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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함조차 사랑스러운 작은 거인 '케이터햄7'

사외기자
2006.08.28. 10:47:59
조회 수
4,035
댓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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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DA no.12 2003.11.01 ]

홍콩 방문 나흘째, 예고 없이 나타난 케이터햄 세븐은 기자의 정신과 육체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떠나갔다. 일본 최초이자 유일한 V12 엔진을 얹은 토요타 센추리 시승이 갑자기 취소되어 눈앞이 캄캄해졌을 때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지미가 다짜고짜 묻는다. “케이터햄 세븐(7)은 어떨까?” “세븐이라고 했어? 지금?” 기자는 반사적으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133마력/7천rpm, 최대토크 15.1kg·m/5천rpm의 1.6ℓ DOHC 로버 K시리즈 엔진을 얹었다. 변속기는 5단 수동

 


세븐을 달리는데 꼭 필요한 장비만을 갖췄다. 밋밋한 뒷모습 속에는 드디옹 방식 뒷서스펜션이 숨어있다
 


앞 서스펜션은 더블 위시본 방식. 세븐의 서스펜션은 설계초기부터 오직 접지력 높이기를 목적으로 삼았다

46년째 생산되고 있는 세계적인 명차
세븐은 영국의 스포츠카 명문 로터스의 품에서 태어났다. 로터스는 세븐을 계기로 뒤뜰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던 작은 ‘백야드 빌더’(Backyard builder)에서 스포츠카 메이커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로터스와의 특별한 관계를 떠나더라도 세븐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은 모델이다. 우선 단일차종으로 46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다. 또한 디자인과 메커니즘이 여전히 초기 모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스틴 미니, 폭스바겐 비틀 등과 더불어 자동차사에 굵은 획을 그은 모델이다.
세븐의 초대모델 S1은 1957년 런던 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었다. 강관 스페이스 프레임에 40~75마력 엔진, 그리고 운전에 꼭 필요한 것만을 갖췄다. 당시 유럽에서는 주말마다 서키트를 찾아 레이스를 즐기는 이른바 ‘선데이 레이서’(Sunday racer) 문화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세븐은 이들을 겨냥한 차였다. 아마추어도 쉽게 조립, 정비할 수 있도록 간단한 구조와 최소한의 장비를 갖췄고, 자연스레 제조원가도 내려가 값도 쌌다. 무게가 300kg대에 불과해 40마력 안팎의 엔진으로도 스릴을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자동차 설계의 귀재로 불렸던 창업자 콜린 채프먼의 번뜩이는 재치가 담긴 수작이었다. 그러나 세븐은 로터스에 머무는 내내 콩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사실 채프먼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그가 진정 만들고 싶었던 차는 엘리트. 이를 위해 돈이 필요했고, 세븐은 로터스의 ‘캐시카우’(Cashcow)로 태어났다. 그의 계산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세븐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로터스는 두둑하게 지갑을 불렸고, 예정대로 엘리트를 만들 수 있었다.
콩쥐의 희생을 업고 태어난 팥쥐 엘리트는 값이 굉장히 비쌌다. 2겹 FRP로 보디를 만드느라 생산원가가 치솟아 값이 재규어 E타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판매는 시원치 않았고 로터스는 부도 위기에 몰렸다. 돈이 급해진 채프먼이 기댈 곳은 세븐밖에 없었다.
그는 1960년 세븐 S1을 손본 S2를 내놓는다. 서키트뿐 아니라 일반에서도 탈 수 있도록 변화를 주었다. S2는 세븐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며 1천350대가 생산되었다. 68년에는 S3가 나왔다. 단점을 더욱 보완했지만 경량 스포츠카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었다. 훗날 라이선스를 사서 케이터햄이 지금까지 생산하고 있는 세븐은 S3 후기형을 본딴 모델이다.
한편 S3는 가장 진화한 세븐이었지만 판매부진에 시달리다 350대 생산되는데 그쳤다. 로터스는 곧바로 S4를 선보였다. 판매가 안되는 원인을 엉뚱하게 해석한 로터스는 스타일을 각지게 다듬고 서스펜션 구조를 바꾸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유모차’ 같다며 차갑게 외면했다. 더 이상 세븐에서 빼먹을 단물이 없다고 판단한 로터스는 S4를 끝으로 단종을 결심한다. 그때가 1973년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영국의 로터스 딜러 케이터햄이 불쑥 손을 내밀어 제조권을 사들였다. 케이터햄의 창업자 그레이엄 넌이 세븐의 열렬한 애호가였던 것. 채프먼에게 버림받았던 세븐은 자신을 알아주는 새 주인 케이터햄을 만나 안팎을 다지며 진화해왔다.


