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수박(의 머리가 깨진)게임’이 요즘 유튜브 쇼츠 등을 거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이 게임은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퍼즐 머지 게임 ‘수박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같은 모양의 블록을 합쳐서 더 높은 단계의 블록을 만들고, 최종 단계까지 ‘머지(합체)’시키는 것이 목표인 기본 플레이 방식도 유사하다. 하지만 ‘수박(의 머리가 깨진)게임’은 그 위에 독특한 설정과 매력적인 조작 방식을 얹었다.

이 게임은 실수로 머리가 깨져버린 수박의 감정들을 되찾아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용자는 수박의 ‘감정 블록’들을 합쳐가며 더 높은 단계의 감정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불안’ 감정 블록이 합쳐지면 ‘분노’, 그 위로는 ‘인내’, 다시 위로는 ‘느긋’ 같은 식으로 스토리텔링과 레벨업이 엮여 있다.



콘셉트에 맞게 이 게임의 필드는 ‘수박의 파인 머리’로 한정된다. 좁디좁은 공간 안에서 블록을 전략적으로 굴리고 끼워 넣어야 한다. 재밌는 점은 감정 블록들이 네모, ㄴ자, ㅗ자, 계단 모양 등 테트리스 블록이 떠오르는 각진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각을 잘 맞추면 생각보다 높이 쌓을 수도 있고, 잘 걸쳐서 블록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는 묘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여기에 조작도 꽤 섬세하고 자유롭다. 블록을 떨어뜨리기 전에 Q와 E키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스페이스바로 좌우 반전까지 가능하다.
수박 자체를 돌리는 것도 된다. 수박을 좌우로 살짝 기울이면 블록이 기울어진 방향으로 쓱 밀려난다. 이걸 잘 활용하면 안 들어가던 블록이 기가막히게 끼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너무 욕심내다 보면 블록이 필드 밖으로 툭 튀어나가며 체력을 깎아먹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감정 조절 실패다.



필드가 작아 난도가 높은 만큼 실수해도 게임을 복구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잘 마련되어 있어 플레이하면서 스트레스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 게임은 수박 머리 바깥으로 블록이 떨어질 때마다 체력이 줄지만, 처음부터 총 3개의 체력을 제공해서 한두 번 실수하는 것으로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수박게임류가 한 번의 실수에도 냉정하게 게임오버를 선고하는 데 비해 상당히 온정적이다.
심지어 특정 감정 단계까지 블록을 합치면 추가 체력도 제공해주어 보다 편안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서 틈에 잘 맞지 않는 하위 감정 블록은 바로 바닥에 버리고, 괜찮은 블록이 나왔을 때 집중하는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이렇게 시스템들이 잘 마련돼 있다 보니 난도가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딱 절묘한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비좁아서 안 된다 싶을 때도 각진 블록 모양을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걸친 상태를 유지하고 다른 블록을 먼저 맞추는 식의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이제 게임오버되나 싶을 때 조각들이 따다닥 맞춰지고, 라이프까지 회복되며 기사회생하는 쾌감도 짜릿했다.
수박게임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권해보고 싶은 작품이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간 저장 기능이 없어서 플레이 중 자리를 비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설정에도 ‘(처음부터) 다시하기’와 ‘종료하기’밖에 없다. 잘되고 있다가 자리 비워야 하면 상당히 슬퍼진다. 또, 처음 시작할 때마다 스토리 연출을 반복해서 봐야 한다는 점도 아쉬워 옵션으로 스토리 스킵 기능이 있으면 더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았다.


한글화가 조금 아쉬운 것도 눈에 밟히는 부분이다.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기는 하지만 스토리 대사와 인 게임 감정 블록 등에만 한글이 적용되고, 설정이나 시스템 UI 등 다른 부분은 한국어 적용이 덜 됐다. 어차피 시각적으로 블록이 합쳐지는 걸 보는 재미가 중심이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었지만, 게임 전반적인 퀄리티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다. 여유가 된다면 설정 한글화까지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약하자면 ‘수박(의 머리가 깨진)게임’은 익숙한 게임 방식에 독창적인 콘셉트를 녹여낸 게임이다. 테트리스식 전략과 콘셉트가 절묘하게 섞여 있고, 예상보다 자유로운 조작감을 기반으로 한 전략의 다양성도 살아있다.
아직 콘텐츠가 메인이 되는 퍼즐 하나밖에 없지만, 개발사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콘텐츠를 늘려간다면 확장성도 충분해 보인다. ‘수박(의 머리가 깨진)게임’이 머지 퍼즐 게임의 새로운 성공 사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