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시스템을 운용해 본 분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던 브랜드가 있을 것 같은데,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크렐이지 않을까 싶다. 크렐은 미국의 하이엔드 대표 앰프 브랜드 중 하나로써, 과거에는 그 위상이 상당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잠시 A/B클래스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창립 이래로 꾸준히 A클래스 방식 앰프를 고집하며 대출력 앰프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해 오고 있다. 크렐 제품은 타 브랜드 제품 대비 달아오르는 열기 넘치는 표현력이 우수했고 막강한 구동력을 앞세워 동시대에 유행하던 스피커들을 제압하며 시스템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곤 했다.
한창 크렐이 주가를 올리던 시절, 당시에 유행하던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무지막지한 구동력을 요구했는데, 크렐의 대출력 파워앰프를 매칭하는 순간 시원스레 소리가 터져 나왔던 걸 추억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디오파일 분들에게 크렐이라는 이름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좋았던 기억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크렐을 뒤늦게 접한 편인데, KSA 시리즈는 경험해 보지 못하고 그 후에 발매했던 FPB 시리즈부터 몇 가지 모델을 경험한 이력이 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려보자면, FPB-300c를 수년간 사용했었고 400cx를 잠깐 사용하다가 Evolution 402e 모델을 몇 년 동안 사용한 전력이 있다.
이런저런 바꿈질로 인해 수많은 앰프 브랜드를 검토했지만, 결국은 크렐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필자의 크렐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현재는 크렐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마음 한켠에는 크렐이라는 브랜드는 애정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크렐은 앞서 언급 드렸던 FPB 시리즈나 Eveolution 시리즈, 그리고 현행 모델인 Duo와 Solo와 같은 대출력 파워앰프가 플래그십 제품이면서 동시에 대표 모델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모델 외에도 항상 적당한 가격대의 인티앰프를 발표하는 것을 잊지 않곤 했는데, 크렐이 발매한 인티앰프 제품들은 동시대에 등장했던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를 울리기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생각된다.
KAV-300i나 KAV-400xi의 경우 슬림하지만 강력한 구동력을 바탕으로 플래그십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고, 상품성이 좋았기 때문에 크렐의 인티앰프는 단일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내놓는 제품마다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몇 번의 수입원의 변경과 크렐 본사의 사정으로 국내에서 신제품에 대한 홍보는 예전만 못했고, 그렇게 서서히 기억 속에서 잊혀가는 듯싶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크렐의 공식 수입원이 델핀으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델핀은 루악오디오로 친숙한 수입원이었는데,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대거 취급하면서 활발히 마케팅을 진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관심 가는 수입원인데, 델핀으로부터 K-300i 인티앰프에 대한 리뷰 의뢰가 들어왔고 오랜만의 크렐 제품이라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크렐의 인티앰프 K-300i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외관 살펴보기
K-300i의 외관은 전작 모델인 Vangard의 연장선 상에 있는 디자인으로, 가운데 둥글게 솟은 모양이 눈길이 간다. 둥근 부분에는 큼지막하게 KRELL이라고 음각 처리되어 있어서 디자인상으로 이 부분에 상당히 힘을 준 듯한 인상을 받는다. 힘을 준 디자인이라고 표현했지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조금은 투박한 느낌이 들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다.
전면 좌측에는 4가지 방향의 선택 버튼과 전원 버튼, 입력 선택 버튼, 메뉴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소스 선택 버튼을 반복적으로 눌러서 입력 소스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용 가능하고, 메뉴 버튼을 누른 후 4방향의 화살표를 통해 하위 메뉴로 이동하거나 설정값을 변경할 수 있다.
