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뮤직서버를 두대 쓰면 음악은 어떻게 변할까? Oladra(Server) + Presence(Player)
Oladra와 Presence, 서버와 플레이어를 분리하다
한창원 사람은 욕망의 동물 아니겠습니까?
김진수 그렇죠. 욕망의 동물입니다. 지금 제가 욕망에 빠졌습니다.
한창원 그래서 구형 Oladra를 뮤직 서버로 쓰고, Presence 신형을 뮤직 플레이어로 쓰는 구성으로 바꿨습니다. 지금까지는 Esoteric이 네트워크 스트리밍 DAC 역할을 했거든요. 그런데 스트리밍을 Presence로 하고, Esoteric은 DAC로만 쓰도록 USB 연결로 바꾼 겁니다.

한창원 참고로 지금 Esoteric N1에는 ANSUZ D-TC3 Gold Signature 이더넷 케이블이 들어가 있고요. Presence와 N1을 연결한 USB 케이블은 ANSUZ Digitalz D3입니다. Gold Signature보다 3단계 더 낮은 제품이거든요. D-TC3 Supreme이 있고, D-TC3가 있고, D3가 있으니까요. 케이블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케이블 등급이 낮은 상태에서 서버, 스트리머, DAC를 분리했을 때 무슨 소리가 나는지 우리의 욕망을 한번 실현시켜 보겠습니다.
무슨 소리가 날지 예상이 되십니까?
김진수 예상은 안 됩니다. 왜냐하면 제가 Oladra 두 대를 썼던 소리까지는 들어봤으니까 대충 어떻게 나오겠다는 걸 알겠는데, 이걸 Oladra와 Presence 두 대로 다시 나눠서 쓴다고 하면 도대체 무슨 소리가 나올지 이번에는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것 같습니다.

한창원 그렇죠? Presence 때는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뛰어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더 이상 어떻게 좋아질 수 있다는 거지, 그 단계까지 간 겁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음악1 Sara Bareilles - Once Upon Another Time(Oladra + Presence)
한창원 왜 이렇게 심각해지셨어요?
김진수 아, 이게 뭐라고 얘기해야 될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한창원 되게 생소하죠?
김진수 Oladra 하나를 썼을 때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게 질감이었고, Presence를 썼을 때는 거기에 입체감과 해상력이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Oladra에서 느꼈던 질감에 입체감과 해상력이 더해졌는데, 이 두 대를 같이 쓰니까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은 '이게 무슨 소리지?', '이도 저도 아닌데?'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창원 가장 큰 차이는 일단 콘서트홀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아까는 공연장 앞쪽에서 들었다면, Oladra와 Presence가 결합하니까 정말 콘서트홀이 커지고 가수가 훨씬 멀어졌습니다.

노래 초반부와 중반부에 뒤에서 '쿵' 하고 무언가 약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나잖아요. 아까도 그 소리가 들렸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 소리가 가수와 쿵 하고 떨어진 물체 사이의 거리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런 부분까지 정말 리얼합니다. 진짜 큰 공연장 1층 중반부 정도의 자리에서 실제 공연을 보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여기 중반부에 등장하는 악기를 찾아봤더니 하모니움이라는 악기랍니다. 그게 연주될 때 아까 Oladra에서는 분명히 하모니움과 여자 보컬이 약간 중첩됐었는데, Presence로 갔더니 그게 딱 분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모니움은 딱 자기 사이즈로 있고, 보컬은 보컬대로 실제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건 해상력이라고 얘기하면 안 되고 그냥 리얼함 그 자체입니다. 제가 얼마 전부터 자주 쓰던 말이 '하이퍼 리얼리즘'인데요. 이건 하이퍼 리얼리즘을 벗어난 더 높은 단계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실제하는 듯한 리얼리즘 그 자체라고 얘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고역의 엣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노이즈였다면?
김진수단계가 올라갈수록 디지털스러운 해상력이나 분리도를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대로 분리하면 더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라는 거죠.
한창원 제가 왜 이 소리를 두고 '생소하시죠?'라고 여쭤봤냐면, 고역 음 끝의 엣지가 아까보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김진수 줄어든 느낌입니다.

