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출시되는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지닌 ‘ANNO’(이하 아노) 시리즈의 신작 ‘아노 117 – 팍스 로마나’(이하 아노 117)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기원전 510년에 처음 건국된 로마가 영국, 유럽 대륙, 아프리카, 중동까지 광활한 영토를 차지하며,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고 칭했을 정도로 최전성기를 누렸던 117년의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전작인 ‘아노 1701’이 이제 막 전기가 도입되기 시작한 산업혁명 시대를 다루어 도시 발전과 다양한 물품을 생산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아노 117’은 로마에 속해있는 다양한 문화권의 도시를 경영하면서 벌어지는 정치적, 군사적 충돌을 중심으로 두어 이전의 게임과는 다른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마치 117년에 와 있는 듯한 생생한 로마 시대의 풍경이었다. ‘아노 117’에서 이용자는 로마 제국의 ‘속주’를 다스리는 ‘총독’이 되어 로마 지역과 켈트족이 있는 고대 영국과 이집트 등 다른 문화권의 도시를 경영할 수 있다.
이에 빵과 와인을 즐기는 로마 지역의 생산품과 늪지에서 각종 자원을 얻는 켈트족, 광활한 농경지에서 맥주를 마시는 이집트인 등 문화권마다 필요한 자원과 먹거리가 모두 다르며, 신앙과 건축 양식을 비롯한 문화, 경제, 행정 구조가 큰 차이를 보여 이를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건축물 역시 크게 차이가 난다. 로마 본토 양식의 경우 도로, 수로, 물 저장 시설, 공중목욕탕 등의 기반 시설과 극장, 원형경기장, 조각 광장과 같은 문화 시설을 건설할 수 있고, 시민 단계 역시 시민 -> 장인 -> 귀족 순으로 발전한다.
특히, 전작들의 경우 시민은 노동력을 채워주거나, 도시 발전에 필요한 기본 요소에 머물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장인이 필요한 생산건물을 주택가에 배치하면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어 도시 건설 배치가 전작보다 훨씬 중요해진 모습이었다.
이에 반해 ‘속주’인 이집트는 파피루스 농장, 향료를 얻을 수 있는 향신료 농장, 양피지 제작소 등 이집트에 특화된 건축물을 통해 로마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자원을 생산하며, 이를 로마 본토로 옮기는 무역에 집중해야 한다.
이 이집트의 특징 중 하나는 주기적으로 ‘나일강 범람’ 즉 홍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범람은 토지를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기존 농경지가 모두 파괴되므로 시기에 맞춰 적절하게 농경지 및 건축 시설을 옮겨주는 것이 중요해 생각보다 스릴(?)있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속주’들은 게임 플레이에 상당히 중요한데, 이 ‘속주’에서 생산하는 자원들을 통해서 로마 본토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노’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여러 문화권을 경영하는 이중 지역 운영 시스템을 선보여 왔다. 섬마다 키울 수 있는 작물의 종류나 자원이 다르다 보니 여러 섬에 도시를 짓고 섬의 자원을 본토로 이송하는 식이다.
이번 ‘아노 117’에서는 원로원의 특정 파벌이 서로 다른 요구를 요청하며, 제국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면 특별 보너스 및 정치적 영향권을 얻게 되는데, 이 요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자원이 필수로 사용되어 다양한 문화권을 고루 발전시켜야 해야 한다.
육군의 등장도 이번 작품의 차이점 중 하나다. ‘아노 117’은 병영을 지어 시민의 일부를 군인으로 육성할 수 있으며, 이렇게 확보한 육군은 다른 지역을 침공하거나, 반란 세력 진압 및 본토 방어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이 ‘육군’은 해상 방어에 주력해야 했던 전작과 다른 형태의 게임 플레이 양상으로 흘러가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전까지 등장했던 해적이 무역선을 공격하거나, 항구만 공격했던 것과 달리 이 ‘육군’은 실제 도시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는 셈.
이에 도시를 방어할 방어탑을 외각에 배치하고, 중요 자원이 있는 섬에 육군을 배치하는 등 도시 운영 스타일이 바뀌고, 게임의 볼륨이 더욱 커진 느낌이었다.
이처럼 고대 로마 시대로 돌아간 ‘아노 117’은 산업혁명 시대, 대항해시대보다 더욱 즐길 거리가 늘어난 콘텐츠와 방대한 볼륨으로 이른바 ‘한번 사면 뽕을 뽑는’ 알찬 게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들의 성과로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로마’라는 새로운 시대를 선택한 점. 그리고 건축 아트부터 경영 시스템 및 콘텐츠 구성을 모두 새롭게 그려낸 모험을 강행했음에도 수준급의 퀄리티를 선보였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만약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을 선호하거나, 경영 시뮬레이션을 취향으로 지닌 이용자라면 ‘아노 117’은 확실히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