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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앤 드래곤으로 대변되는 판타지 계열 컨텐츠를 보면 심심찮게 '용사'라는 직업이 등장한다.

보통 해당 세계관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직업의 기술을 특별한 패널티 없이 익힐 수 있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직업으로 설정된다. 기술 습득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거의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만, 그 패널티로 전문 직업에 비해 각각의 성능 한계는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잘 키운다면 팔방미인이 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직업이 뒬 수 있는 것이 용사라는 직업이다. 현실에서도 하이브리드 제품은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제품이 되기 쉬운 위험성이 있는 대신 타겟팅을 잘 잡는다면 까다로운 소비자도 만족시킬 제품이 될 수 있다.

AMD가 선보인 하이브리드 캐시 구조의 라이젠 9 7950X3D는 어떤 제품일까?

게임에 강한 3D V-캐시, 속도에 강한 일반 캐시의 결합

2월 말 출시된 라이젠 9 7950X3D와 라이젠 9 7900X3D는 지난해 출시된 라이젠 7000 시리즈를 베이스로, 추가 L3 캐시가 더해진 CPU다. 이들 CPU는 8코어 CCX 두 개가 결합되어 있지만, 추가 L3 캐시는 한쪽의 CCX에만 더해져 각 CCX의 L3 캐시 용량이 불균형한 하이브리드 CPU다.

AMD는 왜 이런 구조를 택했을까?

일단 추가 캐시 탑재에 따른 비용 상승, 현 시대 게임의 멀티 코어 지원 추세가 대략 8코어 16스레드 수준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3D V-캐시를 탑재한 시작 모델인 라이젠 7 5800X3D의 오버클럭이 막혀있던 것을 감안한다면, 고클럭이 요구되는 작업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하이브리드 구조는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캐시 특성의 코어에 작업을 분배해줄 스케줄러의 도움이 필수다. 3D V-캐시의 영향이 큰 작업, 예를 들자면 게임 구동에 일반 CCX가 배당 된다면 3D V-캐시의 의미가 없어진다.

AMD는 이를 위해 칩셋 드라이버에 'AMD 3D V-Cache 성능 최적화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했다. 윈도우 10과 11에 포함된 게임바에서 게임으로 인식되는 프로그램은 이를 통해 3D V-캐시 코어에 우선 할당하고, 그 외 코어는 파킹해 불필요한 워크로드 이동을 방지한다.

그래도 멀티 태스킹 환경, 혹은 게임 자체의 멀티 코어 활용도가 높다면 파킹된 두 번째 CCX의 코어도 자동 활성화되어 작업 처리에 나서게 된다.

3D V-캐시가 탑재된 CCX와 일반 CCX간 작업 분배를 위해 윈도우의 게임 모드 활성화 및 AMD 칩셋 드라이버 5.01.03.005 이상 버전이 요구된다. 어플리케이션의 코어  할당은 드라이버를 통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라이젠 9 7950X3D는 L3 캐시 구조가 다른 CCX 두 개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구조이다 보니, 라이젠 9 7950X와 달리 베이스 클럭이 300MHz 낮아지면서 TDP도 50W 낮아졌고, 최대 전력 스펙인 PPT도 230W에서 162W로 약 70W나 낮아졌다.

덕분에 라이젠 9 7950X와 달리 기본 상태에서 발열과 소비전력의 큰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영향인지 라이젠 7 5800X3D에서는 지원하지 않던 PBO 오버클럭을 지원한다. 아쉽지만 수동 오버클럭은 이번에도 지원되지 않는다.

먼저, 간단하게 아이들 상태일 때와 시네벤치 R23 멀티 코어 스트레스 테스트, 포르자 호라이즌 5, 3DMark CPU 프로파일 테스트 동안 기록된 시스템 전력과 CPU 온도를 정리했다. 라이젠 9 7950X3D의 TDP와 PPT가 낮은 만큼 온도와 시스템 전력은 모두 유리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CPU 온도는 최대 10도 가까이 낮아졌고, 시스템 소비전력은 시네벤치에서 약 90W, 게임 테스트인 3DMark CPU 프로파일에서는 거의 100W 가까이 낮아졌다. 실제 게임 환경인 포르자 호라이즌 5에서는 전력 차이가 그보다 줄었지만, 50W라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아래 따로 테스트 시스템 스펙을 정리하겠지만, CPU 냉각에는 실버스톤 SST-PF360-ARGB STCOM 일체형 수랭 쿨러를 사용하였고, 팬 속도와 펌프 속도 모두 최고로 고정한 상태로 테스트했다.

