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다른 표현은 ‘편안함’이다. 익숙함의 다른 표현은 ‘검증된’이다. 익숙함의 또 다른 표현은 아마도 ‘친근함’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새로운 것이 우리네 눈과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 파격만큼이나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디자인이든 기능이든, 아니면 남다른 색감이든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이 우리를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익숙하고 친근한 것으로 회귀하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그런데, 반드시 새로운 것이어야만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잘 생각해 보면 그것이 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익숙한 것, 편안한 것을 잘 조합해 내는 것만으로도 좋은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 다크플래쉬 DRX50 MESH RGB 강화유리 케이스 SPEC
보드 규격: ATX, M-ATX, M-ITX
저장장치: 최대 2개 (8.9cm 베이 2개)
쿨링팬: 총 6개 (전면 120mm x3 LED, 후면 120mm LED x1, 상단 120mm x2)
크기: 218mm(W) x 330mm(D) x 445mm(H)
호환성: VGA 길이 305mm, CPU 쿨러 높이 180mm, 수랭쿨러 상단 최대 240mm
특징: 메쉬 전면, 강화유리 측면, 부분 먼지필터
포트: USB 2.0, USB 3.0 지원
# 친근함이 느껴지는 케이스, 다크플래쉬 DRX50 MESH RGB
PC의 인상을 결정하는 케이스 역시 시대에 따라 트렌드가 변화해 왔다. 하지만, 과거의 흔적을 되짚어 가면, 우리는 묘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어떤 트렌드가 정점에 이르면 브랜드와 제조사가 달라도 대개 엇비슷한 구조와 형태, 디자인으로 수렴하는 현상 말이다.
이는 결국 디자인, 색감, 조립 편의성을 결정하는 구조 등에서 소비자 평가가 어느 정도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것이 모든 소비자의 기호는 아니라 해도 일반적인 경향성은 나타나고, 이를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형태와 디자인으로 귀결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크플래쉬가 새로 내놓은 DRX50 MESH RGB를 살펴보면 어디선가 보았던 듯한 익숙한 디테일이 여기저기에서 확인된다. 검증되고 익숙한 요소들을 차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디자인을 완성하되 가격을 더욱 합리적으로 낮추는 선택을 한 제품이 바로 DRX50 MESH RGB이다. 익숙하지만 안정적인, 새로운 느낌은 없지만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탄탄한 느낌이 드는 제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전면의 메쉬 방식 그릴이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바로 이 스타일로 대단한 반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제품이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꽤나 익숙한 디테일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DRX50 MESH RGB가 조금 남달라 보이는 이유는 최근 등장하고 있는 파노리막 뷰 스타일의 케이스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소위 ‘어항 케이스’라 불리는 제품들은 내부의 RGB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지만, 너무 요란스럽고 지나친 개방감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이런 소비자들은 역시 ‘익숙함’으로 회귀하게 되는데, DRX50 MESH RGB는 바로 이런 소비자를 노린 제품이라 하겠다.
전면의 메쉬 그릴, 좌측면의 강화유리 패널 등 검증된 스타일과 구조를 차용함으로써 탄탄한 상품성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크게 낮추었다. 무려 6개의 120mm 쿨링팬을 포함하고도 3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을 낮춘 모델임을 감안하면 무언가 더 바라기에도 미안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DRX50 MESH RGB는 책상 위에 PC를 올려 두고 싶은 소비자를 지향하고 있다. 좌측 하단에 위치한 제어부는 이 케이스를 반드시 책상 위, 사용자의 오른쪽에 배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사용자에 따라 선호하는 PC의 위치가 다르고,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애매하게라도 충족하려면 상단에 제어부를 배치하는 게 합이적이다. 하지만 DRX50 MESH RGB는 PC를 바닥에 설치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배제하면서까지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 대부분이 조금 애매해도 이런 저런 상황에 다 어울리는 구성을 선택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 제품은 꽤나 뚜렷한 성격을 가졌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일 수 있지만, 이 가격대의 제품이 이리 명확한 지향점을 갖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 할 만한 부분이다.
USB 3.2 Gen2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살짝 아쉽긴 한데, USB 2.0과 USB 3.0 등은 충실히 지원한다. 리셋 스위치는 PC의 리셋 또는 RGB와 내부 쿨링팬 속도를 제어하는 용도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RGB와 쿨링팬 RPM을 조절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쿨링팬은 1100RPM과 700RPM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각각의 RPM에 각각 3가지 RGB 모드로 총 6가지 RGB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버튼을 한 번 누르면 1100RPM + 100% RGB로, 다시 한 번 누르면 1100RPM + Breating RGB로 변경되는 식이다.
