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Revival Audio의 최신작, Atalante 7 Evo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Revival(부활)'이라는 브랜드명 때문에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그치는 스피커라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 스피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좋은 부분과 현대의 최첨단 기술 및 소재가 어우러져 정말 훌륭한 음악성으로 승화된 제품입니다.
최근 스피커 시장의 경향에 비춰보면, 이 제품은 어떻게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또 상당히 현대적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과 소리의 경향이 다른 점이 바로 이 스피커의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이번에 과감하게 15인치 우퍼를 장착한 플래그십 모델로 등장했기에 여러모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이 "록 음악이라는 장르는 새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블루스로 되돌아가는 음악"이라고 말했듯이, 스피커라는 분야에도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관상으로는 일반적인 박스형 디자인이라 새롭지 않지만, 오히려 이런 오리지널 형태로 돌아가 보면 배울 점이 많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지난 8월 홍콩 하이엔드 오디오쇼에서 이 거대한 스피커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카리스마와 포스에 놀랐습니다. 넓은 공간에서도 자연스러운 저역을 체험하며 꼭 제대로 된 공간에서 다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 달 만에 한국에서 이 제품을 접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피커의 신, 다니엘 에몽의 작품
그렇다면 대체 이렇게 박스형에 큰 우퍼를 장착한 시대 역행적인 스피커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현재 스피커의 신으로 불리는 다니엘 에몽(Daniel Emonts)입니다. 그는 14세 때부터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해 그동안 세계 유수의 스피커 회사에서 일하며 수많은 명기와 드라이버를 제작한 인물입니다. 약 4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그의 노하우가 총 집결된 것이 바로 Revival Audio입니다. 전에 종사하던 회사의 정책이 바뀌자 불만을 품고 '내가 만들고 싶은 스피커를 만들겠다'며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명성이 워낙 높아 회사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 세계의 많은 수입상들이 달려들었고, 설립 3년 만에 이런 대형기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중입니다.
Revival Audio는 프랑스의 알사스 지방에 있으며, 다니엘 에몽 역시 프랑스 사람입니다. '아탈란테(ATALANTE)'라는 이름은 프랑스 쪽에서 자주 쓰이는 이름이며, 고대 그리스어로는 '여자 사냥꾼'이라는 뜻도 됩니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디자인과 소재
이 스피커는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디자인에도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스피커 중간을 가로지르는 띠와 스탠드는 A+A Cooren이라는 프랑스의 유명 산업 디자인 회사에서 특별히 설계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듯하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결코 기능성에만 역점을 둔 스피커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집에 들여놓아도 박스형 스피커들이 갖는 무게감 때문에 거북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 제품은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많은 혁신이 숨어 있습니다. 인클로저의 재질, 진동판의 재질, 덕트 안의 설계, 그리고 내부에 있는 크로스오버 등에서 상당한 신기술이 투입되었습니다. Revival Audio는 스피커를 구성하는 드라이버, 인클로저, 크로스오버 등을 모두 자사에서 만들고, 대부분의 부품을 프랑스나 EU에서 조달하며, 모든 기술력이나 튜닝은 100% 알사스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순수한 형태의 'Made in France' 제품입니다. OEM 방식이 흔한 요즘, 이 점은 큰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 유닛 상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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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C 에보 트위터: 상단에는 28mm 구경의 소프트 돔 트위터가 탑재되어 고역 특성이 우수합니다. 이 트위터는 실크 돔에 ARID(Anti Resonance Inner Dome)라는 이너 돔을 넣어 공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음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돔 코팅에는 Revival Audio만의 특별한 RASC 코팅제가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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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C 에보 미드레인지: 음악의 핵심 부분을 재생하는 미드레인지는 3인치 구경의 돔 타입으로 제작되었고, RASC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제조와 튜닝이 어려워 사용하는 회사가 거의 없는 방식이지만, Revival Audio는 직접 개발하여 보컬의 바디감과 에너지를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이 미드레인지는 대략 400Hz에서 5kHz까지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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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C 우퍼: 15인치 우퍼의 진동판은 현무암(Basalt) 섬유를 직조하여 만들었습니다. 이 소재는 요즘 많이 쓰이는 카본 파이버나 전통적인 케블라보다 더 단단하고 정교하다고 합니다. 엣지는 두꺼운 생고무로 되어 있어, 제 소리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출력이 있어야 구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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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oVex 포트: 전면에 배치된 이 알루미늄 포트는 덕트 내부에 빗살무늬 형태의 홈을 파서 난기류(터뷸런스) 현상을 차단하고, 소리가 매끄럽게 빠져나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덕트 설계 덕분에 스피커를 뒷벽에 가까이 붙여 설치해도 소리가 혼탁해지지 않습니다.
청음 소감: 깊이와 감동을 선사하는 사운드
청음에는 Rockna Audio의 DAC와 룬 서버, 그리고 출력 100W에 댐핑 팩터가 1,000이 넘는 Calyx I 인티앰프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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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Madeleine Peyroux - Dance Me To The End Of Love): 15인치 우퍼를 통해 더블 베이스, 콘트라베이스의 압박감과 공기를 흔들어 밀어내는 저역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라이브로 듣는 재즈처럼 저역의 양감과 어택감이 나왔습니다. 보컬은 멜랑콜리하고 촉촉한 느낌이 충분히 침투력 있게 재생되었고, 브러시로 스네어를 긁거나 심벌을 치는 드러머의 모습도 뒤에서 잘 포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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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Led Zeppelin - Since I've Been Loving You): 록 음악을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드러머 존 본햄의 킥 드럼은 심장을 때리는 강력한 어택감을 선사하며, 젊은 시절 로버트 플랜트의 거칠면서도 달콤한 보컬이 완벽하게 표현됩니다. 특히 60~70년대 록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피커인 듯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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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Beethoven - Symphony No.7, Carlos Kleiber): 대형 스피커 특유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강력한 사운드가 인상적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몰아칠 때 마치 해일이 덮치는 듯한 강렬함을 느낄 수 있지만, 소리가 뭉치거나 엉키지 않고 정확하게 분리됩니다.
스펙 및 결론
이 스피커의 감도는 약 이고 임피던스는 이며,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아 구동이 크게 어렵게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대역이 상당히 넓어 23Hz까지 떨어지는 저역 재생 능력을 보여줍니다. 고역대는 24kHz까지 뻗어 일반적인 청취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권장 앰프 출력은 최저 30W에서 , 최고 300W로, 일반적인 앰프라면 150W에서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이 스피커는 평에서 평 정도의 공간을 상정하고 만들어졌습니다.
Atalante 7 Evo는 평범한 외관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소리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리뷰를 마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고, 100% 프랑스산이라는 장점을 가진 이 스피커는 단순한 과거의 재생을 넘어 훌륭한 음악성으로 승화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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