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리뷰를 할 때마다 설레는 오디오 브랜드가 꽤 있다. 케이블과 액세서리 쪽에서는 미국의 시너지스틱 리서치(Synergistic Research)를 빼놓을 수 없다. 생긴 것도 복잡하고 투입된 기술과 컨셉트는 난해하지만, 일단 시스템에 투입해 AB테스트를 해보면 그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에 리뷰한 앳모스피어(Atmosphere) SX 시리즈의 유포리아(Euphoria) SX H/C 파워케이블과 유포리아 SX XLR 인터케이블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을 투입해 시청을 계속할수록, 변수를 건드릴수록 필자의 오디오 시스템은 한 등급씩 나은 소리를 냈다.

마지막 AB 테스트 직후, 필자는 청음 노트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두 케이블과 그라운드 블록(SR Ground Block)이라는 패시브 접지 장치를 조합해 한 곡당 무려 6번씩 들은 직후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쇼팽 야상곡 : 아…. 플로어 노이즈가 남김없이 증발했다. 귀가 먹먹할 만큼 적막하다. 딥블랙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이러니 바이올린이 도드라질 수밖에. 맞다. 음악성이 총체적으로 높아졌다.
쳇 베이커의 Alone Together : 바리톤 색소폰이 지금까지 들어본 이래 가장 선명한 소리를 낸다. 기름기와 때와 먼지를 모두 털고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다. 아…. 플루트까지 잘 들린다. 그냥 계속해서 음악을 듣게 된다.
파트리샤 바버의 A Taste of Honey : 기타의 대관식이다. 노이즈가 한 톨도 남김없이 증발한 것이 맞다. 어디로? 지구다. 접지 효과가 기막히다. 목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 내 오디오 시스템이 갑자기 하이엔드가 되었다.
시너지스틱 리서치와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라인

시너지스틱 리서치는 엔지니어 테드 데니(Ted Denney)씨가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 밸리에 설립했다. 첫 제품으로 케이블 쉴드를 외부 접지에 연결할 수 있는 인터케이블이 나왔는데 흥미로운 것은 4개 모델의 분류 기준이 가격이나 등급이 아니라는 점. 대신 오디오 시스템의 성향에 따라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모델을 선택하도록 했다. 사명 그대로 시너지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이러한 ‘시너지' 이론은 테드 데니씨가 과거 인터뷰에서 밝힌 “하나의 악기로는 심포니를 구성할 수 없다"(You can't build a symphony with just one instrument)는 말로 요약된다. 아무리 은선이 좋다 해도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고, 선재가 아무리 좋아도 지오메트리의 도움이 없으면 안되고, 여기까지 갖췄어도 쉴드와 접지가 받쳐주지 않으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시너지스틱 리서치 케이블의 핵심은 은선(Silver), 동선(Copper), 그래핀(Graphene), 트리콘 지오메트리(Tricon geometry), 공기 절연(Air Strings), UEF 셀(UEF Cell), 액티브 쉴드(Active Shield), 매트릭스 쉴드(Matrix Shield), 외부 접지(Ground plane), 튜닝 뷸렛(Tuning Bullets), 100만V 고전압 샤워(Quantum Tunneling), 은납땜(Silver soldering)으로 요약된다.
