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한국사 지식은 기본 소양처럼 여겨지지만, 막상 의무교육이 끝나고 나면 기억이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다시 책을 펴고 공부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마음의 여유도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볍게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게임을 찾아보게 되는데, 대부분은 학습에만 치중해 재미가 떨어지거나, 반대로 오락성만 강조하다 보니 학습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알게 되어 직접 플레이해본 투캉프로젝트의 ‘난세표류기-한국사 방치형RPG’(이하 난세표류기)는 조금 달랐다. 이 게임은 학습과 재미 사이의 균형을 비교적 잘 맞추고 있었다.

게임의 구조는 전형적인 방치형 RPG다. 이용자는 자동 전투와 방치로 재화를 얻고, 이를 통해 캐릭터를 강화하고 스테이지 보스를 물리쳐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려주는 장비 뽑기, 능력치를 보조하는 영웅 소환 등 방치형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시스템들이 많다.

만약 방치형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경우에도 추가 퀘스트라는 일종의 가이드가 있어, 해당 퀘스트를 깨다보면 초심자도 어렵지 않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전반적으로 방치형 RPG에서 기대할 만한 기본 재미는 충분히 챙겼다는 인상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분은 스토리다. 세 명의 공시생이 실수로 과거로 떨어진 뒤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역사를 접하도록 설계됐는데, 스테이지를 진행할 때마다 새로운 스토리가 해금된다.


이렇게 해금한 스토리는 바로 플레이되지 않고, 보고 싶을 때 선택해서 열람할 수 있다. 시간 제한 같은 것도 없으니 여러 스토리를 쌓아두고 한 번에 읽어도 된다. 유머러스한 톤으로 스토리가 전개돼 가볍게 읽기 좋은데, 해당하는 시대에 대한 핵심 정보는 전부 담고 있어서 한국사 지식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 한 편당 1~2분 내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으니 숏폼에 익숙한 요즘 세대도 짧고 굵게 집중하고 넘기기 좋을 것 같았다.
아울러 스토리를 감상할 때마다 뽑기 재화가 지급되기 때문에 학습 요소가 곧 플레이 동기로 이어지는 구조도 잘 설계되었다고 본다.

스토리 감상 외 재화 수급 구조 역시 안정적인 편이다. 많은 방치형 게임이 초반에만 보상을 퍼주고 후반으로 갈수록 재화 수급이 막히는 경우가 있는 반면, 난세표류기는 일간/주간 임무부터, 이벤트, 업적, 패스, 승급 등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보상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어 후반에도 재화 수급처가 남아있다. 출석 보상도 넉넉하게 챙겨줘 ‘오늘 안 돼도 내일 재화를 받아서 성장하면 되겠지’하는 기대감을 주는 설계가 돋보였다.
이렇듯 재화 수급이 안정적이다 보니 과금 압박도 크지 않다. 게임을 오래 즐길 계획이면 편의성을 위한 광고 제거 정도만 구매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 이상은 개인 만족이나 랭커들의 영역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개선할 부분도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UI/UX 문제가 두드러진다.

먼저, 추가 퀘스트 UX가 번거롭다. 퀘스트를 누르면 '조건 미달' 안내만 보여주고 해당 기능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장비 소환 30회가 목표라면 퀘스트 버튼을 누르는 즉시 소환 탭으로 딥링크되면서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해야 불필요한 조작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하단 콘텐츠 메뉴의 전환 방식도 손이 많이 간다. 현재는 전환 버튼을 눌러야 추가 탭이 나타나, 꼭 한 번 클릭해야 후반에 해금되는 콘텐츠로 진입할 수 있다. 하단 콘텐츠 바의 전환 방식을 터치 대신 좌우 스와이프로 변경하는 편이 보다 쉽고 직관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장비를 연속으로 소환하는 '연속 소환' 파트도 중단 절차가 섬세하지 않다. 체크박스를 해제해야 소환이 멈추는 구조는 작은 터치 영역 때문에 오조작이 잦다. 화면 아무 곳이나 한 번 탭하면 즉시 일시정지하거나, 일정 등급 이상 희귀한 장비가 나오면 연속 소환을 멈추기 좋도록 잠깐 소환 정지, 이후 조작이 없으면 연속 소환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디테일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치형 게임을 플레이할 때 자주 활용하게 되는 절전 모드가 설정 안쪽에 있는 것도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메인화면 좌하단, 채팅 위 빈칸에 별도의 절전 모드 전환 버튼 하나만 놔줘도 편안하게 게임을 틀어둘 수 있을 것 같다.

이외에도 육성(캐릭터 강화)과 스킬 강화의 분리는 불필요한 화면 전환을 유도해, 하나로 병합해도 괜찮겠다는 감상을 받았다. 현재 일정 육성 레벨을 달성하면 스킬 강화 버튼이 나타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스킬이 자동으로 해금되는 대신 필요한 추가 비용이 한 번에 결제되도록 만드는 편이 편의성 측면에서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요약하자면, 난세표류기는 방치형 RPG의 기본 재미를 충실히 구현하면서도 한국사 학습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독특한 작품이다. 짧고 가볍게 읽히는 스토리와 안정적인 성장 구조 덕분에 부담 없이 즐기며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은 있지만 기본 뼈대가 탄탄한 만큼 꾸준히 업데이트된다면 ‘즐겁게 놀면서 한국사를 배우는 게임’이라는 독창적인 위치를 공고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