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함께 밀리터리 FPS 장르를 대표하는 EA의 배틀필드 시리즈 최신작 '배틀필드6'이 지난 10일 출시됐다. 출시를 앞서 테스트를 거치며 배틀필드 본연의 재미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출시 이후 그야말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배틀필드6'는 출시 후 단 3일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 장을 돌파했으며, 출시 첫 주말 동안 1억 7,200만 건의 온라인 매치,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누적 시청 시간 1,500만 시간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과를 썼다.
이러한 엄청난 기록은 기존 시리즈의 오명을 씻고자 이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발해, 이용자들이 즐겨온 배틀필드 시리즈의 재미를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팬들이 바라온 배틀필드의 모습을 '배틀필드6'에서 잘 살렸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강점은 거대한 전장에서 병사 한 명의 시점으로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여러 거점을 점령하고 유지하는 컨퀘스트 모드나, 한쪽은 공격, 다른 한쪽은 방어를 담당하는 브레이크스루 등 큰 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투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적진으로 돌격할 때는, 마치 내가 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멀티플레이 시 팀당 32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이 즐기는 게임인 만큼, 동료들과 함께 싸우는 기분을 제대로 선사한다.
거대한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그린 만큼, 공중·지상의 다양한 탑승 장비를 활용한 대규모 전투는 배틀필드 시리즈만의 핵심 재미 포인트다. 전세가 불리한 상황에서 전차나 헬리콥터를 능숙하게 조종하는 이용자가 등장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순간이 나오면 "이 맛에 배틀필드를 즐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어렵게 얻은 전차나 전투기를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리면 허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까지도 배틀필드만의 묘미다.

여기에 건물 파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장이 변화하는 요소도 마련돼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건물 파괴 묘사나 폭발 효과가 한층 향상돼, 화면을 모래먼지로 가득 채울 정도다. 때로는 화면이 가려져 전투를 방해할 수 있지만, 적 표시기 시스템을 영리하게 설계해 전투의 몰입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투를 이어갈 수 있게 했다.
또 이번 '배틀필드6'의 경우 총기를 사용하는 타격감이 뛰어나 건플레이의 감각이 한층 살아났다. 총기별로 레벨을 올려 탄창이나 소음기 등 다양한 부착물을 장착해 성능을 조정할 수 있는데, 장착할 수 있는 최대 포인트가 정해져 있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총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이것저것 다 좋은 형태의 개조가 불가능해 총기 커스터마이징의 전략성이 높아졌다.

이번 '배틀필드6'는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에만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다. 새롭게 도입된 '에스컬레이션 모드'는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거점이 점차 사라지고 교전 지역이 좁아지는 구조로 설계돼 전투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준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신규 모드를 만났다는 느낌이다.
또 병과 시스템 역시 근본으로 돌아오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게임은 4인 분대를 기반으로 돌격병, 보급병, 정찰병, 공병 등 병과별로 차별점을 보여준다. 같은 병과 내에서도 세부 변화 요소를 추가해, 플레이 방식에 따라 다른 전투 양상이 펼쳐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돌격병의 매력이 한층 강화됐다.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다리가 추가돼 전투의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으며, 배치 비컨 또한 돌격병에게 주어졌다. 덕분에 돌격병의 활용 폭이 넓어졌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배치 비컨을 설치해 저격만 하던 정찰병 중심의 플레이가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기본적인 건플레이의 재미가 살아 있기에, 더 적은 인원으로 작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킹 오브 더 힐'이나 '도미네이션', '데스매치' 등의 재미도 상당하다. 다만 대형 전장이 주는 긴장감과 스케일을 경험할 수 있는 '배틀필드6'를 즐기면서, 굳이 이런 소규모 콘텐츠를 찾게 되진 않는다.

좋은 모습으로 돌아온 '배틀필드6'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배틀필드6'는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에 중점을 둔 게임이지만 캠페인 모드도 존재한다. 그러나 캠페인의 플레이 타임이 짧고 완성도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 옵션에서 싱글플레이 데이터를 삭제해 드라이브 용량을 확보할 수 있으니, 한 번 즐겼거나 다시 즐길 계획이 없다면 삭제해도 무방하다.
또 이번 작품의 챌린지 요소는 다소 부담스럽다. 말 그대로 도전 과제를 의미하지만, 난이도가 꽤 높게 설정되어 있으며 병과별 장비 또한 챌린지를 완료해야 획득할 수 있다. 제대로 게임을 즐기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총기 레벨업 역시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모드를 제작하거나 커스텀 룰을 활용해 독창적인 멀티플레이 경험을 만드는 기능인 '포털'을 통해 경험치나 챌린지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이용자들이 많다. 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를 통해 이 부분의 밸런스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좋은 모습으로 돌아온 '배틀필드6'가 앞으로도 수년간 이용자들과 호흡하며 좋은 게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