한창원 그런데 아까 들었던 음의 엣지가 원래 있던 음의 엣지가 아니라 '디지털의 거칠음이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김진수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한창원 그래서 우리는 여태껏 그 거칠음 속에서 음악을 들었던 겁니다. Oladra도 최고의 뮤직 서버고 Presence는 그걸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왔다고 해서 오늘 그걸 검증하는 리뷰를 하고 있는데요. 단계별로 노이즈라는 노이즈를 다 줄여봤더니 디지털에서 이렇게 깨끗한 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따 다른 음악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 곡에 있는 고역 정보가 그대로 나온 겁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노이즈나 프론트엔드 쪽에서 만들어지는 거칠음을 우리가 크리스피함으로 들었던 거죠. 지금은 음 끝이 아주 부드러운 솜털 같고, 벨벳 같은 느낌의 고역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이런 고역이었구나'라는 걸 처음 경험하게 되는 거죠.
두 번째로 '나 어떡해'는 어떻게 변하는지 보겠습니다. 과연 '나 어떡해'에서도 고역의 숨이 죽는지, 그렇다면 이 매칭은 조금 이상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죠. 들어보시죠.
음악2 샌드 페블즈 - 나 어떡해(Oladra + Presence)
김진수 이게 아까와 또 반대네요. 고역이 죽지는 않았는데요?
한창원 우리가 들었던 오디오파일용 샘플러에 들어 있는 음원들이 고역의 숨을 다 죽여놓은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 오디오에서 거칠게 나오니까요.

솔직히 '나 어떡해' 대학가요제 녹음이 거의 오디오파일용 샘플러처럼 나오지 않았습니까? 아까 Presence 하나를 썼을 때보다 고역이 훨씬 더 샤프하게, 굉장히 날을 세우면서 올라가는데 소리는 더 부담스럽지 않아졌습니다.
결정적으로 악기들이 다 작아졌습니다. 더 실제 사이즈에 가까워졌다는 겁니다. 드럼 사이즈가 분명히 아까보다 작아졌어요. 그래서 '저때 녹음은 드럼을 과하게 녹음했구나'라고 생각했었죠. 스네어 드럼은 오른쪽 끝에서 나오고 심벌 소리는 이쪽에서 나와서 '드러머가 가제트 팔이다'라는 얘기도 했잖아요?


한창원 그런데 드럼 사이즈가 작아졌습니다. 그러니까 녹음이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이 노이즈에 의해서 소리를 부풀렸던 겁니다. 그리고 남자 보컬의 음색이 정말 투명하고 맑아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아까 기타 소리에 소름 돋았다고 하셨잖아요? 기타 소리도 작아졌습니다. 아까처럼 기타가 도드라지게 나오지 않으면서 딱 음악에 맞는 사이즈로 나옵니다.
더 재미있는 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옛날 녹음이니까 악기들의 소리가 약간 뭉치는구나라고 들렸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최고 수준의 서버 두 대를 이용해서 서버와 플레이어로 분리했더니 악기 소리가 하나도 뭉치지 않으면서 마치 오디오파일용 음반처럼 나왔습니다.
리뷰가 끝나면 김진수 님 신청곡을 받아서 세 곡 정도 평소에 익숙한 곡을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느낌이 완전히 다를 겁니다. 잠깐 들려드려볼까요?
김진수 Presence는 두 대를 쓰면 어떻게 될까요?
한창원 Presence 두 대 리뷰는 조만간 해볼 겁니다. 지금 한 대밖에 없어서요. 끝이 없겠죠?
김진수 두 대 쓰면 무슨 소리가 날까 궁금해지는데요.
음악3 Musica Nuda - I will Survive(Oladra + Presence)
한창원 이거 들어보세요. 이 음악의 고역이 어떤지 들어보면 우리가 듣던 그런 고역의 엣지는 없습니다. 그 엣지는 노이즈였던 거지, 이 곡에 들어 있던 고역의 엣지가 아니었다는 진실을 지금 이 자리에서 알게 된 겁니다.
김진수 와, 굵기감이요.
한창원 굉장히 부드럽죠?
김진수 부드러운 것도 부드러운 건데 굵기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해상력이 아니라 에너지감, 디지털 고역의 새로운 경험
한창원 고역이 크리스피한 게 아니라 굉장히 청명합니다. 정말 맑고 깨끗하고 상큼한 보컬의 고역이 나오잖아요. 고역, 중역, 저역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감이 있다는 겁니다.

