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워 오브 마인, 프로스트펑크 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왔던 11비트 스튜디오가 이번에 또 한번 깊게 고민해야 할 문제를 들고 돌아왔다.
11비트 스튜디오가 새롭게 준비한 신작 ‘디얼터스’는 낯선 행성에서 혼자 살아남는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고분분투 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이다. 흔한 몬스터 한 마리 안나오고, 생존을 위해 여러 활동을 반복하는 게임이지만, ‘내가 그 순간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미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이 마지막까지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게임이 시작되면 모든 팀원이 죽고 낯선 행성에서 혼자만 살아남은 주인공 얀 돌스키를 만나게 된다. 영화 마션 같기도 하고, 인터스텔라 같기도 해서, 근래 플레이했던 게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는 간신히 거대한 바퀴처럼 디자인된 기지로 돌아와 지구에 구조 요청을 하지만, 8일 내 치명적인 우주방사선이 오기 때문에 그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암울한 답변만 받게 된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은 식량 문제 외에는 별다른 위기가 없었지만, 이 게임의 주인공 얀 돌스키는 혼자서 제한 시간 내에 기지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더 심각한 상황이고, 더 끔찍한 것은 혼자서 기지를 수리하고 이동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광물 래피듐과 래피듐을 이용한 복제인간인 얼터다.
처음에는 양 복제도 심각하게 고민하던 주인공은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이곳에 보낸 회사의 조언에 따라 자신을 복제한 새로운 인간인 얼터들을 만들게 된다.


얼터는 단순한 복제 인간과는 개념이 좀 다르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선택의 기로가 나뉘는데,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 새로운 인생 경로가 열리면서,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새로운 내가 생겨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에, 겉모습은 모두 얀이지만, 직업도 다르고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 어떤 얀은 요리가 특기일 수 있고, 또 다른 얀은 다양한 지식을 갖춘 과학자일 수도 있다. 즉, 여러 얼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기지가 잘 운영되도록 만들고, 안전한 곳까지 탈출하는 것이 이 게임의 최종 목표다.
다만, 그동안 살아온 환경이 달랐던 이들이고, 열악한 기지 내 환경 때문에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밖에서 자원을 캐서, 기지 내 부족한 시설을 건설해야 하고, 배고프지 않도록 식물들을 키워서 요리도 만들어둬야 한다.

또한, 불편한 점이 있으면 즉시 표출하는 금쪽이 같은 얼터들이라, 서로 싸우기도 하니, 기분이 상하지 않게 살살 달래면서 일을 시켜야 해서, 생존 과정이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우주방사선의 위험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고, 식량도 모자란데, 서로 치고박고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면, 저절로 오은영 박사님을 찾게 된다. 얼터가 로봇처럼 명령대로 움직이는 존재들이 아니다보니, 양자 컴퓨터를 통해 그들이 왜 이렇 모습으로 성장했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을 설득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도록 만드는 것이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인 것이다.


영화 마션에서는 주인공의 생존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지만, 여기는 주인공의 생존보다는 래피듐의 확보를 더 우선시하는 것도 게임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생존을 위한 자원뿐만 아니라 래피듐을 채취하기 위해 스캐너 등으로 자원 위치를 찾아내야 하는데, 방사선 때문에 외부 활동 시간이 길지 않고, 체력이 다되면 기지로 돌아와서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어영부영 하다보면 바로 게임오버로 이어진다. 얼터들이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것은 아니니, 자원을 찾아 외부 활동도 하고, 내부 시설 수리도 하다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11비트 스튜디오는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잠을 잘 때마다 세이브 파일이 생성되도록 준비했으며, 상황이 마음먹은 것처럼 흘러가지 않을 경우 원하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얼터들의 행동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상황이 발생하기 그 이전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게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지만, 선택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가 권장된다.

생존 게임이긴 하지만, 엄청난 적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생존을 위한 기지 운영과 자원 채취도 어려운 편은 아니라서, 역동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많이 정적인 게임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인생을 살게된 얼터들을 이해하기 위한 대화들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11비트 스튜디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이번에도 또 완벽하게 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