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 안녕하세요, 오디오 평론가 김편입니다.
한창원: 안녕하세요, 하이파이클럽 한창원입니다.
김편: 오늘은 아날로그 LP 재생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한 대표님 정말 이 아날로그 오디오가 재밌기는 한데 상당히 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한창원: 그렇죠? 손이 많이 가죠. 좋게 말하면 만지는 재미가 있는 취미인 거고요. 요즘 스마트폰으로 그냥 터치 한두 번으로 재생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보니까요.
한창원: 그런데 레트로라고 하죠? 요즘 MZ 세대가 LP판에 또 관심을 많이 가져요. 그래서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에 가보면 지하 2층에 MZ 존이라고 있는데, 그곳에 가면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LP 매장이 굉장히 크게 있습니다.
한창원: 거기서 다들 심각하게 LP를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온라인 스트리밍 이런 쪽하고는 확실히 좀 다른 매력이 있어요. 내가 원하는 음악을 어떤 하나의 물질로 소유한다는 그런 게 있을 거고요. 또 음악을 듣기 위한 일련의 과정, 그런 어떤 절차들 속에서 음악이 귀해진다고 봅니다.
한창원: 요즘 온라인 스트리밍은 음악이란 가치가 많이 절하되어 있는 그런 느낌이라면, LP는 관리부터 시작해서 내가 듣고 싶은 음반을 골라서 턴테이블에 올리는 일련의 과정들.
한창원: 컬렉션 하는 재미, 만지는 재미, 그리고 어떤 일련의 과정이 음악이라는 것을 더 가치있게 만들고 더 재미있게 만드는 그런 요소가 될 수 있겠죠.
김편: 그렇죠, 지금의 스트리밍 시대가 편하긴 한데, 그러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음악 귀한 줄을 좀 잊어버리게 됐어요. 예전에는 CD 한 장 사기 위해서, LP 한 장 사기 위해서 정말 월급과 용돈을 좀 아껴 쓰고 그랬는데요.
김편: 지금은 한 2만 원 돈만 있으면 쉽게 수만 곡을 들을 수 있는데요, 시간이 없어서 못 듣지 정말 음악 귀한 줄 모르는 세대가 됐습니다. 또 그에 대한 또 반작용, 반동으로써 12인치 LP에 대한 인기가 지금까지 한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창원: 그렇죠. 그래서 오프라인 매체로는 이미 LP가 전 세계 판매량에서 CD를 앞질렀습니다. 옛날에는 LP나 CD 등 내가 원하는 걸 구하기 위해서 성대 앞에 있는 레코드샵을 가보고, ‘신촌에 있는 레코드샵에 그 음반 나왔다더라’라고 연락을 받으면 거기 가서 음반을 구하는 등 보물찾기 식의 어떤 그런 재미도 있었고요. 재미라기보다는 낭만이죠. 그런 ‘낭만이 사라진 시대’라고 제가 늘 비유합니다.
전주에 가서 전주비빔밥 정식을 먹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편의점에서 전주비빔밥 맛 삼각김밥을 사 먹는 것과 같이요.
김편: 그런데 이게 또 달리 생각하면 LP 듣는 게 너무 어렵고 까다로워요. 일단 갖추어야 할 장비만 해도 턴테이블은 기본이고, 거기에톤암을 따로 장착하는 모델도 있고, 그리고 카트리지를 장착해야 하고요. 또 워낙 출력되는 신호가 작으니까 전용 포노 스테이지가 있어야 되고, 거기에 전용 케이블도 있어야 됩니다.
김편: 또 세팅을 하려면 전용 게이지 같은 것도 있어야 되고요, 그리고 세팅할 때 아지무스, 안티스케이팅, VTA 등 정말 따져볼게 많은 영역입니다. 이게 또 재미는 있지만 처음 입문하는 분들한테는 정말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인 것 같습니다.
한창원: 한마디로 막막한 거죠. 요즘 아이돌 가수들도 LP를 다 발매를 하니까, LP가 좋다는 건 알고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복잡한 준비 작업과 과정들이 있는 게 LP인데요.
한창원: 그래서 오늘 소개해 드릴 이런 제품을 올인원 턴테이블이라고 할 수 있겠죠. 모든 것을 한 번에, 마치 블루투스 기기를 하나 사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오디오의 라인단에 연결하면 그냥 끝나는 그런 올인원 턴테이블이 많은 회사에서 나오고 있죠.
