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메모리는 다다익선이라고 한다. 필요 이상의 메모리가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될 리 없지만, 가용한 메모리가 부족해지는 순간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경험한 소비자라면 그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여기에 시스템이 사용하는 메모리의 양도 급격히 커져왔다. 최근 게임은 최적화가 잘 돼 있다고들 하지만, 고해상도, 고주사율로 변화한 환경에서 막대한 메모리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뻔한 이치다. 4K 해상도의 영상이 기본이 돼 가고 있는 지금, 이를 편집하는 시스템의 메모리가 어때야 할지 역시 명약관화하다.
이런 저런 고려를 하다 보면 결국 32GB 정도의 메모리는 기본으로 선택하게 된다. 매우 간단한 오피스 앱이나 웹서핑 등에만 사용할 PC가 아니라면, 이만한 용량도 충분하다 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단, 메모리의 용량을 정했다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경각심 스위치를 ON 으로 만든다.
속도 발전이 느렸던 DDR4와 달리 DDR5 시대에서는 상당한 동작속도를 확보한 메모리가 이미 줄이어 등장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빠른 메모리를 선택할 수만도 없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프로세서 내의 메모리 컨트롤러가 그만한 속도를 정상적으로 서포트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구매가격 역시 고려할 부분. 여기에 표준 이상의 속도로 동작하는 메모리라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오버클럭 프로파일에 대한 부분도 숙지해야만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주목한 이 제품. 대원씨티에스가 한국 시장에 유통하는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 메모리 되겠다. 참고로 용량은 16GB 2개 구성 총 32GB 에 달한다. 32GB 라면 요즘에는 기본 용량으로 정립된 숫자라 보면 된다.
◆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
동작클럭: 6400MHz (PC5-51200)
종류: DDR5
낸드: 마이크론 1ß(1-베타) 공정 3D낸드
램타이밍/전압: CL38-40-40-84 / 1.35V
오버클럭 옵션: 인텔 XMP 3.0, AMD EXPO
용량: 32GB (16GB x 2)
규격: 가로 1336 x 높이 34.8mm x 두께 7.9mm
특징: 방열판(블랙 or 화이트), 라이프타임워런티
수입/유통: 대원씨티에스
# 정제된 스타일, 제대로 칼 갈았네!
AMD나 인텔 모두 이미 2세대 이상 DDR5 메모리를 지원해 오고 있고, 레퍼런스 클럭의 제품이라면 초기의 높았던 가격도 충분히 안정화돼 이제는 DDR5 메모리를 부담스러워할 이유가 모두 사라졌다. 다만, 다양한 오버클럭 메모리가 시장에는 최대 8200MHz 버전까지 출시돼 있어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 보인다.
프로세서 위의 HIS를 제거해 직접 튜닝하는 수준의 마니아가 아니라면, 현재의 프로세서가 지원하는 메모리 컨트롤러에서 안정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한계선은 DDR5-6400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최신의 프로세서일수록, 고성능 프로세서일수록 더 높은 클럭의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은 있지만, 오버클럭 메모리라는 것은 언제고 예기치 않은 문제와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할 일이다. 구매 가격 역시 레퍼런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하고 말이다.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은 이렇듯 안정을 추구하지만, 메모리의 오버클럭을 통한 퍼포먼스의 향상도 포기하지 못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살펴보아도 좋을 제품이다. 32GB 패키지의 가격이 10만원 대 중반에 형성되어 있어 매력적이며, 지난 세대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해도 6400Mhz는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속도이기도 하다.
RGB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는 실망스러운 디자인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글쓴이처럼 RGB를 극혐하는 소비자라면 이 스타일은 분명 눈에 꽂힐 만하다. 대개 고급형 메모리에 RGB를 탑재하다 보니 RGB를 지원하는 메모리는 스펙도 높고 화려한데 비해 RGB를 지원하지 않는 메모리는 왠지 저렴해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은 RGB 없이도 충분한 고스펙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광이 없는 블랙 컬러의 알루미늄 히트싱크,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스타일을 살려주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 RGB 없이도 고급 제품이란 이미지를 충분히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모서리 부분의 캐릭터 라인은 마치 한치의 오차 없이 깔끔하게 접어낸 종이학의 라인을 연상시킨다. DRAM IC가 장착된 부분과 PCB만 남은 부분의 처리를 각기 다르게 함으로써 얻어진 특징이겠지만, 분명 눈에 띄고 오해 기억에 남을 만한 스타일인 느낌이다.
대개 DDR5-6400을 지원하는 메모리들이 CL32(CAS Latency)를 기본으로 지원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약간 늦은 CL38을 지원한다. 다소간의 아쉬움이 될 수 있는 스펙이지만, 동일 클럭의 여타 메모리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점은 오히려 고성능 메모리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CL를 약간 늦춤으로 다양한 프로세서와 메인보드 등에서의 호환성을 높일 수도 있는 일이다. 전 세대 메인스트림 프로세서에서 사용하는 경우 메모리 컨트롤러의 한계로 DDR5-6400 동작을 완벽하게 확신할 수 없다고 본다면, CL을 조금 낮추어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격을 더 합리적으로 조절한 것은 소비자에 따라서는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사용자의 실력 여하에 따라 이를 줄이는 시도를 해 볼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다만, 방열판에 가려진 나머지 안쪽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DDR5에 이르러 (즉, 모든 DDR5가 공통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이지만) 모듈 수준에서 데이터의 무결성을 유지할 수 있는 On-Die ECC를 탑재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에러를 검출하고 스스로 보정하는 기능으로 시스템의 안정성 향상과 밀접하다.