이 밖에도 더 많은 컨셉트와 트윅이 많은데 이는 뒤에서 하나하나 살펴볼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것들이 케이블 가격대에 따라 엄격하게 서열을 이뤄 투입된 결과가 지금의 라인업이다. 전원이나 음향 관련 액세서리를 빼고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현행 케이블 쪽 라인업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SRX : 인터케이블, 스피커케이블, 파워케이블, 디지털케이블, 포노케이블
- Galileo Discovery : 인터케이블, 스피커케이블, 파워케이블, 디지털케이블, 포노케이블
- Atmosphere SX : 인터케이블, 스피커케이블, 파워케이블
- Atmosphere X : 디지털케이블, 헤드폰 케이블, 서브우퍼 케이블, 포노케이블
- Foundation SX : 파워케이블, 인터케이블, 스피커케이블, 디지털케이블, 이더넷케이블, USB케이블, 포노케이블, 서브우퍼 케이블, 헤드폰 케이블
- SR30 : 인터케이블, 스피커케이블, 파워케이블, 디지털케이블
3, 4년 전만 해도 케이블 라인업이 Galileo SX, Atmosphere X, Core UEF, 이렇게 단출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예를 들어 현행 서열 3위 앳모스피어 SX 시리즈의 모든 케이블은 Alive SX, Excite SX, Euphoira SX, 3개 라인으로 세분된다. 짐작하셨겠지만 이번 시청기가 포진한 유포리아 SX가 최상급이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 지금까지 갈릴레오 UEF 파워케이블(2017년 6월), 갈릴레오 SX 파워케이블(2019년 3월), 앳모스피어 X 레퍼런스 이더넷케이블(2019년 9월), SRX 파워케이블(2019년 10월), 파운데이션 인터케이블(2020년 2월), 파운데이션 파워케이블(2020년 10월)을 리뷰했다.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라인 리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H/C 파워케이블

필자의 시청실로 배송된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은 예상대로 난해하게(?) 생겼다. 이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뭔가 주렁주렁 달렸고(튜닝 뷸렛), 뭔가 얇은 핀이 삐죽 나와있고(그라운드 플러그), 뭔가 두툼한 것이 장착되어(UEF 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가닥으로 이뤄진 케이블 피복을 만져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폭신폭신하다(에어 스트링).
하나하나 따져보자.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은 스탠더드와 고전류(High Current) 2종이 있는데 시청기는 조금 더 비싼 고전류 파워케이블이다. 각각 피복에 쌓인 전원선(코드)은 총 7개가 투입됐다. 고전압 전송을 위한 AWG10 규격의 굵은 동선(Copper Matrix Alloy) 코드가 3개, 공기 절연을 한 6N(99.9999%) 고순도 단결정 은선(Monocrystal Silver Air String) 코드가 3개, 접지를 위한 3동축 구조의 은동선(Tricon Silver Copper Matrix) 코드가 1개다.
결국 시청기는 메인 동선과 단결정 은선, 접지 은동선으로 이뤄진 셈. 그리고 각 선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절연이 되어있다. 동선은 PE(폴리에틸렌), 은선은 공기를 밀봉한 테플론(Sealed PTFE), 접지 은동선은 테플론(PTFE)이다. 공기를 밀봉한 것은 절연 효과가 최고인 공기를 가둬두기 위해서이고 이것이 바로 시너지스틱 리서치에서 말하는 공기 절연, 에어 스트링(Air String)이다.
이러한 절연이 끝나면 쉴딩이다. 내외부 전자파 노이즈(EMI, RFI)를 차단하는 것이 쉴딩인데, 시너지스틱 리서치 케이블에서는 쉴딩 물질로 꿈의 신소재 그래핀(Graphene)을 투입했다. 케이블 내 선재는 물론이고 커넥터, UEF 셀 내부도 그래핀으로 코팅해 쉴드 역할을 맡겼다. 시너지스틱 리서치에서는 이 그래핀 쉴딩 기술을 UEF 매트릭스 쉴딩(Unified Energy Field Matrix Shield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시너지스틱 리서치에는 이 그래핀 쉴드에 DC 전기를 먹였다. 바로 액티브 쉴딩(Active Shielding)이다. 즉, 직류 DC 전기를 그래핀 쉴드에 공급해 내외부 전자파 노이즈를 패시브 쉴딩 때보다 더 확실하게 차단하려고 한 것. 액티브 쉴딩을 하는 일부 케이블이 별도 전원 어댑터나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은 이 DC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시너지스틱 리서치에서는 DC 바이어스 쉴딩 기술을 1995년부터 일찌감치 투입했다. 처음에는 배터리를 썼지만 거추장스러운 데다 케이블이 길어질수록 그 효과가 적어 자체 발전 방식으로 바꿨다. 스위스에 제작한 소형 파워 서플라이(트랜스포머+커패시터)를 케이블에 내장, 외부 도움 없이도 30V에 달하는 DC 전기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것. 그리고 이 소형 파워 서플라이가 내장된 곳이 원기둥 실린더처럼 생긴 UEF 셀이다.