영국 특유의 키트카 문화 전파한 주인공
세븐은 부품을 사서 한 가지씩 조립해 가며 완성하는 영국 특유의 키트카 문화를 전세계로 전파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영국에서도 한적한 시골에서 꽃을 피웠던 문화를 이제는 지구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세븐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점조직처럼 전국을 촘촘히 수놓은 동호회를 거점 삼아 많은 일본인들이 1950~60년대 영국인이 그랬듯 직접 차를 조립하고, 서키트를 달리며 세븐 문화를 즐기고 있다.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전혀 다른 일본에 세븐이라는 차가 없었다면 과연 이런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일본의 한 세븐 오너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인상 깊어 소개한다.
“에어컨, 라디오, 지붕이 없군요. 어라! 도어도 없네요. 세상에 이런 차도 있군요?” 제 차를 처음 본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전 고등학생이었지요. 자동차에 한창 빠져 지내던 시절이었어요. 어느날 잡지를 뒤적이다 독특한 모양의 경주차를 발견하곤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터스 세븐이었어요. 그때 저는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꼭 세븐을 타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대학 진학, 취직, 결혼, 직업이라는 계단을 밟아 너무도 평범한 40대 후반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왔지요. 그러던 어느 날 죽마고우가 말을 건넸습니다. “자네, 예전에 세븐이라는 차를 타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이제 다 잊고 사나 봐.”
문득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30년 전의 꿈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지요. 영국에 수소문해 케이터햄 세븐 수퍼 스프린트를 들여왔습니다. 셀 수 없이 겪었던 오버히트와 갖가지 고장, 그리고 난폭한 주행성능. 역시 만만한 녀석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그것조차 매력이란 것을 이제 깨닫습니다. 세븐을 타는 지금, 전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입니다.