인텔의 오버클럭 프로파일인 XMP와 AMD의 오버클럭 프로파일인 EXPO를 모두 지원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고성능 메모리를 사용하고 싶지만, 수십 가지가 넘는 복잡한 설정은 초심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이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XMP나 EXPO인데, 표준 이상의 동작속도를 갖는 메모리가 어떤 조건 하에서 동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메모리가 갖고 있다가, 메인보드가 이를 호출하면 자동으로 설정을 마무리해주는 기능이다.
XMP와 EXPO를 모두 지원하는 것은 결국 인텔과 AMD 등 계열을 가지리 않고 오버클럭 메모리를 지원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간단하게 설정을 마무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간편한 설정과 빠른 속도, 그리고 믿어도 될 만한 안정성
XMP나 EXPO를 활용하면 표준 이상의 동작속도를 갖는 메모리라 해도 복잡한 설정을 순식간에 마칠 수 있다. 메모리가 어떤 환경에서 동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불러와 BIOS에 적용해 주기만 하면 마무리된다. 메모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된다면, 이후 이 메모리의 한계에 도달하는 추가적인 오버클럭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아무튼, 메모리가 가진 프로파일을 불러오는 것만으로 관련 설정은 한번에 모두 마무리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오버클럭 메모리는 이를 모두 지원하므로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만의 장점이라 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빠르고 간편한 설정은 복잡한 메모리 오버클럭을 간단하게 끝내준다는 점에서 초심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테스트 환경
① CPU - 인텔 코어 울트라 7 265K
② M/B - ASRock Z890 Taichi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
④ SSD - 마이크론 크루셜 P310 Gen4 NVMe SSD 대원씨티에스
⑤ VGA - 갤럭시 BOY 지포스 RTX 4070 2X D6 12GB
⑥ 쿨러 - 앱코 P360 포세이돈 ARGB 수냉 쿨러
⑦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1050W ATX3.1 화이트
⑧ OS - Windows 11 Pro 23H2
▲ 동급 6400MHz 메모리 대비 향상된 성능 발휘
▲ 성능 좋은 방열판 장착으로 안정된 발열 제어
역시 높은 동작속도를 보장하는 메모리 답게 대역폭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이만한 클럭의 메모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바라는 점 중 하나가 이 빠른 대역폭이 아닐까? 이는 게임, 영상의 편집, 각종 고해상도 그래픽 작업 등 전문 영역에서의 사용 시 분명 더욱 빛을 발할 부분이다. DDR5-6400 수준의 메모리라면 확실히 현재의 DDR5 기반 시스템에서 최고의 메모리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언급하기 다소 껄끄럽지만, 그럼에도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은 DDR5 시대의 초창기 삼성이나 마이크론의 메모리에서 간혹 문제가 발생한 예가 있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메모리 제조사인 만큼 관련 오류 역시 빠르게 수정됐지만, 소비자의 의구심이 어찌 그리 빨리 사라지던가.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메인보드 제조사가 제공하는 QVL(Qualified Vendor List)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만, 대개의 경우 메인보드 출시 시점을 기준으로 QVL이 발표되고, 이후 출시된 메모리에 대해서는 제조사에 따라 테스트 시점이 각기 다르므로 해당 리스트에서 이제 갓 출시된 이 메모리의 존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는 메모리를 극한까지 테스트할 수 있는 몇몇 툴을 이용해 안정성을 확인하면 된다. 마니아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TM5나 RUNMEMTESTPRO를 이용해 안정성을 테스트해 보아도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은 매우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의 장점은 또 하나 있다. RGB를 빼 버린 탓에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외형을 완성할 수 있던 것 외에 또 하나의 장점을 생겼다. 바로 CPU 쿨러와의 호환성이다.
메모리의 전체 높이는 34.8mm에 불과하다. 점점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이에 따라 더 거대한 히트싱크가 필요해진 프로세서로 인해 간혹 메모리의 장착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불상사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 이 같은 특징은 고성능 소형 PC(SFF)를 구상하고 있을 소비자에게도 눈 여겨 보아야 할 특장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편집자 주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은 DDR5-6400 32GB 패키지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여타 동 클럭 제품에 비해 CL이 약간 높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고, 이 때문에 오히려 보다 높은 안정성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만하다. 빠른 메모리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그래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제품이다.
여기에 RGB를 제거한 덕분에 얻어진 낮은 높이는 소형 PC를 구성할 소비자에게도 훌륭한 선택이 되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한 시간만 허락됐다면 CL를 조금씩 낮추어 가는 테스트도 해 보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는 동일한 메모리라도 제품에 따라, 사용하는 메인보드나 프로세서에 따라 그 결과가 사뭇 달라질 수 있어 소비자에게 자칫 잘못된 가이드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
굳이 추가적인 오버클럭 시도가 아니더라도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은 이미 매력적인 메모리다. 든든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믿음을 보내도 좋을 안정성까지. 새로 PC를 구매하는 소비자나 기존 PC에서 메모리만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소비자 모두 고려해 볼 만한 제품이다.
By 오국환 에디터 sadcaf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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