2유닛, 혼 타입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43 시리즈 계보로 보면 1971년에 나온 2웨이 스피커 4320이 직계 조상이다. 하지만 12인치 우퍼를 채용한 2웨이 43 시리즈 스피커는 아주 드문데, 앞서 2015년에 나온 2웨이 스피커 4367의 경우 4349처럼 HDI 혼 트위터를 달았지만 우퍼 사이즈가 15인치다.

이제 JBL 43 시리즈의 혈통이나 계보는 잠시 잊고 현대 스피커로서 4349에만 집중해 본다. 우선 4349는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임에도 인클로저 사이즈가 가로폭 444.5mm, 높이 736.6mm, 안길이 317.5mm를 보일 정도로 크다. 무게 역시 37.7kg이나 나간다. 한마디로 12인치 우퍼를 단 중량급 2웨이 스피커인 셈. 제짝 매칭 스탠드 JS-120에 올려놓아야 제대로 폼이 난다.

전면 배플을 보면, 위쪽에 1.5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HDI(High-Definition Imaging) 사각 혼 조합, 아래 푸른색 배플에 동심원 리브 여러 개가 박힌 12인치 퓨어 펄프 콘 우퍼 JW300PG-8이 장착됐다. 무엇보다 소노글래스 재질의 HDI 혼 사이즈가 배플의 거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점이 눈에 띈다. 이 혼이 바로 H4349 유닛 이름을 단 HDI 사각 혼으로 음의 안정적인 확산과 직진성을 돕는다. 룸 환경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리스닝 포인트를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1.5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HDI(High-Definition Imaging) 사각 혼

HDI 사각 혼 가운데 안쪽에는 컴프레션 드라이버 D2415K가 숨어있다. 1.5인치 링 라디에이터 형태의 진동판(+보이스 코일)이 2장 투입돼 D2라는 이름이 붙은 드라이버인데, 이에 대해서는 밑에서 보다 자세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고역(HF)과 초고역(UHF) 음압을 조절할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 노브

HDI 혼 밑에는 고역(HF)과 초고역(UHF) 음압을 조절할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 노브 2개가 마련됐다. 2개 노브 모두 0.5dB 스텝으로 최저 -1dB 줄이거나 최대 +1dB 키울 수 있다.

12인치 퓨어 펄프 콘 우퍼

우퍼는 12인치 사이즈의 퓨어 펄프 콘. JBL의 현행 모델 중에서는 3웨이 4312G와 올해 새로 나온 3웨이 4312G 고스트 에디션, 그리고 3웨이 L100 클래식과 75주년 모델 3웨이 L100 클래식 75가 12인치 우퍼를 썼다. 진동판에 동심원을 이루며 리브가 박힌 것은 소프트 진동판의 균일한 움직임을 돕기 위해서다. 보이스 코일은 3인치 직경이며 마그넷은 페라이트를 썼다. 

12인치 퓨어 펄프 콘 우퍼와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바이와이어링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배플 하단 양 사이드에 마련됐고, 바이와이어링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는 인클로저 후면 아래쪽에 마련됐다. 인클로저 재질은 두께 25mm의 MDF.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91dB이며, 주파수 응답특성은 -6dB 기준 32Hz~25kHz를 보인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1.5kHz. 짐작한 대로 HDI 혼을 단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수비 범위가 무척 넓다. 

스펙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1.5kHz 이상 대역을 커버하는 혼 트위터부의 음 확산각인데 일반 돔 타입 트위터에 비해 방사각이 좁다. 돔 타입은 앞으로 튀어나온 모양 때문에 수평 수직 확산각이 거의 180도에 달하지만, 4349는 HDI 혼을 마련해놓은 덕에 10kHz 재생 시 수평 수직 확산각 모두 100도에 머문다. 20kHz 재생 시에는 수평각 80도, 수직각 70도로 더 좁혀진다. 이는 그만큼 음의 직진성이 높고 룸 환경에 덜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D2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HDI 혼에 대하여

1.5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HDI(High-Definition Imaging) 사각 혼

다른 스피커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JBL 스피커만의 특징을 꼽자면 역시 흥겨운 리듬앤페이스와 넉넉한 에너지감이다. 이는 이번 시청기인 4349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 같은 사운드 시그니처의 배경에는 대구경 우퍼와 함께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이 자리 잡고 있다. JBL의 역사는 이러한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 개발의 역사이기도 했다. 

