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해져 이제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도 몸이 덜덜 떨리는 시기가 됐다.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군고구마, 호떡, 어묵, 그리고 붕어빵 같은 겨울 간식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붕어빵의 경우 크루아상 붕어빵, 고구마 붕어빵, 초코 붕어빵 등 다양한 변주를 준 전문점이 생겨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이 겨울의 상징과도 같은 ‘붕어빵’을 보드게임으로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이름하여 ‘붕어빵 마스터’. ‘타코야키 마스터’로 유명한 노희훈 작가의 신작으로, 젬블로컴퍼니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멘토링+사업화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작품이다. 현재는 국내 퍼블리셔 논의 중으로, 정식 출시 일정이 곧 공개될 예정이다.
필자의 경우 시제품을 플레이해 볼 기회를 얻어, 먼저 게임의 흐름과 손맛을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붕어빵을 굽는다’는 콘셉트가 어떻게 보드게임으로 구현됐을까 궁금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손맛이 살아 있었다.
‘붕어빵 마스터’는 이용자가 각각 붕어빵 장인이 되어 반죽을 튕겨 붕어빵을 완성하고, 손님들의 주문을 처리해 점수를 모아가는 캐주얼 보드게임이다. 구성품으로는 붕어빵이 구워지는 틀, 반죽 공, 주문 카드, 붕어빵 카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든 구성품은 붕어빵 틀 내부에 깔끔하게 수납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공간 차지가 적고 정리도 간편했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모든 붕어빵 틀을 속재료가 보이도록 뒤집어 중앙에 놓고, 팥·슈크림·피자 붕어빵 카드를 각각의 더미로 구분해 둔다. 주문 카드는 잘 섞은 뒤 3장을 공개해 중앙에 펼친다. 각 이용자는 반죽 공 3개를 받고, 가장 어린 이용자가 선이 되어 시계 방향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두 가지 행동을 순서대로 수행한다. 먼저 반죽 공 하나를 바닥에 튕겨 붕어빵 틀로 보낸다. 공이 맞은 붕어빵은 뒤집혀 ‘완성된 붕어빵’이 된다. 뒤집힌 붕어빵의 수만큼 같은 종류의 붕어빵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반면 공이 틀을 뒤집지 못하면 그 공은 회수되어 다음 턴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후 주문 처리 단계가 이어진다. 확보한 붕어빵 카드로 공개된 주문 카드 중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면, 해당 주문 카드에 표시된 종류와 수량의 붕어빵 카드를 반납하고 그 주문 카드를 자신의 앞에 가져온다. 주문 카드를 가져오면 즉시 새로운 주문 카드 한 장을 더미에서 공개해 다시 세 장을 유지한다. 만약 조건에 맞는 주문이 없다면 이 단계는 생략하고 차례를 종료한다.
게임 도중에는 붕어빵 틀 관리 규칙이 있다. 자신의 차례 시작 시 완성된 붕어빵이 네 개 이하라면 모든 완성된 붕어빵을 다시 뒤집어 속재료 면이 위로 보이게 해야 한다. 이는 틀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리셋해 게임의 템포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게임은 누군가 주문 카드를 다섯 장 모으는 순간 종료된다. 모든 이용자는 자신이 얻은 주문 카드의 점수를 합산하고, 총점이 가장 높은 이용자가 ‘붕어빵 마스터’의 영예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3점짜리 주문 카드 두 장과 2점짜리 한 장을 모았다면 8점, 상대가 10점을 달성했다면 상대가 최종 승리자가 된다.
글로 풀어쓰니 다소 길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훨씬 간단하다. 반죽 공을 튕겨 붕어빵을 완성하고, 공개된 주문서에 맞는 붕어빵이 모이면 주문서 카드를 획득. 주문서 카드가 다섯 장 모이면 즉시 게임이 종료되고, 각 주문서의 점수를 모두 더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이용자가 승리. 이것만 기억해도 게임 진행에 문제없다.
게임은 최대 4명이 함께 즐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2인 플레이가 가장 속도감 있게 흘러가 재미있었다. 2명이서 즐겨도 낮은 점수 주문서를 빠르게 모아 단기 승부를 노리는 ‘박리다매 전략’, 혹은 상대가 모은 붕어빵 종류를 확인하며 필요한 주문서를 선점하는 ‘채가기 전략’ 등 의외로 다채로운 전술이 펼쳐졌다.
보드게임 구성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 보드게임을 수집하는 이용자에게도 매력적일 것 같았다. 붕어빵 마스터는 시제품임을 감안해도 일러스트가 따뜻하고 캐주얼해 접근성이 좋았고, 반죽 공이 중앙 판을 맞혀 붕어빵을 뒤집는 핵심 기믹은 생각보다 묵직한 손맛이 있었다. 특히 공이 판 아래로 굴러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홈으로 복귀하는 구조가 잘 설계되어 있어 플레이 흐름이 매끄러웠다.
간혹 공이 너무 강하게 튀어 판이 두 번 돌아가 다시 속재료가 위로 오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예기치 못한 변수 덕분에 게임은 오히려 더 유쾌해졌다.
규칙이 단순하고, 개인의 힘이나 지식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인 만큼 연인이나 친구는 물론 명절에 가족끼리 즐기기에도 적합하리라 본다. 어린 조카부터 부모 세대까지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다는 감상이다.
요즘같이 찬바람이 부는 날, 따뜻한 방 안에서 즐기기 좋은 보드게임을 찾는다면 ‘붕어빵 마스터’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