김진수 님이 얘기하셨던 게, 아날로그에서 들으면 고역의 에너지가 굉장히 잘 나오는데 디지털에서는 그런 고역 에너지가 안 나오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깊이 공감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 디지털의 고역 에너지는요. 이런 말 해도 되나 싶지만 에너지감이 장난 아닙니다.
김진수 저는 서버와 플레이어로 나눴을 때 가장 큰 특징은 무조건 에너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해상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고역이 좋아지는 건 아니거든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고역을 계속 비교하면서 느꼈던 거지만, 근래에 들어서 디지털에서 안 되는 이유가 해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결론은 에너지감이 없었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김진수 그런데 요즘 단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고역, 중역, 저역에 대한 에너지감들이 확실하게 더 많이 붙더라고요.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대편성을 들어도 밀고 나올 때는 그냥 '우왁' 하고 엄청나게 밀고 나옵니다. 그러다가 뒤로 조용히 사라질 때는 갑자기 다 사라져버립니다. 그런 것들이 너무 잘 표현되는 게 Oladra와 Presence를 같이 썼을 때의 가장 큰 효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풍성하면서도 깊고 정확한 저역
한창원 저희가 작년, 재작년에 BOP도 테스트해보고 허브와 ANSUZ 디지털 케이블을 테스트해보면서 '저역이 잘 나온다'고 했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요즘 하이엔드 오디오로 70~80년대 가요나 록을 못 들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요새 '80년대 들었던 전축 감성을 느낀다'는 말을 자주 하잖아요. 가장 큰 이유가 이렇게 무게감 있는 저역이 안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저역 아래에 받쳐주는 걸 보세요. 킥드럼 사이즈 그대로입니다. 이건 풍성한 저역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풍성한 저역이 들어가 있는 곡이니까 저역이 풍성하게 나오는 거죠.
중요한 건 우리가 늘 얘기하는 딥베이스가 안 내려가고 중저역이 부푸는 소리냐, 저역의 디테일이 나오지 않는 단순한 저역의 양감이냐는 겁니다. 그게 아닙니다. 디테일은 다 나오고 깊게 내려가면서 음원에 있는 풍성한 저역의 양감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런 옛날 가요와 록 음악들이 멋지게 80년대 전축 감성으로 나오면서도 훨씬 더 초고해상도의 음악으로 나온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죠.
다운스트림 보정이 아니라 소스 단계부터 관리한다
한창원 결국 Presence에 대해 얘기하면 Oladra 쪽의 이야기는 이겁니다. 다운스트림 보정이 아니라 소스 단계부터 관리를 한다.