세븐 조립만 13번 해치운 오너 앤드류
전화 통화 직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미의 차에 올라탔다. 오후 내내 차를 쓸 수 있다니 빨리 갈수록 유리했다. 오너가 누군지 묻자 지미가 한바탕 설명을 늘어놓는다. 오너는 영국인 앤드류 윈드뱅크(Andrew Winde bank) . 홍콩자동차협회 CEO로 있는 유명인사다. 1918년 설립된 홍콩자동차협회는 보험, 긴급서비스, 사고관련 법률문제 등 자동차 오너가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주는 단체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진 사무실. 벌써 직원(복장 때문에 경찰인 줄 알았다)들이 차고에서 세븐을 꺼내고 있다. 사진촬영 진행을 돕기로 한 <차왕> 수석기자 채키(Chacky)도 시간 맞춰 도착했다. 미리 나와 기다리던 앤드류가 활짝 웃으며 취재진을 반겼다. “반갑습니다. 세븐이 한달째 차고에서 잠만 자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잠깐 점검도 하고 차도 닦아야 할 것 같아요.”
고수머리, 붉스그레한 얼굴 등 전형적인 영국인의 풍모가 배어 나는 앤드류. 그는 자기 차가 한국 잡지에 실린다는 이야기에 마냥 싱글벙글이다. 사실 그보다는 세븐에 넋을 잃은 기자가 더 반가운 듯했다. 기분이 좋았는지 담배를 한 개비 꺼내더니 선뜻 권한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담배값 비싼 나라에서 누군가 담배를 건네주는 행위는 호의의 표현이라 봐도 틀림없다. 영국이나 홍콩 모두 담배 한갑이 5천 원을 훌쩍 넘는 곳. 담배 인심이 후할 리 없다.
앤드류는 홍콩에서도 소문난 세븐 매니아다. 지미의 ‘사전 브리핑’에 따르면 그는 젊었을 때 포뮬러 레이서로도 활동했다. 세븐이라면 은퇴한 포뮬러 선수의 장난감으로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앤드류에게 세븐 경력을 물었다. “세븐은 이 녀석이 석 대째예요. 지금까지 조립해본 회수는 13번 정도 되구요.”
세븐이 왜 좋은 걸까? “글쎄요. 3대째 타고 있지만 한마디로 콕 찍어서 말하기 어렵군요.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굳이 더 빠를 필요도 없어요. 세븐이면 충분해요. 난폭하기 이를데 없지요. 제가 세븐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탈 생각입니다.” 앤드류의 말이 엄살인 줄 알았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1.6 로버 K시리즈 133마력 엔진 얹어
앤드류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원들이 숙련된 솜씨로 세븐의 보네트를 떼어내고 점검을 시작한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보네트는 얇고 가벼워 바람이 불 때마다 펄럭인다.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엔진룸 안쪽에 케이터햄 로고가 양각으로 새겨진 검정색 헤드커버가 보인다. 엔진은 최고출력 133마력/7천rpm, 최대토크 15.1kg·m/5천rpm의 1.6X DOHC 로버 K시리즈. 변속기는 5단 수동이다.
세븐은 키트카답게 부품을 원하는 바꿔 가며 즐길 수 있다. 세븐에 얹을 수 있는 엔진만 대충 꼽아도 복스홀, 코스워스, 포드, 로터스 등 9가지. 최고출력도 135~250마력까지 천차만별이다. 변속기도 4, 5단 수동과 6단 시퀀셜까지 고를 수 있다. 시트, 스티어링 휠, 휠과 타이어, 서스펜션 등 어디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세븐을 손에 넣었다는 것은 끝 모를 바꿈질의 출발선을 지난 것과 다름 없다.
직원 두 명은 어느새 점검을 마치고 세차를 시작한다. 세차라고는 하지만 차가 워낙 작아 닦는 것도 순식간이다. 길이×너비×높이는 3천785×1천719×1천143mm, 휠베이스는 2천625mm다. 20여 분 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노란색 보디가 눈부시게 빛난다. 앤드류가 마지막으로 차를 한바퀴 둘러보며 살핀다. 그리고 흡족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키를 넘긴다. 지미가 채키에게 우선 시내를 벗어날 때까지 운전할 것을 부탁했다. 이제 차에 몸을 실을 차례. 사실 아까부터 계속 눈짐작으로 살피고 있었는데 튼튼한(?) 기자에게 만만한 공간이 아닌 듯싶었다.
앤드류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 더 이상 꾸물댈 수도 없는 노릇. 채키가 차에 타는 것을 보아 두었다가 그대로 몸을 구겨 넣었다. 한쪽 손으로 시트 뒤를 짚고 다리를 번쩍 들어 집어넣는데 쉽지 않다. 몸을 들썩이느라 흰색 셔츠로 먼지 쌓인 플라스틱 시트를 몇 번이고 문질러 닦은 뒤에야 앉을 수 있었다. 길이 조절이 쉽지 않은 4점식 안전벨트에 몸을 맞춘 뒤 버클을 철컥 잠그고 나서야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앤드류가 “선글라스 없어요?”라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세븐 앞유리가 없다. “괜찮다”며 웃자 앤드류가 손을 흔든다.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차를 넘겨주며 그가 남긴 말은 고작 이 한마디. “Have fun!”


