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한 번 제대로 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케이스가 허약하면 아무리 비싼 부품을 끼워 봤자 열에 지치고 케이블에 질식한다. 그래서 데스크 위 전장을 장악할 녀석을 찾는다면, 외모만 번쩍이는 반짝이 상자 말고 ‘근육’부터 따져야 한다.
때마침 앱코가 야심차게 출시한 UD50C 루시드도 검증대로 올라섰다.
첫눈에 보이는 건 270° 풀커브드 강화유리다. 하지만 이건 도발에 불과하다. “안에 뭐 있나 구경해 봐”라는 자신감, 딱 거기까지다. 그 뒤로는 모든 배선을 뒤로 숨겨 버린 BTF 설계, 여유를 우악스럽게 뽑아낸 내부 공간, 그리고 열을 위로 던져 버리는 듀얼챔버로 구현한 파워 위치가 기다린다. 스펙표를 꿰고 있는 매니아라면 벌써 손 끝이 근질거릴 테지만, 진짜 이야기는 전원을 켜고 나서 시작된다.
RGB?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명도 무기다. 번들 팬 네 개가 동시에 점화되면 데스크 전체가 전투 모드로 돌입한다. 하단 앰비언트 라이트는 그 상황을 배경 음악처럼 깔아 주고, 버튼 한 번으로 빛과 풍량이 즉시 맞춰진다. 이제 슬슬 몸값이 올라간 그래픽카드와 라디에이터를 장전해 줄 차례다. UD50C는 “들어올 테면 들어와”라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다.
편의를 따지면 더 노골적이다. 듀얼 챔버 섀시가 파워·스토리지를 별도 구역으로 격리해 발열원을 분산하고, 최대 160 mm 공랭 타워까지 수용해 어떤 쿨링 솔루션을 골라도 간섭이 없다. USB-C 20 Gbps 포트와 USB 3.0 포트 두 개가 상단에 대기해 고속 외장 SSD도 병목 없이 물리고, 버튼 하나로 LED 패턴을 즉각 바꿔 전투 분위기도 전환할 수 있게 했다.
이쯤 되면 이야기는 단순히 멋진 외관이나 쿨링 효율을 넘어선다. 앱코 UD50C루시드는 빛, 공기, 성능을 한 덩어리로 묶어 책상 위에 세우는 일종의 전초기지다. 케이스를 들여놓는 순간 사용자는 하드웨어 조립이 아니라 무기를 장착하는 느낌을 맛본다. 꺼낼 수 있는 성능은 차고 넘치고, 보여 주는 존재감은 방 전체를 지배한다. 야심차게 출시할만 하다.
◆ 앱코 UD50C 루시드 앰비언트 풀커브드 ARGB BTF
① 규격 & 호환성
크기: 미들타워 (듀얼챔버)
메인보드: ATX (일반·후면 커넥터) · M-ATX (일반·후면 커넥터) · M-ITX
파워: 표준-ATX (미포함), 위치 상단
그래픽카드·CPU 쿨러: VGA ≤ 420 mm · CPU 쿨러 높이 ≤ 160 mm
수랭 쿨러: 상단 라디 3열(최대 360 mm/280 mm) · 후면 라디 최대 120 mm
파워 장착 길이: ≤ 210 mm
② 외관 및 디자인
전면·측면 패널: 강화유리
먼지 필터: 부분 장착
③ 쿨링 & 튜닝
쿨링팬: 총 4개 (후면 120 mm LED×1 · 내부 측면 120 mm LED×3)
LED 팬: 4개
RGB 컨트롤: 지원
팬 컨트롤: 지원
외부 LED: 지원
④ 내부 확장성
드라이브 베이: 8.9 cm×1 · 6.4 cm×2
저장장치: 최대 3개
PCI 슬롯: 수평 7개
후면 커넥터 방식: BTF 지원
⑤ 입출력 포트 (I/O Ports)
USB 3.x 5 Gbps · USB-C 20 Gbps 지원
⑥ 크기 및 기타
외형 크기 (W×D×H): 285 mm × 460 mm × 400 mm
제조사: 앱코
빛으로 시작해 성능으로 완성
하이엔드 빌더의 최종 선택
사실 어항형 케이스는 유리라는 호사를 누리는 대신 열이 갇히기 쉽다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다. 앱코 UD50C 루시드 케이스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곡선 속 바람’이라는 해법을 무심히 '툭' 시장에 제시했다. 전면에서 측면까지 이어지는 유리 한 장은 매끄럽게 휘어지며 내부를 전시 공간처럼 개방하고, 하단에서 은은히 번지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그 유리를 캔버스로 삼아 부드러운 그라데이션을 드리우는 오묘한 케이스.
