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사인 넷이즈가 콘솔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야심작 ‘연운’이 드디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전부터 언리얼엔진5를 기반으로 한 방대한 오픈월드와 화려한 무공으로 많은 관심을 모은 연운은 넷이즈 산하 에버스톤 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으로, 이미 중국에서 서비스되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답게, 글로벌 사전예약 700만을 돌파하더니, 지난 15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호평이 쏟아지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넷이즈가 ‘무협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게임인 만큼, 진짜 무협의 세계롤 보여주겠다’고 장담을 하더니, 중국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압도적인 기술력과 오랜 기간 준비한 콘텐츠가 이런 자신감의 근거가 됐던 것 같다.
플레이어는 당나라와 송나라 사이에 혼돈의 시기였던 오호십육국 말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방대한 오픈월드를 탐험하며 협객으로서의 여정을 직접 써내려가게 된다.
무협지 세계의 주인공답게 적당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신분을 감춘 고수들의 교육과 도움에 힘입어 진정한 강호인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어찌보면 뻔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통할 수 밖에 없는 클래식한 스토리 라인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장소와 시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광활한 오픈월드와 화려한 무공 장면들이 플레이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론, 기존 무협 게임들도 이런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었으나, ‘연운’ 개발진이 ‘진짜 무협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구현한 강호가 정말로 살아 숨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연운의 환경 시스템은 그동안 글로 상상해왔던 신비로운 중국의 자연경관을 어느 각도에서도 예술 사진이 나온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으로 구현했으며, 매번 기계적으로 같은 말만 반복하던 NPC들도 발전된 AI 기술 덕분에 각자의 개성과 스토리를 가진 살아있는 생명체로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연운’에는 1만명 이상의 NPC들이 존재하며,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쌓아가는가에 따라 이후 스토리 라인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플레이어는 의로운 협객이 되어 세상을 구할 수도 있고, 권모술수로 세력을 확장하는 야심가가 될 수도 있다.
초반부 신선나루에서는 주인공의 서사를 이해시키기 위해 정해진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지만, 본격적인 강호행이 시작되는 개봉 지역부터는 플레이어마다 각기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충실히 메인 퀘스트를 따라갈수도 있고, 강호인의 삶에 취해서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마음 내키는대로 살아갈수도 있다. 특히 게임 속에 각 문파들이 무공만 다른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문파에 속하는가에 따라서도 플레이 성향이 확 달라질 수 있다.
자유로운 게임플레이의 기반이 되는 오픈월드는, 기존에 많은 인기를 얻었던 오픈월드 게임들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충실히 채워뒀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나 어쌔신 크리드 같은 게임을 플레이해봤다면 익숙할 구성이다. 새로운 지역이 열리면 그 지역의 달성도를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수집물과 부가 퀘스트들이 열리기 때문에, 잠깐 한눈을 팔면 메인 스토리와 동떨어져 다른 모험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감 때문에 보물상자 찾으러다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산만한 구성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긴 하나, 이 또한 자유로운 강호인의 삶이라는 생각에 납득이 되기도 한다. 사람 많이 몰린 곳에 우연히 방문하게 됐는데, 전대 고수의 비급이 감춰진 무덤이라고 하면, 들어가보는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오우삼, 서극 감독 등과 협업하면서 홍콩 금상장 및 대만 금마장 최우수 액션 디자인상을 수상한 둥웨이 무술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구현한 화려한 무공들은 무협 영화 그 자체다. 검, 도, 창, 활 같은 일반적인 무기뿐만 아니라, 부채, 우산 같은 독특한 무기들도 존재감을 뽐내며, 합마공, 점혈, 태극권법, 사자후 등 무협지에서 익숙하게 등장하는 무공들도 배울 수 있다. 벌집을 따는 곰에게서 태극권법을 배우고, 두꺼비 뛰는 것을 보고 합마공을 배우는 것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성룡이 출연한 영화 사형도수를 보면 동물의 움직임을 동작에 담아 무공을 완성시키는 장면들이 나오니, 아예 근거가 없는 표현은 아니긴 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콘솔 시장을 노린 게임인 만큼, 방어, 튕기기(패링) 등 소울라이크 게임들에서 볼 수 있었던 하드코어한 전투 방식을 가져오면서도,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이들까지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예 시작 때 전투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패링에 자신이 없는 이들도 보조 기능을 켜두면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도록 가이드가 떠서, 누구나 화려한 전투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과금으로 강해지는 게임이 아니다보니, 컨트롤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콘텐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콘솔용 오픈월드 게임답게 혼자서도 150시간 이상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지만, 멀티플레이 모드로 전환하면 더 많은 콘텐츠가 열리게 된다. 친구들과 탐험이나 던전 공략 등을 즐길 수 있고, PVP로 강호 1인자의 자리를 꿈꿀 수도 있다. 싱글 플레이 모드에서도 중요 지점에 가면 다른 이용자들이 남긴 조언을 확인할 수 있어, 혼자서 즐길 때도 외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초반부 던전 중에는 한자를 알아야 풀 수 있는 퍼즐이 나오는데, 이 게임을 먼저 즐긴 중국인들이 남긴 조언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 다들 난리가 났을 것 같다. 요즘 게임에 AI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이렇게 AI를 잘 활용하는 것은 정말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Pay to Win’을 지양한다는 넷이즈의 기조는 원스휴먼 때와 마찬가지로, 역수한, 연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게임 역시 캐릭터 치장 아이템으로만 구매 아이템을 준비해뒀기 때문에, 단지 게임만 즐기고 싶다면 돈을 아예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다만, 유료 무기 외형 등에 무공 연출까지 달라지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에서 고수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적당한 과금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중국 게임하면 많이들 걱정하는 번역 문제는 확실히 글로벌 테스트 때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영어 음성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중국어 음성 선택이 강제되는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텍스트 번역은 이전의 중국 게임들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또한,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 이용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계속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점점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여러 신작들이 쏟아지고 있다보니, 오픈월드RPG라면 ‘연운’ 외에도 선택지가 많지만, 정통 무협 게임을 찾고 있다면, 바로 여기가 정답이라고 확답해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