김편: 그렇죠. 그런데 이 올인원 턴테이블이 각광받는 시대가 오긴 했지만, 그 구매 가이드라고 그럴까? 기준점은 하나 있어야 될 거예요. 왜냐하면 디지털 오디오 기기 전문 회사가 LP 르네상스 붐에 편승을 해 왔고 그로 인해 급조한 듯한 올인원 턴테이블도 있고요.
김편: 오늘 소개할 제품의 브랜드인 VPI 같은 경우에는 아날로그 턴테이블의 명가잖아요. 이러한 정통파 제작사에서 내놓은 올인원 턴테이블도 있는데, 이렇게 카테고리를 두 개로 나눠서 어떤 구매의 기준점을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창원: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이 턴테이블은 Player by VPI라는 모델명을 갖고 있는데요, 이 턴테이블을 보고 딱 떠오른 것은 ‘아,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500CC 국민차가 나왔다’라고 비유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한창원: 왜냐하면 VPI는 벌써 몇십 년 동안 정말 하이엔드 턴테이블의 맨 꼭대기에서 하이엔드를 대표하던 턴테이블 브랜드인데, 갑자기 왜 이 가격대에 이런 입문기 턴테이블을 내놨을까? 그것도 우리가 한번 짚고 넘어가 봐야 될 것 같은 그런 전혀 상상하지 못한 턴테이블이 나왔어요.
김편: 그리고 인터페이스를 보면 특이한 게 헤드폰 잭이 있는데요, 짐작건데 이 제품이 정말 요즘 젊은 세대를 위한 상품이 아닐까, 좀 접근성이 높은 아날로그 재생 시스템이 나온 것 같습니다.
한창원: 그렇죠, 입문형 올인원 턴테이블 시장의 파이가 커지니까 VPI도 어떻게 보면 그 시장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여기 VPI Player 턴테이블에 헤드폰 잭이 있는데, 이건 약간 보너스를 받는 느낌?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요.
한창원: 글쎄요, VPI에서 이 턴테이블을 왜 만들었을까? 과연 그 하이엔드 제조사에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이렇게 입문기를 만들었다고 보지는 않아요.
한창원: 그런 게 있어요, 명품 시계가 있지 않습니까? 중국에서 레플리카라고 하죠? 가짜 시계, 짝퉁 시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 레플리카를 만드는데요. 그 명품 시계를 만드는 스위스 오리지널 회사들이 제재를 하려면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거를 그냥 전 세계에 막 유통되도록 내버려둔다는 설도 있어요.
한창원: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 몇십만 원씩 하는 레플리카 시계를 진짜 30만 원, 40만 원 저렴하게 살 수 있단 말이에요. 그거를 왜 그냥 내버려 둘까? 그렇게 50만 원짜리 레플리카 시계를 산 사람이 그 명품 시계의 레플리카 제품을 차고 다니다가 이 사람이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진짜 명품 시계를 사게 된다는 거죠.
한창원: 그런 개념으로 VPI도 어떤 입문기형으로 이 모델을 내놓고 자기네가 만들고 있는 상위 모델에 대한 어떤 홍보 목적으로 이런 입문기급 올인원 턴테이블을 내놓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김편: 이건 꼭 아날로그뿐만이 아닌데요. 저 역시 엔트리부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초간단 올인원 시스템으로 했다가 ‘이거를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하면 좋겠네’ 해서 이 역사가 시작된 것처럼, 올인원에서 시작한 분들이 ‘이거 좀 분리하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일단 포노앰프부터 분리해 보고,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MM, MC 카트리지를 선택하는 재미도 있고, 또 구동 방식도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냐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냐 등 그렇게 하면서 가지치기를 하면서 점점 커가는 성장 드라마를 이미 염두에 둔 포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창원: 그렇죠, 모든 취미가 그렇듯이 오디오도 마찬가지죠. 처음부터 ‘오디오 해볼까?’ 그래서 하이엔드 시스템을 처음부터 시작한 사람은 없잖아요. 턴테이블은 더더욱 그렇죠.
제일 먼저 시작한 턴테이블이 혹시 뭐예요?
김편: 저는 처음에 어쿠스틱 솔리드(Acoustic Solid)의 가장 저렴한 모델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한창원: 제가 제일 처음으로 턴테이블을 샀던 게 고등학생 때인 것 같아요. 그때 청계천 전자상가들 있을 때, 그곳에 가서 제 기억에 35,000원인가 45,000원인가를 주고 모델명도 없는 턴테이블을 샀는데요.
