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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완성된 그란디오소 시스템 Esoteric Grandioso E1 - 1부

2025.03.14. 1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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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안녕하십니까, 오디오 평론가 박성수입니다. 참 오래간만에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저를 불러주신 하이파이클럽 한창원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고요.

한창원: 근데 오디오 평론만 하시지 않으시잖아요? 마스터링, 엔지니어링도 하시고요. 책도 쓰시고, 음악 평론도 하고 계시고, 칼럼도 쓰고요. 많은 일을 하고 계신 바쁜 와중에 또 저희 하이파이클럽 리뷰 참여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박성수: 별말씀을요. 저도 감사드립니다. 오늘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릴 브랜드와 기기를 말씀을 드리면 에소테릭(Esoteric), 사실상 일본을 대표하는 그런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라고 말씀을 드려도 좋을 것 같고요.

박성수: 에소테릭의 최상위 시리즈죠? Grandioso라는 시리즈가 있는데, Grandioso 시리즈에서 E1이라고 하는 포노 이퀄라이저 또는 포노앰프를 만들어 냈습니다.

박성수: 에소테릭이라는 브랜드부터 설명을 해드리는 것이 일단 순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근데 에소테릭을 설명을 하려면 그 상위, 상위에 티악(TEAC)이라는 회사부터 설명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성수: 이 티악이라는 회사는 오디오를 오래 하신 분들은 기억하실 거예요. 1970~80년대, 사실은 그 당시에 보면은 요즘도 그런 기계 쓰시는 분들이 간혹 있으십니다만 릴데크라고 하죠? 릴투릴 레코더. 그다음에 카세트 데크. 저도 1970년대 말에 오디오를 시작을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샀던 카세트 데크가 티악의 데크였습니다. 그러니까 상당히 주로 레코딩 소스나 재생 소스 쪽에서 아주 강력한 영향력이랄까요?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는데요.

박성수: 우선 이 티악부터 말씀을 드린다면 이 회사의 연전은 상당히 멀리 올라갑니다. 원래 이 회사가 처음으로 설립이 된 것이 1953년, 그래서 당시의 도쿄 텔레비전 음향 주식회사(Tokyo Television Acoustic Company, TEAC)라는 명칭으로 출발을 했고요. 1962년이 되어서 티악 오디오 주식회사로 일단 개명을 합니다. 그다음에 곧바로 2년 뒤에 티악 주식회사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명칭이죠?

박성수: 그다음에 제가 알기로는 에소테릭이라는 브랜드는 1987년에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 하이엔드 오디오로 뛰어들게 되고요.

한창원: '혜성처럼 등장했다'라고 해도 될 정도였죠. 왜냐하면 그때 당시에 P1, D1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트랜스포트하고 DAC 분리형 제품을 출시해서 아주 굉장히 럭셔리한 독특한 디자인에 하이엔드 오디오, 소위 말해서 오디오파일들에게 한방에 에소테릭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었던 것이 1987년의 등장이죠.

박성수: 마지막으로 프로용 장비 쪽에서도 사실상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그런 회사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한창원: 그래서 프로 쪽 브랜드는 타스캠(TASCAM)이라고 하죠?

박성수: 네, 1971년에 설립된 타스캠이 되죠. 타스캠이라는 브랜드도 전 세계 프로페셔널 스튜디오라든지 웬만한 음악을 하는 데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주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한창원: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는 티악이라는 컨슈머 쪽 브랜드가 있고요. 하이파이, 하이엔드 쪽에 에소테릭이라는 브랜드가 있고, 프로 장비 쪽에 타스캠이라는 브랜드를 운영을 하는 정말 전문 오디오 회사라고 할 수 있고요. 제가 늘 말씀드리는 '굉장히 부러운 회사', '한국은 왜 에소테릭 같은 브랜드가 없을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그런 회사인데요. 지금 뭐 그냥 단순하게 하이파이, 하이엔드 쪽 제품을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적극적으로.

박성수: 그것도 레코딩 장비, 재생, 녹음 여기에 특화된 기업이라는 거죠. 그러면서도 메이저급의 영향력을 가졌고요.

한창원: 그러면서 굉장히 다양한 제품군을 내고요.

박성수: 가볍게 볼 일이 아니죠.

한창원: 그러니까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 대기업 수준에 오른 그런 회사라 할 수 있겠죠.