하지만 방의 조명이 꺼지면 곡선 유리 속에 숨겨 둔 인피니티 미러 팬이 깊이를 더해 작은 은하처럼 반짝이고, 케이스를 둘러싼 공기는 어느새 무대 조명 아래 선객석의 적막함으로 바뀐다.
여기까지만 보면 형태미에만 집중한 듯 보이지만 구조 또한 치밀하다.
후면 커넥터를 품은 BTF 메인보드까지 아우르는 섀시는 케이블을 모두 뒤로 숨겨 전면 챔버를 깨끗하게 비워낸다. 물론 ATX 메인보드도 사용할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는 반대편 상단에 배치해 발열을 자연스럽게 위로 끌어올리고, 최대 420 mm 그래픽카드를 수용하는 내부 공간은 고사양 빌드조차 여유 있게 맞아들인다. 160 mm 높이의 공랭 쿨러나 360 mm 수랭 라디에이터를 얹어도 남는 공간 덕분에 조립 과정에서 간섭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쿨링 설계는 ‘흡기와 배기의 대조’라는 교과서서에 나올만한 구절을 한 편의 퍼포먼스로 풀어냈다.
풀커브드 강화유리가 시야를 트는 동안, 측면에 자리한 리버스 ARGB 팬 세 개가 차가운 공기를 유리 케이브 안으로 끌어들이고, 동시에 후면 팬이 뜨거운 기류를 밖으로 토해낸다. 번들로 제공되는 바닥면에 숨겨진 10포트 통합 허브는 팬 회전수와 조명을 한 손에 묶어, 사용자가 원하는 리듬에 따라 쿨링과 빛을 조율하도록 만든 지휘봉과 같다. 덕분에 RGB 효과를 주제로 한 공연은 언제든 사용자의 손끝에서 막이 오른다. '이렇게 까지 할 필요있어' 정도의 다소 화려하다는 말이 절로나온다.
최대 360 mm 라디에이터를 올릴 수 있는 상단, 120mm × 3 리버스 ARGB 흡기 팬, 그리고 10포트 ARGB + PWM 허브가 조명과 풍량을 하나의 리듬으로 묶어 준다. 사용자는 메인보드 제조사가 제공하는 RGB 소프트웨어나 케이스 상단에 제공하는 물리적 버튼 한 번으로 빛을 제어할 수 있다. 하단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더해지니 케이스 전체가 하나의 ‘호흡하는 조형물’처럼 반응한다.
시선을 전원부와 스토리지로 옮겨보자. 독립된 챔버에 배치돼 발열 원인을 무대 뒤로 격리하는 구조다. 메인보드와 등을 마주한 형태로 상단에 자리 잡은 파워 서플라이는 냉각 공기를 전용 통로로 끌어들이고, 최대 160 mm 공랭 타워를 품을 수 있는 주 챔버는 그래픽카드·라디에이터와 엉키지 않는 여유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UD50C는 곡선으로 유리를 휘어 시선을 붙잡고, 숨은 통풍로와 모듈식 구조로 열기를 흐르게 하며, ‘보여 주는 재미’와 ‘식혀 주는 책임’을 한 몸에 담아낸 형국이다.
확장성도 놓치지 않았다. 세 개의 저장장치를 품을 수 있는 공간은 케이블 정리 홀과 맞물려 내부 동선을 깔끔하게 유지하게 돕고, 수평 PCI 슬롯 일곱 개는 그래픽카드든 캡처카드든 원하는 각도로 배치할 자유를 선사한다.