한창원: 그때 기억나는 것은 오디오테크니카(Audio-Technica)에서 바늘을 바꿀 수 있는 MM 카트리지가 나왔는데,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이 있었고, 그중에 파란색이 제일 비싼 거였어요. 그때 카트리지가 25,000원인가 했는데요.
그 당시에 굉장히 비쌌던 그 턴테이블을 청계천에서 사갖고 시멘트 봉지에 대충 싸고 빨간 끈으로 묶어서 열심히 들고 와서 집에 있는 삼성 Sonorama 리시버 앰프에다가 턴테이블을 딱 연결을 하고, 흔히 ‘빽판’이라고 그러죠? 그 빽판도 청계천에서 몇 장을 사다가, 그때 노래까진 기억이 안 나지만, 그 LP판을 올려놓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바늘을 올려놓았을 때 첫 음의 그 어떤 충격적인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로 굉장히 황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한창원: 그렇게 시작하면서 단계별로 MM 카트리지 몇 개 바꿔보고, 그러다가 ‘아, 난 MM을 졸업할 때가 됐다’ 그래서 MC 카트리지로 올라가고, 베이스 골라보고, 톤암 골라보고... 진짜 무궁무진, 무한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날로그 턴테이블의 어떤 기기적인 특성이라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김편: 그렇죠. 요즘 뭐 디지털이 판을 치지만 이 턴테이블, 아날로그만큼 메카닉한 오디오도 없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하고 이런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분명히 아날로그 오디오를 좋아하실 수밖에 없어요.
김편: 그리고 한 대표님이나 저나 어렸을 때부터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세례를 받고 자라온 세대이고, 또 저희 세대의 아들, 딸들이 지금의 MZ 세대가 된 거잖아요? 그러면서 마침 또 교묘하게 LP 르네상스가 한 10년 전부터 열려서 두 세대를 관통할 수 있는 어떤 공통 키워드가 어떻게 보면 LP가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VPI와 올인원 턴테이블, 그리고 오늘 주인공인 Player 턴테이블에 대해서 한번 간단하게 살펴봤고요. 일단 음악부터 한번 들어본 다음에 본격적으로 한번 이야기를 나눠 보시죠.
첫 곡은 제가 감상용이나 디지털 오디오 기기를 테스트할 때도 많이 듣는 곡인데요. 스탄 게츠(Stan Getz)의 ‘O Pato’라는 곡입니다. 의외로 신나고 되게 리드미컬해서 감상용으로도 좋은 곡인데요. VPI의 Player 엔트리급 올인원 턴테이블이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한번 편견 없이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O Pato - Stan Getz
시작 시간 - 12:11
김편: 어떻게 들으셨나요? 저는 이 곡을 워낙 많이 듣고, 또 LP로도 많이 들었던 곡인데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MM 카트리지 전용 턴테이블하고, MC 카트리지 전용 턴테이블 두 대를 운용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공관 포노앰프 따로 쓰고 있고, 카트리지도 신경을 써서 고른 상태인데요.
김편: 상대적으로 이 가격대에 올인원 턴테이블에 대한 좀 못된 선입견 같은 게 있을 수 있잖아요? ‘분명히 음질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편의성을 위해서 음질은 좀 양보를 했을 것이다’라는 어떤 선입견 같은 게 있었는데요. ‘O Pato’라는 첫 곡을 들으면서 음이 무척 술술 나온다.
김편: 그리고 이 옆에 있는 Qln Prestige Five 스피커가 저 개인적으로 무대를 상당히 넓게 그려주는 스피커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 스피커 특성을 아주 잘 나타내 줄 정도로 소스기기로써 제 역할을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 곡부터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한창원: 제가 늘 그런 비유를 많이 했어요. 원래 음악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릴렉싱이자 힐링을 좀 선사를 해줘야 되는데, 요즘 디지털로 듣는 음악은 너무 긴장감을 만들어 준다, 그런 얘기를 자주 하는데요.
스탄 게츠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래, 이게 음악이고, 이게 릴렉싱이고, 이게 힐링이지’ 너무 편안했어요. 음이 진짜 어디 하나 힘이 안 들어가 있어요. 그냥 술술 나오는 느낌. 그런데 힘이 안 들어갔다고 해서 음악적 긴장감이 없어지면 안 되거든요. 사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약간 감성적으로 젖어서, 저는 코끝이 찡해지기까지 했는데요, 원래 음악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요즘 K-POP이라든가 이런 팝송 음악을 들어보면 이런 스토리가 아예 없고, 너무 단순해졌어요. 마치 우리가 듣는 이 음악은 대하드라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재밌는 얘기가 들어있는 드라마라면, 요즘 음악은 그냥 동요 느낌. 스토리가 없잖아요.
