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를 요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먹고 마시는 일들 중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금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불나방 같은 열정이다. 이 생선을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기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한번 죽는 것과 맞바꿀 맛’이라는 어느 시의 구절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복어에 도전을 한 게 아닌가.
탄산음료에서도 복어의 독(정도는 아니지만)처럼 제발 그만 내주라는 조합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커피’와 ‘콜라(탄산음료)’다. 한국 사람은 커피도 좋아하고, 탄산음료도 좋아하지만 이 둘을 합친 음료에는 강한 거부감을 일으켜왔다.

생각해 보면 오늘 <액체 자연사 박물관>에서 소개할 이 음료 ‘커피 코카콜라’의 경우에도 말이다.
박보검이 광고한 커피콜라
그런데 맥콜맛이 난다고?
시간을 돌려 2019년 3월로 돌아가보자. 코카콜라에서 굉장히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었다. 커피와 콜라가 합쳐져 나른한 오후를 깨워준다는 ‘커피 코카콜라’다. 이미 일본에서는 출시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고, 일본을 방문한 지인들이 종종 사다준 이색 콜라였다. 그것이 드디어 한국에 나오다니!

이 커피 코카콜라를 홍보하는 이는 무려 ‘박보검’ 배우다. 지금은 폭싹속았수다의 ‘양관식’으로 기억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응답하라 1988의 ‘최택(a.k.a 어차피 남편은 택)’으로 유명한 배우였다. 그런 그가 직장인이 되어 회의 시간에 졸다가 커피 코카콜라를 마시고 갑자기 댄스를 추는 장면은 보는 사람 뇌리에 ‘저 콜라는 대체 무엇이길래….’라는 마음을 갖게 했다.
그리고 얼른 편의점에 들러 커피 코카콜라를 마셔보았다. 분명 향긋한 커피 향이 났다. 그리고 마셔보았는데.
“이건 커피의 고소함보다, 맥콜의 구수함 같은데?”
그것이 커피 코카콜라의 첫 인상이었다.
커피와 콜라가 웬 말이냐
한국 커피 콜라 잔혹사

물론 나는 맥콜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커피 코카콜라의 매력에 가득 빠져들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순식간에 이 녀석은 ‘코카콜라라는 완전무결한 음료에 커피 얼룩을 남겨버린 녀석’이 되었다. 이 말을 커피를 사랑하는 바리스타가 말했을 정도다.
그렇게 커피 코카콜라는 2021년 즈음에 국내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매일 커피 코카콜라를 마셨던 나는 슬퍼하면서 세상에 너무 빠르게 이런 음료가 나왔음을 애통해하였다. 그런데 커피 코카콜라 이전에도 이미 많은 커피 탄산음료들이 국내에 출시되었다고?

그렇다. 90년대부터 커피 콜라, 카페 콜라, 볼타 등의 제품이 있었다. 2017년도에는 칸타타 스파클링, 커피에 스파클링이라는 커피 향 탄산음료들이 출시되었다. 모두 커피 코카콜라보다 더한 폭격을 받고 사라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오는 것인가?
커피 코카콜라가 떠나고
봄인 줄 알았습니다

한국에서 사라진 커피 코카콜라는 2021년 미국에서 판매가 될 때는 ‘오리지널’과 ‘제로’로 나뉘고, 그 맛도 ‘다크 블랜드’, ‘모카’, ‘바닐라’로 나뉘어 판매되었다. 익숙한 코카콜라 맛에 독특한 풍미로 사랑을 받았다.
동시에 커피 코카콜라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생겼다. 맛있게 마셔왔지만 단종이 되어 슬펐다, 마트에 남은 커피 코카콜라를 내가 다 마셨는데 추가발주 해주지 않으시더라, 이후로 혼자 에스프레소에 콜라를 타 먹는다 등의 사연들이 마시즘 댓글과 메일에 차곡차곡 쌓였다.
돌아보면 혁신적인 음료다. 일찍이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가 유행하기 전에 제로 칼로리와 제로 슈가를 고집하여 들어왔다. 그 맛 또한 고소한 커피 향(이라고 쓰고 맥콜이라 읽습니다) 때문에 독특한 즐거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의 지친 시간에 쓴 커피나 에너지드링크를 몸에 붓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그리움을 남기고 커피 코카콜라는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큰 선물을 하나 하고 갔다.
커피 코카콜라가 열어버린 문

그동안 우리에게는 코카콜라라면 딱 정해진 맛의 규격, 아니 법전이 있었다. 짜릿하고, 달콤하고, 행복감을 주는. 이 기준에 맞지는 않았던 커피 코카콜라였기에 국내 시장에서는 빠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오리지널과 제로뿐이었던 코카콜라가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나온 코카콜라 스타더스트(우주맛), 코카콜라 드림월드(꿈맛), 코카콜라 K-Wave(상큼한 최애의 맛)까지 다양한 맛과 모습의 코카콜라가 등장했다.
분명히 한 번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겠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커피 코카콜라를 맛있게 마셨던 사람이 있다면 소중한 댓글을 부탁드린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커피와 콜라의 만남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제공 :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