컴프레션 드라이버(compression driver)는 진동판이 일으킨 음파 에너지를 응축시켰다가 빠른 속도로 내뿜는 드라이버. 따라서 음파 에너지를 가두는 챔버가 있어야 하고, 챔버의 출구는 진동판 직경보다 좁아야 한다. 그리고 통상 이 출구에는 음파들이 뒤섞여 위상이 뒤틀어지는 것을 막는 페이즈 플러그가 박혀 있다. 출구를 빠져나온 음파 에너지는 혼을 통해 직진 능력을 얻고, 중저역대 주파수와의 에너지 밸런스를 확보한다. 

JBL은 이러한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 개발의 산증인이다. 랜싱 매뉴팩처링 컴퍼니 시절인 1933년에 이미 285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MGM에 납품했고,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멀티 셀 혼의 멋진 조합은 알텍 시절인 1944년 A4 스피커를 탄생시켰다. 이후 1946년 JBL이 되고 나서 아령 모양의 D175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1217-1290 혼 조합을 선보였고, 1954년에는 업계 최초로 4인치 진동판을 채택해 9kHz까지 플랫하게 커버하는 375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내놓았다. 

하지만 JBL을 가장 강렬하게 상징하는 것은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쇼트 혼과 음향 렌즈 조합일 것이다. 특히 가로 방향으로 누운 여러 장의 패널을 촘촘하게 붙인 음향 렌즈는 JBL 스피커만의 독특한 아우라 완성과 함께 음이 보다 똑바로 나아가도록 해주는 웨이브 가이드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 1980년에는 장구 모양의 바이 래디얼(Bi-Radial) 혼이 개발돼 트윈 우퍼의 4435 스피커에 채택됐고, 2013년에는 HDI(High-Definition Imaging) 혼이 개발돼 M2 스피커에 채택됐다. 

D2 컴프레션 드라이버 D2415K

이번 시청기인 4349는 D2 컴프레션 드라이버 D2415K와 HDI 혼의 조합. 2011년 VTX 시리즈 라인 어레이 스피커에 처음 채택된 D2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듀얼 다이어프램'(Dual Diaphragm)이라는 뜻 그대로 진동판을 2장, 여기에 부속되는 모터 시스템(마그넷+보이스코일)도 2조 투입했다. 컴프레션 드라이버이기 때문에 진동판 직경(1.5인치)에 비해 스로틀의 사이즈(1인치)가 더 작다. 

눈길을 끄는 것은 테오넥스(Teonex) 폴리머 재질의 진동판 2장이 일반 돔이 아니라 링 라디에이터(ring radiator)라는 사실. 링 라디에이터는 특정 고음 주파수가 소프트 돔 진동판의 한복판에서 소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링 라디에이터 트위터들의 고역 상한이 높은 것도 위상이 소멸되는 지점인 진동판 가운데 부분을 없앤 덕분이다. 

사각 혼 형태의 HDI 혼은 JBL이 2013년에 특허를 받은 IC(Image Control) 웨이브 가이드를 바탕으로 했다. IC 웨이브 가이드는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수평 및 수직 음 확산 각도를 조절해 주는 역할과 함께, 크로스오버 주파수에서 트위터와 다른 중저역 유닛의 사운드가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혼 대신 굳이 웨이브 가이드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시청

하이파이클럽에서 진행한 JBL 4349 시청에는 오르페우스 앱솔루트 라인의 CD 겸 DAC, 프리앰프, 스테레오 파워앰프를 동원했다. 스피커 케이블은 와이어월드의 이클립스 7. 음원은 주로 룬으로 타이달이나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Moby - Heroes (feat. Mindy Jones)
Reprise

4349 첫인상은 재생음이 사람 마음 참 편하게 한다는 것. 좁디좁은 슬림 배플에 메탈 진동판, 메탈 인클로저로 중무장한 스피커와는 전혀 다른 음의 촉감이다.

이런 가운데 피처링한 여자 가수 민디 존스의 목소리는 그 질감이 생생하고 이미지는 또렷이 맺힌다. 하여간 여성 보컬에 관한 한 JBL은 음이 살아서 훅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첼로의 낮은 음에서는 12인치 퓨어 펄프 콘 우퍼의 장점이 그대로 살아나는데 그야말로 눅눅함이 1도 없는 음의 세계다.

Fourplay - Tally Ho!
Heartfelt

처음부터 건반이 주도하는 리듬감이 돋보이며 뒤에 깔리는 쉐이커의 존재감도 크게 부각된다. 스피커는 사라지고 악기들이 무대 중앙 각자 자리에 잘 자리 잡은 모습. 킥드럼의 묵직한 킥력은 기대 이상이고, 드럼의 림 플레이는 필자의 귓전을 찰랑찰랑 부드럽게 때린다.