상단 I/O는 최신 표준에 맞춰 두 개의 USB 3.0 포트와 20 Gbps 대역폭의 USB-C 단자를 함께 배치했다.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고속 외장 SSD를 연결할 때 병목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전면에 마련한 전원·리셋·LED 버튼은 손끝의 감각으로 케이스 분위기를 즉각 전환하는 스위치가 된다. 작은 인터페이스 하나까지 미학과 실용성을 동시에 고려한 셈이다.
결국 UD50C가 제시하는 경험은 하드웨어를 조립하는 과정 자체를 퍼포먼스로 끌어올린다는 데 있다. 투명하게 비워낸 공간, 곡선으로 이뤄낸 시각적 몰입, 그리고 숨은 구조가 만든 정돈된 질서가 어우러져, 사용자는 전원을 올리는 순간부터 빛과 공기의 흐름을 조율하는 연출가로써 역할을 한다. 조립을 끝낸 뒤에도 책상 위 무대는 계속해서 호흡하며, 일상의 작업과 게임을 한 편의 공연으로 바꾼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전원이 인가된 순간부터 케이스의 존재감을 무시못한다.
◆ 테스트 환경
① CPU - AMD 라이젠9-6세대 9950X3D (그래니트 릿지)
② M/B - ASRock B850 스틸레전드 WiFi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UDIMM 32GB 대원씨티에스
④ SSD - 마이크론 Crucial P510 Gen5 NVMe 2TB SSD 대원씨티에스
⑤ VGA - option
⑥ 쿨러 - 이엠텍 레드빗 ICE 360 ARGB 수냉 쿨러
⑦ 파워 - 맥스엘리트 STARS CYGNUS 1200W
⑧ OS - Windows 11 Pro 23H2
** 편집자 주 = 곡선과 바람, 흥겨운 무대가 되다.
단지 빛으로 케이스를 가득 채우는 시도는 많은 사용자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한 과정에 등장한 앱코 UD50C 루시드 앰비언트 풀커브드 ARGB BTF는 외관이 던진 첫인상을 넘어, 고성능 하드웨어를 안정적으로 품어낼 설계 철학까지 한데 묶어낸 최종 종착지다. 곡선 강화유리가 시선을 붙잡아 둔 동안 420 mm 그래픽카드와 360 mm 라디에이터를 아우른 섀시가 성능의 그릇이 되었고, BTF 레이아웃은 전선과 커넥터를 뒤편으로 숨겨 공기 흐름을 어지럽히지 않았다. 냉각과 배선, 두 마리 토끼를 단숨에 잡아낸 균형감이 ‘보기 좋은 케이스’라는 수사를 실사용 관점으로 끌어냈다.
대상도 분명했다. RGB를 즐기는 튜닝 마니아는 물론, 오버클러커와 장시간 고부하 작업을 겨냥한 하드코어 빌더까지 만족시킬 여유가 충분하다. 번들 인피니티 팬 네 개와 10포트 허브를 기본으로 제공하기에 추가 지출 없이 조명·쿨링을 즉시 완성할 수 있었고, 측면 볼트고정 형식의 브래킷은 드라이브 교체 과정에 조금의 편의가 되어준다.
사실 미들타워 이상의 규모가 부담스럽다고 주장하는 사용자가 많다. 그 점에서 앱코는 UD 시리즈를 소·중형까지 세분화해 취향과 공간에 맞춘 다른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렇기에 UD50C를 고집했다면, 그것은 단순히 케이스를 사는 행위가 아니라 책상 위를 무대로 확장하려는 선언에 가깝다. 곡선 유리 뒤편에서 호흡한 바람, 하단을 적신 앰비언트 라이트, 그리고 정적을 가른 팬 RPM의 리듬이 일상과 작업을 멋드러진 공연으로 탈바꿈시켰다.
머릿속에 그리던 ‘완성형 데스크테리어’를 현실로 옮겨 놓을 마지막 퍼즐을 찾고 있다면, UD50C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종착지다. 사실 조립해놓고 보니 멋지기도 하다. 게다가 조립하기에도 어렵지 않다. 으레 이러한 형식의 케이스가 케이블 연결이 어렵다는 불만이 종종 제기되는데, 앱코는 그점까지 고려해 케이스를 설계했다. 한때 케이스 시장을 평정했던 깐깐한 실력은 2025년 7월의 지금에도 여전하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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