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에 게임은 하고 싶지만 대놓고 하기는 눈치 보일 때, 외부라서 많은 조작이 필요한 게임은 하기 어려울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방치형 게임이다.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방치형 게임 대부분이 모바일에 집중되어 있어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플레이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따로 휴대폰을 꺼내기에도 번거롭고, 눈치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 PC 방치형 게임들이 특히 반갑다. 화면 한쪽에 조용히 띄워두고 다른 업무를 하면서도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도 ‘러스티 리타이어먼트’ 등 여러 PC 방치형 게임을 즐겨본 경험이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개발사 하이퍼센트에서 PC 방치형 신작 ‘오어 플랜트’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봤다.
오어 플랜트는 주인공 ‘핀’과 그의 강아지 ‘마루’가 알 수 없는 마법의 힘에 휘말려 신비로운 세계로 밀려들어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비로운 세계에서는 힘을 잃은 ‘세계수’가 존재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광물을 키우고, 광물을 수확하면 얻는 GP를 통해 세계수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
게임의 기본 구조는 방치형 장르답게 단순하다. 밭을 설치하면 일정량의 GP를 소비해 밭에 광물을 심을 수 있다. 광물은 일정 시간 방치해두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수확을 하면 소비한 GP보다 더 많은 GP를 획득할 수 있다. 일정량 이상의 광물을 심으면 더 높은 등급의 광물이 해금되며, 이 과정을 반복해 점차 성장 루프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물을 뿌리고 광물을 수확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로봇’들이 등장해 관리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방치형 구조지만, 오어 플랜트는 잘 짜여 있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차별성을 뒀다. 특정 광석 해금, 요리 제작, 악기 구매, 플레이타임 달성 등 다양한 목표를 채워나가면 에피소드 형식의 스토리가 해금된다. 스토리는 핀과 아리아 사이에서 은근하게 이어지는 달달한 분위기가 매력적이고, 강제로 재생되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스토리 창에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각 에피소드가 짧고 간결해 부담 없이 감상하기도 좋다.
단순히 광물을 키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가 콘텐츠도 게임을 풍부하게 만든다. 텃밭에서 재료를 수확해 요리를 만들고, GP를 모아 악기를 구매해 각종 버프를 얻을 수 있으며, 플레이 중 랜덤으로 떨어지는 유물을 박물관에 전시하거나 상점의 ‘뽑기’로 능력치 수집품을 모으는 등 여러 수집 요소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정한 패턴으로 광물을 배치해 ‘거대 광석’을 만들면 대량의 자원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시스템도 있어, 퍼즐처럼 배치를 고민하는 재미도 있다.
이렇듯 주 목표는 세계수의 힘을 되찾아주는 것이지만, 유물 수집이나 요리 제작 같은 사이드 목표가 플레이 도중 자연스럽게 누적돼 플레이가 지루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구성의 방치형 게임이지만, 아직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우선, 게임 내에서 배경음·환경음·효과음을 꺼두어도 스토리 씬에서는 갑작스럽게 효과음이 재생되는 문제가 있어 조용히 게임을 즐기는 상황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또한 음식 버프의 효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가이드에는 “효율이 좋아진다” 정도의 설명만 있어 이동 속도 증가인지, 자원 수집 속도 상승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정각 기준 5분만 열리는 상점 세일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여러 번 뽑기를 한꺼번에 진행할 때 할인 폭이 꽤 큰 편이라, 세일 시간을 놓치면 체감상 손해가 크게 느껴진다. 특히 작물이 자라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후반부에는 세일 타이밍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최소 10분 정도로 여유 있게 늘려주면 이용자가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창 크기 조절이 되지 않아 화면이 모니터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점도 불편했다. 게임을 최상단에 올려두면 화면 때문에 다른 작업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의 경우 백그라운드에 게임을 틀어두는 식으로만 플레이하게 됐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데모 단계에서 충분히 발견될 수 있는 수준의 불편함이며,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해치는 정도는 아니다. 정식 출시 후 개선이 이어진다면 지금보다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리라 본다.
방치형 게임을 좋아하거나, PC에서 조용히 플레이할 게임을 찾는 이용자라면 오는 11월 말 정식 출시 예정인 오어플랜트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은 중요한 작업을 미루지 않는 선에서만 즐겁게 플레이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