박성수: 우리가 흔히 '음향기기 업종은 다 똑같지 않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컨슈머 쪽과 하이엔드는 전혀 사업상의 성격이 다르거든요.

한창원: 그렇죠. 규모가 다른 그런 느낌이죠.

박성수: 그래서 본격적으로 에소테릭의 포노 이퀄라이저를 들어가야 되겠는데요.

박성수: 이 제품 같은 경우, 설명해 드리기 전에 이게 모델명이 E1이에요. Grandioso E1으로 되어 있는데요. 그리고 요즘에 이 제품이 많이 부각되다 보니까 많은 분들은 '아, 이게 에소테릭의 첫 번째 포노 이퀄라이저가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건 아닙니다.

박성수: 이미 에소테릭은 SACD나 CD 플레이어나 클럭 제너레이터나 이런 디지털 쪽에서 워낙 큰 명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긴 하지만, 이미 이 회사는 포노 이퀄라이저를 훨씬 이전에 출시했어요.

한창원: 에소테릭에서 Grandioso 라인업이 나온 게 2013년으로 알고 있어요.

한창원: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에소테릭의 라인업을 보면 Grandioso라는 플래그십 라인업이 있고요. 그다음에 01&02, 그리고 03, 05 라인업이 있고요. 07은 없어졌어요, 그렇죠? 그렇게 라인업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창원: 2013년에 Grandioso가 나오고 12년 만에 드디어 에소테릭 자사 기준으로 Grandioso 급 포노앰프을 만들어냈다.

한창원: 그러니까 이걸 그냥 사업적으로 보면 '우리가 DAC도 만들고 프리앰프도 만들고 파워앰프도 만들었으니까 포노앰프도 같이 내지?' 이렇게 해서 2013년에 나올 수도 있었고 2014년에도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자기네가 생각하는 Grandioso 급 포노를 만드는 데 12년이 걸렸다. 만들어보니까 이건 E-03으로 나가야 될 것 같고, 거기서 더 업그레이드해 봤더니 E-02가 나온 거고요. 그리고 드디어 12년 만에 Grandioso 급 포노앰프를 완성해냈다. 이렇게 받아들여야겠죠?

박성수: 그런데 지금 보면 Grandioso E1이 전작들에 비해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인데요. 물론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쪽으로 들어왔을 때 개발 동기가 뭐냐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박성수: 여기에 Grandioso T1 턴테이블이 있어요. 이 제품이 처음에 나타났을 때 아주 대단했죠. 근데 이 턴테이블을 제가 좀 많이 공부를 해 봤더니, 아주 대단한 턴테이블이에요.

박성수: 가장 특징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 회전 구동을 사용하는데, 클럭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티악을 좀 알고 에소테릭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당연한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회전수 제어에 클럭을 사용한다는 건 사실 이게 처음이거든요.

박성수: 그래서 제가 봤을 때 아주 대단한 턴테이블이 나왔는데요. 이 턴테이블을 제가 쭉 공부를 하면서 보니까 '아, 이 정도 턴테이블을 제대로 구동을 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그런 포노 이퀄라이저가 필요한 게 아니겠는가?'

한창원: Grandioso T1 턴테이블 같은 경우는 2022년도 말에 저희 하이파이클럽에서 시청회를 했던 그런 턴테이블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Grandioso T1에 걸맞은 포노앰프가 나오는 데 또 2년이 걸렸다. 그렇게 되는 부분이고요. Grandioso T1 같은 경우는 마그넷 드라이브, 자기 힘으로 돌리잖아요? 그럼으로써 벨트나 이런 부분도 필요 없고 결국에는 진동을 최소화한 턴테이블로 정말 모든 것을 새로운 콘셉트에서 접근해서 완성해낸 그런 턴테이블이라 할 수 있죠.

박성수: 그렇게 보면 아주 딱 좋을 것 같은데요. 플래터 무게만 해도 제가 알기로는 17~18kg 정도 나간다고 그래요. 이건 진짜 턴테이블 쪽에선 매머드급이라고 얘기해도 좋을 정도거든요.

한창원: 플래터도 Magne-Float 플래터라고 해서 또 밑에서 자기로 플래터를 띄워서 유효 질량을 줄였어요. 아날로그 플레이어지만, 현대의 과학기술이 아낌없이 투입된 그런 턴테이블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박성수: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턴테이블이 중요한 이유는 사실 2000년대 이후에 다시 LP, 아날로그의 르네상스를 우리가 맞이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2000년대 이전과 2000년대 이후에 추구하는 LP 사운드의 콘셉트나 지향점이 좀 다르거든요.