하이브리드의 장점만 모았다

라이젠 9 7950X3D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위와 같은 시스템을 꾸몄다. 먼저 비교를 위해 3D V-캐시가 없는 라이젠 9 7950X를, 게임 성능 측정을 위한 그래픽 카드는 라데온 RX 7900 XT를 선택했다. SAM(Smart Access Memory) 기능을 활성화했으며, 시스템 메모리는 DDR5 6000MHz 16GB*2로 구성했다.

먼저, Sandra를 이용해 기본적인 연산 성능을 비교했다. 기본 연산 성능과 멀티미디어 처리 성능은 라이젠 9 7950X가 높게 나왔고, 암호화 및 금융분석 성능도 라이젠 9 7950X가 유리하다. 반면 과학 분석 성능은 라이젠 9 7950X3D가 높게 나타났다.

멀티 코어 활용도가 100%에 달하는 시네벤치 R23과 블랜더 벤치마크에서 라이젠 9 7950X의 성능이 우수하게 나타났다. 이는 앞서 보았듯 전력 세팅 및 실제 소비 전력 차이가 멀티 코어 활용시 부스트 클럭 한계 유지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시네벤치 R23 멀티 코어 랜더링 테스트 당시 라이젠 9 7950X는 최대 클럭이 약 5.1GHz를 기록한 반면, 라이젠 9 7950X3D는 그보다 약 200MHz 낮은 4.9GHz 수준의 클럭이 유지되었다.

일상적인 PC 작업 성능을 측정하는 PCMark10 테스트도 진행했는데, 전반적으로 라이젠 9 7950X가 더 성능이 높은 것으로 측정되었다. PCMark10의 멀티 코어 활용도가 낮고, 두 CPU의 부스트 클럭이 동일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조금 의외의 결과인데, PCMark10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차트는 순서대로 CPU 클럭/ CPU 온도/ CPU 전력/ CPU 로드율을 뜻한다.

테스트 동안 두 CPU의 로드율은 거의 동일하지만 오렌지색의 라이젠 9 7950X가 대체로 더 높은 클럭이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라이젠 9 7950X에서 더 많은 전력을 끌어다 쓰는데, 그만큼 고클럭 유지를 위한 전력 한계치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지, 두 CPU의 전체적인 성능 차이는 3% 수준에 불과한 만큼, 전력 효율은 라이젠 9 7950X3D가 더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3D V-캐시로 더 높은 게임 성능을 

라이젠 9 7950X3D

라이젠 9 7950X

AMD는 라이젠 9 7950X3D에 3D V-캐시가 한쪽 CCX에만 탑재된 만큼, 기본적으로 게임 워크로드는 3D V-캐시가 탑재된 CCX에 할당하고 일반 CCX의 코어는 파킹한다는 사실을 알렸고, 포르자 호라이즌 5를 통해 정상적으로 3D V-캐시 CCX에 할당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실제 게임에서의 효과는 어떤지 11종의 게임을 통해 라이젠 9 7950X3D의 실제 성능을 체크했다. 라이젠 9 7950X와 비교했을 때 사이버펑크 2077와 파이널 판타지 14 엔드워커에서 무려 20프레임 가까운 성능 향상이 있었고, ANNO 1800에서 10프레임, 위처 3 차세대 업데이트 버전에서는 약 5프레임의 성능 향상이 있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포스포큰, 포르자 호라이즌 5 처럼 소폭 하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도 거의 차이가 없어 제품 선택을 좌우할 결정적 영향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이상적인 Zen4 CPU의 완성, 라이젠 9 7950X3D

라이젠 9 7950X와 같은 가격이 책정된 라이젠 9 7950X3D.

CPU 코어 중심의 워크로드에서 전력은 최대 100W 가까이 적게 소비하면서도 성능 차이는 약 5%에서 10% 수준에 그쳐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소비전력이 줄어든 덕에 쿨링 솔루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반길 일이다.

제품 가격이 가격인만큼 라이젠 9 7950X3D를 게임용으로 구매할 사용자는 없겠지만, 3D V-캐시 덕에 더 높은 게임 성능과 더불어, 일부 전문 작업에서도 더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라이젠 9 7950X3D, 소비자들이 기다려온 이상적인 Zen4 CPU의 모습을 보여주며, 게이머라면 4월 출시될 라이젠 7 7800X3D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한 선봉장격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