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가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HDD 대비 얼마나 빠른 속도를 제공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장치에 기본 스토리지로 사용되면서 상향 평준화된 성능보다는 얼마나 많은 용량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해졌다.
PCIe Gen4를 넘어 Gen5 속도를 지원하는 SSD까지 나오고 있지만 성능 면에서는 PCIe Gen4로도 아직 충분히 쓸 만하니 발열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고성능 제품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고용량 제품이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늘 살펴볼 WD Blue SN5000 NVMe SSD 4TB 모델은 더 많은 데이터를 SSD에 담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다.
PCIe Gen4와 4TB 대용량 WD Blue SN5000 NVMe SSD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는 거대한 블루 스티커가 전체를 덮고 있는 패키지 디자인과 달리 블랙 PCB에 라벨 스티커 끝부분에만 블루 컬러를 넣어 제품만 보고는 WD Black 계열이 아닌가 착각하기 쉽다.
PCIe Gen4 x4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고 최대 5,500MB/s의 순차 읽기 속도 가지고 있으니 스펙만 놓고 보면 이전 PCIe Gen3 시대의 고성능 모델 WD Black 시리즈와 견주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표준 M.2 SSD 규격으로 사용되는 M.2 2280 (22x80mm) 크기에 별도로 히트싱크(방열판)가 달려있지 않으므로 데스크탑은 물론 노트북과 미니PC를 비롯해 외장 SSD 인클로저와 NAS, 그리고 PS5와 같은 콘솔 게임기의 스토리지 확장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WD Blue SN5000 M.2 NVMe SSD 시리즈는 용량에 따라 500GB부터 4TB까지 총 4가지 모델로 출시되는데, 2TB까지는 3D TLC 낸드 플래시를 사용하고 4TB 모델만 3D QLC 낸드 플래시가 탑재됐다.
낸드 플래시 구조 및 내구성(쓰기 수명) 때문에 QLC에 비해 TLC 낸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3D 낸드 플래시 및 컨트롤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능이나 수명 문제가 개선되었으며, 순차 읽기/쓰기 및 랜덤 읽기/쓰기 성능도 4TB 모델이 가장 빠르다.
다만 SSD 수명에 해당하는 내구성(TBW)은 하위 모델과 동일한 비율을 가지고 있으나 고급형 브랜드 WD Black 시리즈 4TB 모델(2400TBW)의 절반에 불과하니 더 빠른 속도와 잦은 SSD 쓰기 작업이 요구되는 곳에서는 WD Black 시리즈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WD Polaris 3 A101-000171-A1 SSD 컨트롤러가 탑재되어 있다. 샌디스크(SanDisk)가 WD 플래시 사업부로 인수되었기 때문에 그 동안은 WD 인하우스(in-house) 컨트롤러라고 불렸지만 WD가 지난 달 플래시 사업부를 분리하고 HDD 기업으로 돌아가면서 샌디스크는 다시 독립형 플래시 및 메모리 기술 기업으로 복귀하게 됐다.
PCIe Gen4 x4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며 D램 캐시가 없는 대신 낸드 영역 일부를 SLC 캐시로 사용하여 쓰기 속도를 높이기 위한 WD nCache 4.0 기술이 적용되었다.
라벨 스티커를 제거하면 볼 수 있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500GB~2TB 모델에 WD(SanDisk)-키오시아(Kioxia) 합작으로 만드는 5세대 112단 3D TLC 플래시 메모리(BiCS 5)를, 4TB 모델에만 6세대 162단 3D QLC 낸드 플래시(BiCS 6)를 사용한다.
WD-키오시아 6세대 3D 플래시 메모리는 이전 세대에 비해 측면 셀 어레이 밀도를 최대 10% 향상시키면서 기존 112단 적층 기술 대비 다이 크기를 40% 줄여 비용을 최적화했으며, 메모리 셀 작동을 관장하는 로직 회로를 메모리 셀 아래로 놓는 Circuit Under Array CMOS 배치 및 4면 작동을 적용해 이전 세대에 비해 프로그램 성능이 거의 2.4배 향상되고 읽기 지연 시간이 10% 향상되었다. 또한 I/O 성능도 66% 향상되어 PCIe Gen4 인터페이스에도 대응할 수 있다.
2개의 칩으로 4TB 용량의 단면 SSD를 구성했기 때문에 양면 SSD 제품들과 달리 표준 M.2 2280 두께(2.38mm)로 만들어져 다양한 기기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으며 SSD 발열 관리에도 유리하다.
특히 요즘 나오는 데스크탑 PC용 메인보드들은 대부분 PCIe Gen5 또는 Gen4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M.2 슬롯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SSD 발열을 억제하기 위한 거대한 히트싱크가 메인보드와 일체형 디자인으로 들어가는데, WD Blue SN5000 M.2 NVMe SSD는 자체 히트싱크가 없으므로 메인보드 장착 시 히트싱크를 제거하거나 다른 부품들과의 간섭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노트북이나 미니PC를 비롯해 히트싱크 없이 표준 M.2 2280 SSD만 장착할 수 있는 다른 기기에서도 손쉽게 장착하여 저장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는 175만 시간의 MTTF(평균 고장 시간) 최대 5년 제한 보증 및 1200TBW의 쓰기 수명을 보증한다.
