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슈터 원조의 화려한 귀환이다. 출시 전부터 대표의 80달러 발언으로 많은 구설수에 올랐던 보더랜드4가 출시 첫날 전 세계를 강타한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을 제치고 스팀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8700만장을 돌파한 인기 시리즈인 만큼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으나,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던 2편과 달리 스토리 등 많은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며 혹평을 받았던 보더랜드3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후속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나 성공적인 출발이다.

‘보더랜드4’는 시리즈 사상 가장 거대한 행성인 ‘카이로스’를 무대로 볼트 헌터가 되어, 타임리퍼가 이끄는 교단 군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타임리퍼에게 납치당해 목 뒤에 볼트가 삽입된 주인공은 다른 볼트헌터의 도움 덕분에 간신히 탈출하게 되고, 행성 곳곳에 숨어 있는 크림슨 레지스탕스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타임키퍼와 그의 교단에 맞서 싸우게 된다.

프리뷰를 통해 어느 정도 소개하긴 했지만,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전 시리즈보다 더욱 발전한 그래픽이다. 이전에도 카툰렌더링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그래픽이 강점이었는데, 다소 투박한 느낌이 있었던 이전 작과 달리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살아있지만, 더 깔끔한 느낌으로 완성됐다.

언제 봐도 반가운 클랩트랩 등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조역들이 반갑게 맞이해주며, 특히 심리스 오픈월드로 구현된 카이로스 행성은 어딜 가더라도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그냥 넓기만 한 것도 아니다. 언제든 소환할 수 있는 호버바이크 덕분에 자유롭게 모든 곳을 오갈 수 있으며, 더블 점프, 글라이드, 그래플링 훅 등 특별한 이동 기술 덕분에, 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높은 지역까지도 자유롭게 등반할 수 있다. 특히, 모든 지역이 매력적인 퀘스트들과 숨겨진 수집 요소들로 가득해, 싱글 플레이만으로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게 한다.

쏘는 맛이야 이미 검증됐으니, 전작에서 망친 스토리에 대한 걱정을 가진 팬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레지스탕스 스토리라고도 볼 수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아는 맛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오랜 팬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시리즈가 오래되다보니 이전 시리즈를 모르면 플레이하기 애매해지는 게임들도 많은데, 보더랜드4는 이전 시리즈를 잘 모르더라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정적인 스토리를 준비했다.

특히, 이전 시리즈에서는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기 때문에 주인공이 병풍이 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진 말하는 불발탄 미사일, 전장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머릿결을 지키기 위해 헤어젤이 보관된 금고를 탈취하는 레지스탕스 등 시리즈 특유의 병맛 같은 퀘스트들이 소소한 잔재미를 제공한다.

루트슈터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는 4명의 개성적인 볼트헌터마다 각기 다른 전투 스타일을 부여해 어떤 주인공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른 플레이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소환수를 불러내서 같이 싸우는 벡스, 피스브레이커 캐논 등 특수한 무기가 장착된 엑소수트를 입고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펼치는 라파, 강력한 근접전을 펼치는 아몬, 동료를 돕는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 할로 등 캐릭터마다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어떤 스킬트리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같은 캐릭터라도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다.

어떤 캐릭터를 선택했는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역동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건슈팅 게임들은 은폐 엄폐를 통해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면서 싸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게임은 실드를 믿고 저돌적으로 돌진해서 싸우는 편이기 때문에, 더 긴박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그래플링 훅을 활용해 위로 날아올라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거나, 주변에 있는 폭탄을 낚아채서 적에게 던지는 등 변칙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으며, 체력이 모두 사라져도 최후의 저항 상태가 되면서 일정 시간 사격을 할 수 있어, 그 사이에 적을 죽이면 아군 도움없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 또한, 체력팩을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없이 원하는 타이밍에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주사기가 준비되어 있고, 수류탄 등 보도무기도 쿨타임이 지나면 바로 쓸 수 있게 변경된 덕분에 더 과감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양한 기믹으로 무장한 보스들도 전투의 재미를 더한다. 전투의 영역이 공중까지 확대되어 있기 때문에,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보스와 싸우는 경험을 할 수도 있고, 프리뷰를 통해 소개된 숭배자 솔처럼 심심하면 광역 공격에, 무적 기믹이 있어서 폭탄으로 방어막을 해제해야만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더 매력적인 장비를 얻기 위해 반복해서 적들을 상대하는 아이템 파밍이 핵심인 만큼, 반복해서 즐겨도 질리지 않도록 신경써서 준비한 느낌이다.

제조사별로 다양한 특성을 지닌 무기들도 더욱 진화된 느낌이다. 교단, 리퍼, 다이달로스 등 제조사별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같은 계열이라도 어떤 제조사 제품인가에 따라 다른 손맛을 느낄 수 있으며, 돌격, 저격, 산탄 등 계열별로 탄약을 같이 소모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총기를 교대로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부품 라이선스 개념이 더해져, 다른 제조사의 특성을 합칠 수도 있어, 매번 어떤 무기를 손에 넣게 될지 기대하는 맛이 있다.

이렇듯 전작의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한 형태로 게임을 완성시켰기 때문에,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요즘 루트슈터 장르 신작들이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서비스되다보니,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폐지 줍는 게임이 되면서 지루함을 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좀 비싼 감이 없지는 않지만, 한번 구입하면 자유롭게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물론 DLC는 꽤 많이 나오긴 하겠지만), FPS로 즐기는 디아블로라는 기본원칙에 가장 충실한 게임이라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다만, 시리즈 처음으로 도전한 심리스 오픈월드이고, 이제 막 출시된 게임이다보니, 특정 구간을 넘어갈 때 프레임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최적화 문제가 아직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다양한 옵션을 통해 자신의 컴퓨터 환경에 맞춰 세세하게 세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으며, 기어박스가 싱글 플레이 종료 이후에도 최상위 도전 콘텐츠인 ‘궁극의 볼트 헌터 모드 등 지속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엔드 게임 콘텐츠를 계속 신경쓰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최적화 문제 역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보더랜드2가 매력적인 DLC들을 통해 점점 더 평가가 좋아졌던 것처럼 보더랜드4 역시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좋은 게임으로 발전할 것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