사실 옛날 턴테이블 명기들도 많습니다만, 사실 그런 턴테이블 가지고 요즘 리이슈 음반이나 이런 걸 해보면 '참 좋긴 한데 뭐가 좀 덜 맞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좀 있거든요? 덜 맞는다기보다는 좀 덜 어울린다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그렇다면 결론은 뭐냐, 제3의 결론은 뭐냐면 '이 시대에 맞는 턴테이블을 만들어내라'라는 하나의 도전 과제가 생기는 거죠.

박성수: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턴테이블 중에 하나가 Grandioso T1이라는 턴테이블인데, 막상 이걸 만들고 보니까 '그럼 또 포노 이퀄라이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는 아주 중대한 질문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나온 포노 이퀄라이저 앰프가 바로 여기 보시는 Grandioso E1이 되겠습니다.

한창원: 자, 그럼 이쯤에서 저희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음악을 한 곡 들어보고 가는 걸로 하죠. 그래서 지금 여기가 극동음향 시청실인데요, 극동음향 본사 시청실을 이번에 새롭게 오픈을 했어요. 아직 정식 오픈은 안 하고 이제 막 완성을 해서 지금 계속 튜닝 중인데, 극동음향 시청실에 왔거든요.

한창원: 그래서 지금은 괴벨(Göbel) Divin Noblesse 스피커가 전시되어 있는데, 여기에 Divin Majestic 스피커가 들어올 예정이라고 그러고요. 파워앰프도 CH 프리시전(CH Precision) M10으로 바뀔 예정이고요.

한창원: 그리고 맞은편에는 괴벨 Divin Marquis 스피커에 에소테릭 Grandioso M1X 모노블록 파워앰프고요.

한창원: 오늘 매칭되는 프리앰프는 역시 에소테릭 Grandioso C1X 프리앰프이고요.

한창원: 이어서 Grandioso E1 포노앰프에 Grandioso T1 턴테이블로 음악을 들어볼 건데요. 저희가 오늘 네 곡을 들어볼 거예요. 첫 곡으로 피아노를 한번 들어보는 걸로. 이 곡에 대해서 좀 설명을 해주시죠.

박성수: 제가 오늘 첫 번째로 고른 시청곡은 이 음반입니다. 뭐 이 판 잘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뭐냐 하면은 연주가는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Arturo Benedetti Michelangeli)로 아주 퍼펙셔니스트 중에 퍼펙셔니스트죠. 이 사람이 연주한 명반 중에 명반입니다. 드뷔시의 영상 그다음에 어린이 세계라는 작품이 있는데, 여기서 영상 1집 중에서 '물의 반영'이라는 소품을 한번 들어보려고 합니다.

Debussy: Images, Book 1: I. Reflets dans l'Eau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시작 시간 - 11:19

박성수: 미켈란젤리의 음악을 들어봤습니다. 우리 한창원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들으셨나 모르겠네요.

한창원: 뭐, 좋았죠? 이게 피아노 음에 약간 어둡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음이 시작을 하거든요? 근데 이게 뭐냐면은 그냥 맑고 투명함만이 있는 게 아니라, 제가 피아노가 뭐냐고 여쭤봤었잖아요? 전형적인 스타인웨이 음색이 그대로 살아나는 느낌이요. 맑고 투명함 속에 안에 굉장히 묵직한 음색이 들어있는 그런 느낌이요. 그런 것도 되게 좋았고, 제가 이렇게 메모를 했어요. 무거운 배음으로 깔리는 왼손과 영롱하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오른손 표현력의 대비가 기가 막히게 나온다.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성수: 잠깐 연주가에 대해서 소개를 아주 간략하게 드리면, 피아니스트들 중에서 퍼펙셔니스트, 완벽주의자들이 꽤 많은데요. 그 완벽주의의 전형이라고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미켈란젤리였거든요. 이 피아니스트의 특징은 조금 전에 말씀하신 대로 오른손과 왼손의 밸런스가 기가 막힙니다.

한창원: 그러니깐요.

박성수: 그래서 이 미켈란젤리의 드뷔시를 최고로 꼽는 건데요. 지금 참 말씀 잘해주셨지만, 이 소품의 제목이 뭐냐면 '물의 반영'이거든요. 그러니까 드뷔시라는 작곡가는 인상주의 작곡가거든요. 자연물이 내 감각기관에 들어와서 그것을 음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될 것이냐?

