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추구하는 더 나은 소리의 정의는 무엇일까? 원음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이 더 나은 소리일까? 아니면 자신만이 가진 취향에 더 적합한 사운드를 실현하는 것이 더 나은 소리일까?
필자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다. 양쪽 다 틀린 말이 아니고 어느 한쪽 만 정답이 될 수 없는 것이 소리이기 때문이다.
서로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공존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관계는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몇 달 전 원음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인 레퍼런스와 모니터링 헤드폰 시장에 매우 인상적인 제품이 출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오디지의 새로운 플래그쉽 헤드폰 LCD-5에 이어 출시된 MM-500이 바로 그 제품이다.
■ 오디지가 만들고 믹싱 엔지니어가 완성한 MM-500
오디지의 MM 시리즈는 LCD 라인업과 다른 모델이다.
기반 기술이나 드라이버, 디자인 등은 LCD 라인업에서 가져왔고 스튜디오 작업에 맞는 레퍼런스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LCD-X나 LCD-XC와도 방향성은 동일하지만 소리를 결정지은 주인공이 따로 있는 모델이다.
그가 바로 매니 마로퀸이다.
매니 마로퀸은 국내 포털에서 검색만 하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미상 11회 수상 경력을 가진 유명 믹싱 엔지니어로 에미넴, 레이디 가가, 롤링 스톤스, 칸예 웨스트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작업하여 100장의 탑10 앨범과 40여 개의 1위 곡을 믹싱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디지와는 LCD-X와 LCD-4, LCD-5를 사용하며 인연을 이어 왔는데 새롭게 개발된 MM-500 부터는 시제품을 직접 테스트하고 믹싱 작업에도 활용해 최종 완성까지 함께 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모든 작업에 MM-500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오디지와 매니 마로퀸의 긴밀한 협업으로 탄생한 MM-500은 기존 레퍼런스 라인업과 다른 명칭을 부여 받게 됐고 매니 마로퀸을 의미하는 MM 시리즈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스튜디오 작업을 위한 레퍼런스 라인업이지만 매니 마로퀸이 만들어 낸 소리라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인데 그 의미의 가치가 어떠할지는 글을 이어가며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 LCD-5와 닮았지만 다른 점

오디지 MM-500은 플래그쉽 모델인 LCD-5와 닮았다. 헤드밴드 구조나 형상부터 좌우 유닛의 모양과 그릴 디자인까지 닮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래서 MM-500을 LCD-5와 자꾸 비교하게 만드는데 미리 말하지만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2.6배나 된다. 해외 출시가 기준으로 LCD-5가 4,500달러, MM-500이 1,699달러다.
이런 가격 차이 때문에 두 제품을 직접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구조적인 부분에서 닮은 탓에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헤드밴드에 있다. LCD-5의 헤드밴드는 탄소 섬유로 만들어 졌고 MM-500은 알루미늄과 스프링강이 사용됐다. 가격 차이를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MM-500과 비슷한 가격대인 타사 제품도 이런 조합이 기본이다.
헤드폰 좌우 유닛의 미적인 부분도 차이가 있다. LCD-5는 아세테이트 소재로 연출한 고광택 우드 패턴이 있지만 MM-500은 메탈 그레이 색상으로 심플하게 만들어졌다.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구조는 닮았지만 MM-500을 보면 LCD-5의 보급형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외적인 차이 외에 또 하나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어패드 부분이다. LCD-5의 이어패드는 내부 공간을 극대화 한 사선 구조로 디자인 된 반면 MM-500은 이전 모델들과 비슷한 평평한 이어패드가 채택됐다. 이 구조가 소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선 구조 보다 공간을 유지하는 능력은 더 좋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분명 이점은 있을 것이다.
■ 소리가 더 열린 오디지 MM-500

오디지 MM-500의 소리는 LCD-5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모든 소리가 정확하고 밸런스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에선 성향이 비슷하다. 톤 밸런스 자체에 큰 차이는 없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소리가 제한된 공간에 갇혀 답답한 느낌이 컸던 LCD-5와 다르게 그 공간을 넘어선 소리가 났다.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으며 그 공간이 크게 넓지 않음에도 보컬과 악기, 공간의 레이어링이 확실해 더 집중하고 편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간혹 다른 헤드폰에선 듣지 못했던 소리가 매우 정확하게 들려 놀란 적도 있는데 그 만큼 디테일과 표현력이 좋다보니 음감 이외의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상력은 살짝 차이가 느껴졌다. LCD-5와 비교하면 살짝 흐릿한 느낌이다. 그 차이가 그렇게 크다고 느끼긴 어렵지만 델타 시그마 DAC과 R2R DAC 처럼 느낌 차이는 분명했다. 느낌으로만 보면 R2R DAC에 더 가까웠다.
참고로, 필자가 사용한 DAC과 AMP는 LCD-5에서도 사용했던 BMC Pure DAC MK2라는 모델이며 R2R이 아닌 델타시그마 DAC이다. 궁합으로만 보면 MM-500은 R2R DAC 보다 델타시그마 DAC에 사용해야 맞을 듯 한데 그렇다고 저가형 입문기로도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니 참고 바란다.
■ 오디지 MM-500에 필요한 출력

MM-500에 필요한 앰프 출력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스펙 상 요구 출력이 250mW 이상이라 거의 모든 앰프로 재생이 가능하다. 국내 상품 정보에는 노트북에도 매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있을 정도다.
실제, 볼륨 레벨도 LCD-5 보다 낮았다. LCD-5가 SMSL M500 기준으로 15에서 만족했는데 MM-500은 13이면 충분했다. LCD-5 보다 임피던스가 살짝 높지만 감도가 100 db/1mW이니 볼륨 확보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MM-500이 저출력 앰프나 노트북 같은 모바일 기기에 적합하다는 뜻은 아니다. 확실히, 음감때 사용한 고출력 앰프단이 MM-500의 성능을 이끌어 내기에 유리했으며 그런 레벨의 DAC이나 앰프와 매칭할때 제대로 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 소리는 종결에 가까운데... 착용감은..

오디지 MM-500의 소리는 나무랄 곳이 없다. 음역의 밸런스도 좋고 현악기의 잔향이나 베이스의 강학 임팩트도 훌륭하게 소화한다. 편하고 디테일한 사운드를 느끼고자 한다면 충분히 종결해도 괜찮은 사운드다.
그러나, 오디지 MM-500의 착용감은 소리 만큼 편하지 않다.
밴드 구조가 같아서 그런 것인지 LCD-5 처럼 귀를 압박하는 강도가 꽤 쎈 편이다. 어느 정도 착용하다 보면 그런 압력이 익숙해지겠지만 결코 편한 착용감이라 말하긴 어려운게 사실이다.
물론, 다행히 밴드 자체가 메탈 소재라서 살짝만 구부리면 원하는 강도를 찾을 수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착용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감안해야 할 것이다.
길이도 그렇게 긴 편이 아니라서 두상에 따라 착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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