성난 야수처럼 난폭한 주행감각
채키가 시동을 걸자 ‘콰광쾅쾅’ 폭발음에 가까운 배기음이 터져 나온다.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실린더 안에서 일어나야 했을 끔찍한 폭발이 차 밖에서 일어나는 듯하다. 더군다나 엔진에서 빠져나온 머플러는 조수석 바로 옆에서 끝난다.
마지막으로 앤드류에게 손을 흔들었다. 손을 내려 놓으려다 보니 센터터널에 채키 팔이 떡 하니 올려져 있는게 아닌가. ‘이런, 팔을 어디에 둬야 하나’ 그러고 보니 왼쪽 팔도 둘곳이 마땅치 않다. 보디에 걸치자니 바깥으로 노출되어 불안하다. 두팔을 가지런히 모아 다리 사이에 두니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기자야 그렇다치고 채키도 오랜만에 세븐을 몰게 되어 들뜬 것 같다. 솔직히 모르겠다. 그가 들떠서 운전이 난폭한 것인지, 운전을 난폭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무튼 액셀에 발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여러가지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우선 흡기음과 배기음이 귓전을 때린다. 머리는 가속과 동시에 뒤로 꺾인다. 보호막 하나 없이 차 속도에 맞춰 비행하는 얼굴은 가죽이 주욱 늘어지는 느낌이다.
홍콩에서도 흔치 않은 차라 도심을 지나는데 시선이 따갑다. 사람들의 표정이 ‘멋지다’라기 보다는 ‘뭐, 저런 차가 다 있담’에 가깝다. 아직 시내를 벗어나지도 않았건만 머리는 올빽으로 넘어가 고정되었고, 얼굴은 바람에 푸석푸석해졌다.
잠시 후 간선도로에 올라타자 더욱 난폭하게 차를 몬다. 지나치는 승용차 도어 손잡이가 머리 위를 지난다. 가속감각은 정말 공포스럽다. 바로 등뒤에 붙은 뒤쪽 휠하우스에서는 계속 타닥거리며 돌 튀는 소리가 난다. 가끔 알 수 없는 물체가 날아와 얼굴을 때린다. 대형트럭 뒤라도 따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게 된다. 가늘게 뜬 눈 양쪽으로는 눈물이 타고 흐른다. 헬멧 없이 고속으로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처음에는 마냥 신났는데 벌써부터 고통이 밀려든다. 반면 채키는 아주 신이 난 표정이다. 힐 앤드 토를 써 가며 능숙하게 차를 몬다. 과연 수석기자다운 실력이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차왕> 편집부가 애용하는 테스트 코스. 몇 년째 이 길을 달렸으니 손바닥처럼 훤할 터다. 지미와 만나기로 한 곳에 도착했다. 강풍에 사정 없이 강타당한 얼굴이 여전히 얼얼하다. 운전석으로 바꿔 앉아야 하는데 내리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시트를 밟고서야 겨우 내렸다.
이제 다시 운전석에 올라탈 차례. 근데 채키가 기자의 구두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다. 고개를 숙여 운전석 페달을 보니 옹기종기 모여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다. 기자의 볼 넓은 구두로는 아무래도 무리다. 채키가 구두 벗고 타라고 권한다. 자리를 잡고 클러치를 밟아 보니 페달이 너무 작아 발바닥을 파고든다. 아파서 유격을 조절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왼쪽발만 구두를 신기로 했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앞모습은 정말 독특하다. 좁고 길게 뻗은 보네트와 그 양쪽에 불쑥 솟은 타이어 커버가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세븐은 기자의 오랜 드림카였다. 자동차 전문지 기자를 하다보니 유독 “가장 좋아하는 차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란했다. 매번 긴 설명을 곁들여야 하는 데다 듣는 사람의 표정에서 실망하는 기색을 읽어야 했다. 그들이 원한 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지미가 세븐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날아갈 듯 기뻤다. 그리고 학생 때부터 가슴 속에 키워 오던 세븐을 이렇게 손아귀에 쥐고 앉았다. 그러나 소원성취의 기쁨보다는 긴장이 앞섰다.


폭발적인 가속성능과 날카로운 핸들링
로터스의 아버지 콜린 채프먼은 세븐을 ‘네바퀴 모터사이클'이라 불렀다. 세븐을 이루는 모든 부품이 바라보는 지향점은 단 한 곳, ‘빠르게, 그리고 재미있게 달리기'다. 굳이 편의장비를 꼽자면 히터 정도. 그나마 히터도 운전에 필수적인 발을 덥혀 주는 장치니 기본 목적에 충실한 장비다. 전동식 냉각팬이 고장났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스티어링 휠은 과장을 보태 손바닥으로 가려질 만큼 작다. 파워 따위는 애당초 기대도 안했지만 이렇게 무거울 줄을 몰랐다. 앞 타이어가 운전석에서 먼 이유도 있을 것이다. 대시보드(랄 것도 없지만)는 정말 단순하다. 토글 방식의 깜박이 스위치는 방향을 트는 쪽으로 제껴야 켜진다. 끄려면 다시 중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기어 레버는 짤막하다. 손목 스냅만으로 짤깍짤깍 움직이는 맛이 끝내준다. 센터터널에 기댄 왼쪽 다리가 달궈진 엔진열로 뜨끈뜨끈하다.
클러치는 생각보다 가볍고 깊다. 조심스레 반클러치 출발을 하려는데 엔진 회전수만 치솟고 차는 꿈쩍도 안한다. 미트되는 지점이 생각보다 높다. 페달을 거의 다 퉁겨낸 지점에서 덜컥 동력이 전달된다. 승차감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예전에 타보았던 투시터(two seater) 포뮬러카와 비슷하다. 딱딱하다기보다는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드디옹으로 ‘최고의 그립력'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지미가 자신의 차를 몰고, 채키가 카메라를 손에 쥔 채 상체를
 

