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 60 마그마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고성능 전기차의 존재 이유는 종종 의문으로 이어진다. 내연기관처럼 폭발과 진동, 그리고 회전 상승에 따른 감각적 피드백이 존재하지 않는 전기차에서 ‘고성능’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출력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저회전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모터의 특성으로 대부분의 전기차는 충분히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성능을 추구할 이유가 있을까.
이 질문은 내연기관 시대에도 동일하게 존재했다. 일상 주행에 필요한 성능은 이미 충분한데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 높은 출력과 더 정교한 주행 성능을 추구해왔다.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니라 브랜드가 확보한 기술력의 집약체로 그리고 차량 제어 기술의 한계를 확장하는 역할에 고성능 모델이 필요했다.
제네시스 GV 60 마그마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모터 출력과 배터리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 진정한 고성능 전기차는 단순한 가속력보다 이를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하고 반복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전기차를 만들어도 함부로 대들지 못하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모델이 제네시스 GV60 마그마다. 내연기관 고성능 모델과 모터스포츠에서 축적한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제네시스의 첫 번째 본격 고성능 전기차다. 굿우드 페스티벌 힐클라임에서 포르쉐 타이칸을 가볍게 제쳐 세상을 놀라게 한 모델이다.
제네시스 GV 60 마그마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출력 이상의 의미, 고성능을 위한 전기 파워트레인의 구조
GV60 마그마는 전륜과 후륜에 각각 독립적인 구동 모터를 배치한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전륜 모터는 175kW와 370Nm, 후륜 모터는 303kW와 420Nm의 출력을 발휘한다. 부스트 모드에서는 합산 최고 출력 478kW(약 650마력), 최대 토크 790Nm에 도달한다.
이 수치는 단순히 높은 출력에 그치지 않는다. 모터는 최대 2만 rpm 이상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고속 영역에서도 출력 저하 없이 지속적인 가속이 가능하도록 냉각 성능과 전력 제어 시스템을 강화했다. 특히 모터, 감속기, 인버터를 통합한 구조로 통해 에너지 전달 효율을 높이고 응답성을 향상시켰다.
배터리 역시 고성능 주행에 맞춰 설계했다. 84kW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는 온도 관리 시스템을 통해 출력 유지 능력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고부하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GV60 마그마는 이러한 구성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3.4초, 최고 속도는 264km/h에 이른다.
특히 200km/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9초로 고속 영역에서도 가속력이 꾸준하게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진정한 고성능 차량의 기준은 단순한 출력 수치가 아니라 이를 차량 전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감당하고 제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제네시스 GV 60 마그마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고성능을 지탱하는 차체 설계, 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의 변화
GV60 마그마는 고성능 주행에 대응하기 위해 서스펜션 구조와 조향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했다. 우선 스티어링 시스템에 고정 기어비 구조를 적용해 조향 입력에 대한 응답성을 더욱 직접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고속 주행에서 조향 반응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캐스터 트레일을 증가시켜 직진 안정성과 조향 복원력을 향상시켰다. 서스펜션 암 구조와 하드 포인트를 조정해 타이어 접지력 유지 능력을 높이고 롤 센터 위치를 조정해 차체가 좌우로 기울어지는 상황에서도 타이어의 접지 특성이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급격한 방향 전환 시에도 차체 움직임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어할 수 있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주행 모드에 따라 감쇠력을 변화시킨다. 고속 주행에서는 차체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도 노면 충격을 과도하게 전달하지 않는 균형 잡힌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단순한 승차감 개선이 아니라 고출력 전기 파워트레인이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토크를 안정적으로 지면에 전달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GV60 마그마는 폭 275mm에 편평비 35%의 초고성능 타이어를 장착했다.
GV60 마그마 (현대자동차 제공)
주행 모드에 따라 분명하게 달라지는 차량 성격
GV60 마그마는 주행 모드에 따라 차량의 성격이 명확하게 변화한다. 마이(컴포트), GT, 스프린트 등 각 모드는 단순히 출력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터 토크 전달 방식, 서스펜션 감쇠력, 스티어링 반응, 구동력 배분까지 통합적으로 제어한다.
마이 모드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승차감이 강조된다. 가속 페달 입력에 대한 반응은 비교적 완만하게 설정됐고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도심 주행이나 정체 구간에서 차체 움직임은 안정적이어서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다.
GT 모드로 전환하면 차량의 반응은 직접적으로 변화한다. 가속 페달 응답성이 즉각적으로 바뀌고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린다. 서스펜션 감쇠력 역시 증가해 차체 움직임이 단단해진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에서 직진 안정성이 뛰어나고 고속 영역에서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출력 여유가 충분해 고속 추월 상황에서도 지체 없는 가속이 이어진다.
스프린트 모드는 GV60 마그마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정된 고성능 모드다. 모터 출력 제한이 최소화되고 전후륜 토크 배분과 차체 제어 시스템이 고성능 주행에 최적화된다. 가속 페달 입력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이뤄지고 부스트 모드를 활성화하면 최대 478kW의 출력이 순간적으로 발휘된다. 고속 영역에서도 불안정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제네시스 GV 60 마그마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자 이제 출발, 감각을 복원한 전기차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시트의 구조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마그마 전용 버킷 시트는 측면 지지력을 강화해 고속 코너링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줬다. 동시에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일상 주행과 고성능 주행 영역 모두 안락했다.
계기판 중앙에 배치된 타코미터 형태의 디스플레이 역시 눈길을 끈다. 전기차에서는 필수적이지 않은 구성 요소지만 차량의 가속 상태를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영리하게 설계했다. 포르쉐와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여기에 가상 변속 시스템과 사운드 피드백이 더해지면 고성능 내연기관차와의 감성의 차이가 사라져 버린다. 모터 출력 변화를 단계적으로 구성해 실제 변속과 유사한 감각을 제공한다. 특히 가상의 엔진 사운드는 가속 상황을 청각적으로 전달해 짜릿한 전율까지 느끼게 했다. 이는 단순한 연출을 넘어 운전자가 차량 상태를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다.
제네시스 GV 60 마그마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압도적인 가속력과 유지되는 차체 균형
경기도 화성 소재 자동차 연구원에서 GV60 마그마 드래그 레이스를 체험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GV60 마그마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부스트 모드가 활성화되면 최대 15초 동안 최고 출력이 유지되며 이 시간 동안 차량은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러한 급가속 상황에서도 차체의 균형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이는 서스펜션의 감쇠력 제어, 전후륜 토크 배분, 차체 강성, 그리고 타이어 접지력 관리가 유기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드래그 주행 상황에서도 가속 과정은 매우 안정적으로 이어졌으며 고속 영역에서도 출력 감소 없이 지속적으로 속도가 상승한다. 제동 성능 역시 고성능 차량에 요구되는 수준을 충족한다. 공차중량이 2250kg에 달하는 전기차임에도 고속에서의 감속 과정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 제동 시 차체 거동 역시 일관된 특성을 유지했다.
제네시스 GV 60 마그마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일상과 고성능의 경계를 허문 전기차
고성능 차량의 성능을 일상 환경에서 모두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든 그러한 성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성능이 일상 주행에서도 안정성과 여유로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GV60 마그마는 단순히 빠른 전기차가 아니다. 고출력 전기 파워트레인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한 차체 설계와 제어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여기에 가상 변속 시스템과 사운드 피드백을 통해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을 줄이고 운전자가 차량과 더욱 밀접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제한된 환경에서의 고속 주행까지 다양한 조건에서 경험한 GV60 마그마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전기차 시대에도 고성능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차량을 얼마나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운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GV60 마그마는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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