카본 섬유로 감싼 UEF 셀은 AC 전원(파워케이블)이나 음악신호(인터케이블, 스피커케이블)를 최상의 상태로 필터링하는 컨디셔너. 이 역시 시너지스틱 리서치를 대표하는 핵심 특허 기술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UEF 셀에는 액티브 쉴딩을 위한 소형 파워 서플라이가 내장돼 있지만, 첫 번째 임무는 케이블 내 그래핀 쉴드가 차폐시킨 전자파 노이즈를 유도결합(inductive coupling) 원리를 이용해 한 번 더 차폐시키는 일이다.
유도결합? 말은 어렵지만 독립된 두 플레이트 사이로 전기가 건너 뛰는 이미지를 떠올리시면 된다. 트랜스포머가 1차 권선과 2차 권선이 서로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기를 자유자재로 통과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유도결합 원리를 통해 하나의 플레이트로 계속 전기가 흐를 경우 발생하는 저항(유도성 커패시턴스)과 노이즈를 물리적으로 차단시켰다.
그리고 이 UEF 셀 내부에 들어간 플레이트 소재 중 하나가 그래핀이다. 슈퍼 컨덕터(super conductor)는 절대온도(-273.15°C)에서 거의 저항 성분 없이 전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물질인데, 그래핀은 상온에서도 이 슈퍼 컨덕터 역할을 한다. 때문에 그래핀은 쉴드망/선 재질은 물론, 유도결합 원리를 이용한 UEF 셀에서도 꼭 필요한 소재인 셈이다. 플레이트에는 그래핀 말고도 메탈 포일, 스페이서 역할을 하는 일본산 종이와 테플론이 투입됐다.

한편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액티브 쉴딩은 또 다른 이점을 제공했다. 액티브 쉴딩이 이뤄지는 버퍼 회로 한 쪽에 작은 총알 모양의 뷸렛을 매달아 음질 튜닝까지 할 수 있게 된 것. 이 회사 케이블에 다른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미니잭이 달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앳모스피어 SX 시리즈의 경우 은색과 금색 뷸렛이 있는데, 필자 경험상 은색 뷸렛은 투명도와 공기감, 디테일이 증가하고 금색 뷸렛은 마치 진공관 앰프처럼 온기와 리퀴드함을 더해준다. 검은색 뷸렛은 항상 연결돼 있어야 액티브 쉴딩 회로가 유지된다.

끝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UEF 셀에서 삐져나온 가느다란 접지 플러그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 미니 플러그에 전용 접지케이블을 끼워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액티브 접지 블록(SR Active Ground Block)에 연결하면 노이즈 플로어가 대폭 줄어든다. 실체 시청시에는 함께 배송된 소형 패시브 접지 블록(SR Ground Block)에 연결했는데 그 효과가 생각 이상으로 대단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케이블을 타고 흐르는 그라운드 노이즈는 원래 케이블 내 접지선을 통해 벽체 콘센트의 접지단으로 빠져나간다.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3동축 접지 은동선이 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는 벽체 콘센트 접지단의 전위가 0V, 즉 대지(earth)인 경우를 가정한 아주 이상적인 상황이고, 대부분은 그라운드 노이즈가 완벽하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케이블로 이뤄진 오디오 시스템 사이를 뱅뱅 돌게 된다(루프 노이즈).
액티브/패시브 접지 블록은 이 그라운드 루프 노이즈를 강제로 빼내는 장치라고 보면 된다. 액티브, 패시브 차이는 이 접지 블록에 AC 전원이 공급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 중요한 것은 전위를 최대한 0V에 가깝게 낮춰 루프 노이즈가 몰리게 한다는 것, 그리고 이왕이면 시스템 내 모든 루프 노이즈를 한 군데로 모이게 한다는 것(스타 그라운드)이다. 패시브 그라운드 블록에 무려 18개의 접지 포트가 마련된 이유다.

