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5.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탄생한 다섯 번째 모델이다. (김흥식 기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기아 EV5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탄생한 다섯 번째 모델이다. EV6와 EV9, 그리고 EV3·EV4로 이어지는 라인업의 중간을 메우며, 전동화 패밀리 SUV라는 명확한 포지션을 갖고 등장했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GT 라인. 전용 19인치 휠과 블랙 헤드라이닝, GT 로고가 들어간 시트 등으로 한층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하는 모델로 가격은 5340만 원, 보조금을 따지면 4000만 원대 중반 구매가 가능하다.
당당하면서도 담백한 외관
기아 EV5는 박시한 외관에 날렵한 조명으로 단순하고 담백하게 다듬어진 생활 밀착형 디자인을 하고 있다.(김흥식 기자)
EV5 외관은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충실히 담았다. 전면부는 수직으로 선 LED 헤드램프와 날렵한 주간주행등이 당당함을 드러내고 와이드 라이트 바가 차체를 넓어 보이게 한다.
측면은 박시한 실루엣과 각진 D필러, 사각 펜더 라인이 SUV 특유의 힘을 표현하고 있으며 후면은 수직·수평으로 단정하게 뻗은 리어램프가 깔끔한 인상을 남긴다. EV6와 EV9의 계보 속에 있으면서도 EV5는 보다 단순하고 담백하게 다듬어진 생활 밀착형, 크게 거부감이 없는 디자인에 가깝다.
편안하면서 직관적인 실내
기아 EV5의 실내.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로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김흥식 기자)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간결함과 직관성이다. 요즘 차량들이 버튼을 최소화하는 추세지만 EV5는 자주 쓰는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남겨둬 주행 중 조작이 쉽다. 햅틱 반응도 안정적이라 익숙하고 편안하다.
대시보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한데 이어져 시각적으로 확장감을 준다. 글라스 루프는 2열까지 완전히 개방돼 개방감이 뛰어나다. 루프의 오픈은 1열 부분에서만 가능하다.
EV5는 자주 쓰는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남겨두고 확장형 센터콘솔과 2열 슬라이딩 암레스트로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김흥식 기자)
패밀리 SUV답게 공간 활용은 인상적이다. 확장형 센터콘솔과 2열 슬라이딩 암레스트, 독립 제어가 가능한 3존 공조 시스템, 시트백 테이블, 2열 풀플랫 기능이 마련돼 있다. 트렁크는 SAE 기준 965ℓ, 프렁크는 44.4ℓ의 공간을 제공한다. 기아 전용 액세서리 ‘애드기어(AddGear)’로 러기지 측면 수납과 소품 걸이 기능을 확장할 수도 있다.
조용하고 안정적인 주행
기아 EV5는 81.4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460km 주행이 가능하다.(기아)
실제 도로 위에서 EV5는 ‘안정적’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81.4kWh 배터리와 160kW 전륜 모터는 최고출력 217마력, 최대토크 295Nm를 발휘한다.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460km. 주행 중 가장 크게 느낀 건 묵직하지만 흔들림 없는 안정감이다.
차체 무게가 있지만 배터리가 하부에 깔려 있어 무게 중심이 낮고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에서도 충격이 매끄럽게 흡수됐다. 코너링에서도 의도한 대로 차체가 따라오며 불안함이 적었다. 회생 제동은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상황에 따라 지능적으로 작동한다.
기아 EV5에는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등을 예방하기 위한 페달 오조작 방지 시스템이 탑재됐다.(김흥식 기자)
강도를 높이면 원페달 주행이 가능하고 낮추면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감각이다. 실제 주행에서는 평균 6km/kWh대 이상의 전비를 기록했다.
EV5에 처음 탑재된 ‘페달 오조작 방지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급발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페달 혼동을 막아주는 기능이다. 여기에 ADAS 풀 패키지와 더불어 자연어 기반 음성 명령을 지원하는 기아 AI 어시스턴트가 탑재돼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지식 검색까지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
[총평] 필요한 건 다 갖춘 사양
기아 EV5는 흠잡을 곳은 적지만 그렇다고 강렬하게 튀는 개성도 없는 가장 무난한 패밀리 SUV다.(기아)
EV5에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가 적용됐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실내외 V2L, 빌트인캠 2 플러스, 디지털키 2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이런 편의 사양은 전동화 SUV의 사용성을 높여주며 일상에서 체감되는 만족도를 크게 한다.
결국 EV5를 정의하는 말은 ‘무난하다’이다. 흠잡을 곳은 적지만 그렇다고 강렬하게 튀는 개성도 없다. 하지만 패밀리 SUV라면 화려한 개성보다 안정감과 실속이 더 중요한 법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V5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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