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왜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낄까?
그건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꽃 자체에 바라는 것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식물의 번식을 위한 생식 기관이자 씨앗을 만들어 후손을 퍼트리기 위한 구조’라는 생물체 본연의 목적은, 사실 꽃을 감상하고 받아들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별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꽃은 본래 목적과는 달리 사람의 시선에서는 순수한 아름다움의 속성을 갖게 된다.
이것이 칸트가 말한 목적 없는 합목적성이다.
PC 케이스도 이런 목적 없는 합목적성을 적용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PC 케이스는 확실한 목적이 있는 도구니까. 하지만 그 안에도 미학은 깃들 수 있다. Be quiet(이하 비콰이어트)의 제품 매니저 ‘Ramon Wolff’는 오늘 소개할 제품에 대해 언급했다. “명확함에 대한 용기를 상징하며, 실용성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케이스” 지금부터 소개할 be quiet PURE BASE 501 DX Black 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부터 꽃이 될 수는 없지만, 마치 꽃에 가까워진 것처럼. 단정하면서도 빛이 반짝이는 PC 케이스를 감상하시라~
◆ be quiet PURE BASE 501 DX Black 케이스
① 규격 & 호환성
미들타워, ATX / M-ATX / ITX 지원
표준-ATX 파워, 최대 240mm 장착 가능 (하단 후면 위치)
그래픽카드 368mm 길이까지 장착 가능
② 외관 & 디자인
전면 ARGB + 안쪽 메쉬필터, 측면 강화유리 패널
하단 먼지 필터, 상단 I/O
③ 쿨링 & 확장성
기본 3개 팬 (전면 140mm x1, 상단 140mm x1, 후면 140mm x1)
수랭 라디에이터: 상단 최대 240mm, 전면 최대 360mm (120/140/240/280/360mm), 후면 120/140mm
저장장치: 3.5인치 2개, 2.5인치 5개
수평 PCI 슬롯 7개
④ 입출력 포트
USB 3.2 Gen2 Type-C x1
USB 3.2 Type-A x2
HD 오디오 (Mic + Audio)
⑤ 크기 & 기타
450 x 231 x 463mm
무게: 7.8kg
유통사: 서린씨앤아이
#. 메시 전면 패널에 ARGB로 빛나는 ATX 케이스
일본의 문호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에세이집 ‘그늘에 대하여’을 통해 말했다. “미는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물체가 만들어내는 그늘의 무늬, 명암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일본인의 삶의 미학이라 볼 수 있다. 서양인들은 밝음을 지향하지만, 일본인들은 흐릿한 그늘을 사랑한다는 것.
자, 그 점에서 비콰이어트는 독일 기업이다.
서양 기업인데, 앞서 언급한 일본인의 삶의 미학이 느껴지는 그런 PC케이스를 만들어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be quiet PURE BASE 501 DX Black(비콰이어트 퓨어 베이스 501 DX 블랙, 이하 퓨어 베이스 501 DX)라는 ATX 규격의 미들타워 케이스는 손큰 서양인이 만든 제품치고는 지나치게 세심한 동양의 미가 서려있다.
일단 케이스라는 제품이기에 무엇보다 보여지는 측면에서의 디자인을 먼저 따지게 된다. 화려하지만 과하게 화려하지 않고, 세련된 디자인이 제품이 추구하는 특징이다. 그렇기에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는 블랙과 화이트의 두 가지 색상에 불과할 정도로 절제된 모습이 도드라지지만, 전원이 들어오면 전면의 ARGB 조명이 은은히 빛을 발하며 감성을 더한다. 화려하지만 과하게 밝아 싸구려틱하지 않고, 어둠 속의 빛처럼 은은하게 공간에 스며든다.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면 메시, 상단 메시 부분이다.
흡기 성능을 강화하려 할 때 전면 메쉬를 적용하는데, 퓨어 베이스 501 DX는 해당 부분의 마감이 깔끔하고 견고해 보인다. 여기에 ARGB 라이트 바가 상단과 측면까지 이어져 감각적이다.
기존 제공하는 팬은 총 세 개로 모두 비콰이어트의 ‘Pure Wings 3 140mm PWM’이다. 전면 1개, 후면 1개, 상단 1개. 아니 왜 전면 2개 후면 1개 구성이 아니에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구성이다. 물론 쿨링의 장인 비콰이어트의 선택이니 믿고 따라가면 된다.
참고로 팬 블레이드는 7열 날개인데 풍량과 정숙함을 동시에 추구하며, 구조상 소음 억제를 위한 역류 방지와 진동 감소 설계를 포함하고 있다. 팬 날개에서도 독특한 패턴이 보이는데 와류형성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다.
전면 패널은 당연하지만 탈착이 가능하다. 탈거해 보면 내부에는 커다란 먼지 필터가 내장돼 있다. 얼마나 크냐면 전면 전체를 덮을 정도다. 물론 전면 팬이나 라디에이터 교체 시 손쉽게 분리할 수 있다. 최대 360mm 수랭 라디에이터 장착도 가능하다. 단, 하단의 HDD 베이의 위치를 조절해야 한다. 크게 어려운 건 아니다.
#. 아니 대체 내부가 왜 넓지?
퓨어 베이스 501 DX의 외형은 참 점잖아 보인다. 이름부터가 ‘퓨어 베이스’니 그럴만도 하다. 거기에 측면 풀 윈도우 사이드 패널도 퓨어하다. 검정 색상의 사이드바가 특징인 틴티드 강화 유리 구성으로 내부가 환하게 들여다보인다. PC 하드웨어도 디자인을 따지는 시대니 이 점도 케이스 선택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겉은 점잖아 보이는 친구인데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전면에는 360mm 라디에이터 1개, 또는 140mm 팬 2개, 120mm 팬 3개를 장착할 수 있다. 상단에는 240mm 라디에이터 1개, 또는 140mm 팬 2개, 120mm 팬 2개가 들어간다. 후면에는 140mm 팬 1개 또는 120mm 팬 1개가 설치 가능하다.
