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2023 한국소비자원이 쇼핑몰 76개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5개월 동안 429건의 다크패턴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으며,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년간 전자상거래 구매 이력이 있는 소비자의 약 50%가 다크 패턴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짜증 나는 다크패턴을 게임으로 재밌게 승화시킨 게임이 하나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Odd 게임즈의 ‘맬웨어(Malware, 악성 소프트웨어)’로, 여러 방송인이 즐기며 입소문을 탄 퍼즐 게임이다.
이름에 어울리게 게임도 ‘악성 소프트웨어와 코드의 설치를 막는다’라는 큰 골조를 기반으로, 과거 소프트웨어 설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구현해 뒀다. 실제 컴퓨터 모니터와 일체감을 주기 위해서인지 게임의 세로 비율도 조금 짧은데, 이 덕분에 컴퓨터의 작업 표시줄을 가리지 않아 게임하는 내내 실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게임의 플레이 방식도 간단하다. 이 게임은 시간여행으로 1999년에 머물게 된 ‘톰’이 다시 미래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의 악성 코드를 찾아내어 돈을 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용자는 ‘톰’이 되어 의뢰자들의 프로그램을 직접 설치해 보며, 어떻게 깔아야 악성코드가 안 깔리는지 알려주기만 하면 끝이다. 악성 코드를 찾아내는 것도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지는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
대신 중요한 건 눈썰미다. 게임은 광고 다운로드, 악성 메일 수신 동의 등 내 컴퓨터를 병들게 하는 체크박스를 교묘하게 숨겨두기 때문이다. 흔히 대충 보고 지나치는 소프트웨어 최종 라이센스 계약에 체크박스를 숨겨두기도 하고, 잘 보이지 않는 회색 글씨로 악성 코드를 심어두기도 한다. ‘체크를 해지하면 악성코드를 다운로드합니다’와 같은 헷갈리는 문항도 있어서 조건 문항을 잘 읽어봐야 할 때도 있다.
필자가 가장 오래 헤맨 건 그림 뒤에 숨어있는 악성 코드로, 그림 팝업의 X(닫음)표를 눌러야 찾아낼 수 있는 형태였다. 게임 내내 자연스럽게 보고 있었던 그림이기 때문에 뒤통수가 얼얼했던 경험이다.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2시간으로 긴 편은 아니지만, 집중해야 하는 퍼즐게임 특성상 너무 피로하지 않게 적절히 끊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느껴졌다. 또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느라 대충 넘겼던 의뢰인들의 메일도 찬찬히 읽어보니 은은한 개그 코드가 들어 있어서 여유롭게 감상하다 보면 크게 아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의뢰인은 빵을 레시피 프로그램을 설치하다 문제가 생긴 ‘장 발장’과 새로운 문자 연구를 위해 레터샵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다 도움을 요청한 ‘이도’다. 세종 이도, 세종대왕님 패러디가 맞다.
이외에도 맥도날드 패러디, 해리포터 패러디 등 몰라도 플레이에는 문제가 없지만 알면 더 재밌는 소소한 요소들이 있어서 이런 류의 개그 코드가 취향에 맞는 이용자라면 더 만족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번역은 아직 좀 투박하고 한국인의 공감대보다는 해외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이 아쉽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감상이다.
원한다면 나만의 악성코드 문제(모드)를 만들고, 창작마당을 통해 이용자들과 나눌 수도 있어서 장기적으로 플레이 이용자가 많아진다면 더 다양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기대되기도 했다. 게임은 스팀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자가 직접 문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가이드라인도 배포 중이다.
요약하자면, ‘맬웨어’는 투박한 번역과 짧은 플레이타임이 아쉽지만 ‘프로그램 설치’를 테마로 한 참신한 콘셉트의 퍼즐과 소소한 개그 요소,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착한 가격이라는 큰 장점을 가진 게임이다.
현재 스팀에 게임의 초반부 퍼즐을 체험할 수 있는 데모 버전도 공개돼 있으니, 궁금한 이용자라면 가볍게 체험해 보고 구매를 결정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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