이 밖에 몇 가지만 더 살펴보면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에는 100만V 컨디셔닝 작업이 이뤄진다. 케이블에 특정 주파수의 100만V 고전압을 흘려줌으로써 도체 내부에 전자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제작사에서는 이를 퀀텀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라고 부른다. 출고 직전 5일 동안 번인 작업을 거치게 하는 점도 특징. AC 플러그는 순금 슈코(Schuko) 제품, IEC 커넥터는 20A 순금 커넥터를 썼다. 총 32곳에 이뤄지는 솔더링 작업에 납이 아니라 4% 은을 사용했다.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XLR 인터케이블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XLR 인터케이블은 상대적으로 금세 파악이 된다. 일단 외관은 파워케이블에 비해 훨씬 얇고, UEF 셀도 앙증맞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실버 에어스트링 선재, 소형 파워 서플라이를 통한 액티브 쉴딩, 음질 튜닝을 위한 실버/골드 뷸렛, 외부 접지 블록 연결을 위한 미니 플러그 등은 빼놓지 않고 투입됐다.
우선 음악 신호가 흐르는 4개의 메인 전원선(코드)은 99.9999% 6N 고순도 단결정 은선으로 이뤄졌다. 은선재 자체는 RCA 인터케이블이 4가닥, XLR 인터케이블이 8가닥 투입됐다. 절연과 쉴드는 파워케이블과 마찬가지로 공기 절연과 그래핀 코팅을 선택했다. 접지선 역할을 하는 코드 4개(RCA 인터케이블은 2개)는 3동축(tricon) 구조의 단결정 은선으로 이뤄졌다. 각각 테플론으로 절연한 다음 그래핀으로 쉴딩했다.

XLR 커넥터는 뉴트릭(Neutrik) 제품(암놈 NC3FX-BAC, 숫놈 NC3MX-BAG). 케이블 완성 후 100만V 퀀텀 터널링 작업이 이뤄지고, 총 56곳 솔더링 작업에 4% 은납을 사용하는 점, 출고 직전 5일 동안 번인 작업을 하는 점은 파워케이블 때와 똑같다. 참고로 파워케이블 때는 액티브 그라운드 블록 연결을 권장했지만, 인터케이블에서는 패시브 그라운드 블록(SR Ground Block)도 효과를 발휘한다며 옵션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인터케이블에는 파워케이블에 비해 훨씬 미세한 전류가 흐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청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한 두 케이블 시청은 총 6단계로 이뤄졌다. 3곡을 각 단계별로 반복해 청음하며 유의미한 음과 무대의 변화를 추적했다. 음원은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이용했다.
- 기존 시스템 청취 : 솜 sMS-200 Ultra, 코드 M Scaler, 마이텍 Manhattan II DAC, 패스 프리앰프 XP-12, 일렉트로콤파니에 파워앰프 AW250R, 피에가 Coax511 LTD
-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 투입 : 파워앰프용 기존 파워케이블 교체. 튜닝 뷸렛은 미장착 상태
-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에 금색 뷸렛 투입
-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에 은색 뷸렛 교체 투입
- 유포리아 SX XLR 인터케이블 투입 : DAC과 프리앰프 연결 기존 XLR 인터케이블 교체.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은색 뷸렛)은 유지. 유포리아 SX XLR 인터케이블에는 은색 뷸렛이 장착된 상태
- 두 케이블과 SR 패시브 그라운드 블록을 전용 접지 케이블로 연결 : 파워케이블 1곳, XLR 인터케이블 2곳. 그라운드 블록은 전용 플러그를 통해 벽체 콘센트 접지단과 연결
아티스트 Olafur Arnalds, Alice Sara Ott
곡 Nocturne In C Sharp Minor, B.49
앨범 The Chopin Project
시너지스틱 리서치 파워케이블을 투입한 후 일어난 가장 변화는 피아노의 음이 신기할 정도로 맑아졌다는 것. 그러면서 체감상 SN비가 높아졌는데, 결국 ‘노이즈 저감’에 올인하다시피 한 이 제작사의 노하우가 파워케이블에서도 빛을 발한 셈이다. 바이올린의 소릿결은 보다 매끄러워졌고, 무대 앞은 보다 투명해졌다.