한창원: 이 음악의 테너 색소폰이죠, 스탄 게츠가. 이 색소폰의 음색이 어떻고, 뒤에서 드럼이 어떻고, 그런 오디오적 요소 말고, 정말 많은 얘기를, 이 음악이 나에게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 이게 음악인 거죠. 그냥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 이렇게 재생된다는 것, 이게 진짜 힐링이고 릴렉싱 되면서 오롯이 음악에 풍덩 빠져버린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김편: 저는 청감상 LP와 디지털, 특히 스트리밍 음원의 가장 큰 차이가 무대 앞이 딱 개운해지고 투명해지는 느낌이 LP의 본연의 맛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곡을 이 가격대의 올인원 턴테이블이 아무렇지도 않게 딱 재현해 주는 것. 그러니까 이 정도의 어떤 무대의 투명성을 디지털에서 즐기려면 가격대가 정말 많이 올라가야 되는데요.
김편: VPI Player 턴테이블에서는 이게 그냥 한 번에 딱 펼쳐지는 걸 보고서, 다른 의미에서 아날로그 LP 쪽은 진입장벽이 반대로 낮을 수도 있겠다. 이 가격대로 어떤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다, 그런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한창원: 제가 요새 디지털 쪽, 특히 뮤직서버에 빠졌습니다. 하이엔드 뮤직서버로 앤티포디즈(Antipodes) 제품도 들어보고, 시너지스틱 리서치(Synergistic Research) 제품도 들어보면, 뮤직서버가 굉장히 좋아져서 그동안 네트워크 스트리밍에선 들어본 적이 없는 수준의 음을 들려주는데요.
물론 해상력이라든가 정위감이라든가 어떤 오디오적인, 쾌감적인 요소로는 VPI Player 턴테이블보다는 앞서 나열한 뮤직서버가 월등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하이엔드 뮤직서버를 동원해도 아직까지는 이런 편안함, 이런 릴렉싱이 디지털에서는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편: 그것에 대한 이유로서 디지털 클럭이라든지, 지터라든지, 전자파 노이즈 등 여러 가지를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요.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한번 대담을 갖는 시간이 있을 것 같고요.
김편: 본격적으로 VPI Player 올인원 턴테이블에 대해서 살펴볼 텐데요.
김편: 먼저 턴테이블 본체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그 다음에 톤암과 카트리지, 또 헤드폰 앰프와 포노 스테이지, 이렇게 3단계로 나눠서 한번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편: 먼저 턴테이블 이야기인데요. 먼저 제가 핵심 팩트부터 챙겨드리면, 일단 AC 모터가 고무벨트를 통해서 알루미늄 플래터를 돌리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에요.
김편: 그리고 이 섀시는 외관상 우드처럼 생겼는데, 바이닐 마감의 MDF로 된 그런 섀시고요.
김편: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알루미늄 플래터의 무게가 3.17kg입니다.
김편: VPI는 전통적으로 상급기로 올라갈수록 플래터 무게를 올려서 아날로그 턴테이블에 있어서 가장 관건인 진동을 없애려는 그런 접근법을 취한 대표적인 제작사고요. 이 제품은 올인원 턴테이블임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 플래터를 썼다. 그리고 무게가 3kg이 넘는 정통파 접근을 했다는 것, 이게 먼저 눈길을 끄는 것 같습니다.
한창원: 무게가 생각보다 굉장히 묵직합니다. 플래터 무게만 하더라도 제조사마다 굉장히 이견이 있어요. 가벼운 플래터가 좋다는 제조사도 있고, 아마 레가(Rega)가 그럴 거예요. 또 이렇게 무거운 질량을 가진 플래터가 좋다는 회사가 있고요.
한창원: 어쨌든 이런 입문기급에, 이 정도 가격대에 3kg이 넘는 알루미늄 플래터를 채용을 했다? 의미가 있죠. 보통 플래터 무게와 어떤 경도 이런 걸 따지기 위해서 POM도 많이 쓰고, 여러 가지 합성 물질도 많이 쓰곤 하는데요. VPI답게 그냥 직진을 한 느낌으로 이 입문기에도 3kg이 넘는 알루미늄 플래터를 과감하게 채용했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죠.
