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맛있는 것들은
언제나 편의점 바깥에 있었다
우리가 모험을 떠나야 하는 이유. 그것은 일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보는 것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맛을 느끼고, 그것이 나오게 된 문화적인 배경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전북특별자치도에서 ‘K-DRINK’를 찾아 달라는 미션은 내게 여행 가방을 챙기게 했다. 한국을 대표할 음료(술)들이 편의점과 마트에 얌전히 있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동굴도 가고, 산도 가고, 바다도 갈 줄은 몰랐지. 오늘 마시즘을 따라오시면 한 방울의 술에 담긴 여러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이 익어가는 서늘한 동굴
무주 와인 동굴
컴컴한 동굴 안에서 익어가는 와인은 만화 <신의 물방울>로 와인의 세계를 엿본 나의 로망이었다. 그런데 유럽이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의 무주에 그런 동굴이 있다고 한다. ‘무주 머루와인 동굴’이다.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이것은 동굴을 탐험하며 모두 밝혀졌다. 이 동굴의 정체는 원래 양수발전소를 건설할 때 만든 굴착 작업용 터널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머루’는 한반도에서 나고 자라는 포도(놀랍지 않은가 포도들도 종마다 국적이 있다)라고 한다.
이렇듯 동굴의 끝에 도달하면 머루 와인을 보관하는 공간과 시음장을 만날 수 있다. 시간별로 4가지의 머루 와인 제품이 바뀐다고 한다. 그 맛은 굉장히 한국적이다. 이 말인즉슨 와인을 잘 모르는 엄마, 아빠가 마셔도 맛있을 맛이 난다. 쌉싸름한 맛을 줄이고 달콤함을 살렸거든(머루 자체가 우리가 먹는 포도보다 당도가 높다).
가장 전통적인 그래서 독특한 막걸리
정읍 송명섭 생막걸리
막걸리는 아마 가장 호불호 없이 좋아하는 전통의 술이다. 달콤하며 시원한 맛,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는 조화, 무엇보다 가성비 넘치는 가격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막걸리의 세계에서도 전국구를 노리는 특별한 타짜(?)들이 있다. 흔히 3개를 뽑자면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 전남의 해창막걸리, 그리고 전북 정읍의 송명섭 생막걸리다. 특히나 송명섭 생막걸리의 별명은 ‘막걸리계의 평양냉면’이다.
송명섭 생막걸리는 가장 전통의 레시피, 일종의 ‘막걸리 순수령’으로 빚어내는 막걸리다. 다른 감미료들이 전혀 없이 정읍에서 나온 쌀과 누룩, 물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가 막걸리 하면 떠오르는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이것이 익숙해지는 순간 아마도 당신은 다른 막걸리를 마시지 못할 것이다.
보리와 맥주를 품은 오래된 어판장
군산 비어포트
맥주를 다양하게 즐기는 마니아라면 수제맥주의 성지로 떠오르는 곳 군산에 가봐야 한다. 군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맥아’를 만드는 곳이다. 그리고 오래된 어판장 건물을 뜯어고쳐 맥주양조장을 만들었다. 바로 군산 ‘비어포트’다.
비어포트에는 4개의 수제맥주 양조장이 모여있다. 군산의 보리로 만든 맥주를 만들고, 이것을 비어포트에 방문한 손님에게 판매까지 한다. 널따란 공간 안에서 4개의 수제맥주양조장이 각자의 맥주들을 뽐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흔히 마시는 라거부터, 유럽의 둔켈이나 에일, 미국 스타일의 IPA 등등 색깔도 맛도 다양한 맥주들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안주 역시 다양하다). 무엇보다 창밖의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맛보는 맥주의 맛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떠오르는 전통술의 샛별이 있는 곳
익산 초이리 브루어리
전북에는 이강주나 죽력고처럼 조선시대부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술을 빚는 장인들도 있지만, 이제 막 새롭게 시작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젊은 양조장도 있다. 익산의 ‘초이리 브루어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떠오르는 신생 양조장 중에 하나다.
작지만 세련된 양조시설과 함께 탁주, 국화주, 고구마 소주 등 익산의 자연환경을 사용한 전통술을 만들고 있다. 올해는 고구마소주 리28이 ‘전북건배주’로 선정되었다.
익산의 특산물인 고구마로 만든 리28은 깊은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 그리고 꽃향처럼 느껴지는 화사한 향기가 특징인 술이다. 무엇보다 세련되게 생긴 디자인 때문에 전통주에 친숙하지 않은 20-30대 여성들도 호감을 갖고 사서 가는 트렌디한 술이다.
지역을 닮고, 사람을 닮아가는 전북지역의 술
K-DRINK를 찾아 전북을 떠돌아다니면서 생각한 것은 우리가 술을 마실 때 맛이나 향, 혹은 안주 등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술 한 방울에는 술의 재료가 빚어지는 자연, 그리고 더 맛있는 술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고민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기에 술을 찾는 모험이 더욱 맛있고 즐겁지 않았나 싶다.
여러분도 전북을 여행을 다니시다가 가맥거리, 막걸리골목 혹은 군산 비어포트를 만났을 때, 혹은 온라인 쇼핑이나 고향사랑기부제(머루와인, 리28 같은 경우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만날 수 있다)에서 지역의 술을 만난다면 기억해 주면 좋겠다.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 낸 우리에게 특별한 한 잔이 될 수 있는 K-DRINK를.
<제공 : 마시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