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중형 전기 SUV '7X'를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국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가격 경쟁력 중심에서 기술력과 상품성으로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중형 전기 SUV '7X'를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커는 기존 중국 브랜드와 차별화된 '테크 럭셔리'를 강조하며 첨단 기술과 고급 편의사양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달 본격적인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한 지커 7X는 강력한 전기모터 성능과 넓은 실내 공간, 다양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부분이 특징이다. 특히 최상위 울트라 트림은 최고출력 645마력의 듀얼모터 사륜구동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까지 갖춰 고성능 전기 SUV와 럭셔리 패밀리 SUV의 성격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리고 지커 7X 울트라를 직접 운전하며 경험한 첫인상은 출력과 공간 활용성에서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전달했지만, 패밀리 SUV에 요구되는 승차감과 회생제동의 세밀한 조율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승을 통해 확인한 것은 첨단 기술과 풍부한 편의사양이 곧바로 럭셔리한 주행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커 7X는 기존 중국 전기차에 대한 선입견을 바꿀 만한 상품성을 갖췄지만,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오랜 시간 다듬어 온 승차감과 감성 품질에서는 다소 다른 방향을 보여줬다.
지커 7X는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SE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중형 SUV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국 전기차의 새로운 접근, 넓은 공간과 풍부한 편의사양
지커 7X는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SE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중형 SUV로, 전장 4800mm, 전폭 1920mm, 전고 1650mm의 차체 크기를 갖췄다. 휠베이스는 2900mm로 동급 중형 SUV 가운데서도 긴 편이며, 이러한 차체 구성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외관은 기존 중국 자동차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화려한 장식이나 복잡한 디자인 요소보다 간결한 차체 표면과 조명 기술을 강조한 모습이다. 지커가 '히든 에너지'라고 부르는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전면부에는 차체 폭을 가로지르는 스타게이트 라이트를 적용했고, 측면에서는 완만하게 낮아지는 루프라인과 매끄러운 차체 표면을 통해 미래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외관은 기존 중국 자동차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화려한 장식이나 복잡한 디자인 요소보다 간결한 차체 표면과 조명 기술을 강조한 모습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특히 전면부 스타게이트 라이트는 1831개의 LED를 활용해 다양한 주간주행등 시그니처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에서 완성된 디자인은 과도한 장식보다는 간결한 형태와 첨단 조명 기술을 통해 브랜드의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실내에서는 외관보다 더욱 적극적인 변화가 느껴진다. 운전석 앞 디지털 계기판과 중앙에 배치된 16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차량의 주요 기능을 제어하도록 구성했고, 다양한 메뉴와 세부 설정을 통해 운전자가 원하는 환경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지커 7X 실내에서는 외관보다 더욱 적극적인 변화가 느껴진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실제로 차량에 탑승하면 기존 자동차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기능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세부 기능을 조작하는 방식은 신선했고, 실내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과 편의사양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느껴졌다. 다만 기능이 지나치게 다양하다 보니 일부 조작 방식에서는 익숙한 자동차와 다른 이질감도 있었다.
해당 모델의 또 하나 장점은 공간 활용성으로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2열 무릎 공간이 상당히 여유롭고, 성인이 탑승해도 답답함이 적다. 실제 7X의 2열 레그룸은 최대 1187mm이며, 실내 곳곳에는 32개의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센터콘솔에 적용된 5.3리터 용량의 냉온장고와 시트 마사지 기능 등도 눈길을 끈다. 기본 적재공간은 539리터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978리터까지 확장된다. 가족 단위 이동이나 장거리 여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편의사양을 폭넓게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러한 다양한 기능을 모두 럭셔리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새로운 기술과 편의사양을 경험하는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실제 사용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커 7X 울트라는 앞뒤 차축에 각각 전기모터를 배치한 사륜구동 모델로, 최고출력 645마력과 최대토크 72.4kg·m를 발휘한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645마력 듀얼모터의 강력한 가속, 그러나 예상보다 단단한 승차감
이번에 시승한 지커 7X 울트라는 앞뒤 차축에 각각 전기모터를 배치한 사륜구동 모델로, 최고출력 645마력과 최대토크 72.4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9초로, 중형 패밀리 SUV보다는 고성능 전기차에 가까운 제원을 갖췄다.