일반적으로 DAC단에서 갈바닉 아이솔레이션을 한다든가, PLL이나 비동기식 USB 등을 사용해서 이미 발생한 노이즈와 타이밍 오차를 사후에 보정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클럭킹이나 아이솔레이션 같은 후처리는 신호의 표면은 다듬어도 신호가 만들어진 조건 자체는 되돌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미 흙탕물이 되어 있거나 소금과 설탕이 섞여버린 상태에서는 다시 분리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소금과 설탕이 섞이지 않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창원 그래서 Presence는 메인보드부터 시작해서 모든 하드웨어, 연산, 메모리, 전원,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아키텍처로 처음부터 설계한 뮤직 서버입니다. 말 그대로 '오디오 전용 컴퓨터'이기 때문에 이런 환상적인 사운드를 내줬다고 얘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진짜 LP와 비교 가능
한창원 이 정도면 진짜 LP와 비교를 해봐도 됩니다. 그러면 뭐가 다르냐는 겁니다. LP는 LP 자체의 럼블 같은 것으로 인해 왜곡이 있죠. 디지털 역시 노이즈에 대한 왜곡이 있고, 둘 다 왜곡이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LP가 정현파를 정확하게 재생하지 못하는 건 아시죠? LP에서 1kHz를 재생해서 녹음한 다음 측정해보면 정확하게 1kHz만 내지 못합니다. 계속 999Hz, 997Hz, 1001Hz 식으로 약간의 오차가 있습니다.

LP판의 물리적인 한계와 왼쪽과 오른쪽의 편차 같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소리가 약간 울렁거리게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울렁거림이 음악적으로는 훨씬 유리한 쪽으로 작용하는 왜곡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 명연주자들이 악보 그대로만 연주하지 않잖아요. 음계를 연주할 때 어느 부분은 살짝 느리게 연주하고, 어느 부분은 살짝 빠르게 하고, 어느 부분은 강하게 하고 또 약하게 하면서 음악을 다채롭게 만듭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이 훨씬 음악적이라고 느끼는 것처럼요.
LP 역시 약간 비정형적으로 왜곡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을 들을 때 더 음악적으로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면, 디지털은 굉장히 정확한 소리를 냅니다. 그런데 지금은 LP처럼 고역, 중역, 저역의 에너지를 살리면서 정확함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방금 들은 '나 어떡해'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죠. 김진수 님은 LP를 많이 하시니까 아날로그 시스템을 꾸며서 이 정도 사운드를 만들어보려면 어느 정도 투자가 들어가야 할지, 소위 말해 견적을 한번 뽑아보면 견적가가 잘 나오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 정도 고해상도에 이 정도 정위감, 이 정도 입체감과 스케일을 만들려면 도대체 플레이어는 어느 정도를 써야 하고, 카트리지는 어느 정도를 써야 하며, 포노앰프는 어디까지 가야 이 정도 소리가 나올까요. 정말 견적이 나오지 않는 수준의 디지털 사운드가 나오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오디오는 결국 경험이다
한창원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영상으로 보시면 둘이 앉아서 '그냥 좋다고 하고 있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제3자의 입장에서 저희 영상을 봐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창원 그래서 원래 오늘은 그냥 리뷰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소리는 정말 혼자 듣기 아까워서 이 시스템 그대로 다음 주 토요일에 시청회를 하려고 합니다.
김진수 한번쯤 오셔서 들어보세요.
한창원 이건 들어보지 않고서는 저희가 아무리 설명해도 와닿는 얘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고역이 굉장히 실키하고요', '중역은 너무 부드럽고요', '저역은 아주 편안하게 에포트리스하게 툭툭 떨어지고요'라고 하는 게 그동안 우리가 리뷰하던 방식이었다면, 이 시스템에서는 계속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저희가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겁니다.
김진수 진짜 그 정도 사운드인지 직접 경험해보시면 오늘 이 리뷰가 이해되실 겁니다. 오디오는 다른 분들도 누누이 얘기하지만 경험입니다. 결론은 경험입니다.

한창원 여기서 디지털이 어떻고, 디지털 케이블이 효과가 있네 없네 그렇게 매일 얘기들을 하는데, 그분들은 왜 안 오실까요?
김진수 그러니까요.
한창원 한번 와 보시죠. 와서 들어보세요.
김진수 이건 사담인데, 얼마전에 제가 접지 케이블을 가지고 세팅을 했습니다. 사실 접지 케이블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기계하고 접지를 연결시키는 케이블입니다. 그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결론을 못 내려서 아들을 불렀어요.
앉혀놓고 '야, 이거 내가 바꿀 테니까 들어보고 얘기해줘'라고 한 다음 두 가지를 비교해서 들었습니다. 제가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제 아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다 얘기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넌 어느 게 낫니?'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고역이 조금 더 열려 있고 고역이 더 잘 들리는 A라는 제품이 낫다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다 다릅니다.

