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단이 세상을 구한다
역사적으로 이런 일은 없었다. 아니 동학농민혁명, 3·1 운동 이후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민초의 난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민초단’이라는 마이너 한 취향모임이 기어코 ‘민트초코’를 대한민국 유행으로 올려놓은 사건이다. 많은 연예인, 심지어 정치인들 마저도 민초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였다.
민초단이 아니었던 나는 숨죽여 그들의 활동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도대체 민트와 초코의 조합이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한국에서 유행을 하게 된 거지? 세상이 나를 두고 몰래카메라를 찍는 거 아니야?
그러다 알게 되었다. 민초단을 결성하기 전에 역할을 한 한 우유의 이야기를.
덴마크우유에서 온 민트초코
시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편의점 우유코너에는 바나나맛 우유, 초코우유, 딸기우유 가운데 함정카드가 있었다. ‘덴마크 민트초코우유’다. 당시는 민트초코의 맛이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 제품에는 ‘블링블링 달콤한 첫키스의 맛’이라고 적혀있었고, 이에 혹한 아이들이 이 우유를 마셨다가 초코우유와 양치질을 동시에 하는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그때는 민트에 대한 개념이 없었을 때다).
도대체 이런 우유를 왜 냈을까? 아마도 추정컨대 덴마크 우유에 민트에 미친 자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이미 이 제품 이전에 덴마크우유에는 ‘민트라떼’가 있었고, 드링킹 요구르트 민트, 페퍼민트 밀크티까지 선구자적인 민트우유를 출시했다. 민트초코계의 문익점, 아니 믹인점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이 글을 보신다면 언젠가 마시즘에 메일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당신의 정체가 알고 싶다).
가장 맛있는 민트초코우유를 찾아서
덴마크 민트초코우유는 민트초코 매니아들에게는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그런데 1+1을 자주 하는) 민트초코제품이었고, 민트초코 초심자들에게는 달콤한 맛이 강해서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는 음료였다.
민트초코우유 매니아들이 늘어나자 이런 해프닝도 생겼다. 같은 덴마크 민트초코우유인데 우유갑에 쓰여있는 검수관 이름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민트초코우유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김현복씨 이름이 적힌 민트초코우유를 찾는 게 유행이 되었다.
불호가 있음에도 뜨거운 호를 가진 민트초코우유 매니아들은 모여서 스스로를 이렇게 불렀다. 민초단. 그리고 그들은 이런 문구를 걸었다. “민트초코가 세상을 구한다”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민초단의 역습
대중들에게 치약맛 음식을 먹는다고 억압을 받던 민트초코매니아들이 ‘민초단’을 결성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민트초코 좋아하세요?” 그리고 반대급부의 사람들을 ‘반민초’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대한민국이 둘로 나뉘게 되었다. 민초단과 반민초. 그들은 서로에게 “민트초코를 모르면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것이다”, “민트초코를 먹는 사람과는 겸상을 안 한다”며 전투를 하게 했다. 사실 요즘을 생각하면 극단적인 표현이나 혐오는 적었다. 민트초코는 가장 안전한 진영논쟁이자 성향 테스트였으니까.
민초단인가 반민초인가는 자신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그것이 연예인들에게 번지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이 등장하면 ‘민트초코 좋아하세요’를 물어보게 된 것. 그렇게 유명인 민초단 리스트들이 온라인에 돌기 시작하고, 최애를 따라 민트초코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이 일의 시작점이 된 덴마크 민트초코우유는 어떻게 되었을까?
덴마크 민트초코우유… 자연사
민초단이 유명해지면서 온갖 민트초코 제품이 나왔다. 심지어는 ‘민초단’이라는 민트초코제품만 만드는 브랜드까지 생겼다. 이렇게 민초단이 세상을 구했지만, 그들도 덴마크 민트초코우유를 구하진 못했다. 단종.. 아니 자연사되었거든.
덴마크 민트초코우유가 단종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민트초코의 유행이 식었기 때문이 아니라, 민트초코제품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가 아닐까 싶다. 2014년에는 (배스킨라빈스와 함께) 유이한 민트초코콘텐츠였던 덴마크 민트초코우유가 민초단이 난립한 2021년에는 가장 평범한 민트초코콘텐츠가 되었다.
매주, 매달 새로운 민트초코제품이 나오고, 민트초코에 대한 선택지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마시는 사람들이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10년을 버티고 어느 날 편의점 우유코너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운 취향이 정체성이 되는 시대
반민초인 나는 덴마크 민트초코우유의 맛이 그립진 않지만, 이 제품을 둘러싼 열띤 반응과 토론들은 그립다. 민트초코가 뭐라고, 오이를 싫어하는 게 뭐라고,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게 뭐라고 우리는 여기에 진심을 담아 외치던 시대를 살았다는 게 흥미롭다.
비록 제품은 사라졌지만 취향은 영원하다. 여러분의 정체성이 되는 취향은 무엇인가. 그전에 당신은 민초단인가 반민초인가?
<제공 : 마시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