김편: 그리고 스펙적으로 봐도 일단 턴테이블은 플래터가 회전하는 디바이스잖아요. 그래서 결국 와우 앤 플러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그리고 한 대표님이나 저는 청소년기 때 사실 카세트테이프를 많이 들었잖아요. 저희 세대는 그 모터가 조금만 느리거나 조금만 빨라져도 귀신같이 알아챌 수 있는 감각이 있어요. 테이프가 늘어진다고 하죠.
김편: 그런데 VPI Player 턴테이블은 이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와우 앤 플러터가 0.1% 미만이에요. 흔히 아날로그 좋아하시는 분들이 와우 앤 플러터의 기준으로 삼는 게 0.2%에서 0.1% 사이거든요. 0.2%를 넘으면 그걸 알아챌 수가 있다.
김편: 그런데 이 제품은 일단 엔트리임에도 불구하고 0.1% 미만으로 끊었다는 게, 일단 스펙적으로 좀 박수를 쳐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그렇게 해서 일단 구동계에서 기본 이상은 한 것 같고요.
김편: 그리고 보통 이게 몇 회전까지 지원을 하느냐, 이런 얘기를 또 많이 하잖아요. 이 제품의 경우에는 33.3 회전과 45 회전을 하는데, 좀 아쉬운 것은 수동 방식이라는 것이에요.
김편: 그러니까 직경이 큰 퓰리에 벨트를 거는 방식으로 45 회전을 지원한다.
한창원: 그거를 아쉽다고 보면, 아쉬운 게 되게 많아요. 톤암 뒤쪽에 카트리지 침압을 조절하는 무게 추도 다이내믹 방식이 아니고 스태틱 방식으로 별도의 침압계가 있어야 되고요. 그다음에 VTA 조절하는 것이라든지, 그 관점을 아쉽게 보면 아쉬운 거죠.
한창원: 하지만 저는 좀 다른 관점인 게, VPI는 하이엔드 턴테이블 제조사란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편의성보다는 그냥 전통적인 방식. 그래서 침압을 조절하려면 뒤에 육각 렌치로 조임쇠를 풀어야 하고, 또 이 무게 추가 회전식도 아니에요. 그래서 손으로 미세하게 조정해 보고, 침압을 재보는 그런 어떤 불편함.
그런데 저는 그게 ‘VPI스럽다’라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이 가격대의 올인원 턴테이블을 그냥 딱 갖다 놓으면 끝인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세팅과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그런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이런 입문기급 올인원 턴테이블에서 그런 아날로그 플레이어를 만지는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긍정적인 부분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편: 그렇죠. 사실 제가 지금 제 시청실에서 쓰고 있는 쿠즈마(Kuzuma) Stabi S 턴테이블을 MC 전용으로 쓰고 있는데요, Stabi S 턴테이블도 그 무거운 플래터를 들어 올려서 퓰리리에다 거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그게 재밌는데, 만약에 처음 LP를 쓰시는 분이 45회전 LP가 딱 생겼는데, 이걸 하려면 좀 낯설 수 있다는 그런 걱정 때문에 말씀드렸죠.
한창원: 회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 하나가 있어야 되는데, 그건 요즘 디지털 세대의 관점인 것이고요. 이게 전통적인 방식의 아날로그 플레이어로서는 제 기준으로는 수동 방식이 더 맞다는 생각도 드는 거죠.
한창원: 재밌는 것은 여기에 AC 모터를 썼어요. 크게 두 종류를 쓰죠. AC 모터를 쓰는 경우가 있고, DC 모터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어떤 게 좋다, 나쁘다 얘기할 수 없어요.
한창원: 그런데 AC 모터를 쓰는 부분도 오디오파일의 관점에서 보면 뒤에 전원 코드를 바꿔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죠. 저희는 지금 파워텍(Powertek) Diablo II Carbon을 꼽아 줬는데, 이 정도 전원 코드를 또 써주면 사운드가 확실히 좋아지니까요.
한창원: 그러니까 300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입문기형 올인원 턴테이블이지만, 오디오파일이 누려야 할 재미는 그대로 줄 수 있는, 좀 더 세팅과 튜닝을 통해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몇 안 되는 입문기급 턴테이블이다, 그 관점으로 봐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편: 그렇죠, 좀 더 확장을 하면 출력도 RCA 단자가 포노 내장이 돼 있지만 붙박이가 아니란 말이죠. 그러니까 인터케이블을 바꾸는 재미도 분명히 또 있을 거고요. 여러모로 입문기지만 좀 업그레이드할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모델인 것 같습니다.
