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리뷰: 겐지 카무이 소우란 (PS3)

PS3의 성능은 확실히 놀랍다. 코어가 무려 8개나 내장된 CPU에 GPU 코어는 지포스 7800급. 그러다 보니 과거 PS2로 발매된 게임들이 PS3로 나올 경우 어느 정도 퀄리티 향상이 이루어질 지 궁금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것도 PS2 버전이 상당한 그래픽을 보여주었다면 더더욱.

이러한 면에서 ‘겐지 카무이소우란’(이하 겐지)은 몹시 궁금해지는 후속작이 아닐 수 없다. PS2로 발매되었던 전작도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고 말이다. 동시 발매 타이틀 중 최고의 그래픽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겐지. 지금부터 그 황홀한 세계로 모험을 떠나 보자.

정말 차세대 그래픽이다

겐지를 처음 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단 하나다. 정말 대단한 그래픽이라는 것. 오프닝에서부터 하이 퀄리티로 뿜어져 나오는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말 그대로 엄청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 후에 진행되는 게임 플레이 화면도 주변에 각종 인터페이스 윈도우가 보이지 않는다면 단지 이벤트씬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말로 설명하니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들지만 일전에 필자가 리뷰 했던 PS3용 ‘기동전사 건담 타겟 인 사이트’보다도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PS2에서 제법 잘 만든 동영상 퀄리티로 게임이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랄까. 정말 PS3의 성능을 잘 살린 멋진 그래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 FF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리얼하게 움직이는 불꽃과 캐릭터의 디테일, 주변 지형 퀄리티 등 무엇 하나 아쉬운 것이 없다. 아마 길을 지나가다 얼핏 리얼타임 이벤트씬의 모습을 보았다면 ‘동영상 아니야?'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물론 하이퀄리티 영상은 이보다 더 대단하고 말이다. 실제 게임 화면을 캡쳐 할 수 없는 것이 정말이지 너무나 아쉽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건담과 마찬가지로 이벤트씬에서 프레임 저하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프레임이 떨어질 일이 없는 장면임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최적화 작업이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다소 비중이 떨어지는 캐릭터들은 조금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4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사용한다

PS3의 겐지는 PS2로 발매되었던 전작과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사용 가능한 캐릭터가 늘어났다는 것. 이 게임에서는 전작의 주인공 요시츠네와 벤케이 외에도 새로 추가된 시즈카와 무존(부손)까지 총 4명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

각 캐릭터는 체력이나 파워 등이 다르고 어떠한 무기를 쓰는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도 차이가 있다. 참고로 이 게임에서는 각종 무기를 제한 없이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을 이용, 그때 그때 적절히 무기를 바꾸어가며 공격할 수 있다(단, 무기가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기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 별로 특수 행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요시츠네는 ‘페르시아의 왕자’처럼 벽을 타고 달리는 것이 가능하고, 벤케이는 가공할 만한 파워로 다른 캐릭터들이 파괴하지 못하는 각종 사물을 파괴할 수 있다. 또 시즈카는 기둥과 같은 사물에 자신의 무기를 걸어 끊어진 길을 건너갈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상황에 따라 적절히 캐릭터를 교체해 주어야 한다. 여기서 잠시 캐릭터 교체 시스템을 살펴 보자. 겐지는 RPG처럼 시나리오의 흐름에 따라 하나의 캐릭터로 진행을 할 때도 있고 2명 혹은 4명의 인원을 사용할 때도 있다. 시나리오에 따라 사용 가능한 캐릭터의 수가 증감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는 단 하나뿐이지만 제한 없이 캐릭터 체인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요시츠네를 사용하다가 벤케이로 교체하는 것이 허용된다. 물론 체력도 개별적으로 계산되기에 체력이 떨어지면 다른 캐릭터로 변경할 수도 있다. 단, 카무이 게이지는 모든 캐릭터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눈치 빠른 게이머라면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만 겐지에서는 캐릭터 별 특성을 활용해 각 지역에 있는 퍼즐들을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액션성이 강한 게임이지만 곳곳에 액션 요소와 연계된 퍼즐들이 산재해 있고 이러한 퍼즐을 각 캐릭터의 특수 액션으로 돌파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끊어진 언덕이 있는데 이를 건너야 한다면? 게다가 이 중간에 폭포가 흐르고 있고 끊긴 언덕 사이에 나무들이 솟아 있다면? 이는 실제로 게임 중에 나오는 코스이기에 상세한 해설을 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패턴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캐릭터를 번갈아 사용하며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이 겐지의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실제 게임은 흡족하지 못하다

제목에는 흡족하지 않다고 했지만 순수하게 액션 부분만을 떼놓고 보면 꽤 괜찮은 편이다. 전작과 달리 입체적인 움직임도 많고 다양한 캐릭터와 무기, 그리고 약공격과 강공격, 챠지 공격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술들도 다양하다. 여기에 록온 상태인 경우에는 기술이 달라지기도 하고, 캐릭터별 특수 행동(특수 행동은 퍼즐 풀이 전용이 아니다)으로 다양한 공격 패턴을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마치 ‘철권 태그매치’처럼 공격을 하던 도중 캐릭터 체인지를 실시해 연속 콤보를 넣을 수도 있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특정 공격을 위해 무기를 변경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꽤 흡족한 편이다. 이펙트도 화려하고 연구할 요소도 많다. 적들도 적게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나름대로 때리는 맛도 있다.

‘흡족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전투 외적인 부분에 있다. 일단 시점이 너무나 불편하다.

게임 내 카메라 앵글은 철저히 고정 시점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앵글이 너무 어색해 게임을 하면서 짜증이 날 정도이다. 여기에 게임 중 입수할 수 있는 마장동(동네 이름이 아니다) 등의 아이템으로 캐릭터의 공격력이나 체력 등을 상승시킬 수 있지만 그 양이 부족해 모든 캐릭터를 성장시키기에는 턱 없이 모자란다.

그러다 보니 주력 1,2명의 캐릭터만 성장시키게 되고 나중에는 다른 캐릭터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진다. 자연 도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 새로워진 카무이는 버튼 누르기도 쉽고 파워도 상당한 편이어서 벤케이만 잘 키워 놓으면 카무이 후 연타로 보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쓰러 뜨릴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게이머의 게임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결론은 모든 캐릭터를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시즈카의 경우 체력도 적고 공격력도 너무 약해 캐릭터 간 밸런싱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중간중간 나오는 세이브 포인트에서 제한 없이 체력 회복을 할 수 있어 체력이 높은 벤케이가 절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또 시나리오가 은근히 잘 막히는 편이다. 게임 중 어느 정도 힌트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어드벤쳐 게임에서 단서를 찾지 못해 게임 진행이 막히는 것과 비슷한 모습인데 그러다 보니 적이 강해 진행이 힘들다기 보다 퍼즐적인 요소로 막히게 되는 상황이 더 많이 연출된다.

그래도 해볼 만한 게임

몇 가지 커다란 단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비주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다양한 캐릭터와 기술들로 싸우는 재미가 크다. 수작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기존 PS2 게임들의 기준으로 살펴보면 적어도 평작 정도는 된다.

현재 PS3의 동시 발매 타이틀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임팩트도 약하고 최적화와도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을뿐더러 기기의 성능도 완벽하게 살리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물론 이것은 초창기에 나오는 게임들의 공통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겐지의 경우 조금만 더 시간을 주었더라면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픽 수준만큼 게임성이 뒷받침 되었더라면 멋진 게임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임, 그것이 겐지의 지금 모습이다.