우측에는 볼륨 조절 버튼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USB 포트가 위치하며 음악이 담긴 USB 메모리를 꽂고 uPnP 방식의 프로그램(대표적인 예로 mConnectHD가 있다.)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디스플레이는 청록색의 불빛으로 상당히 개성적인 느낌이 들며, 사이즈는 크지 않지만 표시될 만한 정보는 빠짐없이 표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뉴 버튼을 통해서는 제품에 대한 다양한 설정이 가능했는데, 입력단의 이름을 바꾸거나 홈시어터 사용자를 위한 바이패스 모드에 진입할 수도 있고, 아날로그 입력단의 게인 값을 조절(+/- 10dB)할 수 있는 기능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섀시 마감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짱짱하다는 표현을 쓸 만큼 매우 튼튼한 편으로, 섀시 강성에 상당한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전면과 측면 섀시의 경우 두께가 상당하여 톡톡 노크해 보았을 때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매우 단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후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우측 상단의 HDMI를 지원하는 부분과 그 아래에 위치한 이더넷(LAN) 포트였다. 전면 디자인상으로는 평범한 외관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후면에는 반전이 숨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HDMI 포트의 버전은 2.0a와 HDCP 2.2를 지원하는 18Gbps의 대역폭의 규격으로, 4K 60p나 HDR 영상(Static Meta Only)에 대응하는 포트가 탑재되어 있으며 입력 2종, 출력 1종에 대응한다. 인티앰프에서 HDMI 단자를 지원하는 모델이 몇 개나 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답을 내놓을만한 모델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인티앰프 카테고리에서는 매우 놀라운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HDMI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활용도가 높아지는데, 예를 들어 블루레이 플레이어 또는 애플TV, IPTV 셋탑박스와 같은 외장 플레이어와 고품질로 연동할 수도 있고, PlayStation과 같은 게임기와도 연동이 가능하여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기기들은 광이나 동축 입력으로도 연결이 가능은 하지만, 블루레이는 16bit 48Khz로 출력 품질이 제한되거나 PlayStation 5나 애플TV와 같은 최신 기기는 광이나 동축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본 기는 HDMI 포트를 통해 DSD128에 대응하기 때문에 OPPO 등의 기기와 연동하여 SACD를 즐길 수도 있다.
따라서 본기에 탑재된 HDMI 포트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본격적으로 TV 밑에 두고 사용할 만한 자격이 있는 기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으며, 매우 주목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어서 다른 단자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아날로그 입력은 밸런스 타입 2종, 언밸런스 타입 3종을 지원하며 디지털 입력은 광 입력(Toslink)과 동축 입력(Coaxial), 그리고 USB B 타입 연결을 각각 1개씩 지원하여 컴퓨터와 연결하여 외장 DAC로 인식하여 PC-Fi로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내장 DAC의 사양은 ESS의 Sabre 9028 PRO 칩셋이 탑재되어 있으며, 전면 메뉴를 통해 필터 2종(Fast Roll-Off Minimum Phase, Fast Roll-Off Linear Phase)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좌측에 위치한 스피커 터미널은 WBT의 단자를 채용했고 싱글 와이어링을 지원한다. 중앙에 있는 USB 포트 옆에는 불룩 솟아있는 부분이 있는데, 매뉴얼을 살펴보니 블루투스 안테나 커버임을 알 수 있었다. 블루투스의 경우 퀄컴의 APT-X 코덱을 탑재하여 고품질의 감상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더넷 단자를 살펴보니, 본 기는 uPnP 방식으로 네트워크 플레이가 가능하여 mConnectHD를 통해 Tidal이나 코부즈, Spotify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 Tidal에서는 MQA 파일을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MQA도 디코딩을 지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Roon에도 대응하는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 올인원 인티앰프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기능을 지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초호화 구성의 제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어서 내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제품 내부는 거대한 방열판과 전원부가 특징으로 되어 있으며 매우 큰 구경의 토로이달 트랜스가 눈길이 간다. K-300i의 무게는 24Kg에 달할 정도로 튼실한 무게를 자랑하는데, 대부분의 무게는 트랜스와 섀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당히 큰 트랜스가 탑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랜스의 용량은 771VA 사양의 제품이 탑재되어 있으며, 전원부의 커패시터 용량은 80,000uF에 달하는 용량이 탑재되어 튼실한 전원부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부는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고 크게 3개의 기판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특히 디지털 보드와 아날로그 회로 기판은 층을 나누어 분리되어 설계되어 있어서, 아날로그 회로의 순도를 유지하고 노이즈에 대한 간섭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 배선재는 상당히 굵은 두께의 도선재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으며, 파워앰프 부는 방열판 아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는데 A클래스로 동작하는 iBias 회로가 내장되어 있다.
여기서 잠시 iBias 회로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iBias는 출력단에서 소모하는 전류량을 모니터링하여 증폭률과 바이어스를 조정해 주도록 동작하여 일반적인 A클래스 방식 대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동작한다. 따라서 A클래스 동작 제품이긴 하지만 발열량이 대폭 줄었고, 실제 동작 시에는 약간 따스한 정도의 발열을 보인다. 이는 곧 제품의 오랜 내구성을 기대해 볼 수 있고, 음질은 A클래스 특성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는 증폭 방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K-300i에 적용된 iBias 회로는 이보다 조금 더 진화된 버전인 iBias XD가 적용되어 있다. iBias XD는 기존 iBias 회로 대비 출력 임피던스를 낮추고 좀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바이어스 제어 능력을 가지며, 이런 변화로 인해서 재생음이 좀 더 입체적이고 향상된 다이내믹스 특성과 디테일 표현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파워앰프부의 사양은 8옴에서 150W의 출력을 가지며, 4옴에서 300W 출력을 보이며 튼실한 전원부를 바탕으로 선형적인 출력 증가를 보이는 제품이어서 신뢰가 간다. 이 정도로 제품 살펴보기를 마치고, 이제부터는 K-300i에 전원을 넣고 직접 들어보기로 한다.