그러니까 물의 고요함도 있어야 하고 그 위로 햇빛이 내리비치면서 어떤 때는 구름을 가리기도 하고 그 색채감의 변화 명도의 변화. 근데 지금 저도 들어보면서 'Grandioso E1과 Grandioso T1이 어떤 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구나' 하는 거는 어느 정도는 간파를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창원: 어떤 소리를 내려고 하는 거 같아요?

박성수: 그러니까 제가 익히 알고 있었던 에소테릭의 사운딩이라는 게 있죠. 그 에소테릭의 사운딩이라는 게 뭡니까? 전체적으로 아주 투명하거든요. 투명하면서 그 음 하나하나의 공간 사이에서 그 숨어있는 그 뭐랄까? 셰이딩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것을 적절하게 컨트롤하면서도 절대로 지저분해지지 않고, 쓸데없이 무거워지지 않고, 쓸데없이 빛나지 않고, 그러면서 싹 모여있는 소리.

박성수: 저는 그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아주 세련된 소리다.' 저는 그렇게 정리하고 싶은데요.

한창원: 저는 반대로 아까 우리가 리뷰를 준비하면서 여러 곡을 테스트를 들어봤고요. 이 곡을 딱 들은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요, 이 곡 갖고는 에소테릭 E1과 T1의 사운드 경향을 전혀 설명할 수 없는 느낌. 이유가 뭐냐면요, 우리가 잘 세팅된 오디오에서 스피커가 사라진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한창원: 지금 이 Grandioso T1하고 Grandioso E1 이 아날로그 시스템의 느낌은 뭐냐면요, 이 아날로그 시스템이 사라지고 피아노 음악이 딱 존재하는 듯한 느낌?

박성수: 이거 아주 재미난 관점인데요?

한창원: 아무런 특색이나 개성 이런 거를 집어낼 수 없을 정도로 정말로 사실적인, 정말로 자연스러운, 실재하는 듯한 피아노 음이 나왔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박성수: 참 재밌는 관점입니다. 여태껏 오디오 한 40년 넘게 하면서 이런 말씀은 처음 들어보네요.

한창원: 아니, 저도 그 생각이 문득 든 거예요.

박성수: 플레이어가 사라졌다 이번에는, 스피커가 사라진 게 아니라.

한창원: 플레이어하고 포노 EQ가 사라져 버린 느낌. 그 정도로 사실적인 사운드가 나온 느낌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음반을 참 기가 막히게 고르셨다는 느낌이, 이 미켈란젤리와 에소테릭 Grandioso T1, Grandioso E1과 약간 콘셉트가 비슷한 느낌. 두 완벽주의가 만나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얘기해도 될 정도의 음이 나왔습니다.

박성수: 보통 드뷔시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 특히 프랑스 피아니스트들은 좀 흐려요. 배경도 흐리고 마치 공기의 색채감이라는 걸 내기 위해서 애를 쓰는데, 미켈란젤리는 관점이 달라요. 미켈란젤리는 어떻게 설명하냐면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확하게 쳐, 나머지는 그 음악이 해줘.' 근데 그게 참 어려운 얘기죠.

한창원: 어려운 거죠. 정확하게 치고 깨끗하게 치면 재미가 없어질 텐데.

박성수: 그리고 조금 전에 미켈란젤리가 치는 피아노가 어떤 피아노냐고 질문하셨는데, 이 사람은 전형적인 스타인웨이입니다. 이게 전형적인 스타인웨이 소리이기도 하고요. 스타인웨이 소리라는 것은 굵으면서 영롱하고 그러면서 강하게 칠 때는 쇳소리도 좀 살짝 섞여 있는데, 여기서 지금 그런 면모는 보기가 어려웠지만, 미켈란젤리만큼 스타인웨이의 피아노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그런 연주가도 극히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창원: 저희가 음악 한 곡 듣고 이 곡에 대한 느낌을 설명을 하는데, 소리가 처음부터 완전히 휘어잡는 그런 너무 아름다운 소리가 나와서 음악평이 좀 길어졌는데요.

박성수: 연주도 좋고, 그 연주를 잘 살려내는 기계도 좋고요. 아까 한마디로 표현하셨어요. 뭐라고 하셨냐면 '어떻게 스피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사라지냐?'