내부에는 총 6개의 쿨링팬이 기본 제공된다. 전면에 3개의 120mm 쿨링팬이 장착돼 있으며, 후면에 하나, 상단에도 2개가 장착돼 있다. 3만원 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충분한 수량의 쿨링팬을 제공하는 것은 더없이 훌륭한 조치라 할 만하다. 덕분에 별도의 쿨링팬을 구입하지 않아도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전면과 후면에 장착된 쿨링팬은 RGB 효과도 지원한다. 앞서 설명한 리셋 버튼을 이용해 효과를 제어할 수 있다. 상단에 장착된 제품의 경우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한데, 상품정보 상에 RGB가 표현된 것과 달리 이 위치의 쿨링팬 2개는 RGB 기능이 없는 제품이다.
DRX50 MESH RGB의 제어부가 좌측 하단에 위치한 이유는 이 케이스가 생각보다 작고 깜찍한 느낌을 주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조립에는 약간의 난이도가 있지만, 완성하고 나면 더 예뻐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싶어 지는게 자연스럽기 때문. 일반적인 미들타워와 달리 상단에 240mm 라디에이터까지만 장착이 가능한 크기라면 이 케이스의 크기를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 있다.
비교적 협소한 내부공간이지만 ATX 메인보드까지 무난하게 장착할 수 있다. M-ATX나 Mini-ATX 역시 당연하게 지원한다. 그래픽카드는 305mm 길이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CPU 쿨러는 180mm 높이까지 지원한다. 쿨러의 설치 시 제품에 따라 메인보드 후면에 접근해야 하는 예가 있지만, 넉넉한 공간을 미리 마련해 메인보드가 장착된 상태에서도 쿨러의 설치와 제거 등이 자유롭다.
웬만한 그래픽카드나 쿨러도 무리 없이 장착 가능할 만큼 충분한 내부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작지만 알찬 PC를 구성하고 싶은 소비자라면 눈 여겨 볼 만하다. 이밖에 쿨링 성능의 강화를 위해 하단에도 2개의 120mm 쿨링팬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케이스 하단 전체를 파워 챔버로 구성했다. 외부에서는 파워 서플라이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인데, 오히려 하단 전체를 막아 파워 서플라이와 각종 드라이브의 장착 부를 완전히 가려 훨씬 깔끔한 인상을 완성한다.
파워 서플라이 전면의 멀티 브래킷을 이용하면 2개의 3.5” 규격 HDD나 하나의 3.5” 드라이브와 하나의 2.5”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다. 총 2개의 스토리지를 장착할 수 있는 셈. M.2 형식의 SSD가 일반화된 지금이라면 크게 부족한 없는 수준인데, 전원이나 연결 케이블 등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챔버 안에 갈무리할 수 있어 훨씬 깔끔하다.
상단과 하단, 전면 등 쿨링팬이 장착되는 모든 위치에는 먼지필터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상단은 마그네틱 방식으로 사용이 편리하며, 하단은 홈에 끼워 고정하는 방식이다. 전면은 그릴에 기본 장착돼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 하긴 어렵지만, 보급형 제품임에도 필요한 모든 부위에 필터를 기본 장착한 것은 좋은 선택이라 할 만하다.
◆ 테스트 환경
① CPU - 인텔 코어 울트라 7 265K
② M/B - ASRock Z890 Taichi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
④ SSD - 마이크론 크루셜 T705 Gen5 2TB NVMe SSD 대원씨티에스
⑤ VGA - 애즈락 Arc B580 Steel Legend 12GB OC
⑥ 쿨러 - 공랭 쿨러
⑦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1050W ATX3.1 화이트
⑧ OS - Windows 11 Pro 23H2
조립 사진 업데이트 예정
#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싶은 깜찍한 PC를 완성해 보자
DRX50 MESH RGB는 얼핏 보면 특색 없는 제품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만큼 이 케이스가 가진 여러 디테일이 소비자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익숙한 디테일 속에 다크플래쉬가 그동안 보여온 깔끔하고 꼼꼼한 마무리를 곁들이니 저렴한 가격에도 저렴하지 않은 것같은 스타일이 완성됐다.
호불호 없을 매끈한 전면 그릴 디자인, 모서리 부분의 매끄러운 라운드 처리 등은 이 제품이 가격을 챙기면서도 디테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여기에 파워 챔버의 구성 역시 가격대를 뛰어 넘는 깔끔함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6개에 달하는 넉넉한 수량의 쿨링팬 지원 역시 추가지출 없이 PC를 완성하고픈 소비자에게 더욱 적합하다.
재활용 가능한 PCI 슬롯 커버가 하나뿐인 점, 조금은 불편한 하단의 먼지필터, 나사를 체결해 주어야 하는 강화유리 패널 등은 다소 불편한 지점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편리함을 챙기다 보면 가격이 높아지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시스템 내부에 자주 접근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큰 불편이라 할 만한 부분도 아니다.
매일같이 무언가 바꾸고, 무언가 다시 설치하는 하드웨어 마니아에게 적당한 제품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만, 조립을 마치면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사용하는 내내 흐뭇하게 감상하기에는 이만한 제품이 없는 느낌이다. 무난하지만 익숙한 디테일이 정겹고, 단순해 보이지만 구석구석 완성도가 살아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도 이정도 디테일과 퀄리티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By 오국환 에디터 sadcaf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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