제품 들어보기
제품의 시청은 하이파이클럽과 수입원 델핀의 배려로 필자의 자택에서 약 1주일간 제품을 대여받아 진행되었다. 시청에 동원된 기기로는 락포트의 Avior 스피커와 B&W 805s 북쉘프 스피커를 사용하였으며, 룬과 연동하기 위해 뉴클리어스+ 를 사용하였다. 대부분의 시청은 내장 DAC를 사용하여 스트리밍으로 감상하였으며, 추가적으로 MSB Select2 DAC와 연동하여 순수한 인티앰프로써의 성능을 평가해 보기도 했다.
크렐 K-300i 인티앰프를 들어본 소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우수한 구동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슬림한 두께의 인티앰프이지만 구동력 만큼은 전통의 크렐 제품답게 상당히 우수하였고, 웬만한 톨보이 스피커까지는 무리 없이 구동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우수한 구동력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매칭되었던 스피커 중 Avior는 공칭 임피던스가 4옴이고 상당히 구동하기 까다로운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상당한 수준으로 구동을 해서 놀라웠다.
B&W 805s의 경우에는 완전히 스피커가 제압당해서 극한의 성능으로 드라이빙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최근 접했던 올인원 인티앰프 중에서 이런 정도의 구동 능력을 보였던 제품은 흔치 않은 상황이기에 대단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이내믹스 특성이 매우 뛰어났다는 점을 강조 드리고 싶다. 앞서 설명드렸던 iBias XD 회로와 강력한 전원부 구성으로 인해 매우 박진감 넘치는 다이내믹스 특성을 느낄 수 있었고, 우수한 저역 통제력으로 빠른 반응과 우수한 댐핑 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음색적으로는 A클래스 특유의 열기감과 달아오르는 느낌도 여전히 느낄 수 있었으며, 때로는 약간 대출력 A/B클래스 제품을 연상시키듯 산뜻하면서도 경쾌한 재생음을 느낄 수 있어서 A클래스와 A/B클래스의 장점을 모두 취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내장 DAC 성능은 매우 출중하였으며 우수한 해상도와 디테일 표현에서 강점을 가졌다. 내장 DAC만으로도 충분히 우수한 성능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좋게 느껴졌으며 네트워크 플레이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잘 동작하여 별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
uPnP를 통한 연결도 매우 안정적이었고, Roon도 매우 안정적으로 동작하여 Tidal과 Qobuz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고 HDMI 단을 통한 감상도 멀티채널은 아니지만 2채널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을 손쉽게 누릴 수 있었다.
내장 프리부의 성능은 무난한 편으로 여겨졌으며, 외부 기기와 아날로그 연결 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있는 경우에는 메뉴에 진입하여 소스기기의 게인을 최적으로 맞추어 감상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 MSB Select2 DAC를 연결했을 때 처음에는 좋지 못한 결과를 얻어서 당황했는데, 이는 Select2 DAC의 밸런스 출력 전압 특성이 K-300i 프리부 단과 게인 매칭이 잘되지 않은 상태여서 발생한 결과였다. 이런 경우에는 Level Trim 메뉴를 통해 Gain을 조정하고 들었을 때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니 이런 점은 본 기를 시청할 때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본 기에 대한 한 가지 운용 팁을 드리자면, 상판 섀시의 두께는 생각보다 두껍지 않은 상황이라 큰 음량으로 재생하게 되는 경우 떨림이 발생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시중에 발매되고 있는 진동 소멸 액세서리를 적당한 위치에 올려두면 훨씬 더 깨끗한 중음을 들을 수 있었으니 본 기를 보유하고 계시거나 시청하실 때에는 이런 점도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그럼 지금부터 리뷰 당시에 들었던 곡의 예를 통해, 크렐 K-300i인티앰프의 재생음 특성을 조금 더 상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피아노 Maria-João Pires
지휘 Daniel Harding
오케스트라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앨범 Beethoven: Piano Concertos 3 & 4
첫 곡으로 Maria Joao Pires와 Daniel Harding의 지휘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을 roon을 통해서 타이달 스트리밍으로 들어본다.
강력한 구동력을 바탕으로 다이내믹한 재생음이 감지된다. 빠르게 진행되는 3악장의 리듬을 탄탄하고 텐션 있게 묘사해 주고 있으며, 깨끗하고 투명한 느낌이 매우 좋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순도 높은 중역을 바탕으로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러가는 피아노 톤이 우수하게 재현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밖에도 현의 질감 표현도 우수했고 목관악기의 피어 오름 묘사가 대단했으며, 전반적인 해상력이 우수하여 완성도 높은 재생음을 들을 수 있었다. 스피드 측면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 매우 우수한 스피드로 음을 표현해 주었고 과도응답 특성도 매우 좋았다.