한창원: 그러니까요.

박성수: 이거 참 재미난 말씀이었습니다. 저도 오늘 한 수 배웁니다.

한창원: 다음으로 또 넘어갈까요?

박성수: 그럼 다음 순서로 Grandioso E1의 기술 내용을 좀 스펙 중심으로 해서 설명을 드려야 될 순서가 된 것 같습니다. 우선 어느 정도 입력에 대응하고 있냐를 먼저 말씀드려야 되는데요. 전용 포노 이퀄라이저 앰프니까 MM형, MC형은 당연히 되는 거고요.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가 됐어요. 뭐가 됐냐면 최근에 일본에서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광 카트리지라는 게 있죠? 광 카트리지에 대응하는 광 카트리지 지원까지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애호가들을 위해서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창원: 그렇죠. 광 카트리지를 들어보면 '아날로그는 무궁무진하구나, 소리의 변화의 폭이 정말 새롭다' 할 정도의 또 다른 음악의 세계를 열어주는 게 광 카트리지라고 하는데, Grandioso E1이 또 광 카트리지도 대응이 된다니까 '야, 여기다 광으로 들으면 어떤 소리가 날까?' 그런 궁금증이 드네요.

박성수: 오늘 그게 준비가 안 된 탓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자, 그리고 MC형 카트리지, 무빙 코일 방식을 써야 되기 때문에 이럴 때는 '야, 그러면 MC 카트리지에 입력 임피던스라든지 이게 다 달라지는데 어느 정도나 준비를 해 놓고 있는 거야?' 하니까, 제가 한번 읽어 드리면 15옴, 50옴, 100옴, 560옴 여기까지가 MC가 되겠죠? 그다음에 MM은 47k옴. 이 정도면 기존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카트리지는 다 커버가 되는 거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창원: 근데 아까 우리가 세팅을 하면서 매뉴얼도 보고 기본 세팅을 저희가 와서 해봤잖아요? 카트리지를 XLR로 연결을 하면 임피던스 세팅할 수 있는 메뉴가 안 나와요 그렇죠? 그래서 저희가 그거를 RCA로 바꿔서 임피던스를 다 바꿔봤는데, 그냥 XLR 쪽 소리가 훨씬 더 투명하고 탁 터지는 느낌. 그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박성수: 이 포노 EQ에서 또 하나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될 게 뭐냐면은 MC 카트리지를 사용할 때, 밸런스 커런트 입력. XLR로 가게 돼 있는데요. 포노 이퀄라이저는 원래 기본적으로 XLR이 기본이고, 밸런스 회로가 기본입니다. 기본인데 밸런스 커런트 입력 XLR 단자 3계통을 제공을 한다는 거죠. 이건 무슨 얘기냐 하면은 좀 초대형 아날로그 플레이어 시스템을 쓰시는 분들은 톤암을 여러 개 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한창원: 그렇죠. 그러니까 이 부분이 되게 지금 중요한 내용이 나왔어요.

박성수: 가장 중요한 내용입니다.

한창원: 그리고 솔직히 저는 요새 서울국제오디오쇼 준비로 바빠서, 오늘 공부를 못해왔는데요. MC단 같은 경우는 밸런스 커런트 인풋이라고 그랬잖아요? '아, 그래서 아까 드뷔시의 피아노가 그렇게 나왔구나!'라고 딱 생각이 든 게, 이게 카트리지에서 전압을 받는 게 아니라 전류를 받는다는 거잖아요?

박성수: 그걸 CR형으로 해가지고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밸런스 회로를 갖다가 구성을 하니까 순도가 아주 높아지죠.

한창원: 그러니까 이 전류 방식을 제가 몇 달 전에 CH 프리시전에 P10 포노 EQ가 전류 방식을 쓰면서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러니까 다 설명이 되는 거예요. '왜 밸런스로 연결하면 카트리지 임피던스 세팅을 하는 게 없어질까?' 왜냐하면 전류 증폭이나 전류 전송 방식을 쓰면 임피던스가 상관이 없게 되니까요. 아, 그래서 이 전류 증폭을 하니까 제가 이 턴테이블과 포노 EQ가 사라졌다는 그 느낌이 그냥 전류 증폭, 전류 전송 방식 하나로 다 설명이 되는 그런 거겠네요.

