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만 해도 P310이 Gen4 계열에서 ‘합리적 고성능’의 상징처럼 보였지만, 2025년 여름을 맞으면서 속도 기준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유는 분명하다. 로컬에서 실행하는 초거대 언어 모델, 초고해상도 실시간 텍스처 스트리밍, 그리고 고프레임 레이트를 요구하는 레이 트레이싱 게임이 동시에 PC 스토리지 대역폭을 끌어당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서 마이크론은 P310의 후속작 P510을 투입해 버스를 한 단계 더 올려놓았다.
구분 | P310 (Gen4·2TB) | P510 (Gen5·2T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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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 PCIe 4.0 ×4 | PCIe 5.0 ×4 |
순차 읽기 / 쓰기 | 7.1 / 6.0 GB/s | 10.0 / 8.7 GB/s |
랜덤 읽기 / 쓰기 | 1.0 / 1.2 M IOPS | 1.5 / 1.5 M IOPS |
낸드 타입 | 232-L QLC | 276-L TLC |
TBW (내구성) | 220 TB | 1200 TB |
PCB 설계 | 양면 | 단면 Single-Sided |
방열 옵션 | 별도 히트싱크 없음 | 히트싱크 포함/미포함 선택 |
보증 | 5 년 제한 | 5 년 제한 (동일) |
세대가 바뀌면 숫자가 달라진다
‘DRAM 없는’ 구조의 재해석
P310 2TB 모델이 보여준 7.1GB/s 읽기, 6GB/s 쓰기 속도는 Gen4 SSD로서는 여전히 인상적이지만, P510은 PCIe 5.0 ×4 인터페이스로 대역폭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읽기 속도는 약 40 퍼센트, IOPS는 50 퍼센트 가까이 늘어났다. 실제 리뷰 측정값은 공인 스펙(읽기 10GB/s·쓰기 8.7GB/s)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고, 순차·랜덤 양쪽에서 1.5M IOPS에 달하는 숫자를 기록해 이전 세대뿐 아니라 삼성 990 Pro나 WD SN850X 같은 고급 TLC 드라이브도 넘어섰다.
그러나 진짜 차이는 매 순간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터져 나오는 체감 응답성이다. 방대한 시나리오 기반 대작 게임을 설치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로딩하는 과정, 8K RAW 클립을 편집 프로그램 타임라인에 끌어다 놓는 순간, 혹은 로컬 LLM 모델을 메모리로 올리는 동안 느끼는 기다림이 P310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P310이 232-레이어 QLC 낸드를 사용하며 220 TBW(2TB 기준)에 머물렀던 내구성은, P510에선 TLC로 바뀌면서 내구성 지표가 1,200 TBW로 다섯 배 이상 수직 상승했다. 매일 500 GB를 꾸준히 기록해도 여섯 해가 넘도록 수명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1.5 M IOPS가 뒷받침하는 작은 파일 처리 능력 덕분에 대규모 파라미터를 쪼개 불러오는 AI 워크로드에서도 속도 저하 구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컨트롤러도 Phison E31T로 바뀌면서 전력 효율이 개선됐는데, 동일 조건에서 최대 소비 전력이 8 W 수준으로 억제돼 기존 E26 계열보다 전력 소모를 25% 정도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 제품과 동일하게 DRAM-less 설계를 택했지만, 세대가 다르니 체감은 확연히 달라졌다. 호스트 메모리 버퍼(HMB)에 의존하는 구조는 동일해도, E31T 컨트롤러와 276-레이어 TLC 낸드가 결합하면서 대용량 캐시 영역이 확장됐고, 캐시 소진 이후 쓰기 저하 구간 역시 짧아졌다. 덕분에 수백 GB에 달하는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셋을 로컬 로드할 때도 속도가 급락하거나 지연되는 구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장착 및 테스트 환경
① CPU: AMD Ryzen 9 9950X3D
② M/B: ASRock X870 스틸레전드 WIFI
③ RAM: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 블랙
④ SSD: 마이크론 크루셜 P310 1TB NVMe SSD
⑤ GPU: AMD Radeon RX 9060 XT 그래픽카드
⑥ 쿨러: TRYX PANORAMA 3D SE 360 ARGB 수냉 쿨러
⑦ 파워: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1050W ATX3.1 화이트
⑧ OS: Windows 11 Pro 23H2, Adrenalin Edition 23.5.1
게임을 넘어서 AI·크리에이티브까지
PCIe 5.0 SSD로 더 빠르게 즐겨라
P510의 단면 설계는 노트북과 미니 PC 같이 공간 제약이 큰 섀시에서 특히 유리하다. 그 점에서 히트싱크가 달린 버전은 데스크톱이나 PS5 확장 슬롯에서 내부 공기 흐름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열을 분산하고, 히트싱크가 없는 버전은 메인보드 기본 방열판과 맞물려 냉각한다. 무엇보다 같은 Gen5 인터페이스를 쓰는 동급 제품과 비교해 최대 25 퍼센트 낮아진 소비 전력 덕분에 발열이 기대 이상으로 개선됐다. 우리내 인식에 PCIe 5.0 SSD는 발열이 심하다는 편견이 자리하지면, P510은 테스트 과정에 방열판을 제외한 상태의 풀부하에서도 최대 80 °C 평균 59 °C 수준에 불과했다. 방열판 사용이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성능저하 걱정을 덜어도 될 것 같다.
성능 대비 가격은 착한편. 최고급 Gen4 SSD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기에 PCIe 4.0 기반 구형 시스템에 장착하더라도 P510은 ‘오버스펙’ 혹은 ‘과한투자’로 해석할 여지는 없다. 새로 PC를 맞추려는 게이머뿐만 아니라, 로컬 AI 추론용 데이터셋을 다루는 개발자에게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물론 25년 6월 말 기준 P310은 여전히 판매되고 있으며, 1TB 기준 10만원 선을 유지하는 체감적인 측면에서 가성비 안착점에 위치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고성능’과 ‘합리’의 교집합이 이미 P510 쪽으로 기울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 편집자 주 = 1년도 채 안 돼 달라진 기준선
지난해 P310이 “보급형이라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안도감을 주었다면, 올여름 P510은 “충분함의 기준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선언에 가깝다. 아직 PCIe 4.0 시스템을 쓰고 있더라도, 지금 P510을 장착해 두면 플랫폼을 바꿀 때까지 매일 체감하는 응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구매를 서두르게 만든다. 속도, 내구성, 호환성을 한 번에 잡은 단면 설계는 분명 매력적인 부분. 한마디로, 기다림을 줄이고 싶은 순간이 잦아질수록 P510은 더 빨리 필요해진다. 이제 SSD를 고를 때 ‘Gen4면 충분할까?’라는 질문에는 한 문장만 덧붙이면 된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P510과 같은 Gen5 세대가 곧 기본값이 될 것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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