한창원: 두 번째 곡을 들어봐야 되는데, 그전에 제가 시스템 소개를 잠깐 해드릴게요.
한창원: 스피커는 개인적으로 2024년 올해의 스피커 후보로 올리고 싶은 브랜드입니다. Qln이라는 스웨덴 스피커 브랜드죠. 그래서 Qln Prestige Five 스피커가 매칭되었고요.
한창원: 그리고 앰프는 오디오 리서치(Audio Research) VSi75 인티앰프를 사용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스피커가 구동력이 좀 필요하니까, 구동력이 있는 인티앰프를 오래간만에 꺼내봤습니다. 그래서 이게 아마 KT150 출력관을 4개를 써서 채널당 75와트 출력을 내주는 인티앰프입니다. 이렇게 시스템 매칭을 해서 들어봤습니다.
김편: 그렇죠, 일단 소스기기하고 인티앰프는 정통 아메리칸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기본은 딱 갖춘 셈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스피커는 저 멀리 스웨덴에서 날아온 Qln 제품이고요.
그래서 두 번째 곡으로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한번 같이 들어보시죠.
Copland: Fanfare For The Common Man
Eiji Oue, Minnesota Orchestra
시작 시간 - 26:26
한창원: 이런 사운드 스테이지는... Qln도 열일 했어요. Qln Prestige Five 스피커의 장점이 경사진 배플로 타임 얼라인먼트를 해서 포커싱과 이미징을 정확하게 했다. 그거는 스피커 제조사의 스피커에 관련된 이론인 거고요.
한창원: 이렇게 넓게 펼쳐지는 이런 사운드 스테이지, 이게 또 아날로그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런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에요. 진짜 좀 과장하면 어마어마한 사운드 스테이지가 갑자기 확 펼쳐져요. 그리고 저 뒤쪽에서 거대한 사이즈로 등장하는 팀파니의 어떤 타격감, 낮게 깔리는 에너지 이런 거요. 이게 아날로그 하는 재미죠.
그래서 뭐 포커싱이 어땠고, 악기의 질감이 어땠고... 그런 오디오적인 거는 그냥 다 잊어버리고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이 곡이 마치 ‘나만을 위한 팡파르를 이렇게 울려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악에 녹아드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김편: 그걸 조금 분석을 해보면, 일단 무대가 제대로 펼쳐졌다, 뎁스가 잘 느껴졌다. 이건 결국 카트리지가 LP 그루브를 잘 트래킹 했다는 증거겠죠.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저역의 다이내믹스, 파워 이런 게 물론 KT150이라는 신형 빔관의 덕도 봤다고 생각하는데요.
김편: 이외에도 내장 포노 스테이지가 열일을 했다. 그러니까 충분한 출력을 공급해서 인티앰프가 기본적으로 놀게끔 베이스를 잘 깔아 준 거잖아요. 그래서 VPI Player 턴테이블에 같이 들어가 있는 카트리지와 포노 스테이지가 이 곡에서는 큰일을 했다, 이거를 조금 느낀 것 같습니다.
한창원: 저는 사실 이 곡을 들으면서 그런 오디오적인 분석을 해야겠다는 것을 아예 생각을 못 하고 그냥 오래간만에 진짜로 정말 시원한 음악에 샤워를 하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표현들 하잖아요. 그냥 머릿속을 텅 비워 놓고 그냥 음악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한창원: 그런데 말씀하신 걸 들어봤더니 VPI Player 턴테이블에 내장된 포노앰프도 상당히 수준급이고, KT150 역시 구동력의 미들맨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Qln Prestige Five 스피커가 약간 질감을 더해줬죠. 그러면서 이 매칭이 진짜 오디오는 싹 지워버리고 음악만 남겨놓는 그런 어떤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죠.
한창원: 저희가 지금까지 서론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여기서 일단 1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김편: 이어지는 2부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톤암과 카트리지, 그리고 안에 들어간 내장 포노앰프와 헤드폰앰프 이야기를 하면서 또 두 곡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1부에서 VPI의 올인원 턴테이블 Player에 대해서 한번 살펴봤고요, 2부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부에서 계속
※ 본 리뷰는 유튜브 영상리뷰를 텍스트 버전으로 재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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