박성수: 보통 전압 증폭을 해야 되는데 그건 하지 않고 전류를 흘려서 전류가 그대로 가지 않습니까? 이걸 밸런스 방식으로 해서 이걸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바로 증폭을 시켜버리는 거죠.

한창원: 그러니까 MC 카트리지에 그냥 높은 전류 값을 이용을 해서 하다 보니까 정보량이나 해상력에서...

박성수: 사실상 필터가 없어지는 거죠.

한창원: 그러니까요. 기존의 전압 방식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고해상도의 진짜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나왔다.

박성수: 거기다 디스크리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커패시터 저항을 계속해서 튜닝을 해야 되거든요.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하면서 소리를 전체적으로 다 만들어내야 되기 때문에 여기서 장점은 뭐냐면 사운드가 아주 개방감이 있고 발랄하다는 겁니다. 또 하나 가장 큰, 이것보다 더 큰 장점은 뭐냐면 소리의 순도가 높다는 것.

한창원: 예전에 저희가 시청회를 할 때, 에소테릭에 보면 ES-Link라는 게 있어요. 에소테릭 Link. 그게 뭐냐면 기존의 신호 전달, 인터커넥터 전달 방식이 대부분 전압 방식인데 ES-Link가 전류 전송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ES-Link로 바꾸면 소리의 투명도나 그런 것들이 굉장히 해상력이나 이런 것들이 아주 확연히 올라갔었는데요. 진짜예요, 전류 증폭을 했더니 아까 드뷔시의 피아노가 그렇게 나왔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박성수: 제가 여기서 참고로 한 말씀만 좀 더 드리면은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에소테릭에서는 과거에 두 종의 포노 이퀄라이저를 냈었거든요? 이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대부분은 비슷합니다만 근본적으로 다른 게 뭐냐 하면 E-03, E-02는 이퀄라이저 회로가 NFCR형이에요. 그러니까 Negative Feedback Capacitor Resistance 방식으로 해서 가는 데 비해서 두 개 제품은 그렇게 공통입니다.

그런데 이쪽으로 오면 NF를 지워버리거든요. NF를 지워버린다는 건 뭐냐면 언뜻 들으면 안정감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거기서 기술이 나오는 거죠. 거기서 튜닝하는 기술도 나오고 거기서 온갖 것들이 다 이 전체적인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거든요.

한창원: 네거티브 피드백은 필요악이까요. 그걸 없앨 기술만 있다면 없애는 게 좋은 거니까요. 자 여기서 그럼 또 우리가 음악 한 곡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들어볼 곡은 팝송이죠.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Brothers In Arms'을 들어볼 거거든요.

박성수: 일반적인 곡은 아닌데 아주 좀 특이한 곡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네요. 일단 한번 들어보고 말씀 나누겠습니다.

Brothers In Arms - Dire Straits
시작 시간 - 24:53

한창원: 원래는 'Sultans Of Swing'을 들어보고 싶어서 LP를 갖고 왔는데요. 저게 더블 자켓인데 LP 한 장이 없어서 그다음으로 고른 게 'Brothers In Arms' 사실은 이 곡이 되게 느린 템포예요.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재미없을 수 있는, 늘어지는, 약간 보링한 그런 음악이 나올 수 있었는데요.

한창원: 이 곡에서도 깜짝 놀란 건 이 약간은 암울한 음악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 그리고 이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의 보컬의 음색하고 굉장히 강렬하게 대비가 되는 그 기타 음색에 상반되는 그런 느낌. 그리고 소리가 나오는데 막히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

한창원: 에포트리스. 슬슬 툭툭 던져지면서 솔직히 이 대목에서는요 '에소테릭이 원래 이렇게 뜨거워지지가 않는데?' 근데 기타음에서 정말 한 번씩 툭 던질 때마다 용광로가 부글부글 끓는 듯한 그 선열한 음색을 '어, 에소테릭에서 이런 음색을 만들어?' 하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한창원: '에소테릭에서 뭐 Grandioso 급이 나왔나 보다. 기대가 된다.' 정도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이 포노를 들어봤더니 제가 요즘 사실은 디지털 뮤직 서버에 푹 빠져있어서 '아날로그 이제 위험해졌는데?' 막 그런 생각에 빠져있었는데요. 그 타이밍에 등장한 에소테릭 Grandioso E1 포노 EQ가 '네가 감히 아날로그가 곳인 줄 알고!'하는 어떤 깨우침을 저한테 전달해 준다 할 정도로 굉장히 인상적이고 정말 좋은 포노 EQ를 만났습니다.