김진수 접지 케이블 하나 가지고 뭐가 바뀌냐고 얘기하지만 디지털 케이블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바뀝니다. 결론은 오디오는 경험이니까 진짜 못 믿으시겠으면 와서 들어보고 판단해보시면 됩니다.
Esoteric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한번 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Esoteric에 불만이 있으신 분들은 오셔서 들어보시면 새로운 세팅 방법을 배워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창원 오늘 Presence 리뷰지만 Esoteric의 재발견이고, Göbel 스피커의 또 다른 면모이기도 합니다.
접지 케이블 말씀을 하셨는데 접지를 잘하면 무슨 일이 발생하느냐는 겁니다. 기준 전위가 덜 흔들리니까 양쪽 스피커의 일체감이 좋아집니다.
심지어 스피커는 지금 타임 얼라인먼트를 맞추겠다고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의 수직 각도까지 조절합니다. 이것도 마찬가지잖아요. 이 정도로 해놨는데도 좌우가 흔들리는 겁니다.

한창원 그래서 여기서 또 말씀드립니다. 스피커와 앰프는 정말 억울했습니다. 기준 전위를 맞추고 노이즈를 없애고, 뮤직 서버가 노이즈를 최소화했더니 디지털에서 이 정도 소리까지 나온다는 것. 이게 결론입니다.
그러면 아까 말씀드렸죠. 김진수 님 신청곡 세 곡 받겠습니다. 무슨 곡을 들어보시겠습니까?
김진수 일단 말러를 듣죠. 말러 8번이요.
한창원 말러 8번이요?
김진수 제가 요즘 6~7년 전에 사놓은 Georg Solti LP판을 어젠가 그제 두 장 연달아서 앉아서 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러 8번 마지막 장에 있는 걸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4 말러 교향곡 8번 - 천인 교향곡(Oladra + Presence)
한창원 지금 이 곡에서요. 이 곡을 평소에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번 들었던 곡인데, 가장 다른 점은 도입부에서 그 음들이 저렇게 선명하고 영롱하고 맑게 나오는 겁니다. 저쪽에서 레이저 빛이 번쩍번쩍하는 듯이 이렇게 선명하게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중반부에 합창이 딱 등장하잖아요? 보통 오디오 리뷰할 때 '합창단원의 수가 늘었다'는 얘기를 많이 하죠. 그런데 사실 우리가 콘서트홀에 가서 실제 연주를 보면 합창단원 수를 못 셉니다.
왜냐하면 콘서트홀 전체가 내주는 앰비언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콘서트홀에 가서 들으면 핀포커싱이 들리는 게 아니라 콘서트홀의 울림이 들립니다. 우리가 레코딩으로 듣는 것처럼 핀포커싱이 나오고 그러지 않거든요.
합창단원의 수를 느끼는 게 아니라, 다른 말로 '천인교향곡'이잖아요. 정말 합창단원이 펼쳐지는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드디어 오케스트라 총주가 나오면서 스케일이 나오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진짜 진정한 스케일 아닐까요?

김진수 맞습니다. 그거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저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에너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들의 에너지감이 없으면 감동이 있는 진한 느낌으로 확 쏟아져 나와야 할 부분이 무언가 나오다 마는 듯한 느낌이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런데 확실히 들어보면 이렇게 잘 되어 있는 시스템, 비싼 것, 좋은 것들은 에너지감들이 확실하게 살아 있습니다. 제가 요즘 말러 8번을 자꾸 듣는 이유가 합창단의 목소리가 구분되어 있는 소리와 합창단과 악기 사이에 있는 소리 때문입니다.
지금도 보시면 따로 분리되어 있거든요. 합창단이 뒤에 있고 연주하는 공간이 따로 있는데, 악기 연주 소리가 공간에 싹 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거기에 악기들이 밀고 나오는 소리가 정말 에너지감이 장난 아닙니다.