재생음을 평가하는 모든 지표에서 기대 이상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재생음을 본 기 1대만으로도 손쉽게 들을 수 있었다. 스피커가 B&W의 최신형인 805D4나 YG Acoustics의 TOR였다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재생음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구형 모델인 805s를 연결한 환경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바이올린 김봄소리
피아노 Rafał Blechacz
곡 Chopin: Nocturnes, Op.9 - 2. Andante In E Flat Major
앨범 Musical Moments
이어서 김봄소리와 라파우 블라헤츠가 연주한 녹턴 OP.9/2를 들어본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표현되는 현의 질감과 더불어 안정적으로 배경에 깔리는 라파우 블라헤츠의 피아노 연주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원곡은 피아노 솔로로 차분하게 덤덤하게 풀어나가는 연주 스타일이지만, 김봄소리가 리드하는 연주는 좀 더 열정적으로 달아올라서 마치 상기되어 연주하는 듯한 느낌으로, 개성적인 매력이 잘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 기는 우수한 구동력을 바탕으로 스피커를 완전히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열정적이고 상기된 표현도 잘 해내는 듯하다. 크렐의 다이내믹한 표현력이 곡과 시너지를 이루어서 빛을 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며, 빨랐다가 느려지는 완급조절이나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느낌도 상당히 좋게 느껴져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첼로 Mischa Maisky
피아노 Lily Maisky
곡 Bach: Adagio From Keyboard Concerto In D Minor (After A. Marcello)
앨범 Adagietto
다음 곡으로는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 연주로 바흐의 아다지오를 들어본다.
섬세하고 질감 표현이 우수한 첼로 현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나긋나긋한 첼로 톤을 대단히 고급스러우면서 우아하게 표현해 주고 있으며, 이미징 측면에서도 매우 좋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미샤 마이스키가 눈앞에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 입체적으로 잘 묘사되고 있었으며, 중간중간 드러나는 연주자의 호흡과 활을 켜면서 나는 소리가 매우 생생하여 대단한 해상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흡사 헤드폰으로 듣는 듯한 느낌도 들 정도로 인상적인 느낌이 들었고 곡이 가지고 있는 애절한 느낌이 잘 살아나서 음악적인 표현력도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티스트 Oscar Peterson Trio
곡 You Look Good To Me
앨범 We Get Requests
마지막으로는 장르를 바꾸어 재즈곡을 감상해 보도록 한다. Oscar Peterson Trio의 We Get Request 앨범에서 You Look Good To Me를 들어보았다.
양감 풍부한 더블베이스의 표현이 북쉘프의 한계점을 움켜쥐면서 끝까지 남김없이 뽑아내주는 느낌이 든다. 구동이 상당히 잘 되었을 때의 느낌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으며, 저역의 텐션이나 스피드도 출중하게 잘 표현되고 있다.
드럼의 타격감도 우수하고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었고, 미묘하게 떨리는 작은 떨림의 표현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음의 끝맺음이 절도 있고 깔끔하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느낌이 잘 살아나고 있으며, 고역의 뻗음도 좋지만 저역의 다이내믹한 느낌이 잘 살아나서 재즈 곡의 박자감과 흥겨움이 잘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벽히 스피커를 장악하는 능력은 앰프의 명가다운 크렐제품이라는 확신을 주었으며, 좋은 인상을 남긴 채 시청을 마쳤다.
리뷰를 마치며,
이번 리뷰에서 살펴본 크렐 K-300i 인티앰프는 다재다능함을 넘어 초호화 사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든 기능을 지원하는 만능 올인원 인티앰프였다. 동 카테고리에서 떠오르는 경쟁작들 대비 본 기가 갖는 장점은 음질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상당히 크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리뷰를 작성하는 시점에 수입원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훨씬 더 가격 접근성이 좋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필청 해야만 하는 제품이라고 강조 드리고 싶다.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외관을 제외하고는 모든 측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 훌륭한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 외에도 본 기는 이미 스테레오 파일에서 2020년도에 인티앰프 부문에서 당당히 A클래스에 이름을 올렸고, 많은 경쟁작들이 등장했지만 현재까지 계속 A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스테레오 파일 외에도 많은 매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에, 크렐의 명성과 매체들의 평가를 믿고 안심하며 구입하기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오디오파일의 환호를 받을만한 제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으며, 향후 발매될 크렐의 제품들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멋진 성능의 인티앰프로 국내에 복귀한 크렐을 환영하며 리뷰를 마친다.
염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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