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소주는 질리잖아. 특별한 술 한잔을 찾아 가방을 챙긴다. 맛은 물론이고 이야기 안주가 가득한 술. 그 첫 번째 행선지는 ‘경주’다. 아득한 시간의 문화와 역사가 농축된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갔는데 이 술을 맛보지 않았다면, 경주를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없다.
경주교동법주다. 350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달콤한 황금빛의 술에는 맛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경주 최씨 가문의 대대로 내려오는 술

경주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라는 ‘경주교동법주’를 찾아 교촌마을에 왔다. 이곳에는 그… 치킨집은 없지만,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한옥건물들, 그리고 그 유명한 ‘경주 최부자댁’이 있다. 수백 년 동안 가장 존경받는 만석꾼, 부자가문이다.
그 기틀을 만든 사람은 ‘최국선’이다. 그는 3가지 큰 일을 해냈다. 이앙법(모내기)을 도입해서 만석꾼이 된 것, 그러나 흉년이 들었을 때 사방 100리 안에 굶는 이가 없게 하라며 곡식창고를 개방한 것, 마지막으로 이 술 ‘경주 교동법주’를 만든 것이다.
왜냐하면 ‘최국선’은 조선 숙종 때 궁중의 음식을 담당하는 ‘사옹원’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와서 집안 대대로 내려올 술을 빚는데 그것의 이름이 ‘경주 교동 법주’다. 그리고 현재는 이 교촌 마을에 있는 양조장에서 경주교동법주를 구입할 수 있다.
찹쌀의 달콤함과 깔끔한 산뜻함

경주교동법주는 찹쌀과 전통누룩 그리고 물로 만든 술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정성스러운 방법으로 술을 빚은 후 100일간 숙성을 하면 밝고 맑은 황금빛의 술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이 있는 술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경주교동법주의 별명은 ‘앉은뱅이술(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앉은자리에서 다 마실 정도로 맛있는 술)’이다. 찹쌀의 달콤함은 친숙하고, 은은하게 풍기는 누룩의 향기는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마지막에 살짝 산뜻하게 끝나는 맛은 군침을 다시 돌게 한다.
경주최씨가문에서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김치 ‘사연지’에 경주교동법주를 함께 마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육류와 먹을 때 너무 맛있는 술이다. 특히 경주 안에서 유명한 음식들과 함께 맛볼 때 감동이 대단하였다.
왜 사람들이 경주 여행을 왔는데 경주 교동법주를 안 마시고 오면 제대로 보고 온 게 아니라고 하는지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술은 전통이 끊어질 뻔하였다.
이 가문과 술이 위기를 극복하는 법

과거에는 가문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술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가양주’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주류 면허 정책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가양주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경주교동법주도 이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심지어 이 술을 빚는 경주최씨 가문은 막대한 양의 독립자금을 지원하던 곳이었다.
결국 이 술은 빚는 방법은 대대로 전하면서 제사에 사용하는 용도로만 조금씩 빚어서 명맥을 유지하였다고 한다. 해방 이후 1965년 양곡관리법으로 곡식으로 술을 만드는 것이 금지되었을 때도 경주교동법주는 자손들이 그 기술을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1986년 11월 1일에 나라에서 지정한 ‘국가무형유산’으로 등재된다. 주변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켜온 가문의 술 빚는 방법이 무형의 유산으로 인정된 것이다. 100일이라는 오랜 시간을 숙성한 것처럼 그보다 오랜 시간을 어려움 속에서도 지켜온 경주교동법주가 더 특별한 이유다.
그리고 이렇게 국가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전통주가 2개가 더 있다는데…(다음 화에)
번외 : 경주에 경주법주라는 술도 있던데요?
경주에는 경주교동법주 외에도 금복주라는 회사에서 만든 경주법주라는 술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두 술은 종류가 다른 술입니다. 경주교동법주는 찹쌀을 사용한 달콤한 맛이 매력인 약주, 경주법주는 드라이한 맛의 청주입니다. 개인적으로 두 술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되지만 장유유서 경주교동법주를 먼저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제공 :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