한창원 이 에너지감과 스케일은 가공된 느낌이 전혀 없이 진짜 콘서트홀에서 느끼는 거대한 스케일과 거대한 에너지입니다. 에너지가 엄청나게 응축되어 있고 주체 못할 정도로 나오는 게 아니라, 콘서트홀에서는 소리가 확 퍼지면서 내 몸을 두둥실 들어올리는 듯한 자연스러운 에너지감이 있거든요.

한창원 Comtesse는 Göbel 스피커 Divin 시리즈 중에서 제일 작은 모델입니다. 물론 여기서 위로 올라가면 더 거대해진다기보다는 더 편안해지겠죠. 정말 편안한 스케일, 실제하는 듯한 에너지감입니다.
말러를 이렇게까지 들을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기존 평가 용어로 오디오 리뷰식으로 얘기하면 정말 합창단원 천 명이 다 보이는 듯하면서,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와 콘서트홀이 만들어내는 사운드가 그대로 나왔다고 얘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김진수 이런 걸 다 떠나서 그냥 몸이 반응합니다. 몸에서 전율이 쫙 올라오면서 소름이 싹 돋습니다. 이건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들어보면 됩니다. 그게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어서 나중에 정말 한번 꼭 와서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곡은 늘 듣던 'I'm Free'입니다.
한창원 그러면 또 오디오파일 음악, 디지털스러운 음악으로 한번 들어봐야죠.
음악5 Symbolico - 'I'm Free'(Oladra + Presence)
김진수 와, 다르네요. 대단하네요. 이게 전자음악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전자음악이잖아요? 예전에 들으면 정말 디지털스러웠거든요. 디지털스러워서 해상력과 분리도가 있다는 느낌으로 많이 들었는데, 일단은 전자음 같지가 않습니다. 굉장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한창원 초반부 소리는 자연의 소리를 녹음한 거니까요. 전자음악을 베이스로 하겠지만 어쿠스틱한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는 음악이죠.

김진수 저역이 그림을 그리네요. 저역이 그냥 그림을 그리듯 나옵니다. 저역이 단순히 나오는 게 아니라 저역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흐름이 보일 정도입니다.
한창원 어느 저역은 동그랗게 나오고, 어느 저역은 약간 사각형으로 나오고, 어느 저역은 삼각형으로 나오고,
김진수 여기에서 저기로 흘러가면서 나오는 듯한 느낌들이 많이 살아 있습니다. 보통은 그냥 텐션감 있는 저역으로 '둥' 하고 느껴졌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확실히 저역의 그림들이 더 잘 보입니다.

한창원 안 보였던 게 보이는 거죠. 이 곡이 처음에는 바닷가 같습니다. 뱃고동 소리도 들리고 갈매기 소리도 들립니다. 예전에는 굉장히 넓은 바닷가의 느낌이었다면, 오히려 지금 이 곡에서는 그렇게 넓다기보다는 각 소리들이 너무 생동감 있게 다가오니까 그 리얼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곡이 원래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1분 50초에서 2분 정도가 될 때 타악기가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예전에는 앞의 2분 동안 그 소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커지면서 계속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한창원 정말 드라마틱하게 음악이 전개되고 있다는 느낌으로 가다가 타악기가 딱 등장합니다. 여기에서 김진수 님이 얘기한 에너지감이 나옵니다. 타악기 소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정말 단단합니다. 지금까지 소리는 그냥 풍선 터지는 소리였구나 싶습니다
풍선에서 약간 텐션감이 있는 소리였다면 지금은 정말 돌덩이 같은 중역대의 타악기가 돌덩이 같은 주먹으로 나를 퍽퍽 때리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저역이 '웅' 하고 나오는데 이 공간 자체가 정말 대단합니다. 내 뒷공간까지 저역이 한번 휙 휘몰아치고 가는 듯합니다. 이건 진짜 많이 다릅니다.
직접 들어보지 않고서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스케일의 사운드입니다.
김진수 여기 오시는 분들은 오시기 전에 집에서 Symbolico의 'I'm Free'를 한번 듣고 와보세요. 한번 들어보시고 오시면 확연하게 차이가 날 겁니다.