이번에는 파워케이블에 금색 뷸렛을 꽂아봤다. 미세한 입자들이 피아노의 음을 빈틈없이 메운다는 느낌. 바이올린은 그 이미지가 더 또렷하게 바뀌며 특유의 뽀드득한 질감을 더 많이 발산한다. 배음도 더 피어오르는 것 같다.
은색 뷸렛으로 바꿔보면, 피아노의 타건음이 보다 강력해진다. 음의 윤곽선 역시 보다 선명해진 상황. 금색 뷸렛이 소릿결을 부드럽게 한다면 은색 뷸렛은 다이내믹스와 콘트라스트를 돋보이게 한다. 무대가 보다 입체적으로 변한 것도 은색 뷸렛이다. 필자가 현재 시스템에서 선택한다면 은색 뷸렛이다.
어쨌든 이 정도만 해도 소리가 처음에 비해 많이 올라왔다는 느낌이다. 이제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XLR 인터케이블을 투입해 본다. 가장 먼저 감지된 변화는 체감상 음량이 늘었다는 것. 또한 무대의 배경이 말할 수 없이 칠흑으로 바뀌었다. 스피커는 더욱 잘 사라졌고 덕분에 무대는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무릎을 쳤다. 필자의 오디오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DAC과 프리앰프를 연결했던 XLR 인터케이블이었던 것이다. 연주자가 보다 완숙하게 악기들을 연주한다.
마지막으로 두 케이블을 SR 그라운드 블록에 연결했다. 두 케이블에 흐르던 그라운드 루프 노이즈를 한곳에 모아 벽체로 빼버린 상황. 어떻게 바뀔까, 재생 버튼을 누르자,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말았다. 바닥을 기던 노이즈가 남김없이, 모조리, 귀가 먹먹할 만큼, 깨끗하게 증발한 것이다. 딥블랙이란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감탄했다. 재생음의 전체적인 밸런스도 살아난다. 대단한 변화다.
아티스트 Chet Baker
곡 Alone Together
앨범 Chet
지겨울 정도로 필자의 현재 시스템에서 자주 듣는 곡이다.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파워케이블을 투입하자, 무대 왼쪽의 피아노 소리가 맑아지고 베이스가 처음부터 잘 들린다. 무대의 앞뒤 깊이가 늘어나고 스케일이 커진 것도 유의미한 변화. 청감상 트럼펫의 고음은 더 위로, 바리톤 색소폰의 저음은 더 밑으로 내려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음들이 개운한 맛을 안긴다.
파워케이블에 금색 뷸렛을 투입하자 피아노가 약간 연하고 순한 음으로 바뀐다. 베이스도 동글동글해졌다. 이에 비해 바리톤 색소폰은 조금 거친 소리를 들려준다. 최소한 이 곡에서는 금색 뷸렛 투입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은색 뷸렛으로 바꾸자 피아노 소리가 다시 맑고 깨끗해진다. 오른쪽 드럼 소리도 더 또렷하게 들린다. 하지만 무대와 악기들이 지나치게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된 느낌. 하지만 다소 투박했던 저음의 양감이 적절히 다이어트된 점은 큰 이득이다.
쇼팽 야상곡 재생 때와 마찬가지로 더욱 극적인 변화는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XLR 인터케이블을 추가로 투입한 후 펼쳐졌다. 피아노에서 평소 안 들리던 소리가 마구마구 들린다. DAC을 보다 상급으로 바꾼 것 같다. 트럼펫이 연주하는 동안에도 피아노가 나름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거의 처음으로 파악했다. 공간감과 디테일, 모두가 살아났다. 바리톤 색소폰은 그 폐활량이 곱절로 늘어났다. 아주 만족스러운 재생음이었다.
화룡점정은 역시 그라운드 블록과 연결했을 때였다. 바리톤 색소폰이 역대급으로 선명한 소리를 낸다. 기름기와 때와 먼지를 모두 털어내고 비로소 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제 두 케이블과 뷸렛, 강제 접지 효과는 확인했겠다, 그냥 평소 듣던 음악을 줄창 듣고 싶어졌다.