어디에 내놔도 시스템 쿨링 환경이 부족하다는 소리는 쏙 들어갈 정도다. 고성능 시스템용으로 쿨링 솔루션을 구성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실제 PC 조립 시에도 ATX 메인보드에 RTX 5070 급의 VGA에 공랭 쿨러 설치 시에도 별다른 무리 없이 탑재할 수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최대 그래픽카드 길이를 언급하자면 368mm다. RTX 5090급 VGA 중 고성능 제품군이 대략 360mm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퓨어 베이스 501 DX에 딱히 설치를 못 할만한 그래픽카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PCIe 슬롯은 회전시킬 수 있다. 덕분에 커다란 그래픽카드를 라이저 케이블을 사용해 세워서 쓸 수 있다. 참고로 비콰이어트에서 옵션으로 판매하는 라이저 케이블에 딱 맞는다. 해당 라이저 키트에는 파워서플라이 슈라우드 위에 올려두는 폼 베이스 지지대가 포함된다. 스펀지 재질로 되어 있어 그래픽카드의 무게에 맞춰 높이가 자동 조절되며, 장시간 사용 시에도 처짐 현상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마지막으로 저장장치는 얼마나 연결할 수 있을까? 3.5인치는 최대 2개, 2.5인치는 최대 5개를 장착할 수 있다. 저장장치 증설 공간은 넉넉하다.게다가 저장장치 베이 위치를 좌우로 변경할 수 있다. 전면에 3열 수냉쿨러를 장착할 경우 아래쪽에 여백이 필요한데, 이때 베이를 밀어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 선정리가 편하면 좋고 주변기기 연결이 편하면 더 좋다
예전에 낚시를 무슨 재미로 하는지 몰랐는데, 조사님들 가로되. 하나같이 ‘손맛’을 최고로 치더라! 물고기가 몸부림치는 그 손맛 말이다. 장르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PC 조립 시에도 손맛이라 표현할 만한 게 있다. "내부 완성도가 높고 선정리가 편한 케이스에 조립을 하면 '기부니가' 좋커든요~" 같은 식이다.
조립 시 별다른 고민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고, 케이블을 하나하나 연결한 뒤 측면 패널을 연 채로 부팅을 한 번 하고, 제대로 들어오면 이제 측면 패널을 닫으며 찾아오는 묘한 감정. 이제 끝났다! 이 마지막 과정이 상쾌하려면 선정리가 쉬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퓨어 베이스 501 DX는 분명 손맛이 좋은 케이스다.
외관과 달리 후면 선정리 공간도 꽤나 여유롭다. 메인보드 후면 방향의 측면 패널은 깊이감이 있어 케이블이 적당히 있어도 부드럽게 눌러 닫을 수 있다. 그리고 선정리가 편하다고 표현한 것은, 벨크로 타입 케이블 타이(찍찍이)와 전용 가이드 홀이 기본 제공되기 때문이다. 서양애들 답지 않게 동양적인 배려에 진심을 보였으니,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일도 아니다.
전면 I/O 포트에도 있을 건 다 있다. USB 3.2 Gen2 Type-C 포트 1개, USB 3.2 Gen1 Type-A 포트 2개, 3.5mm 오디오/마이크 콤보 단자, ARGB 모드 변경 버튼을 갖췄다. 특히 ARGB 버튼이 상당히 편하다. 컨트롤러에 연결된 상단 및 측면 LED 스트립을 제어할 수 있다. 거기에 SATA 전원과 5V 3핀 헤더를 통해 메인보드 ARGB와 동기화도 가능하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손맛이 좋고 ARGB 제어를 할 수 있으며 연결 포트도 부족함이 없다.
◆ 장착 및 테스트 환경
CPU: AMD Ryzen 5 7600
M/B: ASRock B850 스틸레전드 WiFi
RAM: G.SKILL DDR5-6000 CL26 TRIDENT Z5 NEO RGB H 화이트 패키지
SSD: 1TB NVMe SSD
GPU: 애즈락 라데온 RX 9070 스틸레전드
쿨러: 비콰이어트 SILENT LOOP 3 360mm 수냉쿨러
파워: 850W
OS: Windows 11 Pro 23H2
# 편집자 주
정리하자면 퓨어 베이스 501 DX는 균형이 잘 잡힌 미들타워 케이스다. 고성능 140mm 팬이 기본으로 3개나 제공되고, 전면은 ARGB 조명으로 화려하다. 또한 내부 공간이 넉넉하며 선정리도 쉬운 편이다. 결정적으로 조립 시 느껴지는 완성도는 높다. 상단 240mm 수랭쿨러 장착 정도가 조금 아쉽지만, 전면에 최대 360mm 까지 장착 가능하니 문제는 아니다.
특히 저장장치 공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는 것은 미들타워 규격 케이스 치고는 괜찮은 부분이다. 최근에는 NVMe SSD가 대세라 판단한 제조사가 저장장치 공간을 없애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는 해도 저장장치를 많이 사용하는 수요는 아직 건재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퓨어 베이스 501 DX는 과거 PC 케이스가 중요시했던 가치를 지키면서도, 최신 감성에 기본기까지 보장하는 제품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명품은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법이다.
be quiet PURE BASE 501 DX Black 케이스에 자꾸만 눈이 가는 이유처럼!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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