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리뷰: 세틀러 2, 10주년 기념판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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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 파묻혀 정신 없이 살아가다가도 어떤 계기로 인해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곤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게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1996년작 ‘세틀러 2’ 필자의 기억으로는 HOMM, 삼국지 시리즈 와 함께 PC 게임의 중흥을 이끌었던 대작이었고, 지금까지 수많은 게임의 컨셉에 영향을 끼친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전략 시뮬레이션이다.
그런 작품이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새로운 게임 엔진과 3D 그래픽으로 탈바꿈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게임 타이틀의 공식적인 이름 또한 '10주년' 기념작이다. 랜덤 맵 생성기와 멀티플레이어 모드 그리고 일부 밸런스 조정 등 게임 시스템 일부를 변경&확장했지만 기본적인 면모는 과거와 동일하다.
따라서 원작을 사랑했던 사람에겐 클래식의 감흥을, 아직 접해보지 못했던 이들에겐 새로운 게임성과 최신 그래픽을 맛보게 해줄 것으로 생각된다. 10개의 캠페인과 상당히 많이 추가된 맵들 안에서 건물과 유닛이 모두 특성화된 로마, 누비안, 중국 등의 나라들로 세틀러 2의 세상이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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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워진 엔진은 Funatics의 도움을 받아 UBI소프트의 블루바이트 독일 스튜디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했는데, 3D로 그래픽이 변환되면서 원작의 아기자기한 느낌을 얼마만큼 살릴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와 아름다운 동물, 식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했고, 사운드와 뮤직도 상황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게임플레이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이런 장르의 게임을 어느 정도 즐겨왔던 게이머라면 이 게임의 영향으로 많은 종류의 작품들이 같은 방식 혹은 이보다 진보된 방식의 플레이를 지향했던 것을 알고 있겠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경제구조를 연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타크래프트’와 ‘C&C’처럼 자원 한두개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나무꾼이 나무를 베면 짐꾼이 이 통나무를 목재소로 실어 날라 합판을 제작하고, 만들어진 합판은 다시 다른 공사현장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엔 물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우물을 담당하는 건물이 있고, 나무가 뽑힌 자리에는 산림꾼이 가서 새로운 나무들을 심는다.
곡식을 생산하는 농장, 돼지를 생산하는 돼지농장, 물고기를 잡는 고기잡이 집, 주변 동물을 사냥해 고기를 획득하는 사냥꾼 집, 4가지 종류별 광산, 광산에서 채취되는 광석들을 제련해 낫, 삽, 곡괭이처럼 일상적인 용도의 물건 및 군인 업그레이드를 위한 광물 제련소들, 빵, 밀가루, 병영, 저장소 등 31개의 건물과 25종류의 직업, 31개의 재화가 세틀러라는 소규모 세상을 위해 필요한 모든 개념을 등장시킨다.
5단계로 확대/축소가 가능 |
이렇게 말하면 게임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데 세틀러의 시스템 구조를 살짝만 이해하면 전혀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보통 우리가 RTS라고 하면 건물을 짓고, 유니트를 이동시키고, 전투를 하는 과정이 모두 게이머가 직접 수동으로 조작해줘야 하는 개념으로 알고 있지만 세틀러에선 건물을 짓고 길을 닦는 것을 빼면 거의 자동으로 유니트들이 알아서 나머지 모든 사항들을 해결한다.
이는 이동과 물자 수송, 건설 등을 모두 가리킨다. 게이머는 단지 길을 연결시켜주는 깃발 표시 파악 및 임의대로 나는 길로 인한 공간 낭비 해결, 나무꾼 집처럼 1칸만을 차지하는 작은 공간과 농장처럼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하는 건물과의 땅 배분 문제를 고려해야 할 뿐이다.
이름 표시와 활동 정도 |
여기에 더해 염두에 두어야 할 단어는 “땅따먹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기반으로 종족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캠페인이건 커스텀 플레이건 게이머의 종족과 타 종족은 해당 맵에서 본진 건물만 덩그런히 놓여진 채 시작을 하게 되는데, 이 본진 건물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가 점 표시로 건물 주변에 보이며 돌 채집가가 영역 밖으로 나가 돌을 캐온다든지 하는 일부 사항을 제외하면 이 안에서만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런 한계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대답은 군사적인 건물과 관련이 있다. 병영, 스트롱홀드 등을 세워 본진에서 자동으로 생산되는 군사가 들어갈 경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땅의 크기가 커진다. 땅이 커진다는 것은 나무처럼 다시 재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적보다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자연스레 적군의 국경과 맞닿는 상황을 발생하게 해준다.
배를 만들어 섬에 있는 자원을 수송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면에서 육지의 비중이 크다. 그래서 전투와 투석기로 서로의 땅을 야금 야금 먹어 들어가는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자원들 중 코인을 이용하여 5단계로 분류되는 병사의 업그레이드를 감행해 파워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병사로 보다 싸워야 상대에게 쉽게 이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세틀러 3’부터는 전투 시 유니트들을 수동으로 조작 가능하게 되었지만 원조의 묘미는 바로 이 자동성에 있는 만큼 리얼타임 이면서도 필요한 것을 파악해 지어놓고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처럼 모든 것이 자동인 만큼 어떤 식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지에 대한 수치 확인 및 조절, 혹은 해당 건물들을 눌러서 나오는 메뉴들이 마련되어 있다.
게이머는 어떤 분야에 집중적인 관심을 둘 것인지 우선순위를 둘 수 있으며, 놀고 있는 병영의 군사들을 전방에 집중시키거나 필요한 자원을 이동시키는 일도 가능하다. 한 가지 예로 놀고 있는 건물은 주변 자원이 떨어졌거나 너무 많은 자원이 생산된 것이므로 자세한 정보를 출력해주는 토글 옵션을 켜서 어떤 건물이 일을 하지 않고 있고(ZZZ잠자는 표시와 0%라는 기호가 나타남) 어떤 건물이 너무 일을 많이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히 신규 건설과 파괴를 반복하면서 점점 군사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건물들과 그에 따르는 자원 생산 등 점진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는 등 자원의 생산에 따른 전략적인 면을 잘 생각해 분배해야 한다. 초반에 지어야 할 건물, 중반에 지어야 할 건물, 후반에 지어야 할 건물 등이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것도 세틀러의 경제 구조를 이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도트 일색이었지만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연출했던 게임이 부활해 바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 주었다. 사양도 그렇게 높지 않아서 웬만한 시스템으로도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가능하고 디테일을 높이고 싶다면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 설정 메뉴에서 자유롭게 조절하면 된다.
게임에 준비된 튜토리얼은 기본적인 조작부터 미처 언급하지 못한 광물업자(?)의 특정 광산에 어떤 광물이 묻혀 있는지 알아내는 파악법이나 기타 여러 가지 상황들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므로 초심자 역시 쉽게 친해질 수 있을 듯 하다. 동화 같은 세상 속의 아기자기한 게임 플레이를 자랑하는 세틀러 2로 잠시나마 추억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떤가?! 위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