아티스트 Patricia Barber
곡 A Taste of Honey
앨범 Cafe Blue
시너지스틱 파워케이블을 투입하자 기타가 더욱 쫄깃한 소리를 낸다. 보컬은 더욱 손에 잡힐 듯하고, 쉐이커는 더 무대 안쪽으로 들어간다. SN비와 공간감의 향상, 이것이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H/C 파워케이블의 첫 번째 덕목이다. 뿌옇고 흐린 것과는 거리가 먼 음과 무대로 변했다.
두 뷸렛의 차이가 점점 분명하게 파악된다. 금색 뷸렛은 강렬한 콘트라스트보다는 약간 심심하다고 느껴질 만큼 뉴트럴하고 편안한 쪽으로 튜닝하는 성향. 따라서 곡에 따라서는 음들이 약간 의기소침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은색 뷸렛은 다이내믹스는 약간 줄어들지만 해상력과 SN비가 눈에 띌 만큼 좋아진다. 금색 뷸렛은 에이징이 잘 된 구리선, 은색 뷸렛은 순은선에 비유할 수 있다.
파워케이블에 은색 뷸렛을 꽂은 상태에서 앳모스피어 유포리아 SX XLR 인터케이블을 투입했다. 처음 등장한 기타가 음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연주를 한다. 파트리샤 바버가 노래를 할 때 이 기타가 계속해서 아기자하게 반주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무대에 등장한 보컬과 여러 악기들의 키(높이)가 서로 다른 것도 실감 나게 표현된다. 스피커? 언제 사라졌는지 이제 신경도 안 쓰게 되었다.
끝으로 강제 접지. 기타의 영광스러운 대관식이 열리고 SN비는 거의 최강 수준으로 올라섰다. 맞다. 재생음을 옥죄고 무대를 갉아먹었던 전자파 노이즈와 그라운드 루프 노이즈가 대거 사라진 데 따른 당연한 전리품이다. 이제 목소리가 생생하다, 이런 수준이 아니다. 노래를 하는 사람이 보인다. 심지사방에 자리 잡은 각종 퍼커션은 서로 경쟁하듯 존재감을 과시한다. 필자의 오디오 시스템이 갑자기 하이엔드로 바뀐 순간이다.
총평
이 밖에도 두 케이블을 완성체로 투입한 상태에서 정말 여러 곡을 들었다. 변화된 소리를 두 케이블이 있는 동안 만끽하고 싶었던 것이다. 부쉬 트리오의 드보르작 피아노 삼중주는 어둠껌껌해진 무대 배경이 압권이었고, 각 악기들은 저마다 한층 단단하고 색번짐이 없는 소리를 들려줬다. 첼로의 경우 필요할 때마다 밑으로 팍팍 내려간다. 템포감도 ‘갑자기'라고 할 만큼 좋아졌다.
정명화가 연주한 ‘성불사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서는 아득할 정도록 깊숙한 공간감이 돋보였고, 닐스 로프그렌의 ‘Keith Don’t Go’에서는 평소보다 크게 등장한 기타에서 음들이 출발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는 듯했다. 음의 감촉이 평소보다 소프트해진 것도 두 케이블 투입 후 일어난 큰 변화다. 진공 청소기로 재생음에 끼어있던 노이즈란 노이즈는 모조리 빨아들인 것 같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정리해 보면 역시 여러 요소들의 시너지 효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6N 단결정 순은선을 케이블 도체로 투입하고, 파워케이블에는 따로 굵은 구리선까지 투입한 덕이다. 촘촘하게 베풀어진 절연과 쉴드는 전자파 노이즈의 폐해를 막았고, 은납땜은 선재와 커넥터의 연결 저항, 순금 커넥터 등은 접촉저항을 낮췄을 것이다. 화룡점정은 이중삼중의 접지 대책. 실제 비교 청음을 해본 결과, 그야말로 여포가 적토마를 얻고, 캡틴 아메리카가 비브라늄 방패를 얻은 격이었다.
다른 오디오 기기도 마찬가지지만 오디오 케이블 역시 ‘듣는 것이 믿는 것’이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청음을 권해드린다. 필자가 왜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리뷰를 썼는지 아시게 될 것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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