편리한 WD 대시보드와 Acronis True Image 지원
WD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할 수 있는 WD SSD 대시보드는 시스템에 장착된 WD SSD 제품의 상태 모니터링 및 관리, 펌웨어 업데이트 등에 사용된다.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에 대한 드라이브 상태, 용량, 인터페이스 속도, 온도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WD 대시보드 도구 항목에서는 SSD 펌웨어 업데이트, 부팅 가능한 USB 드라이브로 만들기 위한 드라이브 지우기, 진단 테스트로 드라이브 상태를 확인하는 S.M.A.R.T 테스트, 그리고 TRIM 기능 및 쓰기 캐시 활성화, 윈도우의 스토리지 관련 기능 등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WD 제품 구매자들에게 무료 제공되는 Acronis True Image for Western Digital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데이터 백업과 디스크 관리, 마이그레이션, 랜섬웨어나 불법 채굴로부터 디스크 보호, 디스크 복제, 미디어 복구, 드라이브 지우기 등 Acronis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최대 5,500MB/s 속도로 성능과 용량 만족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AMD 라이젠 7 7700X 8코어 프로세서와 ASUS ROG CROSSHAIR X670E HERO 메인보드를 사용한 테스트 시스템을 구성했다. 메인보드에서 PCIe Gen4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M.2 슬롯 및 전용 히트싱크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M.2 히트싱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CrystalDiskInfo를 보면 PCIe 4.0 x4 인터페이스로 연결되었으며 NVMe 2.0 표준과 S.M.A.R.T 및 TRIM 기능 그리고 제조사에 따른 SLC 캐시 기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온다.
SSD 성능 기준으로 널리 사용되는 CrystalDiskMark 테스트 결과를 보면 제품 스펙과 동일한 5,500MB/s 순차 읽기, 5,000MB/s 순차 쓰기 성능을 기록했다. 이전 세대(PCIe Gen3) 고성능 NVMe M.2 SSD들이 인터페이스 대역폭 한계로 3,600MB/s대 정도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해보면 PCIe Gen4 최고 성능 SSD와는 차이가 있지만 PCIe Gen3 고성능 모델을 대체할 정도는 충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콘텐츠 작업을 위한 AJA System Test에서 4K UHD 기준 64GB 파일을 10bit YUV 코덱으로 작업하기 위한 성능을 측정했을 때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는 읽기 성능은 대략 4,800MB/s, 쓰기 성능은 4,200MB/s 정도로 측정됐다.
Blackmagic Design사에서 만든 Disk Speed Test 결과는 측정 때마다 속도가 바뀌기 때문에 정확한 평균치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하단의 작업 가능한 해상도 및 코덱 리스트를 보면 모든 항목에서 영상 편집용 SSD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나래온 더티 테스트로 SSD 전체 쓰기 성능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SLC 캐시 영역을 넘어서면서 쓰기 속도의 변화가 커져서 최대 속도는 5,110MB/s지만 최저 속도는 24MB/s에 평균 속도 50% 미만 구간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 QLC 낸드를 사용한 SSD의 특성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용량의 약 18% 정도는 쓰기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4TB 용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700GB 이상이 된다. 1TB짜리 SSD라면 70% 정도 쓰기 성능이 유지되는 셈이니 게임이나 콘텐츠 작업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용량이다. 보드나라 유튜브 콘텐츠처럼 여러 대의 카메라로 에피소드 하나당 수백 GB 데이터를 여러 개 담아놓고 영상 작업을 하는 경우나 100GB가 훌쩍 넘는 최신 게임들을 매번 삭제하고 새로 내려받는 것이 귀찮다면 4TB의 저장공간은 매력적인 유혹이다. 쓰기 작업이 자주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SLC 캐시 영역을 넘어갈 데이터를 장시간 기록하는 것도 아니므로 대용량 콘텐츠를 저장하기 위한 SSD도 적합하다.
필자의 경우 영상 편집용 노트북에 세컨드 SSD로 WD Blue SN550 2TB 모델을 사용 중이지만 저장공간 압박으로 촬영 데이터를 자주 지울 수 밖에 없는데,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라면 그 빈도가 절반 이하로 줄고 성능 걱정도 없을 것이다.
성능/용량 밸런스 가진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
스토리지 표준이 HDD에서 SSD로 넘어왔어도 성능과 용량에 비례하여 가격이 비싸지는 시장의 원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둘 사이의 갭이 상당히 컸을 때는 SATA SSD와 SATA HDD, 그 다음은 고성능 M.2 SSD와 저렴한 SATA SSD, 이후에는 고성능 M.2 SSD와 저렴한 M.2 SSD 조합이 쓰였지만, PCIe Gen4 이상으로 스토리지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에는 굳이 고성능과 대용량의 2가지 스토리지 타입을 둬야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특히 노트북이나 미니PC, 외장 SSD 인클로저 등 높은 성능으로 인한 발열 관리가 힘들고 여러 개의 M.2 SSD를 장착할 수 없는 기기에서는 적절한 성능에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하는 WD Blue SN5000 M.2 NVMe 4TB SSD와 같은 제품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해외 직구 및 병행 수입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면 용량 대비 가격이나 브랜드 인지도 및 A/S 신뢰도 역시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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