박성수: 우선 제 인상을 말씀드리면 이 음악이 들으면 투명한 것 같을 때 안에 온도감이 높다는 말씀이에요. 그래서 제가 급하게 찾아봤죠. 'Brothers In Arms'를 어디서 녹음했을까? Air 스튜디오라고 아주 유명한 스튜디오인데요. 이게 어디냐면 녹음한 장소가 카리브해에요. 아주 더운 지역이거든요.

박성수: 저는 지금 뭘 느꼈냐면 열대 지역이라는 데가 일단 습도가 높잖아요? 습도가 높기 때문에 청명한 감은 아무래도 느끼기가 좀 어려운 것인데, 그 뭐랄까요? 카리브의 더운 습기를 머금은 더운 무더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기타의 소리들이 피어 올라가고 그다음에 마크 노플러의 약간 나른한 목소리.

조금 전에 말씀해 주시기를 사실 이런 형태의 음악이 약간 나른한 음악 아닙니까? 나른한 음악을 갖다가 자칫 밸런스가 안 맞는 데서 재생을 하게 되면 소리가 무거워지고 어두워지고 하는 그런 느낌이 들기 쉬운데요. 여기서는 그 풋워크에서 전혀 그런 걸 못 느끼겠거든요. 가볍게 사뿐사뿐. 참 이럴 때 한국말이 좋네요. 사뿐사뿐 흘러가면서도 전체적으로 큰 그림 속에서는 '여기가 어딜까? 도대체 이런 음악 이런 음악을 할 때 이런 소리가 나는 곳이 어딜까?' 네, 카리브해입니다.

한창원: 그러니까요. 이런 게 음악의 힘, 소리의 힘이라고 하는 게 이게 그냥 그저 평범하게 나왔으면은 박성수 리뷰어님이 핸드폰으로 뭘 그냥 업무처리하시나 봤더니, '도대체 이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게 녹음한 곳은 어딜까?' 그런 궁금증을 불러낼 정도로 정말로 좋은, 정말로 인상적인, 정말로 아름다운 음악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대타로 고른 노래인데 'Brothers In Arms'에서 또 다른 음의 세계를 발견했다.

박성수: 저는 그게 궁금해지는 거예요. 갑자기 이런 소리가 나는 곳이 어디야? 영국에는 없는데? 영국에는 없잖아요.

한창원: 그러고 봤더니 영국 특유의 약간 어둡고 약간은 어눌한 느낌이 이런 게 전혀 없고요.

박성수: 전혀 없잖아요. 왜냐면 공기가 온도가 기온이 낮아야 되니까. 여기는 높은 데 아니에요. 그러니까 무슨 열기가 나오는데 참 뭐랄까? 소리에서 자꾸 그런 느낌이 드니까 이거 도대체 어디서 녹음을 했길래...

한창원: 저도 아까 마크 노플러 기타의 굉장히 선열한 느낌은 약간 처음 받았는데, 그걸 박성수 리뷰어님은 어디서 이 뜨거운 음이 나올까? 그래서 검색을 해보신 거예요.

박성수: 맨 처음부터 말씀하시기를 에소테릭에서 아주 세련미를 자랑하는 그런 사운딩을 하는 브랜드에서 갑자기 이런 소리가 날까? 그 말씀을 하시는데 여기서 서로 의견이 공통한 거죠.

한창원: 그러니까요 그래서 기타의 선열하고 맑은 음색 속에 거기서 또 일렉기타 특유의 거칠음까지 하면서 '아, 이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었어?' 다시 한번 또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오디오 기기 리뷰를 하려고 앉았는데 음악 한 곡 듣고 그 음악에 대한...

박성수: 미리 말씀 다 하셨잖아요. 턴테이블이 없어진다고요.

한창원: 그냥 음악에 대한 얘기를 계속 나누고 싶을 정도로 진짜 좋은 소리가 나왔어요. 제가 예상을 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습니다. 지금 카메라 배터리가 다 나갈 정도로 거의 저희가 1시간 반에 육박할 정도로 해서, 여기서 1부 끊고요. 잠시 쉬었다가 2부로 계속 이어지겠습니다.

2부에서 계속

※ 본 리뷰는 유튜브 영상리뷰를 텍스트 버전으로 재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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