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필자의 디펜스 킹 첫인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캐주얼하고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들은 신입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유치하기 위해 각종 신규 이용자 전용 무료 뽑기, 특별 접속 보상 등을 제공하는데 ‘디펜스 킹’은 이런 이벤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처음 실행했는데도 얻는 보상으로는 전투 보급상자(높은 등급의 뽑기 상자)를 10번도 까지 못해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재화를 제공하는 일반 일일 출석 체크 등이 있긴 하지만, 보상을 팍팍 제공하며 정신없이 게임의 시스템을 탐방하게 만드는 다른 유사 장르 게임들에 비해선 부족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면 즐길수록 아쉬움은 옅어졌다. 기존 디펜스 게임과 달리 조화로운 재미 요소가 신선하게 다가온 덕분이다. 진득하게 지켜본 디펜스 킹에서는 적을 쓸어버리는 뱀서라이크의 재미와 슈팅 게임의 조작감, 함정을 통한 전략적 판단의 재미가 서로 알맞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디펜스 킹의 큰 골조는 이렇다. 이용자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조종해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모두 해치워가며 기지를 지키게 된다. 몬스터를 잡으면 드롭되는 ‘골드’와 ‘스킬’을 통해서 더 강해질 수 있고, 기지의 체력이나 캐릭터의 체력이 모두 떨어지면 게임이 끝난다. 캐릭터 운용 방식이나 스킬은 핵앤슬래시인 ‘뱀파이어 서바이버’나 ‘탕탕특공대’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겠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이 게임의 핵심 요소인 ‘함정’이 들어가게 되면 말이 달라진다. 여기서 ‘함정’은 말 그대로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주는 보조적인 딜링 수단이다. ‘골드’를 소모해 바닥이나 벽면에 설치할 수 있고,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달리 움직이게 만들 순 없다. (설치한 함정을 판매하는 건 된다.)
이어서 각 함정은 출혈, 방사능, 전격 등의 ‘특성’이 존재하는데, 이게 다른 함정이나 무기와 시너지를 냈을 때의 효과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가시 함정은 적들에게 ‘출혈’ 효과를 부여한다. ‘출혈’ 효과를 받은 적이 길을 지나다 ‘독소’ 피해를 주는 ‘톱날 발사기’에게 당하면, ‘독혈 효과’라는 특수 시스템이 발동하면서 적에게 강한 피해를 준다.
이 특성은 트랩 외 용병(함정과 비슷하게 적을 막는 아군 유닛),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무기 등에도 적용돼 있어서 생각보다 더 다양한 조합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독소 함정 앞에서 출혈 효과 부여 무기로 적들을 해치우고, 방사능 함정을 깐 뒤 얼음 공격 용병을 설치해 ‘얼음 번개’ 특수 효과를 노리는 식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나만의 트랩과 무기 조합을 연구하는 재미가 있었고, 지향하는 시너지를 내기 위해 낮은 등급의 함정도 적극 채용하는 등 버려지는 아이템이 없이 게임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었다.
플레이의 고착화를 막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디펜스 킹에서는 새로운 스테이지를 시작할 때마다 특수 효과가 생기는 ‘자기장 변화’가 부여된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동시에 적용되는 시스템으로, ‘방사능 피해 +60%’. 단, ‘마그마로 적 처지 시 획득 골드 –50%’와 같은 효과가 부여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사능 함정을 후순위로 사용했던 이용자도 해당 함정을 우선 배치한 뒤, 시너지가 나는 용병을 고용할 확률이 높다. 기존 플레이방식대로 클리어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다른 방식도 사용해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약하자면, 디펜스 킹은 핵앤슬래시와 슈팅 게임, 디펜스 게임에서 만날 수 있었던 보편적인 재미에 함정이라는 핵심 재미까지 조화롭게 담아낸 작품이다.
아직 불안정한 서버로 인한 튕김 현상이 종종 일어나고, 뽑기 재화인 ‘드라이버’의 수급 콘텐츠가 무과금은 빠르게 넘기 힘든 13지역 이후에 배치됐다는 점 등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조금 보이지만 아직 서비스 초기인 만큼 긍정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플레이 타임도 10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남는 시간 동안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이용자에게는 괜찮은 선택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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