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속 충전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 9. 배터리를 76% 채우고 주행 가능 거리 403km의 상태에서 리젠 하이퍼 마일링에 도전했다. (김흥식 기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를 타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는 질문이 있다. “한 번 충전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물론 차량마다 차이는 있지만 운전 습관만 바꿔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이퍼 마일링(Hypermiling)’, 즉 극단의 연비 운전이다.
‘하이퍼 마일링’은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유가 급등기에 등장한 운전법이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최소화하고 관성주행을 극대화해 연비를 높이는 데서 출발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10~20%의 연비 향상이 일반적이었으나 회생제동이 가능한 전기차는 더 큰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GM 엔지니어팀은 전기 픽업트럭 ‘실버라도 EV’로 1700km를 주행하며 공인거리의 두 배를 달렸다. 일정한 속도 유지와 회생제동 제어, 타력주행이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달성한 기록이다.
리젠 하이퍼 마일링으로 아이오닉 9 전비 80% 향상
모든 구간을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해 225km를 달린 아이오닉 9의 최종 전비는 7.5km/kWh, 인증 수치보다 80% 높게 나왔다. (김흥식 기자)
전기차에서는 여기에 ‘리젠 하이퍼 마일링(Regen Hypermiling)’이라는 개념이 더해진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상황에 맞게 조절해 내리막에서는 타력주행, 감속 시에는 강력한 회생을 유도함으로써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번 시승은 현대차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으로 진행했다. 갑작스럽게 기온이 뚝 떨어진 날 오전 군포를 출발해 국도와 지방도를 따라 군산 은파호수공원까지 약 4시간 30분, 총 225km를 달렸다. 출발 시 배터리는 76%, 주행 가능 거리는 403km였다.
군산에 도착했을 때 남은 배터리는 50%. 즉, 배터리 26%로 225km를 달린 셈이다. 트립상 표시된 전비는 7.5km/kWh. 아이오닉 9의 인증 전비 4.1km/kWh 대비 80% 이상 향상된 효율이다. 단순 계산으로 환산하면 완충 시 827km까지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공조장치, 오디오, 헤드업디스플레이, 디지털 룸미러 등 모든 전자장비를 끄고 속도는 한적한 국도에서도 시속 70~80km 사이로 유지했다. 내리막에서는 회생 강도를 최소로 두어 타력 주행 거리를 늘렸고 감속 구간에서는 회생 강도를 높여 배터리를 적극 충전했다.
결과적으로, 평범한 일상 주행에서도 ‘리젠 하이퍼 마일링’이 전기차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하이퍼 마일링은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고, 교통 흐름에 맞춰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전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 운전 요령이다. (김흥식 기자)
적절한 회생제동 강도 제어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경제 운전
하이퍼 마일링은 특별한 장비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고, 교통 흐름에 맞춰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전비는 꾸준히 개선된다. 아이오닉 9처럼 회생제동 강도를 세밀히 조정할 수 있는 차량이라면 평지·내리막·도심주행에서 모두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아이오닉 9은 110.3kWh 배터리를 탑재해 2WD 기준 최대 532km(공인)를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회생제동 활용에 따라 훨씬 긴 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테스트가 입증했다.
아이오닉 9은 스타리아를 닮은 전면부와 싼타페를 연상시키는 후면부가 조화를 이루며 공기역학을 극대화했다. 전면 하단에는 세계 최초의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이 적용돼 공기저항계수 0.259Cd를 달성했다.
실내는 3,130mm의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성과 정숙성을 자랑한다. 6인승·7인승 구성을 선택할 수 있으며, 릴렉션 시트·스위블링 시트 등 패밀리 SUV로서의 유연함이 돋보인다.
주행 성능 역시 부드럽다. 항속형 AWD 모델 기준으로 최고출력 226kW, 전비 4.1km/kWh, 주행거리 503km를 확보했으며 800V 멀티 초고속 충전으로 24분 만에 10→80% 충전이 가능하다. 출발지로 되돌아 오는 길, 약 150km 가량 남은 주행 가능거리는 약 15분 충전으로 250km까지 늘어났다.
[총평] 하이퍼 마일링은 단순히 기록을 위한 주행이 아니다. 전기차의 본질적인 효율성을 극대화해 실생활에서 충전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하는 운전 습관이다. 아이오닉 9은 그 여정에 가장 적합한 동반자였다. 효율·공간·정숙성·주행안정성을 두루 갖춘 ‘전기 SUV의 현실적인 완성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