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지부진하던 007 게임 시리즈에 새로운 대작이 등장했다. 바로 오늘(27일) 정식 발매되는 ‘007 퍼스트 라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007 퍼스트 라이트’는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히트맨’ 시리즈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IO 인터렉티브’에서 개발을 맡았다는 점과 원작 소설과 007 영화 시리즈와는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로 등장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해 본 ‘007 퍼스트 라이트’는 방대한 콘텐츠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흥미로운 시스템으로 “언차티드 이후 이렇게 재미있게 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흥미진진한 요소가 가득한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소설도 영화에서도 다룬 적이 없는 007 넘버를 받기 전의 제임스 본드를 다루고 있다.
이에 언제나 냉철하고, 능수능란하게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원작과 달리 게임 속 제임스 본드는 쉽게 흥분하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원작 팬은 물론, 007 시리즈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본 기자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월이 흘러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007 시리즈를 특유의 분위기는 유지한 채 완전히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었다.
이전부터 007 영화는 최신 기술로 무장한 다양한 첩보 무기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만 시리즈의 역사가 63년이나 되다 보니 과거의 첩보 무기는 지금 보면 유치해 보이며, 현대적인 첩보 장르의 등장으로 특수 무기를 사용하는 007 시리즈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
하지만 ‘007 퍼스트 라이트’는 이러한 원작의 한계를 현대적인 기술과 강력한 캐릭터성으로 극복한 모습이다.
‘007 퍼스트 라이트’에는 다양한 첩보 무기가 등장한다. 구토를 유발하는 미세한 바늘을 발사하는 ‘스마트폰’, 전자 기기를 해킹하는 손목시계 ‘Q 와치’, 충격파를 발사해 상대를 비틀거리게 하는 ‘충격파 카메라’ 등 다양한 첩보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며, 총 4종의 무기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첩보 무기들은 잠입과 전투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되고, 가드에게 구토를 유발해 은근슬쩍 제한 장소에 진입하거나, 소매치기로 물품을 빼낼 수 있고, 충격파로 적들을 비틀거리게 한 뒤 빠르게 장소를 빠져나가는 등 실제 첩보 영화에 나올법한 상황을 연출한다.
여기에 영국 첩보 기관인 MI6의 수장인 M, 첩보 무기를 개발하는 괴짜 개발자 Q, 그리고 매력적인 비서인 ‘머니페니’ 등 원작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해 원작을 존중함과 동시에 게임의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표현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임의 진행은 크게 잠입과 전투 파트로 나뉜다. ‘007 퍼스트 라이트’는 아직 미숙한 첩보원인 만큼 적들이 살상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은 무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상대가 무기를 들어야 ‘살상 허가’가 발동되어 총격전을 진행할 수 있다.(이는 007이 살인을 저질러도 죄를 묻지 않는 ‘살인 면허’를 지니고 있다는 설정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잠입의 경우 ‘히트맨’ 시리즈의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인만큼 ‘히트맨’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 게임은 하나의 미션을 다양한 루트로 접근하여 해결할 수 있다. 이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훔쳐 듣거나, 소매치기 및 특정 장소에 잠입하여 단서를 찾을 수 있으며, 적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는 은신 루트부터 모든 방해자를 다 때려잡는 루트까지 다양한 형태로 미션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단서를 찾는 과정에서 제임스 본드 특유의 매력이 물씬 발휘되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돌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본드의 특성에 따라 잠입하다 발각이 되도 변명하거나 협박으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으며, 여심을 사로잡아 단서를 찾아내는 등 일반 남성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물론, 본드의 수려한 외모와 매력적인 농담, 은근히 홀리는 듯 아닌 듯한 유머를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다가오면 나라도 넘어가겠다.”라는 합리성(?)을 주지만 말이다.
전투는 크게 일반 전투와 총격전으로 나뉜다. 일반 전투는 적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타격으로 때려눕히는 육탄전이 벌어지며, 이 육탄전은 대부분의 보스전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
총격전은 그야말로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이 펼쳐진다. 첩보원인 만큼 제임스 본드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상대를 쓰러트려 총을 빼앗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펼쳐지며, 총기 액션과 폭발 액션 등이 정말 화려하게 구성되어 여느 대형 FPS 못지않은 화끈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순간적으로 등장하는 ‘QTE 액션’과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속도감과 임펙트는 확실한 ‘차량 추격전’. 그리고 아프리카, 베트남, 영국 등 세계 곳곳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수려한 그래픽 등 ‘007 퍼스트 라이트’는 액션 어드벤처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즐길 거리 가득한 선물 상자 같은 느낌으로 등장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본드의 ‘아치 애너미’ 즉 ‘숙적’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007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죠스’, ‘오드잡’, ‘블로펠드’ 등 매력적인 악역이 등장해 본드와 지독하게 엮이면서 인상 깊은 활약을 했는데, ‘007 퍼스트 라이트’는 이 악역의 목적이나 대립 과정이 다소 밋밋하다.
특히, 보스전 중 상당수가 직접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닌 주변 사물을 이용해 공략하는 일종의 퍼즐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 짜증을 유발할 정도이며, 이들의 최후 또한 고생한 것에 비해 약간 허무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러한 사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007 퍼스트 라이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낡아가던 ‘007’이라는 대형 IP를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한 모습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캐릭터와 게임이 매력적이라 ‘최소 3부작은 나올 것 같다.’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만약 007 원작의 팬이거나 “언차티드 이후 즐길만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없다.”라는 이들에게 ‘007 퍼스트 라이트’는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