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격동의 시대를 겪은 게임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게임잡지나 어딘가의 PC방, 어딘가의 게임샵 한구석에서 포스터로 봤을 법한 게임. ‘루나 시리즈’가 리마스터로 새롭게 출시됐다.

4월 18일 정식 출시된 '루나 리마스터 컬렉션'은 1996년(PS 버전 기준) 발매된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와 1999년(역시 PS 버전)에 출시된 '루나2 이터널 블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합본 버전으로, 겅호 엔터테인먼트(퍼즐앤드래곤의 그 회사 맞다.)가 개발을 총괄한 작품이다.
이번 '루나 리마스터 컬렉션'은 타이틀에 수록된 두 작품 모두 PS 버전을 기반으로 리마스터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대대적인 그래픽 개선과 다양한 신규 기능의 추가 등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즐겨본 '루나 리마스터 컬렉션'은 원작의 핵심 요소는 살리고 다양한 편의 기능을 추가하여 최대한 원작의 재미를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이는 듯한 작품이었다.

가장 체감되는 리마스터 작업은 전투 속도 옵션(배틀 스피드)의 추가다. 원작의 경우 전투 속도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었지만, 이번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최대 3배까지 전투 속도를 높일 수 있어 상당히 빠른 전개 속도를 보여주었다.

전략 시스템도 큰 변화를 겪었다. 사실 루나 시리즈는 당시에도 캐릭터의 배치가 전략에 많은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작품이었는데,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이 전술 배치가 더욱 정교해졌다.
여기에 자동 공격의 경우 단순 공격 이외에도 아이템 사용 유무, 마법 사용 유무 등 여러 옵션이 추가되었다. 이를 통해 자동 공격을 보다 효율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루나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컷신의 해상도도 크게 향상되었다. 이번 리마스터 버전은 원작의 그래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클래식과 리마스터 버전이 동시에 제공되어 이 두 버전을 비교해보면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단번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80~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특유의 색감과 연출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OVA에 익숙지 않은 이용자를 위해 설명을 하자면 80~200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TV에서 방영되는 TV 버전 이외에도 비디오테이프 혹은 DVD로 별도 판매되는 OVA 버전을 따로 발매하여 제작사들이 매출을 충당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OVA는 TV 버전에는 없는 캐릭터 혹은 새로운 결말이 등장하곤 했는데, 자본의 한계가 있던 TV 버전과 달리 OVA는 일종의 극장판 시리즈 개념이었던 만큼 높은 수준의 퀄리티와 연출을 보여주어 TV 버전보다 OVA가 더 높은 인기를 거두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완전히 OVA로만 출시된 명작도 다수 존재할 정도.)


루나 시리즈는 이 OVA 형태의 애니메이션 컷 신으로 유명세를 떨친 작품이었는데, 과거에는 퀄리티나 여러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 리마스터 버전의 경우 더욱 컷 신이 수려해져 한편의 90년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각종 버그가 사라진 버그 픽스 작업과 번역 퀄리티가 향상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이번 리마스터에 수록된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의 경우 2002년 손노리를 통해 한글화는 물론 한글 음성까지 수록된 버전이 정식 발매되어 많은 이용자가 게임을 접한 바 있었다.
다만, 해당 버전의 경우 번역 수준이 너무도 처참하고, 걸핏하면 게임이 튕기는 버그가 곳곳에서 발생하여 제대로 게임을 즐기기 어려울 정도였건 것이 사실.



이번 '루나 리마스터 컬렉션'은 게임을 개발한 겅호 엔터테인먼트의 감수 아래 완전히 새로운 번역 작업이 진행되어 번역 수준이 크게 높아졌으며, 버그도 크게 향상되었다.
실제로 필자는 과거 게임이 너무 튕겨서 NPC와 대화만 하면 세이브를 했을 정도로 세이브에 광적으로 집착했지만, 결국 너무 잦은 버그로 게임 엔딩을 보는 것을 포기했었는데, 이번 리마스터에서는 버그가 전혀 없어 세이브 3칸 만으로도 게임의 엔딩을 봤을 정도였다.



이처럼 ‘루나 리마스터 컬렉션’은 개선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컷신. 그리고 다양한 편의 기능의 추가와 원작의 버그와 처참한 번역을 말끔히 씻어낸 완성판에 가까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물론, 자막 폰트가 너무 투박하고, 하얀색 테두리를 지니고 있어 40대에 접어든 필자에게는 조금 보기 어려웠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원작과 비교해 큰 이질감이나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만약 90년대 OVA에 추억을 가진 이들이나, 클래식 JRPG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루나 리마스터 컬렉션’은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