실제 주행에서도 이러한 출력의 여유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강력한 토크가 즉각적으로 전달되며, 추월을 위해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고속 주행에서도 가속 성능의 여유가 충분했고, 사륜구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차체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특히 가속 성능만 놓고 보면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전기 SUV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 수준이다. 운전자가 요구하는 순간 충분한 힘을 전달하고,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도 차체의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기 구동 시스템의 완성도는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승차감에서는 예상과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지커 7X 울트라에는 가변 제어 댐핑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돼 편안한 승차감을 기대하게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은 다소 단단한 편이었다.
가속 성능만 놓고 보면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전기 SUV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 수준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이 예상보다 또렷하게 느껴졌고, 차체를 단단하게 지지하는 성격이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났다. 운전석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안정적인 주행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가족과 함께 이동하는 패밀리 SUV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조금 더 부드러운 조율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2열 승차감에서는 이러한 아쉬움이 더욱 두드러졌다. 넓은 공간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췄음에도 주행 중 전달되는 차체 움직임이 탑승객에게 충분히 편안한 경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강력한 가속 성능과 안정적인 차체 제어 능력을 확보한 것과 별개로, 뒷좌석 승객이 느끼는 안락함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7X는 회생제동을 완전히 해제하는 선택지가 없어 기본 설정에서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일정 수준의 감속이 발생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회생제동의 작동 방식도 이런 불편한 승차감의 원인 중 하나로 회생제동을 완전히 해제하는 선택지가 없어 기본 설정에서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일정 수준의 감속이 발생했다. 감속 강도가 과도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가속과 감속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차체의 움직임이 탑승객에게 다소 민감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실제로 2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멀미를 유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에 마련된 멀미 완화 기능도 사용해 봤지만, 체감할 수 있는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았다. 특히 패밀리 SUV에서는 운전자가 느끼는 주행 성능 못지않게 동승자의 편안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지커 7X 울트라는 800V 고전압 시스템과 100kWh 용량의 NCM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으로 440km를 주행할 수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테크 럭셔리의 가능성과 과제, 사양보다 중요한 완성도
지커 7X 울트라는 800V 고전압 시스템과 100kWh 용량의 NCM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으로 440km를 주행할 수 있다. 또한 360kW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16분이 걸린다.
시승 중 계기판에서 확인한 주행 데이터는 총 58.6km, 평균 전력 소비량 21.2kWh/100km였다. 이를 일반적인 전비 단위로 환산하면 약 4.7km/kWh에 해당한다. 비교적 짧은 주행 구간에서 확인한 결과인 만큼, 해당 수치를 장거리 실전비나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재현 가능한 효율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기대 이상의 효율성 또한 보였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다양한 편의사양 역시 지커 7X가 강조하는 경쟁력이다. 국내 판매 모델은 카메라와 레이더를 기반으로 차선 중앙 유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자동 차선 변경 보조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세부적인 차량 설정 기능까지 더해 전통적인 자동차보다 디지털 기기에 가까운 사용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번 시승에서 더욱 분명하게 느껴진 것은 고급차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단순히 출력이나 편의사양의 개수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지커)
하지만 이번 시승에서 더욱 분명하게 느껴진 것은 고급차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단순히 출력이나 편의사양의 개수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커 7X는 강력한 성능과 넓은 실내, 풍부한 첨단 기능을 갖췄지만, 승차감과 회생제동의 조율, 전체적인 사용 경험의 자연스러움에서는 개선할 부분을 남겼다.
기존 중국 자동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고려하면 지커가 내세우는 럭셔리 브랜드 전략이 시장에 자리 잡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의 출신 국가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경험해 온 프리미엄 브랜드의 주행 질감과 감성 품질, 브랜드 신뢰를 새로운 방식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시승에서 지커 7X 울트라는 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고급차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모델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구현했다는 사실과 실제로 고급스러운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커가 강조하는 테크 럭셔리가 국내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풍부한 사양을 넘어 승차감과 사용 경험의 세밀한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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