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몽고군과 처절하게 맞서던 사무라이의 활약을 그려 호평받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망령이 다시 돌아왔다. 전작에서 활약했던 사카이 진의 활약을 다시 보고 싶은 이들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복수심에 불타는 더 잔혹한 망령 아츠가 등장하는 ‘고스트 오브 요테이’다.
배경이 대마도에서 훗카이도로 변경되면서 등장 인물도 스토리도 완전히 별개의 작품이지만, 전작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매력에 푹 빠진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작은 압도적인 병력을 자랑하는 몽고군에 당랑거철의 입장으로 도전하는 사카이 진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훗카이도 지역을 장악한 요테이6인방이라는 무법자 집단에게 가족을 잃은 아츠의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국가 단위의 전쟁에서, 한 가족의 복수극으로 규모는 작아졌지만, 전투의 박진감, 매력적인 스토리 전개는 전작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특히, 매번 사무라이 정신을 외치면서 답답하게 만들었던 사카이 진과 달리, 가족의 복수만을 위해 처절하게 살아온 아츠는 망설임없이 모든 적들을 썰어버린다. 출시 전만 하더라도 여성 사무라이라는 점 때문에 과도한 PC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아츠는 한 순간도 망설임없는 단호한 칼질로, 통쾌함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게임 내 대화를 들어보면 일본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여성 용병이니 이정도 독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전작에서 대마도의 멋진 풍경을 완벽하게 재현한 개발진답게 훗카이도 역시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대마도보다 북쪽 지역인 만큼, 강, 계곡, 평야 지대는 물론, 폭설로 인해 움직이기도 힘든 산까지 다양한 계절을 담아냈다. 전작과 비교해서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작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감흥이 덜한 것이지, 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매력적인 그래픽이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전작과 큰 차이는 없다. 바람 방향을 통해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방대한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며 목표물을 처리하는 과정 역시 동일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전작의 사카이 진이 군대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느낌으로 그려졌다면, 아츠의 복수극은 황야의 무법자 같은 서부극 영화 같은 느낌으로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목표로 하는 상대를 만나면 서부극에서 1:1 대결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며, 수배범을 처리하고 현상금을 획득하는 요소나, 인디언들을 연상시키는 아이누족과의 만남 등이 서부극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귀에 들리는 음악도 분명 일본 전통 악기인 샤미센으로 연주되는 것인데, 서부 영화 OST를 듣는 느낌이다. 배경만 일본이지, 레드데드리뎀션을 즐기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이야기 전개 방식도 약간 변화를 줬다. 추억의 장소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회상을 통해 평화로웠던 어린시절로 타임슬립해서 다시 복수심을 끌어올려주며,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허락을 받고 이 지역에 진출한 마츠마에 번을 피해 은밀한 곳에 숨어 있는 요테이 6인방을 찾아내기 위해 여관 등에서 소문을 듣거나, 변장을 해서 정보를 취득하는 등 탐문 수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약간 선형적인 진행 느낌이었던 전작과 달리 6인방 중 어느쪽을 먼저 공략할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대규모 부대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사카이 진과 달리, 각종 무기 사범, 상인, 늑대 등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전투는 정통 사무라이가 아닌 용병이기 때문에, 더 화끈해진 느낌이다. 검 한자루로 자세만 바꿔서 싸우던 사카이 진과 달리 다양한 무기를 거리낌없이 배우고, 사용한다. 처음에는 검 한자루로 시작하지만, 각 지역의 명인들을 만나 이도류, 창, 사슬삿 등 새로운 무기들을 배우게 되며, 적에 따라 무기의 상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투 중에서 실시간으로 무기를 바꿔가며 싸우게 된다. 적의 강력한 공격으로 무기를 놓치게 될 경우 맨손으로 싸우게 되거나, 땅에 떨어진 검이나 창을 주워서 던지는 플레이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무라이 전통과 맞서야 했던 사카이 진의 고뇌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족의 복수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아츠의 단호함 역시 매력적이다.

흑백 영화 같은 연출로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구로사와 모드뿐만 아니라, 미이케 모드와 와타나베 모드도 추가됐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13인의 자객 등으로 유명한 영화 감독으로, 이 모드에서는 아츠와 카메라 사이가 한층 더 가까워지고, 혈흔과 진흙이 튀는 연출이 강화된다.
와나타베 모드는 카우보이 비밥 등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를 기념하기 위한 모드로,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는 사무라이와 힙합 문화를 결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모드에서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직접 감독한 감성적인 Lo-Fi 트랙을 감상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호평받았던 전작의 강점들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큰 변화보다는 새로운 배경이 된 홋카이도와 스토리를 살리기 위한 소소한 변화만 추구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전작과 비슷한 뻔한 플레이라고도 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아는 맛이지만, 탄탄하게 완성된 기본기 덕분에 전작과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스토리도 별다른 문제없이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고 본다. 출시 전만 하더라도 아츠의 외모 때문에 가면을 씌우고 플레이해야겠다는 등의 반응이 많았지만, 플레이를 하다보면 아츠를 보면서 같이 분노하고, 같이 슬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