4349는 생각 이상으로 고음이 맑고 깨끗하며 영롱한 스피커다. 악기들이 내는 음 하나하나가 선명하고 무대 앞이 투명한 것도 특징. 1.5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HDI 사각 혼이 빚어내는 해상력이야말로 JBL 스피커의 현주소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4악장 초반의 기세가 상당하다. 금관 악기들이 힘차게 잘 뻗는 것은 역시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 조합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그런데도 스피커에서 음이 출발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우렁차게 들리는 오케스트라 투티는 역시 12인치 우퍼의 힘. 하지만 저음은 약간 불만이어서 음 자체는 충분히 낮게 내려가지만 중량감은 약간 떨어진다. 아무래도 중고음역대에 에너지가 쏠린다는 인상. 저음의 해상력이나 양감은 만족스럽지만 보다 질펀하고 끈적끈적한 질감이 살아났으면 좋겠다. 

Sir Charles Mackerras, Scottish Chamber Orchestra
Piano Concerto No.5
Ludwig Van Beethoven: Piano Concertos 3, 4 & 5

이처럼 클래식 대편성은 JBL에게는 무리인가 싶었는데 이 곡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피아노 솔로 파트의 풍성한 음수와 물 흐르는 듯한 표현력이 눈에 띄더니 총주에서도 전혀 혼탁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총주 시의 에너지감과 양감, 꽉 찬 음수가 압권.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에서 아쉬웠던 대역 밸런스 역시 이 곡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생긴 것은 빈티지이지만 나오는 음은 현대 스피커다. 저음의 두께와 양감은 역시 JBL 12인치 우퍼의 독보적 영역. 매우 만족하며 들었다. 

Horace Silver Quintet - Song For My Father
Song For My Father

처음부터 ‘나는 재즈이고 너는 JBL이야'라고 선언해버린다. 필자에게 순식간에 달려드는 이 음의 감촉과 분위기를 그 어떤 스피커가 대신할 수 있을까. 특히 브라스 악기들이 12인치 우퍼와 혼을 만나니 그야말로 자기 세상을 만났다. 드럼도 아주 신이 나서 연주를 한다.

배플이 넓은 스피커 특성상 무대의 안길이는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이마저도 각 악기의 앞뒤 레이어가 잘 파악이 되는 등 흠잡을 데가 없다. 이 곡의 백미는 역시 호레이스 실버의 피아노 솔로 파트. 손가락에 배인 힘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시청실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거의 막판에 등장한 색소폰은 그 뜨거운 입김으로 필자를 완전히 녹다운 시켜 버렸다. 

Roberta Flack -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Killing Me Softly

부드럽고 온화하며 포근한 음의 잔치다. JBL 스피커에 이렇게 상냥한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 하지만 이어 등장한 킥드럼은 아예 시청실 앞벽에 박혀서 묵직한 펀치를 날려댄다. 이러한 팝 곡 재생은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매력적이다. JBL은 2웨이여도 역시 JBL이다.

이 밖에 음이 깨끗하고 무대가 투명하며 입자감이 고운 것은 현대 스피커로서 4349의 색다른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끝으로 ‘Live In Berlin’ 앨범에서 고른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은 뜨거운 관객의 열기를 뚫고 나오는 스팅의 선명한 딕션에 크게 감탄했다.


총평

평소 자주 가는 서울 서교동의 LP 바에는 필자가 애정해마지 않는 자리가 하나 있다. 바로 JBL 4344 오른쪽 스피커 바로 앞자리인데, 마치 달 분화구처럼 그림자가 진 15인치 우퍼와 음향렌즈를 보고 듣는 맛은 가히 최고다. 갈 때마다 사진을 찍고 신청곡에 푹 빠지고 마는 이유다. 이런 날, 좌우 스테이지가 어떻고 날선 해상력이 어떻고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이번에 시청한 4349는 12인치 우퍼를 단 2웨이 스피커에서도 JBL의 내공이 살아있음을 소리로 웅변했다. 역시 43 시리즈의 후예임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예전에 리뷰했던 3웨이, 12인치 우퍼 구성의 4312G와는 음의 감촉이라든가 재생음을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많이 달랐다. 이는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HDI 혼의 존재감 덕분. 맞다. 그날 푸른 배플의 4349는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했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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