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집과 숙소에 두 조의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숙소에서는 MBL N51 인티앰프와 N31 CDP 겸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하며, B&W·하베스·쿼드 등 다양한 스피커들을 번갈아가며 듣는다.
특히 MBL N51은 D 클래스 인티앰프임에도,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얇고 빈약한 소리와는 다르게 저음이 굉장히 풍부하며 아래까지 쭉 뻗는다. 상당한 사이즈의 분리형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풍부한 저음을 인티앰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앰프이다.
필자는 MBL N51 인티앰프를 B&W 스피커와 연결하여 다양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최근에 사운드 작업을 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의 작업 중인 음원들도 들어본다. 클래식 녹음 엔지니어로 오랜 시간 활동해 왔지만, 5년 전부터는 K-POP 분야에서도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과거보다 듣는 음악의 장르가 다양해졌다.
피아노 콘체르토의 경우, 피아노 전주가 시작될 때 느껴지는 메인 마이크와 피아노 마이크, 그리고 다양한 스트링스 마이크가 중첩되는 피아노 콘체르토 녹음 환경만의 사운드가 있다. 전주를 들으면 단순히 피아노 앞에 2개의 마이크를 놓고 녹음한 것이 아니라, 공연장의 여러 지점에 설치된 마이크들이 전달하는 다양한 울림이 더해져 피아노 콘체르토만의 확실한 ‘공기감’이 살아있다.

오디오는 이러한 녹음 환경의 특성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표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최근 작업 중인 국내 유명 엔터테인먼트와의 프로젝트에서는, K-POP 특유의 매우 풍부하고 빠른 저음이 충실하게 재생되는지, 화려한 악기·보컬·코러스가 청감적으로 거슬림 없이 재생되는지 등 다양한 요구가 생긴다. MBL N51 인티앰프는 프리앰프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으로 고급스러운 소리가 나지 않는 점을 제외하면, 저음의 폭과 깊이 면에서는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장점을 지녀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반면 집에서는 스위스 소울루션의 모노 블록과 윌슨 오디오 스피커를 사용한다. 필자는 가끔 보다 질감 있는 앰프로 바꿔보고 싶다는 호기심(예: 리비에라 랩)이 들기도 하지만, 소울루션 앰프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볼륨에서도 음반에 담긴 에어리한 배음(공기감)이 매우 잘 들린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소울루션 앰프는 음원의 정보를 손실 없이 그대로 들려주는 경향이 있어, 필자는 5년 가까이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앤 아날로그의 캘릭스 I 인티앰프 리뷰에서 MBL과 소울루션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캘릭스 I 인티앰프를 숙소에서 3개월 넘게 사용하며 리뷰한 결과, 그 이유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오디오 리뷰를 보면 제작자 스토리나 구조 설명 등은 길고 자세하지만, 정작 소리 자체에 대한 설명은 마지막에 단출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결국 오디오는 소리를 내는 기기이기 때문에, 어떤 부품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기본이지만 소리가 어떤지가 핵심이다.
필자가 캘릭스 I 인티앰프를 숙소의 B&W 스피커와 연결하는 순간, 매우 익숙한 소릿결이 느껴졌다. MBL 혹은 소울루션의 느낌? 그렇다. 집에서 사용하는 소울루션의 소리와 매우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특이 성향 없이 자연스러운 소리인데, 이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귓속 유모세포를 자극하는 듯한 높은 배음이 끝없이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D 클래스 앰프는 중역이 거칠고, 높은 배음이 잘려 있으며, 힘만 세서 쿵쾅대는 기기로 알려져 있다. 필자 역시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지만 MBL N51이 이를 먼저 깨주었다. 또한 많은 D 클래스 앰프들이 일정 볼륨 이상에서는 들을 만하지만 작은 볼륨에서는 앙상한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캘릭스 I는 D 클래스 특유의 딱딱하고 저렴한 소리가 없으며, 작은 볼륨에서도 자연스럽고 풍부한 배음을 들려주는 ‘비싼 소리’의 앰프이다.

필자가 앰프를 처음 연결한 후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영국 가곡 음반을 들었을 때, 이 가격대에서 이렇게 하이엔드적인 고급스러운 소리가 나온다는 점이 놀라웠다. 실용주의적인 영국 앰프의 외모와는 다르게, 집에서 사용하는 소울루션과 매우 유사한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프리(볼륨) 단에서 아큐페이즈 AAVA와 비슷한 회로를 사용하여 낮은 볼륨에서도 해상도가 떨어지지 않는 점은, 비교적 작은 볼륨으로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큰 장점이다.
음원의 정보를 손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특성은 ‘정확한 소리’에 가깝고, 그만큼 좌우 위상 차이가 정확하게 맞아 정위감이 매우 뚜렷하다.

필자는 모노 블록 앰프에 대해 약간의 편견을 갖고 있는데, 좌우 소리 편차 때문에 정위감이 흐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캘릭스 I는 좌우 균형이 매우 정확하다. 정위감이 정확한 만큼 주악기의 음상은 좁지만, 잔향은 좌우에서 더 넓게 퍼진다.
캘릭스 I 인티앰프의 소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초고가 하이엔드 앰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배음
- N51처럼 초저역까지는 아니지만, 저음부터 고음까지 튀거나 부족한 부분 없이 매우 자연스러운 소리
- 빈티지부터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까지 가리지 않는 앰프 자체의 충실함
다만 음질적 이유로 리모컨이 없는 점은 사용자에 따라 단점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아날로그 입력만 사용해 보았으나, 미국에서 활동 중인 남상욱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리뷰에 따르면 USB 입력의 소리가 특히 좋다고 한다. 따라서 심플한 스트리머를 USB로 연결해도 간편하면서 고급스러운 소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정훈
오디오가이 / SOUND360 대표
그래미 레코딩아카데미 투표 멤버
<저작권자 ⓒ 하이파이클럽(http://www.hificlu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