한창원 샌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도 TIDAL에 있거든요. 그것도 한번 들어보세요. 그 곡을 우리가 지금 거의 맥스 볼륨까지 올려서 듣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큰 볼륨으로 그 음악을 끝까지 들을 수 있는지 한번 들어보세요. 그거 못 듣습니다. 정말 못 듣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마지막에 거의 오디오파일용 레코딩이라고 할 정도로 진짜 깨끗하고 강력한 오디오적 쾌감이 극대화되는 음악으로 들렸잖아요.
자, 마지막 곡 하나 더 골라보시죠. 마지막 곡은 무엇으로 할까요?
김진수 Fabio Biondi의 비발디 사계 '겨울'이요. 제가 이 곡도 요즘 빠져 있는 앨범입니다.
음악6 Fabio Biondi - 비발디 사계 '겨울'(Oladra + Presence)
김진수 들으셨죠? 엄청난 에너지감입니다.
한창원 저는 뭘 느꼈냐면요. '어? 이거 녹음이 좀 이상하다?'였습니다.
제가 아까 앞으로 돌려본 이유가 이 곡이 처음 시작할 때는 저 멀리서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짠짠짠짠짠짠'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오더니 Fabio Biondi의 연주가 시작되고 반주가 커질 때 물리적으로 앞으로 확 다가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Fabio Biondi는 예전에도 말씀드렸던 내용이지만 1990년대 CD 시절에 오디오파일들에게 굉장히 인기 있었던 음악입니다. 분명히 LP에 비해서 CD는 고역이 많이 롤오프되어 있다 보니까 기존의 LP를 CD로 들으면 소리가 약간 밋밋했거든요.
그때 Harmonia Mundi라든가 OPUS111 같은 신규 마이너 레이블들이 나오면서 Herreweghe, Fabio Biondi, Carmignola, Jordi Savall 같은 연주자들의 녹음이 굉장히 엣지 있게 녹음됐습니다. 그래서 그때 오디오파일들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창원 그런데 그걸 여기에서 들어보니까 '이 녹음 자체가 조미료를 많이 친 녹음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역은 약간 올려놓은 것 같고, 음색도 과연 실제 콘서트홀에 가서 이렇게 진한 음색의 현이 나온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저 멀리서 시작하다가 레코딩에서 약간 게인을 올린 것 같은 디테일까지 지금 이 시스템이 다 잡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질적인 부분을 얘기하면 이것도 최근에 들어서 재발견한 것인데, 이 연주자들이 연주하면서 어느 음은 조금씩 강하게 연주했다가 그다음에는 확 숨을 빼고, 어느 부분에는 액센트를 탁탁탁 넣는 연주의 기교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음악이 진짜 재미있게 들리는 것이고, 한번 시작하면 요새는 정말 음악을 계속 듣게 되는 상황이 되는 거겠죠.
김진수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들어봐도 확실히 그렇습니다. 제가 이 앨범 전체에서 느끼는 것은 저도 사계를 여러 가지로 들어보지만 연주 자체가 굉장히 액티브하다고 해야 할까요. 액티브한 느낌입니다.