내밀었다. 이제 출발! 1단에 기어를 쑤셔 넣고 액셀을 깊숙이 밟았다. 펑! 하며 머플러가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차가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벌써부터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대단하다.
울부짖는 배기음을 쏟아내며 1단 파워를 남김없이 뽑아 쓴 뒤 2단으로 기어를 옮겼다. 다시 액셀을 밟자 또 다시 ‘펑‘하며 차가 뛰쳐 나간다. 지금까지 살면서 133마력 엔진으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해 봤다. 팡팡 튀어나가는 재미 때문에 사진촬영을 위해 정속주행하는 시간이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진다.
몇 차례 같은 구간을 왕복하며 촬영을 끝냈다. 이제 마음껏 이 뚱딴지 같은 괴물을 몰아볼 차례. 지미가 좋은 코스를 알려줄 거라며 채키를 조수석에 앉힌다. ‘한 사람만 무게가 늘어도 성능이 확 줄텐데.’ 세븐이 133마력 엔진으로 이렇게 튀어나가는 이유는 가볍기 때문이다. 시승차의 무게는 550kg. 엔진 90kg, 변속기는 36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스프린터에게 가벼운 몸은 생명과도 같다. 따라서 세븐의 성능을 높이려면 튜닝을 하기 앞서 운전자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먼저다.
소음 때문에 도무지 대화가 어려워 채키에게 손가락으로 방향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곧바로 가속을 시작했다. 첩첩이 예리한 코너들이 똬리를 틀고 있어 시속 80km 이상을 내기 어렵다. 물론 체감속도는 1.5배 이상 높다. 이미 도로가 서키트로 보이기 시작한다. 가끔 코너가 직선으로 바뀔 때마다 3단까지 넣어보지만 여간해서 4단을 넣기는 어렵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짜릿함을 넘어 공포감이 밀려온다.
가장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엔진 회전수는 3천500~5천rpm 부근. 고회전에서는 토크가 현저히 떨어진다. 가속은 2단에서 가장 짜릿하다. 수퍼카가 아닌 이상 세븐의 2단 가속을 따라잡을 차는 그리 흔치 않다. 주위 차들이 세븐의 속도보다 배기음에 놀라 가속을 멈춘다.
스티어링으로 전해지는 감각은 가감 없이 솔직하다. 도로 정보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전한다. 동시에 운전자의 의도를 망설임 없이 반영한다. 워낙 땅바닥에 붙어 달리다 보니 웬만한 코너에서는 롤을 눈치채기 어렵다. 핸들링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날카롭다. 한계선까지는 뉴트럴을 유지하다 그 경계를 밟는 순간 강한 오버스티어로 돌아선다. 한적한 주차장에서 스티어링 휠을 한쪽으로 꺾고 드로틀을 열자 하얀 연기를 풀풀 풍기며 너무나 쉽게 ‘도넛’을 그린다. 최고속 테스트는 무의미했다. 시속 100km 안팎에서 짜릿함과 공포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날 기자는 오랜 소원을 풀었다. 드림카를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내뜻대로 움직여볼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시승을 하고 ‘언젠가는 세븐을 사겠다’는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까운 시일에 세븐을 국내에서 만날 길은 없어 보인다. 범퍼가 없는데다 쩌렁쩌렁한 배기음 때문에 번호판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기자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7대의 세븐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 또한 열댓 명 정도의 오너가 모여 케이터햄 세븐의 수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겠다. 중독성 강한 세븐의 매력을 되도록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픈 욕심에서다.

글·김기범 기자(cuty74@istra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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