한창원 굉장히 파격적으로 연주했죠.
김진수 액티브한 느낌인데 이런 액티브한 느낌을 잘 살려주지 못하는 시스템들이 있습니다. 제 시스템으로 들어봐도 이 정도 느낌은 아니거든요. 확실히 디지털이 좋아지면서 아날로그가 낼 수 있었던 액티브한 느낌들도 같이 내줄 수 있게 되는구나라는 걸 요즘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창원 그러면 말 나온 김에 원래 사계 하면 예전에는 I Musici의 연주가 거의 교과서적인 연주였잖아요. 그런데 디지털로 들으면 굉장히 심심하고 별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LP로 들으면 훨씬 좋게 들리지만요. I Musici의 '겨울' 한번 가보죠.
음악7 I Musici - 비발디 사계 '겨울'(Oladra + Presence)
한창원 그렇죠? 제가 아까 Fabio Biondi 사계 연주에서 양념을 많이 친 것 같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했는데, 이 곡을 들어보니까 사계 레퍼런스 곡이 바뀔 것 같은데요?
I Musici가 사계를 굉장히 많이 연주했습니다. 그런데 정보량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방금 들으신 사계가 1959년 녹음입니다.
김진수 아, 이게요?
한창원 말씀드리잖아요. 1960년 전후의 레코딩이 제일 좋았습니다. 믹싱과 마스터링 자체가 거의 없으니까 녹음한 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합니다. 지금은 후보정이 너무 자유로우니까 녹음하다 이상하면 후보정해서 내보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소리가 가공되고 인위적으로 느껴진다면, 이건 진짜 살아 움직입니다.
김진수 아까 이 곡을 찾으려고 몇 곡을 이렇게 들으셨잖아요. 그때 제가 느꼈던 건 '야, 이걸 이렇게 적나라하게 다 표현해주네?'였습니다. 곡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적나라하게 다 달라집니다.

'이건 다른 곡, 이건 또 다른 곡'이라고 알려주지 않으셔도 다 표현되니까 '이게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녹음과 가공된 녹음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스템
한창원 이걸 정리하면 Sarah Bareilles에서는 우리가 평소 듣던 것보다 음의 엣지가 많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그 녹음 자체가 고역이 부드럽게 녹음된 곡이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샌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로 갔더니 진짜 베일 듯한 심벌의 고역이 위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말러 천인교향곡에서는 합창단원의 수를 세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콘서트홀의 울림이 그대로 나왔습니다.
지금 Fabio Biondi의 사계와 I Musici의 사계를 비교해보면 공간감이나 정보량에서 1990년대 녹음은 디테일이 많이 생략되고 무언가 양념을 쳐서 인위적으로 소리를 예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김진수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다 보여준다는 겁니다.
한창원 음식으로 말하면 정말 좋은 재료를 가지고 아주 최소한의 양념으로 만든 음식과, 재료가 좋지 않으니까 각종 양념을 혼합해서 만든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맛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Oladra Presence, 홀로그래픽을 넘어 현실감의 시대로
한창원 지금까지 정말 긴 시간 Antipodes사에서 새로 런칭한 Oladra라는 브랜드에서 새롭게 플래그십으로 발표된 Presence 뮤직 서버를 리뷰해봤습니다.
정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앞단 프론트엔드에서 저렇게 해주니까 백엔드 쪽에서 이런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한창원 우리가 그동안 '소리'를 들어왔다면 이제는 진정한 음악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가 홀로그래픽적인 입체감으로 만족했다면, Presence는 실제와 같은 현실감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줬다고 평가해도 되는 기기 같습니다.
김진수 하여튼 오늘 두 가지 비교도 해보고 각각 비교도 해봤는데 확실히 좋긴 좋네요. 너무 좋습니다. 좋은 자리에 불러주셔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면서 같이 들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여기에서 시청회를 하신다고 하니까 꼭 한번 오셔서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Oladra도 들어보고 Presence도 들어보고, Esoteric도 새로운 느낌으로 들어보고, Göbel 스피커도 들어보시면 아마 색다른 경험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에도 또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실 것을 기약하면서 저희는 여기서 그만 마쳐야 될 것 같습니다.
한창원 알겠습니다. 오늘 또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시고 긴 시간 영상 촬영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진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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